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36화 (136/249)

#136

데몬 스코르피(1)

콰드득-

마수 한 마리가 자신에게 묶인 클링어를 획 잡아당겼다.

어엇-

순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마수 사냥꾼 한 명.

재빨리 클링어를 끊어내려 해보았지만 뭔가 다른 수단을 생각하기에는 끌려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역시 인간과 마수 간의 물리적인 힘의 격차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힘껏 저항을 해보지만 어이없게 끌려가는 마수 사냥꾼의 몸.

그도 나름 짬밥이 꽤나 되는 마수 사냥꾼이었지만 이런 경우에는 경험이 통하지 않았다.

"이이익... 도와줘!!!"

목청 높여 지원을 요청하는 마수 사냥꾼.

그의 목소리에 주변의 마수 사냥꾼들이 달려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자신의 집게발을 들어올리는 마수.

덩달아 집게발에 묶인 클링어 탓에 마수 사냥꾼도 허공으로 떠올랐다.

순간.

마수의 꼬리 부분에서 쏘아지는 독침.

컥-

마수 사냥꾼의 몸이 독침에 꿰뚫렸다.

절명이다.

비명조차 지를 시간도 갖지 못한 채 마수 사냥꾼 한 명의 고개가 그대로 떨구어졌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 마수 사냥꾼의 시체는 그대로 마수의 양껏 벌려진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콰드득- 콰드득-

뼈가 부숴지는 소리.

살점과 피가 튀기는 와중에도 마수는 자신의 식사를 즐기며 다음의 목표물을 탐색했다.

자신의 무리들과 함께.

****

"겨우 몇 마리 되지도 않는 마수들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단 말이냐! 얼른 잡아라!"

고함에 고함을 외치는 노년의 사내.

어쩌면 이미 결과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다소 무모한 사냥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개체수가 두어 마리 정도 밖에 되지 않다는 탐색조의 보고를 받았기에 수락한 것이었거늘 그 결과는 보는 바와 같이 참혹할 따름이었다.

그는 테라 사냥단의 단장이자 골드 등급의 마수 사냥꾼 클리온.

그리고 그가 이끄는 테라 사냥단은 중소형의 그다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실속형의 사냥단이었다.

지금 자신들이 받아들인 의뢰는 A급 마수인 데몬 스코르피의 사냥.

평소에는 자신들이 처리할 수 있는 의뢰 만을 받는 클리온이었다.

하지만 그 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덥석 받아들인 의뢰가 지금 자신들의 목줄을 죄여오고 있었다.

A급 마수 데몬 스코르피.

주로 건조한 지역.

즉 사막 같은 지역에서 출몰하는 마수들이다.

앞발에 달린 2개의 집게 그리고 짙은 흑색의 몸통.

그리고 매끈하게 쭉 뻗은 꼬리.

외형만 보면 사냥하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게 생긴 마수이다.

A급 마수치고는 크기도 그다지 크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정말 위험한 건 바로 저 꼬리.

꼬리 부분에 달린 동그랗게 생긴 구체 모형과 거기에 달린 날카로운 촉수 같은 것이었다.

저 구체 부분에는 단 한 방울로도 일반인들은 수십여 명을 죽일 수 있는 극독이 들어가 있다.

게다가 저 구체 부분에 달린 날카로운 촉수.

저걸로 사람을 찔러 독을 주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촉수에서 독을 쏘아내기도 한다.

맞거나 쏘이거나 혹은 독에 스치는 순간 몸이 흘러내리는 극심한 고통.

지금껏 저 독에 중독되고 살아남았다는 자들을 본 적이 없기에 매우 위험한 마수임에는 틀림없었다.

지금도 벌써 여럿이 죽었다.

단 두 마리의 마수이거늘 등급이 낮은 마수 사냥꾼들을 꽤나 잃어버린 그들이었다.

게다가 저 덩치 만으로 봤을 때는 A급 마수라고 칭하기에도 애매하다.

흔히 알려진 것보다 거의 2배는 더 커보이는 저 몸집.

그렇기에 접근조차 용이하지 않아 애는 애대로 먹고 데리고 온 단원들은 계속 마수들의 밥이 되어가는 형국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악!!!"

또 한 녀석의 비명소리.

