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55화 (155/249)

#155

납치(2)

'...그만 좀 닥치면 안 되냐? 주둥이가 모든 화의 근원이라더니.'

목구멍까지 치솟는 말.

기절이라도 시켜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힘이 웬만한 인간들은 아예 견뎌내지 못하는 데 있다.

그것만 아니라면 진작에 입부터 막아버렸지.

SS급 마수의 힘이란 그 누구도 얕잡아 볼 수가 없는 힘.

괜히 일을 벌이기도 전에 행여나 잘못될까봐 그녀에게 손을 댈 수 없는 어글리불이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목적지로 그녀를 데려가는 것 뿐.

결국 애써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은 어글리불이 공주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다 쓸 일이 있으니 데려가는 것 아니겠어? 그러니 제발 부탁인데 그 입 좀 다물어 주면 안 될까? 내가 정말 좀 빌게. 귀에서 피가 날 것만 같아."

"그래? 궁금한데 넌 이야기해 줄 생각이 전혀 없구나? 적어도 날 왜 납치하는 지 정도는 알려줘야 따라가는 보람이 있지. 안 그래?"

그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분명히 효용가치가 있기 때문에 자신을 이렇게 납치를 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만큼 떠들었는데도 손을 못 대는 걸로 봐서는 모르긴 몰라도 자신이 절대로 상처를 입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기세가 등등해진 그녀였다.

오목조목 어글리불의 말에 반박을 하며 따지고 드는 로레인.

'아이고. 머리야.'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이냐?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도착하면 어차피 알게 될 것.

그래.

차라리 시원하게 읊어주지.

"그래 그래. 네 몸 안에 있는 반쪽의 열쇠가 필요해서 그런다. 됐냐?"

"...내 몸 안에 열쇠? 그...런 게 있어?"

"그래. 그런 게 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좀 물어봐라. 난 대답할 수 있을 만큼 다 대답해줬다."

하지만 어글리불의 대답이 오히려 그녀를 자극한 듯했다.

눈을 반짝이는 로레인.

"호옹~ 난 내 몸 안에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는데~ 그건 똥을 싸도 안 나오던데?"

"...있다 있어. 야이씨 그리고 그게 뭐 똥을 싸고 그러면 아~ 여기 있습니다 하고 튀어나오는 그런 건 줄 아냐???"

"그런 게 아니면 뱃속에 무슨 열쇠가 있어?"

"...일일이 캐묻지 마라. 어차피 가면 알게 될 거야."

"그래? 그런데 넌 패션을 좀 아는 것 같구나. 이 보라색 옷감은 어디에서 구한 것이지? 나도 이런 옷을 좀 갖고 싶어."

다시 화제를 전환하는 그녀.

아마 도착하지 않는 이상 그녀의 입을 멈추게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제길. 또 시작이군.'

대답을 해주면 좀 조용해질 줄 알았더니 다시 시작이라니...

어글리불의 얼굴이 다시 한 번 괴기하게 일그러졌다.

****

한편 체스는 헬캣과 함께 수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만신창이가 된 수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이거 환수들이 노리는 건 이 쪽이었나보네.

"네? 그게 정말인가요?"

-그래. 건물이 무너진 것이나 주변에 아직 남아있는 잔해를 보니 딱 그렇네.

아~

헬캣의 말을 들으니 그제야 체스의 눈에 들어오는 것들.

여전히 수습을 하느라 바쁜 사람들.

"그럼 우리가 한 짓은 다 뭘 한 거죠?"

-글쎄. 흠... 뻘짓?

하긴 기껏 고생에 고생을 하고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다.

분명히 목적을 가지고 갔었는데 목적 달성은커녕 만신창이가 되었었지.

-야. 그래도 뜬금없긴 하지만 삼단을 다 열어 버렸으니 좋은 것 아니냐?

"처음부터 원한 적은 단 1도 없거든요."

-너 그거 없었으면 애초에 빚을 갚을 수나 있었겠냐?

쯧쯧쯧.

좋은 건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저 지 고생한 것만 생각을 하고 있네.

혀를 찰 수 밖에 없는 헬캣이었다.

"...그...그거야 맞지만..."

