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39화 (139/249)

#139

데몬 스코르피(4)

옆모습만 미남인 브로드의 등장이다.

협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그가 들어오자 잠시 그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곧.

집중력이 풀려버린 마수 사냥꾼들.

"협회장이 직접 나와서 얘기하는 게 아닌가 본데?"

"그런가 봐. 별로 중요한 게 아닌가본데? 생각보다 안 심각한가봐."

브로드를 보며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드느라 집회소 안은 순식간에 잡담이 넘쳐났다.

탁-

"조용조용. 조용히들 하시오."

하지만 역시나 통제가 되지 않는다.

씨알도 안 먹히는 자신의 목소리에 브로드의 한쪽 눈썹이 일순 꿈틀거렸다.

"조요오오오오오옹!!!"

쏴아-

순간 침묵이 집회소 내부를 감싼다.

브로드가 자신의 기운을 개방한 탓이었다.

헙-

무려 3위의 랭커가 아닌가.

그의 날카로운 기운을 느낀 마수 사냥꾼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시끌벅적하기만 하던 집회소 내부가 일순 싸늘해졌다.

'흠. 역시 이래야지.'

유난히 조용하고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제야 실내의 상황에 만족한 브로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데몬 스코르피에 협회는 협회 차원에서의 대응은 하지 않을 생각이오. 그 정도의 위협은 아니라고 판단을 했기도 하고 기존의 의뢰들 또한 산적해 있는 상태라 이번 일은 그대들에게 맡길 예정이오."

호오~

별로 큰일이 아닌가봐?

뜻밖이었다.

수도로 오고 있다는 말도 나왔고 처음 탐색된 수보다 훨씬 많은 무리라고 했지 않나.

그렇기에 당연히 협회 측에서 움직일 줄 알았는데.

브로드의 말을 들은 마수 사냥꾼들의 얼굴에는 의외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럼 그건 정식 의뢰로 돌린다는 말인가요?"

구석에 있는 마수 사냥꾼 중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그렇소. 어차피 다 돈을 벌려고 하는 일 아니오? 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니. 하지만 하나 명심할 것이 있소. 테라 사냥단이 전멸한 건 이미 알고 있을 터이니 웬만하면 목숨값이 아까운 사람들은 지원하지 마시오."

웅성웅성-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애매모호한 말이다.

한 마디로 실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애초에 덤비지 말란 말인지.

알아서 제 분수를 알란 말...인가.

그때.

"지금 바로 지원할 사람들 있소?"

브로드가 고민의 늪에 빠진 좌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허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마수 사냥꾼들은 저마다 계산을 굴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등급이 높은 자들은 어떻게 해야 자신의 몫을 늘릴까 눈치를 보고 등급이 낮은 자들은 참석자가 누가 되는지에 따라 결정을 하겠다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순간 누군가 손을 든다.

"난 가겠소. 정식으로 의뢰를 받는 건 기존 절차대로 하면 되오? 게다가 테라 사냥단 하나가 아예 전멸을 했소. 그들도 우리의 동료. 동료의 복수도 해야 하지 않겠소? 그렇지들 않나? 뭘 그리 눈치들을 보는 거야? 쪽팔리게. 우리 파티는 간다."

불쑥 손을 든 채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자.

호리호리한 몸매의 소유자.

브로드도 익히 알고 있는 자이다.

사파이어 등급의 마수 사냥꾼.

하지만 나머지 마수 사냥꾼들은 여전히 간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

순수하게 복수라는 감정으로 접근하고는 싶지만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만 하니.

스륵-

그때 누군가가 브로드가 나온 곳에서부터 천천히 걸어나왔다.

****

"나도 가겠네. 이왕 갈 거 빨리 처리하는 게 낫겠지."

노인의 음성.

하지만 그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은 여기에 아무도 없다.

뜨악-

모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심지어 브로드마저.

"아니. 협회장님. 그게 무슨! 그런 말씀 없었잖아요."