클리온이 잠시 후회에 빠진 사이 또 한 명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마수의 양 집게에 발과 머리를 잡힌 녀석.

손에 들어온 먹이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마수가 힘을 주어 당기자 상하체가 그대로 분리가 되며 뜯겨져 나간다.

후두둑-

피와 내장이 한꺼번에 땅에 쏟아진다.

마수는 한 조각이라도 놓칠세라 얼른 자신의 집게에 달린 먹이를 마치 지옥의 무저갱처럼 벌린 입 안으로 가져갔다.

"제길..."

절로 욕지거리가 나온다.

얼굴을 보니 마수 사냥꾼이 된 지 반 년 정도가 된 녀석이다.

자신이 힘내라고 열심히 하라며 어깨까지 두들겨 줬었지 않나.

처음 단에 입단했을 당시만 해도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녀석이랬는데.

이번에 이걸로 많은 돈을 벌어서 집 살 돈을 마련한다더니.

"젠장. 더 이상 희생을 할 수는 없다. 등급 높은 녀석들이 나와 함께 막고 나머지는 뒤로 조금씩 빠진다!!!"

클리온이 자신의 검을 꼬나들고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그의 말에 이제야 살았다는 듯 등급이 낮은 마수 사냥꾼들이 얼른 뒤로 빠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빈 자리.

그 빈 자리는 등급이 높은 마수 사냥꾼들이 채워나갔다.

"고작 두 마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배가 부른 탓인지 아니면 지친 탓인지 마수들의 움직임이 좀 굼뗘졌다는 것이다.

클리온의 격려 속에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하는 마수 사냥꾼들.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크아아아아!!!"

"헉!!!"

"사...살려줘!!!"

뒤편에서 다시 들려오는 아까의 마수 사냥꾼들의 비명소리.

...분명 대열을 정비했지 않나.

클리온이 뒤쪽에서부터 들려오는 참혹한 소리에 재빨리 뒤로 고개를 돌렸다.

****

'후아. 이제 살았다.'

실버 등급의 마수 사냥꾼인 지란이 한숨을 쉬었다.

애초부터 잘못되었다.

처음부터 고참들이 나섰다면 쉬웠을 것 아닌가.

말로는 자신들의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그걸 위해 치른 희생이 너무 크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뒤로 빠져서 다행이다.

늦은 감이 없자나 있지만 고작 두 마리인데 이제는 잡을 수 있겠지.

잠시 숨을 고르는 지란.

함께 있던 동료들 몇몇이 데몬 스코르피의 위장 속에 들어가긴 했지만 다행히 자신은 살아남았다.

몸을 살펴보니 피부에는 긁힌 상처 밖에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지.

그렇다면 여기서 살아서만 가면 되겠지.

그 순간.

갑작스레 자신의 뒤편에서 진동이 두두두두 들려왔다.

순식간에 자신의 바로 발 밑까지 다가오는 그 강한 진동들.

'이건 땅 속에서 느껴지는 진동인데...?'

그가 의문을 가진 찰나.

"뭐... 뭐야?"

일말의 불안감을 가슴 속 한켠에 둔 채 얼른 주위를 둘러보니 동료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자신의 주변에 있는 동료들도 이 진동을 느낀 듯했다.

영문 모를 진동에 무슨 일이냐며 서로를 쳐다보는 그들.

바로 그때.

푸와아아아아아악-

땅이 솟구쳤다.

아니 정확하게는 땅 속에 있던 무언가가 솟구쳤다.

몇 미터를 순식간에 뛰어오른 그것들.

일순 하늘이 시커매졌다.

그들의 커다란 덩치가 하늘을 뒤덮어 버린 탓이었다.

수는 적어도 수십여 마리는 되는 듯했다.

잠시 꿈인가 싶어 아무런 생각을 못한 채 하늘만 쳐다보는 지란.

그저 머릿속이 새하얘진 그였다.

순간.

촤아아아악-

독이 뿌려졌다.

으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오고.

촤악-

지란의 몸에도 어김없이 묻기 시작하는 마수의 독.

'이게 뭐...'

미처 생각을 끝마치지도 못한 지란이었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습격을 당한 그들의 몸은 한 줌 핏빛 액체가 되어갔다.

독과 잔뜩 뒤엉킨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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