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40화 (140/249)

#140

데몬 스코르피(5)

정확히 타인의 의지에 의해 쏘아지듯 날아가는 체스의 몸.

등의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체스의 몸은 바닥에 사정없이 처박혔다.

철퍼덕-

볼썽사납게 나자빠지는 체스.

에퉤퉤퉤퉤-

입 안이 까끌까끌하다.

공교롭게도 얼굴부터 처박힌 탓에 입 안에 들어온 흙들 때문에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아. 뭐야. 너무하네 진짜. 왜 사람을 치고...!"

엉거주춤 몸을 일으킨 체스가 저 뒤편에서 극히 편한 표정을 지은 채 쭈그리고 앉아 있는 헬캣을 보았다.

순간 넘쳐나는 적의.

한둘이 아니다.

"아. 망했..."

****

푸와악-

땅을 헤치고 올라오는 검은 색의 기다란 물체.

하늘로 올곧이 솟구친 그것은 이내 땅에 널부러진 체스에게로 들이닥쳐왔다.

"와이씨!!!"

2개의 꼬리였다.

네 발로 기다시피 황급히 그 자리를 피한 체스.

퍼어억-

흑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그 먼지들이 스륵 가라앉을 무렵.

"헉헉헉."

그 꼬리들은 정확히 벌려진 첵스의 가랑이 사이에 꽂혀 있었다.

만약에 저 커다란 것들이 조금만 위로 올라왔다면...?

재앙 중에 재앙이다.

상상 만으로도 진심 간이 철렁 내려앉는 체스였다.

"후와... 이 개놈들이. 아직 장가도 안 가본 나를! 죽을 뻔했네."

식은 땀을 흘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찰나.

갑자기 체스가 주저앉아있는 땅 부근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어? 어...?

파도가 일렁이는 듯 땅이 갑자기 불끈 솟아오른다.

푸와아악-

땅을 뚫고 솟아오른 건 2마리의 데몬 스코르피.

검은 색의 매끈한 동체가 햇빛에 비쳐 번들번들거린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라 무기를 빼낼 생각도 못한 채 멍 때리고 있는 체스.

순간 다음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 촤라락 펼쳐졌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내려진 결론.

'안 피하면 죽는다.'

생각이 끝나자마자 그의 행동은 빨랐다.

미처 마수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는 체스.

그는 대검을 꺼내드는가 싶더니 빛살 같은 속도로 왼손의 클링어를 마수에게로 발사했다.

슈아아악-

공기를 가르며 마수에게로 곧장 날아간 클링어.

체스의 왼편에 있는 데몬 스코르피에게 날아간 클링어는 마수의 두꺼운 각질 안 연한 부분에 그대로 정확하게 꽂혔다.

'됐다. 이 정도면 완전 달인 수준이지.'

내심 지극히 만족스러워하는 체스의 표정.

명중률 100%다.

심지어 튕겨져 나오지도 않는다.

자신이 날린 클링어의 실력에 스스로 만족하며 체스는 클링어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슈와아악-

일순 빨려들 듯 데몬 스코르피에게로 날아가는 체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그 와중에도 체스는 자신의 대검을 스릉 꺼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후속타를 위한 멍석은 다 깔렸다.

후랴아아아아아아압-!!!

자신의 키 만한 대검을 그대로 깊숙이 찔러넣는 체스.

본래라면 갑각과 갑각 사이의 부드럽고도 연한 부분에 검을 찔러넣었어야 할 터였다.

하지만 왠지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 이 온 몸 가득 넘치는 힘이라면 저 정도의 갑각은 그냥 부서버릴 것 같은 느낌.

그는 중단과 상단을 동시에 열어 젖혔다.

씨앗이 느껴진다.

아니지. 이제 씨앗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제법 커진 중단이다.

여하튼 그것.

체스가 힘을 불어넣자 중단의 그것은 맹렬하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압-

자신의 기합소리에 자극이라도 받은 듯 체스의 팔뚝에 힘줄이 잔뜩 솟아오른다.

