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41화 (141/249)

#141

데몬 스코르피(6)

탁탁탁탁-

10개의 다리를 이용해 죽은 동료의 몸을 빠르게 올라타는 나머지 한 마리.

명백한 적의가 둘의 공간을 가득 채워나간다.

동족의 어이없는 죽음에 동화된 감정 탓이었다.

그걸 본 체스가 방어 자세를 취하는 사이.

뚝-

갑자기 돌진이 멈춰졌다.

그리고는 아크로바틱을 하듯 몸의 자세를 바꾸어 가는 데몬 스코르피.

날카로운 칼날이 달린 앞발을 이비 시체가 되어버린 동족의 몸에 찔러넣어 몸을 고정시킨 뒤 그 마수는 갑자기 허리를 양껏 위로 치켜올린다.

마치 활대가 휘듯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마수의 몸.

???

뭐하는 짓이지?

머릿속에 다음 행동이 그려지지 않은 탓에 체스는 자세만 갖춘 채 멀뚱멀뚱거렸다.

그리고 그떄.

슈와아아악-

숨겨진 곳에서부터였다.

몸통에 가려져 있던 곳에서부터 한껏 활시위처럼 휘어진 꼬리가 그대로 체스에게 찔러져 온다.

꼬리에 달린 구체 부분에 뾰족하게 달린 침.

독이 잔뜩 머금어진 탓에 그 끝부분이 녹색으로 번들번들거리는 게 육안으로도 확인이 될 정도다.

쌔애애애액-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꼬리.

까아아아앙-

순간 체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고막이 웅웅 울릴 정도로 둔탁한 충돌음이다.

꼬리와 대검의 충돌.

그래도 지금껏 배운 게 도움이 확실이 되는지 그는 자신의 키 만한 대검을 들어 공격을 막아내었다.

자신의 공격이 막힐 것이라 생각지 못한 데몬 스코르피.

하지만 다음 공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수는 꼬리를 거두는 척하며 재빠르게 다음 공격을 이어갔다.

하나의 앞발을 빼는가 싶더니 그 큰 덩치를 더욱 들어올리는 마수.

그리고는 앞발과 꼬리를 이용해 동시에 체스에게 치고 들어간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체스의 손아귀 안에 있다.

마수의 행동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는 체스.

검이 살짝 늘어뜨려진다.

스릉-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갑자기 빙글 돌리는 체스.

하지만 마수라고 가만히 있을 소냐.

마수 또한 공격을 재차 이어갔다.

허나.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는 법.

그 무거워보이는 대검이 지극히 깔끔하게 공기를 가르는가 싶더니 그 기세를 몰아 꼬리마저 갈라버렸다.

서겅-

순간.

끼에에에에에-

잘려나가는 부위에서 극렬한 화끈함이 느껴지고 고통에 휩싸인 마수의 몸이 일순 뒤로 휘청거렸다.

휭휭휭휭-

투우웅-

잘려나간 꼬리 부분이 포물선을 그리며 볼썽사납게 땅에 처박히는 바로 그때.

체스의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자신이 들고 있는 검으로 마수의 날카로운 앞발 부분을 그대로 찍어버리는 체스.

끼에에에엑-

다시 한 번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2개의 앞발 중 하나가 그대로 뭉텅 썰려 나갔다.

그 사이 꼽혀있는 검을 뽑아드는 대신 체액이 질질 흐르는 꼬리 부분을 덥석 두 팔로 움켜쥐는 체스.

마수의 체액이 마구 튀겨 그의 옷에 덕지덕지 묻어나갔지만 체스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절반 정도 남은 꼬리를 확 끌어안은 채 온 몸에 기운을 두르기 시작했다.

불끈불끈-

체스의 팔에서 힘줄이 빠악 솟아오른다.

그리고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마수.

공격에 실패한 대가는 컸다.

앞발 하나가 잘려 나가고 멋들어진 꼬리마저 절반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감각들이 경고하기를 몹시도 불행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쉬이 체스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진정 사람이 맞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의 힘이었다.

