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21화 (121/249)

#121

출발(3)

이번에야말로 정말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이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심슨.

두 어깨를 쩍 벌린 채 뒤에 우뚝 서있는 그였다.

에...?

모두의 얼굴에 물음표가 생겨났다.

굳이 왜...?

게다가 최상위 랭커가 말이다.

왜? 굳이? 뭣하러?

"나도 가겠다."

"아니. 심슨 씨. 왜...요?"

아벤이 더듬거렸다.

이건 전혀 예상 밖의 전개다.

팀에 체스를 넣는 것까지야 이것저것 모든 것을 고려한 것이지만 심슨까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니지. 잠깐만.

나쁘지 않은데?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에는.

팀 내에 랭커가 있다는 말인즉슨 자연스레 그 팀의 주가가 더 올라가고 또 그 말은 평가도 더 올라가고?

뭐야.

이거 완전 이득이잖아.

하지만 규합.

그것이 문제다.

잘 섞일 수 있느냐가 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팀 자체가 아예 나가리가 된다는 것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내 약속하지. 팀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겠다고. 그리고 수도에 가서 알아봐야 할 것도 있으니."

"...그렇다면야 우리도 환영이긴 한데... 나머지들은 어때? 만약 여기서 딱히 반론이 없다면 거수로 결정하도록 할게."

팀의 동료들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아벤.

득일 것인가, 실일 것인가.

하긴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주제였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그들.

...하나... 둘. 셋.

그리고 살포시 한 명이 더 손을 들었다.

찬성이다.

그렇게 심슨도 팀에 합류하는 게 결정이 되었다.

단 수도 나스까지 함께 가는 것까지만.

"좋아. 일단 허락해줘서 고맙네. 그럼 나도 하나를 줘야겠지. 가는 김에 호송 임무가 마침 있으니 호위 겸해서 같이 가도록 하는 게 어떻겠나? 숙식은 당연히 제공될 것이고 경비 정도는 충분히 벌어들일 수 있으니 내가 좀 연결해보겠네만."

호오~

심슨의 제안.

나쁘지는 않지.

어차피 가는 것 돈까지 벌면서 간다면야 완전 괜찮은 것 아닌가?

하지만 일행들이 어떨지.

그러나 대답은 쉽게 나왔다.

"전 콜."

체스의 입장에서야 어차피 합류하기로 한 것이니 전혀 나쁜 제안도 아니다.

시간도 알뜰하게 쓰는 것이고 말이지.

그리고 체스의 뒤를 이어 나머지 인원들도 모두 찬성을 했다.

뭐 다들 비슷한 생각인 듯 보였다.

"좋아. 그럼 출발은 언제죠?"

"흠. 가만 보자... 5일 뒤네. 중간에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고 일단은 그때 보는 걸로 하지."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수도라...

심장이 벌렁벌렁대는 체스였다.

****

-아이고오... 죽겠다. 인간 냄새. 으으으으으......

하루종일 마리안느에게 시달린 헬캣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푸욱 삶아진 행주 마냥 창틀에 완전 퍼질러져 있는 헬캣.

온 털에 인간 냄새가 스며든 것 같은데 이걸 털어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온 몸에 힘이 빠져버린 헬캣이었다.

그리고 그 때.

체스는 눈을 감은 채 개인 훈련 중이었다.

그런데 숨소리가 평소의 숨을 쉬는 소리와는 좀 다르다.

이것은 헬캣이 가르쳐 준 호흡법.

그는 그걸 하면 중단의 그릇을 좀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며 매일 거르지 말고 하라며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이게...

헬캣 앞에서나 할 수 있지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는 데에서 하기에는 좀 민망스럽다.

그 이유는 뭐...

습스읍후후우. 후후우습스읍.

이런 식의 호흡법이다.

단순히 들어만 보면 들숨과 날숨 자체는 아무 문제도 없어보이긴 하지만.

이게 소리가 점점 야릇하게 들린다는 게 함정이다.

몸 안에 있는 중단의 기운을 회전시키기 시작하면 말이다.

