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49화 (149/249)

#149

각성(2)

이이익-

그러나 온 몸을 틀어 어떻게든 독침을 피하려는 헬캣.

육중한 몸의 헬캣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몸을 튼다.

젠장.

예의 작은 몸이었다면 벌써 피하고도 남았을 것인데.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게된 헬캣이었다.

승리를 위해.

샤악-

'...피했나?'

어깨 쪽을 찔러오던 독침이 아주 미세한 간격으로 자신을 비켜가는 게 헬캣의 시야에 들어왔다.

'됐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예의 작은 몸이었다면 충분히 피하고도 남았겠지만 아쉽게도 많이 달라진 상황.

촤아악-

진의 꼬리에 달린 독침이 아주 살짝 헬캣의 골반 부분을 샤악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따끔함이 느껴진다.

-캬캬캬캬캬캬. 많이 둔해졌네? 이런 것도 다 맞아주고 말이야~

득의양양한 목소리.

꼬리를 다시 원 위치로 되돌리며 헬캣과 살짝 거리를 둔 진이었다.

살짝 스치는 순간 느꼈다.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독주머니에서 독이 빨려나가는 것을.

이제는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자연스레 독은 퍼져 나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 녀석은 또 금방 죽을 것이고 나머지 저 인간 녀석은 자신이 먹으면 그만이고.

키야~ 이 완벽한 설계.

자신의 생각에 탄복이라도 한 듯 제 스스로 감탄을 터뜨리는 진이었다.

그리고 진의 독침이 훑고 간 후의 헬캣.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독이 퍼지는 것 같다.

하긴 저 독.

저 독 한 방울이라면 나약한 인간들 100명 정도는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

그 정도로 강력하다는 말이다.

그나마 자신 정도나 되니 이렇게 버티지...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헬캣은 일단 자신의 기운으로 독이 더 이상 퍼지는 것을 막아두었다.

-뭐 그런 잔재주를~ 어차피 금방 갈 것을. 으흐흐흐.

****

체스의 기운은 갈수록 커져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운이 새어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겉으로 느껴지는 기운이 강하게 느껴질 뿐.

마치 막아놓은 둑이 터지듯 기다렸다는 듯 터져나오는 체스의 기운이었다.

"제풀에 죽겠구나. 그러나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우리의 일이 늦어지니 이만 끝을 봐야겠군."

슬슬 자신의 기운을 끌어 올리는 페릴턴.

그의 만병이 더욱더 강한 기세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관여자가 관여자를 죽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겠군."

페릴턴 또한 다른 관여자를 만나는 것은 처음.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또 존재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영글지 않은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

흠.

뭐 이번에 직접 죽여보면 알 수 있을 터.

페릴턴은 등 뒤에 펼쳐진 만 병 중 검 하나를 꼬나들었다.

스와악-

그리고는 미끄러지듯 진에게 달려드는 페릴턴.

그와 동시에 그의 만병들 또한 체스에게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막강한 페릴턴의 기운을 느낀 체스.

여전히 정신은 돌아오지 않은 상태.

하지만 마치 지금 이 곳에서 자신의 기운을 모두 퍼부어버릴 기세로 체스는 자신의 대검을 좌우로 천천히 돌려갔다.

슈웅- 슈웅- 슈웅- 슈웅-

바람이 인다.

그리고 그 바람은 페릴턴이 쏟아내는 그의 기운에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쿠콰콰콰-

연이어 체스에게로 꽂히는 창들.

한 번, 두 번, 세 번.

정확하게 세 번의 움직임 만으로 그걸 쳐낸다.

하지만 창이 튕겨져 나감과 동시에 방패 하나가 쌔액 소리를 내며 체스에게로 달려든다.

채앵-

그것마저도 자신의 대검을 이용해 막아내는 체스.

슈와아아아아-

일순 둘의 기운이 부딪히며 둘 사이의 공간에 진공 상태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생겨난 빈 틈.

페릴턴 정도 되는 자가 그걸 놓칠 리가 없다.

푸욱-

갑옷이 뚫리고 살을 뚫고 뼛속까지 깊숙이 체스의 몸을 관통해 가는 페릴턴의 검.

하지만 그 기운에 취한 것인지 아니면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탓인지 체스의 얼굴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저 아무 말 않은 채 막힌 팔 대신 다른 팔로 대검을 옮겨쥐더니 페릴턴에게 검을 찔러가는 체스.

"잘 하는군. 하지만 할 수 있겠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조롱하듯 말을 내뱉는 페릴턴.

허나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만병은 쉬지 않고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었다.

****

컵-

커헙-

켁켁켁-

왈칵-

결국은 터져버렸다.

다소 무리하게 움직인 탓에 자신이 막고 있던 진의 독이 온 몸의 혈관을 타고 돌기 시작했다.

-이제 곧 끝이 나겠네~ 버티기는 아주 그냥 왕이야 왕. 그런데 그걸 도대체 어떻게 버틴대? 그게 버티기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닌데~

-너 이씨... 커헉.

온 몸에서 힘이 빠져간다.

자신도 모르게 한쪽 발을 꿇는 헬캣.

그 꼴을 본 진이 자신의 꼬리를 여유롭게 돌려가며 천천히 헬캣에게 다가갔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지.

환석은 자신이 취하고 시체는 자신의 동족들에게 넘겨주면 그만이다.

순간.

퉁- 퉁- 투우웅-

체스가 사정없이 튕겨져 나왔다.

튕겨져 나온 체스의 몸은 몇 번이나 땅에서부터 튕기더니 그대로 헬캣의 옆구리를 직격했다.

커헉-

갑자기 옆구리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충격이 느껴지고 둘은 그대로 하나가 되어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었다.

한데 섞여 몇 바퀴나 뒹굴던 둘.

-야이씨... 야 이ㅁ...

하지만 헬캣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체스의 가슴팍에는 자상 하나가 길게 생겨나 있었고 안색은 몹시도 파리했다.

-야야. 일어나라. 야.

다행히 죽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기도 했고 자상 부위에서부터 더욱 격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주인의 기운은 곧이라도 체스의 목을 움켜쥘 기세였다.

-둘이서 여기서 쌍으로 죽으면 되겠네. 그만 끝내자.

어느 새 인간형의 모습으로 돌아온 진.

그는 몹시도 즐거워 보였다.

입가에 걸린 그의 미소가 귀 밑까지 찢어졌다.

-이제 죽어라. 으흐흐흐흐흐흐흐.

손날을 세운 진.

그가 양손을 슈왁 빠르게 날렸다.

한 손은 헬캣의 머리를 향해.

나머지 한 손은 체스를 향해.

순간 빛이 번쩍 뿜어져 나왔다.

웃-

-뭐...뭐야!

푸르스름한 빛이 격렬하게 빛나며 동공을 마구 자극한 탓에 주위의 모두는 얼른 팔을 들어 눈에 밀려 들어오는 자극을 막았다.

그 와중에도 눈살만 양껏 찌푸린 채 뚜벅뚜벅 걸어오는 페릴턴.

그렇게 빛이 사그라들자마자 스윽 팔을 내리며 그들이 있던 자리를 확인하는 진.

엇!!!

헌데 둘이 사라졌다.

곧이라도 죽을 것 같던 둘이 원래 있던 그 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뭐냐?????? 설마...

아까의 푸르스름한 빛.

그것인가??????

분명히 무언가가 개입이 되었다.

인상이 한껏 찌그러진 진.

제기랄.

"그건가?"

-그런 것 같다.

"이렇게 개입해도 되나?"

-발악하나보지.

사라져 버린 둘을 두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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