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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61화 (161/249)

#161

도움(2)

-흠... 그 정도로 심각한 정도란 말이야? 네가 직접 와서 나에게 도움을 청할 정도로? 이거 참. 곤란하네.

켄타가 어떤 녀석인가?

환수계에서도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기로 유명한 녀석이 아닌가.

그런 놈이 자신에게 와서 대뜸 도와달라고 한다니.

'역시 안 도와줄 수가 없네. 환수계와 인간계가 그런 식으로 연결이 되는 것도 딱히 바라지도 않고 말이지."

-체스. 도와주는 걸로 하자. 이제부터 더 바빠지겠는데?

헬캣이 체스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뭐 당연히 체스는 승낙이겠거니 생각한 그는 딱히 그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는 그런 말도 있지 않나.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 버렸다.

체스의 대답은 'No'.

"아뇨. 내가 왜요?"

너무나도 당당하게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체스였다.

****

-야. 아니 그걸 안 한다고 말하면 어째. 지금까지 같이 해온 게 있는데 같이 해야지.

황당하다는 듯한 헬캣의 말투.

이 녀석이 거절할 줄 몰랐기에 그가 받은 충격은 더 큰 듯 보였다.

"제가 그걸 왜 해야 하죠? 생각을 해보세요. 돈이 나와요 떡이 나와요? 따지고 보면 나와는 일절 관계없는 곳인데 제가 굳이 거길 도와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마...맞는 말이다.

너무나도 맞는 말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지.

-아니지. 그걸 당연히 도와주는 것이지. 봐라. 우선 널 관여자로 만들어줬지? 그리고 예전과는 비교도 못할 만큼 강한 사냥꾼으로 해줬지? 그런데도 안 한다는 건 좀 은혜를 모르는 것 아니냐?

"무슨 소리하시는 거에요?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해서 뭐 어떻게든 했겠죠. 그런데 이거 제가 해달라고 애걸복걸해서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뭐 그리고 그렇게 죽었어도 별반 나쁘지도 않았을 수도 있구요. 여하튼 그런 열정페이나 무료봉사자원 뭐 이딴 건 죽어도 안 할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와나...

헬캣은 더 말하려 했지만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 녀석은 그런 뭐시기냐 도의적인 것들과는 아예 거리가 먼 건가...?

충분히 할 수도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그런 걸 지금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니...

그때 불쑥 끼어드는 위기에 빠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입을 여는 자.

"얼마를 원하나? 얼마면 돼? 얼마면 네가 움직여 주겠니?"

켄타의 말에 동시에 그를 쳐다보는 나머지들.

...저런 철 지난...

따가운 시선이 동시에 자신의 얼굴에 꽂히자 괜히 겸연쩍어진 켄타.

"아...험험. 그래. 체스지? 이름이."

"네. 맞아요."

"그... 자네? 너? 뭐 여하튼 호칭은 아무렴 어때. 너도 알아야 할 게 있지. 뭐 안 끼어들어도 되고 너 편할 대로 하면 되긴 한데... 관여자가 한 명이 더 있는 건 잘 알고 있겠지? 그런데 네가 그 자를 이길 수 있을까? 붙어봐서 알겠지만. 아 아니지. 기억도 없나? 그 자는 무조건 널 죽이려 할 건데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켄타의 말에 체스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저 켄타라는 자의 말에 따르면 당연히 관여자는 자신을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붙겠지.

븥으면? 싸우겠지.

지면? 죽겠지.

너무나 명쾌하고도 속이 시원한 답변이 튀어 나왔다.

하지만 무작정 할 수는 없다.

"노동력에 대한 합당한 가치를 지불해야 전 움직일 거에요. 그것 만큼은 절대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 절대 양보도 할 수 없는 이야기에요."

이 자도 자신의 상황을 모르니 저러는 것 아닌가.

당장 이번 달도 지금 돈이 모자랄 것 같아서 부들부들 떨리는구만...

"흠... 돈이라. 움직일 수는 있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지? 좋아. 내가 인간계의 시세는 잘 모르지만 자넬 사지."

"돈은 있어요? 뭐 봐서는..."

하참-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네.

명색이 지금 엄연히 키린 님의 바로 밑이거늘 자신을 뭘로 보고.

체스의 말에 콧방귀를 낀 켄타는 자켓 안쪽의 주머니에서 뭔가를 막 찾기 시작했다.

-야. 켄타. 나 궁금한 게 좀 있다만은.

"뭐? 뭐?"

-아니다. 다음에 물어볼게.

"그래."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뭔가 찾은 듯 켄타는 당당하게 무언가를 꺼내었다.

새끼손가락 만한 보석.

그것은 보는 각도에 따라 계속해서 색이 바뀌는 아주 신기한 보석이었다.

"오~~~ 이게 뭐죠? 이런 건 처음 보는데?"

체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켄타의 손에 들린 것을 쳐다보았다.

-야. 켄타. 그거 너무 비...

지금 켄타의 손에 들린 것은 환석.

하지만 저것은 보통의 환석이 아니다.

환수계의 등급이 정해지는 것.

인간들이 아는 한에서는 그들의 등급은 강함 정도로 표시가 되는 걸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단편적인 지식일 뿐.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었다.

환수계에는 보기조차 힘든 환수들도 존재했다.

아마 주인이나 그 바로 밑 SS등급의 환수들?

아니면 그 밑에 등급 정도의 환수들이나 알 정도로 극히 소수만 존재하는 그런 환수들 말이다.

기본적으로 인간들보다 긴 일생을 살아가는 환수들조차도 제대로 보기조차 힘든 그들은 환수계에서도 환수들의 눈에 거의 띄지 않는 그런 곳에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 켄타 손에 들린 것.

저것은 환수계의 동쪽의 극지 중에서도 극지.

그곳에서만 존재하는 희귀도 만으로 SS등급을 차지하는 빙설어의 환석이었다.

그런 귀중한 것을 직접 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아니. 그건 너무 과한 것 아니냐? 켄타.

"흠. 과한가?"

다시 그의 주머니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가는 환석.

"아... 아니.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눠봐요. 저게 그런데 얼마 짜리에요?"

체스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이런 좋은 걸 놓칠 수야 없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환석이었다.

하지만 저런 모양하며 빛을 뿜어내는 저런 것이라면 가격은 뭐 두말할 것도 없지.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지. 이건 환수계에서도 보물 중의 보물이니까. 그래도 이왕 보여줬으니 크게 인심쓰지. 이건 내가 밑지는 장사 같기도 하지만 성공할 경우 이걸 주지."

"쓰읍..."

역시 물량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체스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것 하나면 빚을 다 갚고도 남을 것 같은데...

왠지 그의 느낌이 그러했다.

"하겠나? 하기 싫으면 이건 이제 너의 것이 되지 않는 것이고 뭐..."

"아... 그럼 그럼 계약금이나 뭐 선수금 이런 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좋아. 끝났군.'

체스의 다급한 말에 승기를 잡은 듯한 켄타.

"선수금은 B급 환석 하나. 어때?"

켄타는 그저 싱글벙글일 뿐이었다.

이미 우위를 점한 상태라 더 이상 뭘 할 것도 없었다.

남은 건 대답을 기다리는 것 뿐.

"...좋아요. 까짓 거 하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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