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22화 (122/249)

#122

협회(1)

여럿이 모인 방 안.

보아하니 회의실인 모양이다.

그리고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쾅-!!!

방 안을 가득 울리는 망치 소리.

시끌벅적거리던 방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아..."

머리를 질끈 싸맨 남자.

"좀 조용히들 좀 하시오! 어째 모이기만 하면 그렇게 아주 무분별하게 주둥이들을 털어대는 것이오???"

단상에 올라서 있는 잔뜩 신경이 곤두선 사내.

짙은 갈색 단발머리를 한 중년의 사내의 옆모습은 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다.

오똑한 콧날에 우수 짙은 눈망울하며 도톰하게 물이 오른 입술.

게다가 나이가 꽤나 들어보이긴 하지만 다부져 보이는 몸에 적당한 키까지 한 마디로 절세미남이다.

소싯적 여자 꽤나 울렸을 것 같은 외모를 가진 사내.

"거 협회장이 제대로 안 하니까 그런 거 아니오! 우리가 얼마나 이야기했소. 좀 생각을 하고 하라고. 그 넙적한 얼굴값을 좀 하라고 했더니 도대체 감투만 쓰고 뭘 하는 건지 원."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입을 여는 반 대머리의 사내.

보아하니 따지고 달려드는 것 같다.

그런데...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분명히 단상에 올라선 사내에게 말하는 것 같은데.

저리도 날카롭고 미남형의 남성에게말이다.

"거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오? 외모 지적이라니! 그리고! 그래도 협회에서 얼마나 궂은 일을 다 도맡아 하는지 뻔히 알면서 그러는 것이오? 게다가 왕가와도 이런저런 걸 다 따져서 해야 하는 건 왜 모르오? 지금 이 급박한 시점에 지금 협회의 책임을 묻자고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오??? 하아..."

하지만 여전히 냉소적인 표정의 머리가 반쯤 벗겨진 사내.

"그 얼굴이 넙적한 건 사실 아니오? 그리고 나와서 하는 말인데 협회가 하는 일 자체는 인정하오. 하지만 우리도 얼마나 뺑이를 치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 지금 그러니 하는 말 아니오? 벌써 몇 명이나 동료를 잃었는지는 아오? 그렇다고 그것까지 왕가에서 모든 걸 다 책임져주지는 않지 않냐 이 말이오."

그는 말을 쉬이 멈출 생각이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수도 나스.

마수 사냥꾼 협회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단상에 올라가 말을 하는 사내는 현 랭킹 3위의 브로드.

현재 마수 사냥꾼 협회의 부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사내였다.

오늘은 늘어나는 마수들에 대한 대책 마련 및 향후 협회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참석권 및 발언권을 가진 것은 랭킹 10위까지의 마수 사냥꾼들.

아직 오지 못한 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참석을 한 상태였다.

"허허. 진정을 좀 하게들."

중얼거리는 듯 나오는 목소리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

부드러운 말 한 마디.

순간 방 전체에 온화한 기운이 퍼져나가며 좌중의 분위기를 압도해 갔다.

두둑- 두두둑-

"아이구. 허리야. 나이를 먹으니 이거 영 움직이기가 불편하구만 그래."

입을 연 사내는 브로드의 바로 앞에 지팡이를 들고 앉아 있던 로스티.

마수 사냥꾼 협회의 협회장이자 랭킹 1위인 사내가 바로 그였다.

그는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단상으로 걸어 올라갔다.

모두의 기운이 그에게 집중이 되었다.

역시 로스티인가...

그의 등장 한 번에 저마다 입을 열던 마수 사냥꾼들이 입을 닫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파문이 일듯 퍼지는 그의 기운 때문이기도 했지만 꼭 그것 때문 만은 아니다.

협회장이자 랭킹 1위에 대한 존중이 함께 포함되었기에 가능한 그들의 행동이었다.

"험험. 자네들 오랜만에 보는군. 그렇지?"