그리고 그 힘이 정점을 찍어 더 이상 끌어올릴 단 일말의 힘조차 남지 않은 바로 그 때.

체스는 자신의 검을 힘껏 찔러 넣었다.

푸와악-

마스의 등 부분의 갑각에 정확하게 대검이 꽂힌다.

순식간에 안까지 파고 들어가버린 체스의 대검.

마치 연한 두부에 검을 찔러넣는 듯 대검은 그대로 푸욱 들어가 버렸다.

그와 동시에.

콰드득-

마치 가뭄에 땅이 갈라지듯 갑각이 쩍쩍 짜개진다.

푸왁-

체액이 튄다.

끼에에에에에-

그리고 들려오는 데몬 스코르프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

갑각을 부순 검은 안쪽의 연한 살을 헤집고 마수의 몸 속 깊숙이 뼈에까지 다다른 채였다.

'위험하다. 몹시 위험하다.'

마수의 모든 감각기관에서 지금 이 공격은 몹시 위험하다는 경고음을 연신 내보냈다.

허둥대며 괴로워하는 마수.

그걸 본 바로 옆의 데몬 스코르피가 꼬리를 수평으로 힘껏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체스는 알고 있다.

이대로라면 그 공격이 자신의 허리를 양단해 버릴 것이라는 것을.

스윽-

체스는 재빨리 상체를 숙이며 마수의 갑각 속에 박힌 검을 돌려가며 더욱 마수의 몸을 강하게 헤집기 시작했다.

****

키에에에에엑-

더더욱 울부짖으며 날뛰는 마수.

등 위에 올라탄 이 녀석은 위험하다.

마수는 몸을 마구 흔들어 어떻게든 저 벌레 같은 것을 떨어뜨리려 안간힘을 썼다.

허나.

체스의 행동은 마수의 예상을 완전 비껴갔다.

응당 버티기를 할 줄 알았던 체스가 전혀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워우~ 요놈아. 그 정도는 이미 실컷 경험했다 자식아."

여유가 잔뜩 묻어나는 체스의 목소리.

요리조리 허리를 움직여 균형을 잡은 체스는 갑각에 박힌 대검을 갑자기 빼는가 싶더니 재빨리 마수의 머리 위로 내달렸다.

탁- 탁- 탁-

단 두어 걸음이다.

순간 체스의 행동에 깜짝 놀란 마수의 4개의 눈이 뒤룩 구르더니 체스를 째려보는 듯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몸을 어떻게든 빼내며 체스를 땅바닥에 떨어뜨리려는 찰나.

체스가 고함을 외쳤다.

"늦었다 이놈아!"

푸욱-

콰드득-

힘껏 내지른 체스의 검.

그리고 그의 대검은 데몬 스코르피의 머리를 그대로 꿰뚫어 버렸다.

머리를 꿰뚫은 그 검은 아예 마수의 턱 밑까지 삐져 나와있었다.

끼에에...

이렇게 한 마리가 끝이 났다.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그대로 땅에 처박히는 데몬 스코르피 한 마리.

"뭐야? 생각보다 너무 약하잖아."

너무나 싱겁게 한 마리의 마수를 처리해 버린 체스.

오히려 얼떨떨한 건 자신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체스의 현재 상태.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아도 자신만 모르는 자신의 상태.

체스는 자신이 얼마나 강해진 것인지 감조차 전혀 못 잡고 있었다.

아마도 조금?

아주 조금 정도는 알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자신에게도 느껴지는 게 있을 터이니.

하지만 그게 정확하게 어느 정도인지는 본인 자신 만큼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체스를 상대하는 건 언제나 헬캣.

그렇기에 비교 대상 자체가 아예 달랐다.

지금 체스가 상대하고 있는 데몬 스코르피와 헬캣을 비교한다라...

어우. 아서라.

체급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한 마리가 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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