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호송(6)
잠시 망설이던 심슨은 이내 결정을 내렸다.
사락-
장창을 다시 거둬들이는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여실히 엿보였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그대로 팔을 내주기에는 시프의 기세 또한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크흐하하하하하."
그의 결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호탕하게 터져 나오는 제프의 호탕한 웃음소리.
"역시나 겨우 그 정도이구만?"
명백한 비웃음이다.
순간 심슨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후우. 내가 이것들에게 무시를 당할 정도인가?'
제프와 시프.
둘의 실력은 마수 사냥꾼으로 따지자면 각각 사파이어 등급 정도이려나.
하지만 둘이 힘을 합치는 순간 이들은 싹 바꼈다.
랭커도 잡을 수 있다.
그 정도로 정평이 나있는 게 바로 둘의 합격술이었다.
그것이 바로 성향이 아무리 안 맞다 하더라도 둘이 늘 함께 하는 이유였다.
둘도 잘 알고 있었다.
형제가 함께 할 때 그 결과는 항상 남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버린다는 것을.
슈욱-
채채챙-
여전히 제프의 공격은 이어지고 있다.
허나 심슨도 만만하지 않다.
장창의 아랫대를 이용해 그의 공격을 쳐내는 심슨.
그리고는 두 형제와 약간 거리를 둔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숨을 좀 고를 심산이었다.
"후우. 대단한 건 인정하겠네. 괜히 캉고르단이 업계 1위인 게 아니었구만. 그런데 말이지 이거 너무 무시를 하는 거 아닌가? 나도 그래도 내 이름 두 자 정도는 평판이라는 곳에 걸어둔 사람이니... 지금부터 최상위 랭커가 왜 최상위인지 보여주지."
후웁-
심슨이 숨을 힘껏 들이켰다.
그러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심슨 주변의 공기.
중단과 상단을 함께 개방한 그가 자신의 기세를 마음껏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 얼른 끝을 보자!"
심슨이 빠른 속도로 제프, 시프 두 형제에게 달려들었다.
****
전투에는 공격과 방어의 2가지가 있다.
어떤 이는 공격에 특화된 자가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방어에 특화된 자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제프.
제프는 물론 강자다.
하지만 그렇게 구별을 하고 굳이 따져 보면 방어에 좀더 특화된 자라고 하는 게 더 맞겠지.
반면에 동생 시프.
그는 누가 봐도 공격에 더욱 특화된 자.
그 중에서도 특히나 암습과 같은 공격에 능한 자라 본 의미의 캉고르단에 제일 잘 어울리는 자였다.
그 둘이 합격을 한다?
그 말인즉슨 완벽한 공수의 조화를 이끌어 낸다는 말.
괜히 그런 말이 도는 게 아니었다.
제프와 시프 두 형제의 합격이라면 랭커도 능히 잡을 수 있다는 말.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지금 둘의 합격술이 선을 보이고 있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심슨의 공격에도 나름 여유롭게 쳐내는 제프.
허나 공격이 점점 묵직해지는 게 손아귀가 점점 저려온다.
단을 동시에 개방을 한 심슨이라 그런지 그의 공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거워져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심슨의 공격이 내리쳤을 때.
까앙-!!!
제프의 두꺼운 두 손에 들린 곤이 심슨의 장창을 막아내는가 싶더니 자신의 손에 기운을 꾸욱 불어넣었다.
그리고는 곤을 분리해 그의 장창을 바로 옭아매버리는 제프.
그렇게 둘의 무기는 마치 거미줄이 얽힌 듯 얽혀버렸다.
"아우야!"
그리고.
심슨의 손을 봉쇄한 채 시프를 불러제끼는 제프의 목소리.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움직이는 시프.
그는 자세를 양껏 낮추고는 검을 겨눈 채 미끄러지듯 할퀴어 들어오고 있었다.
샤아아아아아-
그의 검이 노리는 것은 심슨의 다리.
"어림없다!"
순식간에 공격과 방어가 전환이 된다.
남은 기운을 다리로 돌리는 심슨.
까아아앙-!!!
