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호송(7)
"젠장! 어서!!!"
뒤에서 들려오는 행크스의 목소리.
하지만 이미 늦었다.
제프, 시프 형제를 비롯한 캉고르단은 이미 현장에서 벗어나는 중이었다.
물론 빠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몇 십 명의 부하들을 던져두고서야 그들은 자신들을 쫓아오는 호송대원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혹여나 심슨이 쫓아올 줄 알고 내심 긴장했었지만 다행히 쫓아오지는 않았다.
거기까지는 자신의 일이 아니어서인 듯했다.
"아우야~"
나란히 옆을 달리는 제프가 시프를 불렀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좀더 흔적을 없애고 멀리 빠진 후 복귀를 해야 한다.
"야! 시프!"
다시 한번 자신을 부르는 제프의 목소리에 그제야 시프가 멈춰섰다.
"이 정도면 안 오겠지?"
주위를 둘러보는 시프.
읍읍읍-
마구 발버둥을 치는 아이.
옷은 후줄근하지만 금발에 아주 여자아이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였다.
아~
그제야 자신의 옆구리에 끼운 아이의 존재를 다시금 깨달았다.
아이의 입을 막은 손을 떼는 시프.
"푸확. 누구야! 날 얼른 보내줘!!!"
꽥꽥거리는 고함 소리가 사방팔방 퍼져 나간다.
그리고는 시프의 팔에 매달린 채 발버둥을 마구 치는 아이.
"윽. 입이 딱따구리 수준이구만. 귀 따가워."
"시프. 이런 애를 뭐한다고 데리고 오는 거야? 얼굴이야 어디 팔아도 한 미모할 것 같다만은 영 못 사는 집 애 같은데. 뭐 설마 유괴 이딴 건 아니겠지?"
그 사이에도 아이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고막이 저릿저릿거릴 정도로 귀 따가운 소리에 시프가 절로 인상을 찡그렸다.
"에라이."
퍽-
"자라 마."
시프가 목덜미를 치자 그대로 뻗어버리는 아이.
아이는 완전 추욱 늘어졌다.
"후... 이제야 좀 조용하네. 어린 놈이 뭔 놈에 목청이 이리도 좋은지 원."
그리고는 아이가 늘어진 팔을 들어올리는 시프.
"야. 이 애 받아라. 귀한 몸이다."
영문도 모른 채 아이를 받아드는 부하를 보며 제프가 시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이게 목표는 아니잖아. 호송품은? 그게 중요한 거 아니냐?"
"형. 우리 목표는 이 아이였어. 그 호송품이야 뭐 성과금 정도로 하지. 그건 그 랭커 때문에 놓쳤지만. 그런데 아마 이 아이는 그 성과금까지 합친 것보다도 더 좋을 지 몰라."
??????
제프는 도저히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엄마는 그저 잘 다녀오라는 말만 했는데.
게다가 처음 들었을 때에는 호송대를 습격하라는 것 뿐 아니었나.
"괜히 일 그르칠까봐 이야기를 안 한 거야. 엄마도 분명히 형이 그렇게 우왁하고 나설 거라고 알고 있으니까."
"쳇. 나도 얘기해 주면 다 안다고."
"여하튼 그랬어. 아무렴 어때. 임무를 달성했으면 됐지."
"그런데 이 아이는 누구길래 우리가 데려가는 거야?"
"비싼 아이야. 으흐흐흐흐. 가자. 가서 설명해 줄게."
약간 떨떠름한 표정의 제프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하지만.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머리를 쓰는 건 시프가 아니었나.
자신은 행동파니까.
****
"...놓쳤습니다."
"뭐라??????"
"일부러 수십여 명을 버리고 갔습니다."
저 멀리까지 보냈건만 결국은 놓쳤단다.
"하아... "
이렇게 되면 의뢰는 실패다.
이번의 호송을 10이라고 한다면 그 아이는 9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도 몰랐던 이번 호송의 비밀.
본 임무는 그 아이를 황궁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어 그 아이를 이번 호송에 자신의 시종으로 삼은 것이었는데.
다 망쳐버렸다.
저 캉고르단 때문에.
안절부절 못 하는 행크스.
표면적으로야 딱히 책 잡힐 건 없지만 이건 그리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
"저 아이. 누구입니까?"
순간 훅 들어오는 심슨의 질문.
그는 지금까지의 호송 중 가장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뭔가 짚이는 데가 있는 듯했다.
"저 아이. 설마."
"그만. 거기까지. 아직은."
머리가 절로 지끈거린다.
이렇게 걸릴 게 아니었는데.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지금 이게 밝혀져서는 안된다.
물론 자신도 모든 걸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자신이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 모든 걸 다 알겠는가.
그렇지만 적어도 이건 지금 얘기해서는 안되는 사실이었다.
"흠. 궁금하기는 하지만 더 묻지는 않을게요. 뭐 호송물품 자체도 괜찮고 피해도 거의 없으니."
"...미안하네."
"아니에요. 뭐가 미안해요. 그게 오히려 당연한 거죠."
"고맙네."
"얼른 가야하지 않나요?"
"아. 그렇지. 맞아. 이거 참. 얼른 가지."
그제야 정신을 챙긴 행크스가 얼른 주변의 정리를 시켰다.
갈 길이 멀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곁으로 다가오는 호송대원 한 명.
귓속말로 행크스가 무어라 말을 하자 대원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수도 쪽으로 말을 힘껏 달렸다.
그 모습을 본 행크스.
"잭을 좀 불러라."
****
-야. 돌아가자.
"......"
-어이~ 못난아. 돌아가자고.
"아. 네?"
그제야 눈을 떼고 헬캣을 바라보는 체스.
그는 심슨과 두 형제 간의 싸움에 완전 푹 빠져 있었다.
그러니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지.
-가자고.
"아직 덜 끝났는데요?"
-다 끝났다. 그리고 걸리기 전에 돌아가야 할 것 아니냐?
여전히 전장은 흙먼지를 날리며 승리를 차지하겠다며 싸우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저것만 봐도 아직 끝나지 않은 거 정도는 바로 알 텐데.
그 뭐냐.
딱 그런 느낌이다.
마치 엔딩 직전까지만 읽고 책을 덮은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래도 나름 뭔가 많이 배운 것 같기는 하다.
아직 얼마나 더 지나야 저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긴 했지만 말이다.
직접 대결을 펼치는 저들을 보니 자신이 갈 길은 아주 요원해 보였다.
-걱정마라. 너도 가능하다. 아니 어쩌면 이미 저 정도가 될지도 모르지.
"에?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는 거에요. 저렇게만 되어도 여한이 없겠네."
-그 정도는 만들어 줘야지 암.
"에?"
-걱정 마라. 저 정도는 할 수 있어. 우흐흐.
순간 섬뜩함이 느껴진 체스의 등으로 식은땀이 또르르 흘러 내려갔다.
소름은 덤이긴 했지만 말이다.
****
다시 호송대는 출발했다.
깊은 생각에 잠긴 행크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인 게 여간 고민이 많아 보이는 게 아니었다.
"많이 심각한가봐요?"
심슨이 질문을 던지자 화들짝 놀라는 행크스.
"흠......... 상황이 뭐 싹 그렇진 않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심슨.
그에게도 듣는 귀와 보는 눈이 있다.
대륙 곳곳에.
"그 아이. 왕가의 핏줄인가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
너무 놀란 나머지 행크스가 그를 홱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