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45화 (145/249)

#145

진(3)

콰과과과광-

말이 끝난 직후.

페릴턴은 자신의 몸을 움직였다.

얼음판을 미끄러지듯 듯 그의 발이 주우욱 선을 그려간다.

스아악-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페릴턴의 의지와 함께 움직이던 무기들.

똑같은 박자로 양 갈래로 나뉘어 체스와 헬캣을 향해 쏟아진다.

파파팟-

하지만 이미 체스와 헬캣은 양 갈래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정확하게 그들이 있던 자리에 꽂히는 무기들.

그 사이 체스는 대검을 손에 든 채 그와의 거리를 좁히려는 중이었다.

'지독한 살기구만.'

돌진을 하는 와중에도 피부가 따끔따끔하다.

페릴턴의 지독한 살기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체스의 몸뚱아리였다.

하지만 이 정도 살기는 벌써 수도 없이 느껴봤다.

불끈-

어느 새 자신의 공격범위 안에 들어온 페릴턴.

체스는 두 손에 움켜쥔 대검을 들고는 그대로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일으킨 풍압이 체스에게 돌진해 가는 무기들의 위세를 일순 주춤하게 만들었다.

'제법이군. 중단과 상단이 열린 마수 사냥꾼이라. 허나.'

페릴턴은 체스에게로 쏟아지는 무기들에 기운을 더욱 실어갔다.

칫...

체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꾸만 한 박자 빠르게 들어오는 페릴턴의 공격이 갈수록 무겁게 느껴진다.

까가강-!!!

황급히 대검을 세워 공격을 막아내는 체스.

덕분에 체스의 돌진이 멈춰버렸다.

그걸 본 페릴턴.

"그럼. 우선 너부터."

무표정한 얼굴로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그였다.

****

솨아아아-

페릴턴의 무기가 체스에게 마지막을 선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속도를 더해가는 찰나.

반대편에서 헬캣이 앞발의 발톱을 잔뜩 세운 채 빛과 같은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시야에서 철저히 헬캣을 배제한 페릴턴.

그는 만병의 절반을 헬캣으로 날려보내더니 체스에게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헙-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레 몸을 날리는 페릴턴에 순간 체스가 숨을 들이켰다.

우드드드득-

급작스레 대검을 휘두르는 방향을 바꾸는 탓에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댄다.

하지만 막아야 한다.

으랴아아아아압-!!!

중단의 열매가 팽그르르 격하게 회전을 하기 시작하고 힘찬 고함소리와 함께 부웅 휘둘러지는 대검.

페릴턴이 보기에 이 녀석.

아직 어설프지만 강단은 있어 보인다.

겁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도 저렇게 힘을 내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부족하다.

10년 후라면 승패를 장담 못 할 것 같긴 하지만.

페릴턴은 체스의 대검을 한 끝 차이로 피해내었다.

보기에는 아슬아슬하게 보이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당연히 피해낼 것이었다.

몸을 최대한 땅에 붙인 채 미끄러지듯 체스와 더욱 가까워지는 페릴턴.

그리고 체스는 보았다.

자신을 만난 이래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텁-

켁켁켁-

체스 자신보다 키가 훨씬 작음에도 불구하고 번쩍 들려진 체스.

아귀 힘이...

온 몸을 아둥바둥거려보지만 버...벗어날 수가 없다.

"케...케...ㄱ... 수...수...ㅁ이..."

****

'젠장...역시 저럴 줄 알았다.'

이것들.

헬캣은 자신의 기운을 앞발에 실어 바로 앞까지 다가오는 만병들을 쳐내며 눈살을 찌뿌렸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녀석의 무기 때문에 체스와 합을 맞추지 못했다.

역시 혼자서 했어야 했나.

게다가 저 자.

지금 저 모습 만으로도 강력한데 뭔가 숨겨둔 게 더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선은.

저기 저 못난 놈부터 먼저 살려야 한다.

저대로라면 죽음은 기정 사실.