브로드가 로스티에게 낮은 목소리로 화를 버럭 내며 따졌다.

"뭐 골방에 매번 짱박혀 있어봤자 뭐하나. 운동 겸 산책할 생각으로 다녀오는 게지. 어허허허."

말이야 저렇게 하지만 브로드의 생각은 달랐다.

협회장이 나선 이유.

분명하다.

이건 무언의 압박.

지금 마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빨리 해결하라는 왕실로부터의 무언의 지시겠지.

지난번 왕실이 습격을 받았을 때 협회에서 먼저 처리를 안 한 것에 대해 로스티가 직접 국왕에게 불려갔었지 않나.

필경 그런 연유겠지.

"왕실 놈들..."

탁탁-

협회장은 잡소리 하지 말라는 듯 브로드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그리고 순간 집회소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협회장이 간다는 건 곧 생존확률 100%.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이 기회를 안 간다는 건 뭔가 어디 한 군데 나사가 빠지지 않은 이상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나도 가겠소!"

"나도! 나도!"

"내가 먼저 손 들었다! 이 자식들아!"

하아......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집회소를 보며 브로드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관자놀이를 질끈 눌렀다.

참여는 좋지만 이렇게까지 급작스러운 걸 원하지는 않았는데...

협회장을 바라보니...

그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그저 마수 사냥꾼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며 화답해주는 중이었다.

'저 영감을 살려? 말아?'

젠장맞을.

한숨만 푹 나오는 브로드였다.

****

그런 일이 벌어진 지도 모른 채 체스는 열심히 달려가다시피 걸어가는 중이었다.

풍경이 빠르게 바뀌어 가고 발이 쉴새없이 움직인다.

두 발 그리고 네 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고 있는 둘.

체스와 헬캣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저리도 빠를 수가 있나?

헬캣이라면야 이해를 하겠지만 체스의 발도 거의 달려가다시피하고 있다.

저것도 헬캣과의 훈련의 성과인가?

확실히 실력이며 체력은 예전과 비교를 못할 정도이긴 한데.

그러하다.

이것은 순전히 훈련의 성과였다.

중단의 씨앗도 제법 커졌는지 달려가는 속도가 예전과는 비교 불가할 정도다.

본인조차도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몰랐을 터.

달려가는 둘의 뒤로는 흙먼지가 연신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부터 헬캣의 신경을 자꾸만 긁는 어떤 소리.

그 소리는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울려대고 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헬캣의 귀가 움찔움찔거렸다.

쳇-

쳇-

쳇-

연신 투덜거림을 뱉어내는 체스.

출발하고 나서부터 계속 저렇게 투덜대고 있다.

뚝-

결국 참다 못한 헬캣이 걸음을 멈춰섰다.

-아니. 야. 너 왜 자꾸 투덜대냐?

날이 선 헬캣의 목소리.

"네? 제가 언제요."

일단 발뺌부터 하고 보는 체스였다.

하. 참나.

어이가 없다.

-언제긴 언제야. 지금도 그렇게 입이 댓발로 나와있구만 뭘 아닌 척을 하냐? 가기 싫냐?

"아뇨? 너~~~~~무 가고 싶은데요?"

-그럼 그 네 주둥이는 왜 그러냐? 도대체. 무슨 내가 멱살을 끌고 가는 것도 아니고 다 너한테 도움되라고 하는 건데 뭘 그리도 투덜대는 거냐?

체스가 투덜대는 이유.

별로 이유는 없었다.

단지...

가기가 싫을 뿐이지.

하지만 헬캣은 그 본질적인 이유를 알아차렸다.

제법 오랫동안 함께 했더니 이 인간 녀석의 습성 정도는 금세 파악할 수 있는 헬캣이었다.

-쫄았냐?

"쪼...쫄긴요! 더...더워서 그런 거거든요!"

헬캣의 말에 체스가 큰 소리로 바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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