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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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우우웁-
체스가 들이마셨던 숨을 깊게 뿜어냈다.
그와 함께 번쩍 떠지는 체스의 눈.
-어떠냐? 괜찮냐?
그의 모습을 빤히 지켜보고 있던 헬캣이 물었다.
인간의 몸이 아니라 저런 변화가 벌어지는 그 느낌을 알 수가 없는 자신이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자신은 강한 존재였으니.
배우면 배울수록 강해져 간다라...
그 느낌이 너무나 궁금한 헬캣이었다.
"괜찮네요. 나쁘지 않네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여자로서의 각성을 해버린 체스.
하지만 의외로 확연히 바뀐 듯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저 중단이 조금 더 넓어지고 상단과 하단을 잇는 다른 역할을 한다는 것.
적어도 체스가 느낀 완전한 각성은 그러했다.
단 하나.
달라진 점이 하나 정도는 있는 것 같다.
지금이라면 웬만한 마수들 정도는 그냥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야. 좀더 자세히 설명을 해줘야지. 내가 겨우 그거 들으려고 질문을 했겠냐???
짜증이 섞인 말투.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바쁘지는...않나?
지금 이들이 이렇게 한가로이 훈련이나 하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체스는 이렇게 자신의 몸에 적응 중이었다.
반면에 나머지 마수 사냥꾼들이나 수도의 병사들은 공주를 찾고 여기저기 의뢰를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체스도 당연히 바빠야 하는 게 정상이긴 하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번번이 의뢰에서 빠지게 된 체스.
하긴 좋아할 리가 없지.
틈만 나면 혼자 획 사라져 버리니 불성실의 아이콘으로 찍혀버린 체스였다.
뭐 이제는 혼자 다녀도 별로 상관은 없긴 하다.
이 정도의 힘.
과거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그런 힘.
그런 힘을 자신은 가지게 되었으니.
-그래서 뭐라고?
재차 질뮨을 던지는 헬캣.
"흠. 이걸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너무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그도 그럴 것이 이걸 일일이 어떻게 다 설명을 해준단 말인가.
중단의 씨앗이 맹렬히 회전을 한다.
그러면 거기에서부터 힘이 끌어올려지고 그때 발생한 힘이 상단과 하단을 모두 돌아다니며 기운으로 적시기 시작한다.
그렇게 손가락 끝 마디마디마다 퍼져 나간 기운들은 다시 발가락 끝 마디마디까지 전달이 되고 그 기운들은 여전히 맹렬하게 회전을 계속하고 있는 중단으로 다시 넘어온다.
그게 끝이 난다면 한 번의 대회전이 끝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설명을 해준다 한들 모르지 않나???
이미 꽤나 오랜 시간을 함께 돌아다닌 그들이었지만 심심해서 저러는 것인지 당최 알 수 없는 체스였다.
"후... 그래서요..."
체스는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
쾅쾅쾅쾅-
체스와 헬캣이 한창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그들이 있는 방의 방문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엄청나게 세게 두들겨졌다.
-뭐냐? 누구 올 사람 있냐?
갑자기 귀를 울리는 소음에 헬캣이 체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체스 또한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
자신의 집을 아는 이도 거의 없을 뿐더러 찾아오는 이 또한 없었거늘.
체스가 슬쩍 일어나 문을 살짝 열었다.
그리고 문 앞에 서있는 한 사람.
완벽한 집사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였다.
낯이 너무나도 익은 모습인데...?
하지만 확실하게 머릿속에 떠오르지는 않는 사내라 체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잠시 실례하지."
남자는 체스를 살짝 밀쳐내었다.
어...? 어...?
전혀 밀릴 것이라 생각지도 않았던 체스의 몸이 스리슬쩍 밀려났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체스의 얼굴에 깔리는 경악.
하지만 뭐라 반응도 하기 전에 체스의 몸은 두어 발자국 밀려나고 그 틈을 타 남자는 아주 스무스하게 체스의 방 안으로 들어와 가볍게 의자에 착석했다.
그리고 허락받지 않은 방문객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한 헬캣.
이 녀석이 예까지 어인 일이지?
또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것이지?
-너 뭐냐? 여기에는 웬일이냐? 그리고 또 어떻게 여기를 알고 찾아왔지?
상대방이 뭔가 핑곗거리를 만들어 낼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듯 다다다다 연이어 질문을 던지는 헬캣.
"아나~ 야. 말 좀 하자. 뭔 질문을 그리도 쏟아내냐? 나도 좀 말할 시간을 줘야 말을 하지."
그래.
그의 말마따나 뭔가 말할 시간을 줘야 제대로 말을 할 것 아닌가.
-그래. 들어나 보자. 왜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건지. 켄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헬캣의 목소리에 어깨를 으쓱거리는 켄타였다.
****
-빨리 말해.
"...그래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셨나요? 구면이신 분."
이거 어째 영 취조를 당하는 느낌인데?
하지만 켄타는 별다른 짜증을 내지 않은 채 하나씩 대답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입을 벌리는 그.
-도와다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둘.
에???????????
체스와 헬캣의 눈이 튀어나올 듯 동그래졌다.
****
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이렇게 뜬금없이 찾아와 도와달라니.
상상치도 못한 이야기였다.
-우리 주인을 좀 빼내야 할 것 같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덤덤한 투로 이야기하는 켄타.
-키린을 말하는 거냐? 우리가 떠나가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흠... 뭐 많은 일은 있었지. 너희들을 돌려보낸 직후 바로 나머지 주인들이 현장에 나타났으니까. 도망이고 자시고도 없었지.
-그래? 그래도 너의 주인 정도라면 그 정도 빠져나가는 건 일도 아닐 건데 왜 빠져나가지 않았지?
-야. 생각을 해봐라. 주인씩이나 되는 존재가 거 안 잡히겠다고 자기 몸만 쏙 빼서 빠져나갔다고 해봐. 그 얼마나 꼴불견이냐?
아~
하긴 맞는 말이다.
켄타가 하는 말은 구구절절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헬캣.
-그런데 너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건 어떻게 알고 왔냐?
-아~ 너도 아마 느꼈을 지도 모르겠는데 이 녀석 향이 있어.
켄타가 체스를 가리키며 말을 했다.
"에? 저요? 잘 씻는데...? 그럴 리가..."
몸을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체스.
땀냄새도 안 나고 완전 깨끗하구만.
왜 매번 이렇게 씻지도 않고 냄새를 풀풀 풍기고 다니는 듯한 이미지를 가지는지 알 수가 없는 체스였다.
-험험. 그 쪽이 아니다.
"그...쪽이 아니라뇨? 아~ 그렇죠? 하긴 제가 하루에 양치질도 세 번에 나가고 들어오기 전에는 항상 샤워를 한다구요.
-그래 그래. 그건 알겠으니. 잠깐만.
이대로라면 본론도 못 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에 켄타가 체스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확히 본론을 이야기하는 켄타.
-...그래서 지금은 그러한 상태다. 그러니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