좌중을 훑어보는 로스티.

몇 명의 눈에는 그에 대한 존경, 또 어떤 이에게는 기대감 그런 감정들이 엿보인다.

그런데 로스티의 눈에는 뭔가가 부족해 보인다.

당연히 와야 할 인물들이 몇 명 보이지 않은 탓이었다.

"몇 명이 덜 왔군?"

참석하라며 연락을 보낸 건 도합 8명.

그 중 2자리가 비어 있었다.

"아. 심슨은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연락이 안 된다라?"

"네. 워낙 급하게 잡힌 일정이기도 했고 하여 빠르게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흐음...

심슨이야 뭐 그쪽이 바쁜 건 익히 알고 있고 오고 있다니 그건 별로 신경이 안 쓰인다만은.

"혹시 그 뭐시기냐. 랭킹전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연락은 계속 취하고 있습니다만..."

"그럼 뭐 됐어. 없으면 없는 대로 하지 뭐."

레스티와 브로드의 이야기가 끝이 났다.

여전히 레스티에게 집중된 모두의 시선.

그들을 바라보며 레스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일단은 미안하다는 말부터 하고 시작하지."

갑자기 로스티가 고개를 숙였다.

어엇-!

"어우, 영감님. 왜 그래요~"

"협회장님. 아이고. 아이고."

저마다 로스티의 돌발 행동에 깜짝 놀랐다.

얼른 그를 말리는 모두들.

그렇게 지팡이를 짚은 채 잠시 고개를 숙였던 로스티가 자신의 행동을 만류하는 다급한 목소리에 그제야 끙끙대며 허리를 폈다.

"내 자네들이 고생에 고생을 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네. 많은 수의 협회원들이 생명을 잃은 것 또한 알고 있지. 하지만 이 영문 모를 갑작스레 마수들이 증가한 원인을 알지 못 하는 이상 아마 당분간은 그러지 않을까 싶네."

놀라운 말은 아니었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기도 했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매번 마수들한테 끌려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영감님. 이거 이랬다가는 우리 애들 몸이 아주 녹아버리겠소."

아까 브로드와 말다툼을 벌이던 머리가 반쯤 벗겨진 남자다.

그런데 도대체 그가 누구길래 저렇게 목소리를 드높이는 것인가.

그는 바로 랭킹 5위의 데릭.

힘으로만 따진다면 타인의 평가로 봤을 때 그 누구도 당해낼 자가 없다고 알려졌을 만큼 괴력의 소유자인 그였다.

게다가 자신의 몸뚱이 만한 도끼를 사용하는 그는 도끼를 마치 부채처럼 가볍게 사용할 정도로 무한의 힘을 자랑하는 사내였다.

"흠. 그건 알고 있네. 그래서 왕가랑 잘 협의해서 움직이려고 하고 있네만... 여기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왕가도 요즘 사정이 좋지 않아서 말이지."

"그 마수가 쳐들어 왔다는 것 때문에 그러오?"

"그렇지. 그래서 아직 왕가도 많이 정신이 없는 것 같더군."

흐음...

모두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잡혔다.

저런 이야기를 알고 있기는 했지만 또 협회장이 직접 자신들의 눈앞에서 이야기를 하니.

"그래서 내가 처리할 수 있는 건 직접 움직일 테니... 자네들도 이런 상황을 좀 잘 이해해줬으면 하네만."

"그러면 그 원인은 찾을 수 있는 거요?"

"흐음. 그건 내 나중에 얘기해 주겠네. 아직은 섣불리 이야기할 정도는 아니라서 말이지. 어느 정도 내 귀에 들어오는 건 있네."

"호오. 그렇다는 말인즉슨 뭔가가 있단 말이구려."

"허... 그건 나중에."

아직은 모든 걸 밝힐 수는 없다.

모든 게 확실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퍼뜨려 분란을 만들어 낼 필요는 없잖은가.

"아~ 그리고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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