한편 체스의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는 헬캣.

-야아.

후후우습스읍...

들숨과 날숨이 한 번 더 돌고.

자신을 부르는 헬캣의 목소리에 그제야 눈을 뜨는 체스.

-두 시간이 지났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

"네? 두 시간이라뇨? 거짓말. 제가 그렇게나 이 짓을 하고 있었다구요?"

-그래. 점점 시간이 길어지는군. 그나저나 배는 안 고프냐?

꼬르르륵-

그러고 보니 이제야 허기가 느껴진다.

몇 시간 동안을 여기에 몰두했던 탓인지 헬캣의 말을 듣자마자 배에서부터 신호가 흘러나왔다.

"뭐라도 먹어야겠네요. 뭘 좀 먹죠?"

-뭐 아무거나. 그런데 말이다. 내가 쭉 봤는데 이제 손가락 정도 크기가 된 것 아니냐? 네 중단.

"헐...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완전 점쟁이네..."

-대충 보면 안다. 네 녀석 같은 초짜들이 하는 거야 당연히 다 알지. 제법 이제 커진 티도 나고.

"그... 그런가요...?"

확실히 헬캣의 말대로다.

현재 자신의 중단은 손가락?

아니 그것보다는 조금 더 커진 것 같다.

처음 쌀알 정도의 크기에 비해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그럼 이건 얼마나 더 커지는 거에요? 설마 배를 뚫고 튀어 나오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그렇게까지 커지면 곤란한데."

-흠... 글쎄. 그건 너 하기에 달렸지. 그런데 설마 너... 그게 네 몸 안에 실제로 있다고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네???!!! 그거 아니었나요? 그래서 자꾸 얼마나 커졌는지 물어보는 거 아니었어요??????"

-아. 이 돌빡 같은 녀석을 봤나... 그건 임마. 실제로 몸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너의 정신적인 면이다. 알겠냐??????

전혀 몰랐다는 얼굴을 하는 체스였다.

혹여나 배 안에서 더 커지면 어쩌나 대걱정을 하고 있었더니 또 그건 아니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체스.

-그냥 가르쳐준 대로 해라. 알겠냐? 그 호흡도 계속 하고.

"아 네. 마음 놓고 하면 되겠네요. 크흐흐흐."

갑자기 힘이 난 듯 체스가 자세를 풀고 막 움직이기 시작했다.

안심을 좀 했더니 몸에서부터 느껴지는 허기였다.

"뭐 드실 거에요?"

-고기면 된다.

잠시 후 테이블에 놓아지는 둘의 식사.

그냥 평범한 식사였다.

얇게 자른 고기를 빵 사이에 끼워넣은 것과 생닭 한 마리 정도.

그동안 쭉 헬캣과 함께 지내며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마정석을 먹어치우는 것.

그것은 그냥 헬캣이 제일 좋아하는 식사일 뿐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저것 다 먹는다는 헬캣이었다.

없을 때는 없는 대로 먹는다나 뭐라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확실히 식사가 좀 쉬워지긴 했다.

물론 식대는...

-야. 오늘은 어째 좀 질기다?

다리를 부욱 찢으며 질겅질겅 씹어먹는 헬캣.

...그 와중에 밥 투정이라니.

"...그냥 드시죠. 없는 살림에 가랑이 찢어지거든요."

-쳇.

그 후는 둘 사이에 별다른 말은 없었다.

그렇게 둘은 묵묵히 식사를 이어갈 뿐이었다.

****

"저기 오네."

아벤이 손가락으로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길 건너편에서부터 걸어오는 건 체스와 애용이.

등 뒤에 자신의 대검을 질겅 동여맨 채 짐도 그닥 없고 아주 가벼운 복장을 하고 있는 그였다.

이미 그 곳에는 심슨을 비롯해 아벤 일행들이 호송대와 함께 체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자자. 전부 다 왔소. 이제 출발하면 되요."

아벤의 말에 천천히 호송대는 출발을 시작했다.

수도 나스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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