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키린(2)
샤아아아아아아아-
퍼져나가는 키린의 힘.
그 기운은 체스의 몸 안에 담긴 키린의 기운과 공명이라도 하는 양 춤을 추듯 일렁거렸다.
그리고 눈부시게 푸른 빛을 뿜어내는 그것들은 온 방 안을 가득 채워갔다.
"그거 또 막 깨워서 도대체 어쩌시려는 거에요???!!!"
켄타가 한 팔로 눈을 황급히 막으며 키린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하지만 그러거나말거나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는 키린.
그리고 그 빛이 절정에 달할 즈음.
체스의 몸에서부터 반응이 왔다.
허어어어어어업-!!!!!!
몸을 벌떡 일으키는 체스.
드디어 정신이 든 그였다.
****
"그래서 당신이었나요?"
이런 건방진 녀석!!!
헬캣과 켄타가 동시에 체스를 돌아보며 외쳤다.
어딜 감히 주인에게 함부로!!!
그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치는 키린.
뭘 여기에서까지 그런 격식을 차리는지 원.
"내가 무슨 대단한 존재도 아니고 무슨 또 그런 반응까지 보이냐? 애 놀라겠다. 갓난아이 아니냐?"
하긴 덩치만 제일 클 뿐.
살아온 나이로 치면 체스가 여기에서 제일 어린 것 또한 사실이었으니.
그 말 또한 맞는 말이라 아무도 키린에게 반박을 하지는 못했다.
그때 체스가 질문을 던졌다.
모든 걸 좀 알고 싶었다.
왜 그랬는지 처음부터 모든 전말을 말이다.
"그래서 도대체 제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에요? 살려줘서 고맙기는 한데..."
"뭐 우선 시작은 순전히 내 오지랖 때문이었지. 내가 널 거기에서 만나게 된 것도 그렇게 널 덥석 살린 것도 일단은 오지랖이 맞다."
"이야~ 엄청 편한 사고방식이네요? 그렇게 사과만 떡 하면 끝이에요?"
가시 돋힌 말이다.
그것 때문에 얼마나 죽을 뻔했는데.
사실 이 정도로 풀릴 것도 아니었다.
더 추궁을 하고 싶긴 했으나 옆의 두 명의 시선이...
살기가 막 머리에 꽂히는 것만 같아서 더 이상 따질 수가 없었다.
"사과하지. 그러고 보니 듣자하니 어글리불이나 다른 녀석들도 너에게 왔다고 하던데? 여럿 녀석들한테 표적이 되었다고 들었다만은."
"그렇죠. 그게 아니었으면 죽을 뻔했죠. 진짜. 그리고 여기 헬캣 님도 많이 도와주셨고 그 덕에 지금 이렇게 살아있죠."
흠흠-
순간 볼이 발그스레지는 헬캣.
'새~~끼.'
그래도 고마운 것 정도는 아는군.
이 몸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입꼬리가 실룩실룩거리는 게 좋은 걸 애써 감추는 듯 보이는 헬캣이었다.
"여하튼 내가 그걸 널 살리기 위해 준 건 맞는 것이고 그 덕에 이리저리 일이 꼬여버린 것 또한 사실이야. 네가 어떻게 해서 관여자가 되어버린 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도 관여자고 그 녀석도 관여자고. 원래는 관여자는 늘 한 명이었는데 이렇게 둘이나 되어버린 것도 이상하단 말이지."
"그래서 그 관여자라는 게 도대체 하는 일이 뭐에요? 맨날 관여자 관여자 거리던데 전 도통 그걸 모르겠거든요?"
"관여자라는 건 말이지..."
아주 심각한 얘기를 시작하는 키린.
허나 그러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의 말인즉슨 그러했다.
관여자.
태초에 인간계가 환수계와 하나로 생겨난 이래.
신이라 불리우는 존재는 유난히 인간들을 예뻐했다.
자신과 쏙 닮은 피조물인 인간들.
그들은 신처럼 사고를 할 줄 알았으며 신처럼 행동하였고 신처럼 응용을 할 줄 알았다.
반면에 환수들.
신의 피조물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김새를 가진 존재들.
그리고 강력한 힘으로 오로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들.
환수들 사이에서 인간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집단으로 뭉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언제나 인간들은 그들의 먹이일 뿐.
심지어 때로는 그들의 재미를 위해 희생을 당하는 인간들이었다.
그 모습을 본 신.
그는 몹시 슬픔에 잠겼다.
자신이 아끼는 피조물들이 저렇게 되는 걸 보니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내린 그의 결정.
그것은 바로 하나의 세계를 더 만들어 인간계와 환수계를 구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 개의 세계.
하지만 신은 그 곳들을 영영 분리하지는 않았다.
환수들 또한 제 품에 자식이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신이 간과한 게 하나가 있었다.
지나치게 신과 닮은 인간들이었기에.
그들 인간이라는 존재들은 신이 준 것들 이외에도 욕망이라는 또 다른 하나의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인간들은 신이라 불리우던 존재와 동급이 되길 원했고 그 결과 신에게 도전하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들이 신에게 달려드는 모습에 격분한 신.
그의 격노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인간들에게 철퇴를 내리는 한편, 환수계와 인간계 사이의 가늘디 가늘었던 통로를 열어 인간들을 거의 몰살하기에 이르렀다.
어떻게 보면 비겁한 것이겠지.
자신의 손에 피는 묻히기는 싫고 그렇다고 자신과 동등하게 서길 원한 자들에게 벌을 내리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그렇게 손도 안 대고 코를 푼 신이었다.
허나 위에서 내려다 본 인간계의 몰살.
현실은 처참했다.
당시 인간들이 환수에게 이기는 것은 지극히 요원한 것이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벌을 내렸다 싶었던 신은 환수들을 원래의 세계로 되돌려 보내려 했다.
하지만 환수계와 인간계의 통로.
신이 넓혀버린 그 통로는 이미 넓어질 대로 넓어져 있었고 신의 힘으로도 더욱 넓힐 수는 있을지언정 좁힐 수는 없었다.
한 마디로 신의 권능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극히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모든 세계를 창조한 신이었거늘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니...
결국 신은 또 하나의 자격을 부여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존재.
그 자들이 바로 관여자라는 존재였다.
통로의 문을 활짝 열거나 닫을 수 있는 존재.
관여자는 매번 결정을 하게 된다.
인간계의 인간들이 교만해진 것인지 그래서 정화가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자신 만의 결론을 내린 후 어느 순간이 오게 되면 통로의 개폐를 책임진다는 것.
그것이 바로 관여자였다.
보통 관여자들은 몇 시대에 걸쳐 단 한 명만 존재하게 되어 있었다.
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하지만 이번은 이상하게도 두 명의 관여자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혹시 모르지.
더 있을지도.
단지 지금 파악된 것이 두 명 뿐일 따름이다.
'...그런 것이었구나.'
체스는 아예 모르던 사실이었다.
관여자라는 존재가 그렇게나 막중한 권한을 가진 존재였다니.
그 말인즉슨 자신의 손에 인간계의 생존이 걸린 것이 아닌가.
게다가 2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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