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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29화 (129/249)

#129

호송(5)

앞편의 열기는 뒤편에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하지만 길이 좁은 탓에 앞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까지는 알 수 없는 이들이었다.

"이거 앞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구만."

확실히 앞은 이미 후끈 달아오른 것 같다.

하지만 뒤쪽은 긴장감만 전달될 뿐이었다.

그렇기에 뒤편에 있는 자들은 그저 온 몸에 힘을 넣은 채 앞의 지시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흐음.

"??????"

갑자기 몸을 일으킨 헬캣이었다.

체스가 무슨 일이냐며 물어보려는 찰나.

-따라와라.

헬캣은 그 말만 남기더니 빠른 속도로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가버렸다.

"앗! 어딜 가는 거야?!!!"

체스가 뭐라 이야기했지만 어느 새 헬캣은 어두컴컴한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따라오랬으니 또 안 갈 수도 없는 노릇.

체스는 헬캣을 따라 이동을 하려 했다.

허나.

이익-

말머리를 돌리려 해도 길이 좁은 탓에 여의치가 않다.

...어쩔 수 없다.

체스는 말에서 내린 후 헬캣이 사라진 방향 쪽으로 얼른 뛰어갔다.

"야! 어디 가는 거야? 지금 이 판국에!"

그를 본 아벤이 황급치 체스를 잡으려 했지만 체스의 행동이 한 발자국 더 빨랐다.

어느 새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체스.

"뭐야? 앞쪽에 집중해라."

옆쪽의 소란스러움에 잭이 다시 주위를 환기시켰다.

"아. 예."

다행히 잭은 앞쪽에 신경 쓰느라 알아차리지 못한 듯 보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시 한 번 체스가 사라진 곳을 본 아벤.

'아. 저 자식. 어디로 가버리는 거야. 도대체...'

****

중간중간 뒤를 힐끗 보며 달려가는 헬캣.

"헉헉헉. 어디까지 가는 거에요?"

체스가 잘 따라오는지 보던 헬캣이었다.

그렇게 꽤나 먼 길을 달리던 헬캣은 어느 지점에 가서야 멈춰섰다.

그리고는 바로 앞에 있는 나무로 폴짝 뛰어오르는 헬캣.

단 한 번의 도약이다.

-올라와라.

"이씨... 설명이라도 해줘야지."

그러나 말과는 달리 행동은 어느 새 나무를 올라타고 있는 체스.

헬캣에게 많이 단련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올라와보니 싸움터의 시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뭐야 여기. 그...고작 여기를 오려고 그렇게 돌아온 거에요?"

1분도 안 걸릴 거리지 않나.

여기를 도대체 왜 이렇게나 돌아오는 건지 원.

-맞아. 그만 투덜대고 앞에나 봐라. 저 정도는 되어야 그 값어치를 하지.

"어디요? 어디."

-저기 전방에 둘이 한바탕 붙고 있지 않냐. 저기.

헬캣의 말에 그제야 눈을 가늘게 뜬 채 시야를 집중하는 체스.

심슨과 제프가 불꽃을 튀기고 있는 모습을 말하는 듯했다.

-훔칠 게 있으면 지금 기회에 훔쳐라.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아... 네."

하긴 자신보다 강자들 아닌가.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헬캣의 말은 정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가르칠 수 없는 걸 보고 배우라는 말이다.

실전 경험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또 봐야 한다는 것이겠지.

흔치 않은 기회.

체스는 헬캣의 말을 따라 심슨과 제프의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했다.

****

쾅- 쾅- 쾅-

"으하하하하. 재밌다!!!"

힘차게 곤을 휘두르는 제프.

그의 몸에는 자잘구레한 상처가 가득했다.

허나 그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고 있는 그.

그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의 힘을 이렇게 올곧이 쏟아붓는 게 얼마 만인지.

이미 중단은 한껏 열어놓은 상태.

그 기운만 해도 쉽지 않을 정도이거늘 자신이 상대하는 심슨은 그 모든 걸 상쇄하는 중이었다.

그만큼 강자라는 말이겠지.

어느 새 제프의 온몸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러나 쉬지 않고 휘몰아치는 그의 공격.

"어디 이것도 막아봐라!"

갑자기 제프의 곤이 세 갈래로 나뉘어졌다.

양 갈래에 실린 그의 기운을 따라 그대로 심슨의 아래위로 휘몰아치는 그의 공격.

바람이 갈라진다.

그 끝이 품고 있는 살기는 그것 만으로도 사람 하나 정도는 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다.

허나 심슨은 이미 중단을 개방한 상태.

게다가 그 그릇은 감히 제프가 맞먹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지.

타앗-

그는 자신이 가진 장창을 갑자기 땅에다 힘껏 박는가 싶더니 그대로 몸을 수평으로 뉘였다.

공격이 들어올 위치 정도는 이미 다 아는 듯 심슨이 장창을 박아놓은 자리에 정확하게 박히는 제프의 곤.

쿠와와왕-

격한 충돌음이 터져 나오고 제프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런 개씨...'

하지만 빨리 다음 공격을.

그렇게 제프가 재빨리 곤을 회수하려는 찰나.

심슨의 발이 불쑥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냅다 갈겨버리는 심슨의 발.

뻐어어억-

강한 타격음.

거기에 정확하게 옆구리를 가격당한 제프의 몸.

크헉-

참고 있던 숨이 일거에 터져 나왔다.

두둑-

온 몸을 휘감는 고통.

뭔가 갈비뼈 한둘 정도는 나간 것 같다.

하지만 숨 돌릴 틈이 없다.

이번에는 반대편.

또 한 번의 공격이 이어졌다.

몸이 심하게 한쪽으로 쏠린 제프의 몸을 다시 한번 심슨의 발이 가격했다.

퍼어어억-

심슨이 중단을 개방한 탓인지 그의 발에 실린 기운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2번째 공격은 팔로 막아내었다는 것.

하지만.

쿵- 쿵- 쿠웅-

제프의 육중한 몸이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밀려났다.

'아오...'

"어우씨. 쉽지 않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제프.

한쪽 옆구리는 갈비뼈 몇 대가 나간 것 같고 막아낸 팔은 조금 부어 있었다.

기운을 둘렀는데도 이 정도란 말이지?

"단장. 나도 합류할게!"

시프의 목소리다.

역시 형제는 비슷한가보다.

말이 들려옴과 동시에 심슨을 향해 치고 들어오는 시프의 검.

비록 승부욕이 남다른 제프였지만 실은 이들은 유명한 게 또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합격술.

두고 보면 알겠지만 아마 이번은 다를 것이다.

씨이익-

"이제 쉽지 않을 거다."

두 대나 두들겨 맞았으니 몸은 이제 풀릴 만큼 다 풀렸다.

그렇다면 이제는 반격이다.

두터운 곤을 연이어 휘두르는 제프.

심슨도 다시 자신의 장창을 빼내 재빨리 그의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순간 보였다.

'빈틈!'

일순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심슨의 장창.

허나 그 사이 끼어드는 무언가.

시프다.

한 줄기 바람처럼 둘의 싸움에 끼어든 시프가 자신의 얇은 검으로 정확하게 심슨의 팔을 노리고 들어왔다.

'아...'

일순 잠깐의 망설임이 생겼다.

이대로라면 제프의 어깨에는 당연히 바람구멍이 생겨날 터.

허나 자신의 팔 또한 온전치 못하다.

뼈를 주고 살을 취할 것이냐 아니면 일단 뺄 것이냐의 고민.

'칫.'

이대로 빼자니 너무 아까운데?

중요한 순간임에도 너무나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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