-그리고 이미 넌 이 소용돌이에 말려 들었어. 그 녀석에게 복수전도 해야할 것 아니냐?

관여자로서의 역할도 있고.

"엇. 진짜 그걸 다 해야 하나요???"

-그럼 안 하려고 했냐? 그리고 그건 네가 안 한다고 해서 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임마

에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헬캣.

"야! 체스!!!!!!"

그때 체스를 부르는 목소리.

****

그를 부르는 자.

아벤과 그 일행들이었다.

윽-

체스를 보자마자 두터운 팔로 그의 목을 휘감은 채 타박하는 마리안느.

"넌 왜 매번 뭐만 좀 하려고 하면 어디로 홱 사라지냐?"

책망하듯 체스에게 말을 하는 마리안느.

"왜... 왜요...?"

"왜긴 자식아! 같이 움직이기로 했으니 같이 움직일 거였지. 찾아도 도통 나오지를 않아. 이 자식이~"

원래 이들은 체스도 함께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증발을 해버렸는지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체스.

"...제가 그랬나요?"

"그래. 이 자식아. 덕분에 우리가 얼마나 뺑이를 쳤는지 아냐???"

"어디...에 다녀오셨나요?"

"이거 안 보이냐? 여기. 여기. 여기."

자신의 팔뚝을 들어보이며 좀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마리안느.

그 곳에는 여기저기 긁힌 상처들이 온통 도배가 되어 있었다.

"넌 이제 시집은 다 갔다야~"

갑자기 불쑥 끼어든 아벤.

그 와중에도 놀리듯 하는 아벤의 말에 마리안느가 발끈했다.

어디에나 있지.

이렇게 깐족거리는 녀석이.

"넌 또 오늘 그렇게 명줄을 재촉하는구나."

히이이익-

그녀의 말에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아벤이 냉큼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야야!!! 그래~ 또 한번 해보자 이거지? 거기 안 서냐???"

쫓기는 아벤.

그리고 쫓는 마리안느.

그렇게 둘은 순식간에 일행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

"...미안하다. 이런 꼴이라."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기스가 체스에게 사과를 했다.

"아 네 뭐..."

"우리는 데몬 스코르피와 전투를 치르고 왔다."

"아~"

그제야 그녀의 팔에 저 가득한 상처가 이해가 갔다.

이해가 간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체스.

"그런데 너는 어디에 갔었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던데."

"아..."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무슨 핑계를 대야할 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 또 분위기가 바뀐 것 같은데."

기스가 의아한 듯 다시 입을 뗐다.

그 말에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헬캣이 귀를 쫑긋거렸다.

'확실히 이 녀석은 감이 좋단 말이지. 그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네 또.'

대단한 녀석이긴 하군 역시.

처음 봤을 때부터 이 녀석은 만만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헬캣이었다.

'더 조심해야겠어.'

그나저나 여전히 머뭇거리며 핑계도 대지 못하는 체스.

툭-

헬캣은 자신의 꼬리를 이용해 체스를 툭 건드렸다.

그 행동에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내려다 보는 체스의 시선.

'날 이용해라. 이 녀석아.'

헬캣의 시선.

물끄러미 체스를 올려다보는 헬캣이었다.

그리고 잠시 둘의 시선이 마주치는가 싶더니.

아~~~

체스가 나지막이 탄성을 자아냈다.

다행히 눈치는 챘나보다,

'그래. 그래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체스가 헬캣을 들어올렸다.

"이 녀석이 갑자기 사라져서요~ 어디로 그렇게 내빼는지 원 찾기가 힘들어서 죽을 뻔했어요. 아...하...하...하..."

누가 봐도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을 저렇게나 어수룩하게 하는 체스.

'에라이. 멍청한 놈아...'

기껏 생각해낸 게 그런 것이냐!!!

그걸 믿겠냐???

바로 그때.

"아. 그렇군. 너의 애완동물이 사라진 것이었군. 그럼 당연히 찾아야지. 잘했다."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기스.

'둘다 머리는 장식이냐!!!!!!'

둘의 대화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의 헬캣.

속으로 꽤액 고함을 지르는 헬캣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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