헬캣은 더욱 몸의 속도를 올렸다.

폭풍처럼 빠르게 휘몰아치는 무기의 숲들을 벗어나며 날카롭게 공간 자체를 베어가는 헬캣의 발톱.

순간 페릴턴의 입가에 떠오른 비릿한 웃음.

그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재밌군."

후웁-

제법 구색을 갖췄지 않은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헬캣은 뭐 말할 것도 없이 강력하다.

크와아아아아앙-!!!!!!

앙증맞은 입을 양껏 벌린 채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헬캣.

순간 늘어지듯 앞발을 휘두르는 헬캣의 기운에 체스의 목을 분질러버리려던 페릴턴이 그를 내팽겨치고 슬쩍 몸을 뺐다.

한 발자국 탁 뒤로 몸을 빼는 페릴턴.

그와 동시에 어느 새 모여든 그의 만병들이 페릴턴의 주위를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헬캣은 포기를 않았다.

몸에 상처가 생기는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페릴턴의 바로 앞까지 치고 들어온 그.

그의 짧디짧은 발이 그대로 휘둘러졌다.

스아아아아악-

촤아악-

헬캣의 공격을 막아낸 페릴턴의 한쪽 팔에 세 갈래의 깊은 상처가 생겨났다.

순간 깊게 가라앉는 페릴턴의 눈가.

그리고 동시에 어이없어하는 헬캣의 표정.

-뭐야? 고작 이거야?

****

한편 셋의 전투를 보고 있는 진.

그는 어느 새 관전자 모드로 접어들어 데몬 스코르피 중 한 마리의 등에 앉아 있었다.

-아이씨. 거기서는 그렇게 하면 안되지! 오오오오~ 그건 좋아. 나쁘지 않네. 캬~ 저 인간 녀석도 나름 잘 싸운단 말이지. 안 그렇냐?

얼른 자신의 말에 동의를 하라는 듯 자신의 부하에게 질문을 던지는 진.

끼에에엥-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역시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단 말이야. 내가 싸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보는 것도 괜찮지. 우흐흐흐흐흐.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그들의 전투였다.

저걸 보고 있자니 또 몸이 근질근질거리는 듯하다.

하지만 괜히 참전했다가 또 저 녀석이 화를 낼 수도 있으니 섣불리 끼어들지를 못하겠다.

괜히 사서 욕을 얻어먹기는 또 싫단 말이지.

바로 그때.

페릴턴의 한쪽 팔에 헬캣의 공격이 먹히는 게 보였다.

-오호오오오오~~~ 유효타다 유효타. 너네 이제 큰일났다. 쟤 이제 눈 돌아갈 건데. 어떡할래? 크크크크크.

그때 옆의 마수 한 마리가 조그맣게 울음소리를 내었다.

-참전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내가? 저기에? 이 놈이 날 뭘로 보고. 야야. 저기에 들어가면 큰일난다. 저 녀석 눈 돌아가면 무섭다고~

벌써 눈이 돌아가고 있잖나.

시뻘겋게 물들어 가는 게.

끌끌끌-

진이 혀를 찼다.

****

그의 팔 깊숙이 상처를 내어버린 헬캣.

일순 자괴감에 빠져든 듯한 헬캣이었지만 그는 공격을 계속 이어갔다.

쾅- 쾅- 콰앙-

하지만 번번이 헬캣의 공격을 막아낸다.

헬캣의 공격을 막아내는 건 페릴턴의 만병.

순간 헬캣의 척추를 파고 드는 섬찟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가 헬캣의 온 신경을 자극해 왔다.

'엇!!!'

뭔가 상태가 이상하다.

눈앞의 저 인간.

힘이 점점 증폭되어 간다.

마치 이 세계 것이 아닌 듯한 저 힘.

하지만 공격을 멈출 수 없는 헬캣.

이미 기세를 타버린 지라 그의 공격은 더욱 강도를 더해갔다.

순간 페릴턴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터져나왔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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