그 사이.

체스가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슝- 슝- 슝- 슝-

몸을 회전시키기 시작하는 체스.

그것도 데몬 스코르피의 꼬리를 잡은 채.

바람이 일어난다.

회전이 격해지면 격해질수록 그에 동반된 바람은 더욱 강해져갔다.

점점 빨라지는 속도.

슝슝슝슝슝-

그리고 회전율이 극에 달했을 때.

뚝.

체스는 마수를 잡고 있던 그의 손을 타악 놓았다.

우랴아아아아압-!!!!!!

체스가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날려버린 마수는 그대로 하늘로 부웅 솟아 올랐다.

"어우. 어지러워. 너무 빨리 돌렸나?"

눈알이 팽팽 도는 게 머리가 다 어질어질하다.

마수를 집어 던지고 가만히 서있는 체스의 몸이 일순 비틀거렸다.

****

하지만 이내 균형을 잡은 체스.

그는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장딴지에 힘을 빠악 집어넣는가 싶더니 그는 그대로 하늘로 힘껏 뛰어 올랐다.

바람이 불어온다.

여전히 마수의 동체는 하늘에 떠올라 있는 상태.

그리고 하늘로 힘껏 뛰어오른 체스의 눈과 마수의 여러 개의 눈이 공중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아둥바둥대며 공격을 하려는 마수.

허나 쉽지 않다.

아니 애초에 될 리가 없지.

그런 마수의 움직임을 보며 씨익 섬뜩한 미소를 짓는 체스.

푸슝-

그는 클링어를 날려 마수의 몸으로 자신의 몸을 바싹 붙였다.

그리고는 한 손에 쥐어진 대검을 강하게 마수의 몸에 쑤셔 넣었다.

콰드득-

사정없이 찔러버린 체스의 대검에 쩌저적 갈라지는 마수의 갑각.

끼에에에에에-!!!!!!

어느 새 손잡이 부분만 남은 채 남김없이 마수의 몸에 꽂힌 대검.

그렇게 둘은 그대로 땅으로 추락해갔다.

쿠우우우우우웅-

엄청난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마수는 절명이었다.

클링어를 회수하며 자신의 대검을 뽑아드는 체스.

으차-

"이거 A급 마수 맞아? 너무 약한데?"

남들이 봤으면 기겁할 일.

실버 등급 따위가 A급 마수 2마리를 잡아버렸다.

그것도 혼자서.

체스 본인은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상대하기에는 너무나 약하지 않나.

스릉-

남은 적은 더 이상 없어 보였다.

자신의 대검을 등 뒤에 다시 꼽는 체스.

"고작 이런 것들에 사냥단 하나가 전멸을 했다니. 그 때처럼 뭔가 다른 게 있었나?"

문득 체스의 머릿속에 어스아시시가 난입했던 때가 떠올랐다.

그런 정도가 된다면야 이해를 하겠지만.

자신의 범위 안에서라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약함이었다.

"뭐 이상하긴 하다만은."

약간 갸우뚱거리는 체스였다.

****

샤샤샥-

2명의 남자가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며 어디론가 바쁘게 이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누군가를 발 빠르게 쫓아가는 중이었다.

"톰. 저 자들 본 적 있냐?"

"아뇨. 형님. 처음 봐요."

"분명히 여기 데몬 스코르피 오는 길 전부 지시 내려오기 전까지 접근 금지라는 명령은 내려왔었지?"

"맞아요. 형님. 그건 확실해요. 저희가 직접 조사하고 보고를 했었잖아요. 명령서도 우리가 가지고 있고."

톰이라 불린 사내가 자신의 가슴팍을 가볍게 툭툭 두들겼다.

"그런데 왜 저 자들은 여기를 싸돌아 다니는 거야?"

미친 듯이 발을 움직이는 와중에도 톰이라 불린 사내에게 던져진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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