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64화 (164/249)

#164

2번째 만남(2)

'할 수 있을까?'

상대는 만병의 주인이라 불리우는 염파를 꺾은 페릴턴이다.

자신은 말이 관여자지 세간에서 보기에는 그저 한낱 흔하디 흔한 마수 사냥꾼의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이미 지난 번에 한 번 만신창이가 된 적이 있었지 않나.

체스는 자신이 상중하 삼단을 모두 각성을 했다는 사실은 들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들.

그렇기에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실력이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앞에 두 다리로 굳건하게 서있는 페릴턴.

왜 저리도 태산처럼 높게도 보이는지...

-...긴장하지 마라. 네 녀석이 긴장한 게 나한테까지 느껴지잖냐.

"...그러는 헬캣 님도 긴장하신 거 아니에요?"

-긴장은 무슨. 나 정도의 존재가 어디 저런 인간 나부랭이에게 긴장을 한단 말이냐? 그런 되도 않은 소리는 하지 마라.

강한 척 말을 하는 헬캣이었지만 그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지난 번에 붙었을 때 알았다.

저 녀석은 관여자로서 이미 모든 각성을 이뤄낸 자.

체스와는 아예 단계가 다른 녀석이었다.

그러니 체스와 자신이 합공을 해도 버텨냈지.

'지면 개쪽인데 이거...'

그리고 가장 신경 쓰이는 것.

그것만 아니면 능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속전속결이다.

"그래요."

둘이 서로 신호를 주고 받으며 공격을 하려는 찰나.

페릴턴이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군. 지루하게스리. 내가 먼저 가지."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등 뒤의 만병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볼 때마다 신기하다.

어떻게 저 많은 무기들을 다 들고 다니는 것이지?

체스가 문득 그런 한가로운 생각에 잠시 정신을 파는 찰나.

보였다.

자신의 몸을 꿰뚫어 오는 페릴턴의 무기들.

"와요!"

체스가 외마디 고함을 외친 후 재빨리 자신이 서있던 자리에서 몸을 움직였다.

그의 반응에 헬캣 또한 늦을세라 몸을 날리기 시작한다.

파바박-

순간 그들이 있던 땅에 꽂히는 2개의 창.

이미 피하기는 했지만 등골이 서늘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꼬치가 되듯 아예 꿰뚫릴 뻔했잖은가.

그리고 다시 그려지는 뒤의 장면.

하지만 이미 페릴턴은 체스의 앞에 그의 얼굴을 들이댄 채였다.

까아아아아앙-!!!

두 개의 쇳덩이가 강하게 부딪히고 체스가 본능적으로 왼손에 달린 클링어를 뒤로 발사했다.

둘이 부딪힌 힘을 이용해 다시 한 번 거리를 벌리려는 체스.

페릴턴의 의도는 분명했다.

지난 번과 똑같이 약해 보이는 자신을 먼저 처리하려는 것이다.

허나 뒤로 빠른 속도로 빠지는 체스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페릴턴 또한 몸의 속도를 더 올리기 시작했다.

순간 방향을 전환해 페릴턴의 등 뒤를 노리는 헬캣의 발톱.

-이노오오오오옴!

그러나 마치 자신의 의지로 살아 움직이는 양 헬캣의 발톱은 페릴턴이 공중에 남겨둔 무기들에 의해 가로막혀 버렸다.

연이어 쏟아지는 헬캣의 공격을 막아내는 페릴턴의 만병들.

그 사이 그는 체스에게로 쏜살같이 다가가는 중이었다.

타다다다닥-

'내가 그리 쉽게 당할 것 같냐???'

입술을 굳게 깨문 체스.

그의 의지가 발현이 됨에 따라 중단의 씨앗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단이 개방됨에 따라 자연스레 크기가 더해진 씨앗.

상단, 중단, 하단의 3개의 단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체스가 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몸이 활성화되어가는 게 느껴진다.

바닥에 강하게 박힌 클링어 쪽으로 되돌아간 체스는 그대로 클링어를 회수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페릴턴을 보며 절대 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몸에 가속도를 더해갔다.

슝슝슝슈우우우우웅-

그의 발 끝에서부터 시작된 바람.

그것은 자연스레 자연에서부터 시작이 된 듯 조금씩 그 기세를 더해가더니 체스가 서있는 그 자리에서 강렬한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다가오던 페릴턴의 눈에 보이는 체스의 움직임.

이미 체스의 주변은 그가 일으킨 바람으로 인해 초토화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 체스의 몸.

저건 오로지 페릴턴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일 뿐이었다.

"훗."

그렇다면 안 가면 그만일 뿐.

그는 짤막한 웃음소리를 날리는가 싶더니 거기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다시 방향을 선회했다.

타다탁-

열심히 발을 놀리는 페릴턴.

그는 이내 목표를 바꿨다.

저게 멈추기 전 하나를 먼저 처리할 요량이었다.

그 사이 계속해서 페릴턴의 무기들을 쳐내느라 정신이 없는 헬캣.

그의 미간 사이에는 깊고도 깊은 골짜기마냥 3개의 주름이 깊게 잡혀 있었다.

이놈에 것들...

더 정교해졌다.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생물인 것마냥 어찌나 자신의 빈틈만 노리고 훅훅 들어오려고 하는지.

관여자라서 강한 것인지 아니면 이 녀석이 원래 강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강합이었다.

그리고 헬캣은 보았다.

순식간에 자신의 지근거리에서 사악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린 그 녀석의 얼굴을.

거기에 발 맞춰 훅 들어오는 페릴턴의 대검.

슈우우우우우우욱-

헙-

나머지 만병들의 모든 방향을 점거했다고 생각했는데 단 하나의 빈틈.

그것도 웬만한 실력이 아니면 절대 발견할 수도 없을 정도로 생겨난 정확히는 자신의 왼쪽 앞발의 조그만 틈.

페릴턴의 대검이 노리는 곳은 바로 그 곳이었다.

-젠...장...

절로 욕지거리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다시 한 번 굉음이 터져 나왔다.

슈르륵-

그들이 충돌을 한 그 곳에는 먼지가 자욱했다.

그리고 먼지의 흔적을 따라 보여지는 커다란 덩치 하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헬캣이었다.

-...이 자식... 인간이 어쩌면 그렇게 강할 수가 있지?

헬캣이 말을 건넨 존재.

페릴턴.

자신을 몇 발자국이나 뒤로 물러나게 한 장본인은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거리를 두고 잠시 멈춘 채였다.

****

"회복이 다 안 되었나? 너무 약한 걸."

담담하고 울리는 묵직한 그의 목소리.

페릴턴은 헬캣이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체스가 있는 뒤쪽을 힐끗 보았다.

슈으으으-

"허억허억허억허억..."

체스는 그제야 막 회전을 멈춘 뒤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

저 모습은 영락없이 자신의 힘을 다 써버린 자의 모습이었다.

지금 체스가 저러는 이유.

삼단의 각성 후.

각성을 했다는 말만 들었지 제대로 맨정신에 사용을 해본 적이 없는 그였다.

그러한 상태이다 보니 도통 적응이 되질 않는다.

"어우...어지러...워..."

혼자 비틀비틀거리는 체스.

눈도 돌고 머리도 돌고 자신의 몸도 돌고 아주 그냥 난장판이다.

"어...어딨냐?"

비틀거리는 와중에도 페릴턴을 찾는 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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