귀를 의심케하는 둘의 충돌음.
분명히 살에 쇳덩이가 부딪힌게 아니었나?
그런데 오히려 쇳소리가 난다.
일순 시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허나 공격은 계속 이어진다.
시프는 몸을 다시 한 번 주욱 늘어뜨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엄호라도 하듯 제프가 자신의 곤을 돌려가며 공격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지 않나.
그 사이 이번에는 심슨의 등짝을 노리는 시프의 검.
흐읍-
'정신이 없네.'
공격하랴 방어하랴 심슨은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지켜야 할 것들도 있지 않은가.
자신이 쓰러지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저 뒤의 사람들은...
그렇기에 반드시 이 곳에서 막아내야만 하는 심슨이었다.
****
"휘유~ 대단하네요."
감탄을 금치 못하는 체스.
그의 눈알은 쉬지 않고 열일하는 중이었다.
전후좌우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그들의 움직임을 좇는데 정신이 없는 체스의 눈동자.
-캬~ 잘 하네. 진짜. 3단을 다 개방하면 웬만한 마수들은 씹어먹겠네.
헬캣 또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체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데리고 왔지만 자신 또한 저 인간들이 저 정도일 줄은 몰랐었다.
그나저나.
좀 깨달았으려나...?
헬캣은 여전히 입을 쩍 벌린 채 구경에 여념이 없는 체스를 힐끗 보았다.
-너도 저렇게 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가능성은 네가 훨씬 넘치지.
"......"
-네 노력 여하에 따라 달려 있지만 말이다. 관여자로 거듭나느냐 먹히느냐 둘 중에 하나지 뭐.
"...네? 뭐라구요?"
너무 열중한 탓이다.
그제야 헬캣의 중얼거림을 알아차린 체스가 그를 돌아보았다.
"뭐라고 했어요?"
-...아니다. 계속 보기나 해라. 곧 끝나겠다.
"뭐야~ 말을 왜 하다 말아요."
혼자 중얼거린 체스는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헬캣이 곧 끝난다고는 했지만 체스가 보기에는 아직 전투는 한창이었다.
"어디가 끝이 난다는 거지?"
다시 고개를 쭈욱 뺀 채 저 상황에 집중하는 체스였다.
****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2:1의 전투.
아직 여전히 달아오른 셋이었다.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도 시야를 돌려가며 주위를 살피는 것을 잃지 않는 시프.
그리고 순간 그의 눈이 빛이 났다.
'찾았다.'
목표를 포착한 시프가 갑자기 기운을 폭발적으로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색을 심슨 또한 알아차렸다.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것이지?'
그렇다면 응당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해줘야 도리가 아니겠는가.
심슨도 덩달아 거기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기운이 막 시프의 기운과 충돌하려는 찰나.
??????
시프의 기운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뭐야???"
설마 이 날 앞에 두고 허초?
날 기만하는 것인가?
심슨이 이를 으득 깨물었다.
재빨리 몸을 돌리려던 심슨.
허나 자신을 두고 어디 한눈을 파냐는 듯 제프 또한 심슨을 쉽게 놓아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어느 새 시프는 행크스의 바로 옆까지 가있었다.
그리고 한 마디 나직이 내뱉는 시프.
"이 아이는 우리가 데려가지."
덥석 행크스의 바로 옆에 있는 남자아이를 들어올리는 시프.
앗!
안돼!!!!!!
행크스가 얼른 검을 뽑아 거기에 대응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실력으로 시프를 막는다는 것은 참으로 요원한 일.
시프는 어느 새 심슨을 벗어나 원래 자신들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형! 가자!"
"응? 어? 엉??? 어 그래."
더 싸우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시프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시프는 자신에게 100% 확실히 돌아가자며 빠르게 재촉하는 듯했다.
"일단 다시 오겠다."
제프는 강력한 한 방을 심슨에게 퍼붓고는 그대로 몸을 뺐다.
순식간에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는 캉고르단.
그때.
"저...저 자들을 잡아야 한다!!!!!! 얼른!!!!!!"
행크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