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19화 (119/249)

#119

출발(1)

"호외요~ 호외~"

북적이는 거리 사이로 아이의 앳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쪽 팔에 두툼하게 신문을 끼고 있는 아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거리임에도 행인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하였다.

"얘야. 하나만 줘보렴."

"나도! 나도!"

"아유~ 잠시 기다려 봐요. 여기. 1G이에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소년에게 건네준 남자 한 명은 이내 걸음을 멈춘 채 신문을 펼쳤다.

그걸 본 소년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역시 오늘은 장사가 잘 된다.

생각 같아선 매일 이런 빅뉴스가 있었으면 하는데.

하긴 이런 호재가 있는데도 신문을 안 사본다는 건 말이 안되지.

몸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이런 날은 피곤함을 느낄 새도 없다.

소년의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어~~~~이~"

다시 신문을 찾는 손님이 그를 부르고.

"예~ 가요~ 가."

소년은 신이 났다.

얼른 다음 손님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그는 신문을 또 팔기 시작했다.

한편 신문을 펼쳐 든 그의 두 눈동자 속에 한가득 차오르는 활자들.

[페릴턴. 염편 파락마저 무너뜨리다. 그의 도전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신문의 첫 면을 장식한 기사.

대문짝만한 글씨로 신문에 써진 글이었다.

이건 호재가 아닐 수가 없지.

호오-

"뭔데? 뭔데?"

"이거 봤어? 파락이 졌대. 그 11위에 파락이."

"오~ 랭킹이 또 올랐네? 이 자도 대단하구만? 이러다 진짜 손가락 안에 꼽히겠는걸?"

삼삼오오 머리를 맞대고 신문을 뚫어져라 보는 행인들.

마수 사냥과 별반 상관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도 그 소식은 빅이슈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몇 십 년 동안 변동이 없던 랭킹 아니었나.

그 부동성 같던 랭킹이 깨어졌다.

그것도 전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한낱 무명의 마수 사냥꾼에 의해.

그 행보는 어느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모두 아 그런가보다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거듭될수록 파격적인 페릴턴의 행보는 사람들을 더더욱 흥분시켜갔다.

첫 시험에서 다이아 등급.

그리고 바로 랭커에게로의 도전.

게다가 이번의 사건.

염파의 죽음.

그 소식은 여러 사람들을 술렁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의 다음 행보는 누가 될 것인가?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다음 행보를 추측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

집회소는 여전히 시끄럽다.

이 곳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입방아에 오른 건 당연히 페릴턴의 이야기.

더군다나 이들은 서로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동료들이 아닌가.

당연히 핫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한창 페릴턴에 대한 이야기로 후끈 달아오를 때.

벌컥-

체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깨에는 헬캣을 얹은 채.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헬캣이 지금의 소란에 몹시도 신경이 거슬리는지 눈썹 같은 털을 꿈틀거렸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뭐지?"

저마다 이야기에 열중하느라 그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뭐 하긴 약빨이 떨어질 때도 됐지.

자이앤트를 처리한 것도 일주일도 더 됐지 않나.

유명세도 잠시.

어느 새 그냥 흔하디 흔한 마수 사냥꾼으로 돌아온 체스였다.

물론 그 사이 스고르와도 한 판 벌이기는 했지만.

"어~이. 체스~~ "

갑자기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체스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그를 유심히 보고 있는 남자.

심슨이다.

그도 조금 전까지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몇 명과 함께 페릴턴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특히나 주변인들의 관심은 이제 페릴턴이 누구에게 도전을 할 것인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죽은 파락은 랭킹 11위의 마수 사냥꾼.

그리고 바로 위의 존재가 심슨이 아닌가.

그러니 이야기의 중심이 당연히 그가 될 수 밖에.

그러던 와중 문이 열리고 체스가 들어왔다.

그리고 자연스레 심슨의 시선이 체스에게로 쏠렸다.

'저 녀석. 볼 때마다 몸이 더 커지는 것 같은데.'

심슨의 고개가 갸우뚱거렸다.

아닌게 아니라 확실히 커졌다.

기운 자체도 그렇고 말이다.

"심슨. 뭘 보는 거야?"

다른 사내의 말에 주위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그리고는 심슨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주위의 시선.

그 시선의 끝에는 체스가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있었다.

"저 자는 실버 등급이잖아."

"아~ 그... 자이앤트 여왕에 끌려가고도 살아남은 녀석?"

"그래. 뭐 말로는 실버 등급이라고는 하는데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 좀 화제가 되긴 했지. 아니지. 그나저나 지금 그걸 얘기하던 게 아니잖아. 심슨. 빨리 말을 해봐. 넌 페릴턴 그 자를 이길 수 있겠지? 아무래도 다음은 네가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심슨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페릴턴에 대한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때 어떤 인물이 반대편 쪽에서 체스를 불러댔다.

아벤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체스가 그 쪽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흐음...'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몰라도 심슨의 눈매가 깊어지며 체스의 뒤꽁무니를 쫓았다.

****

"왜요?"

이제 꽤나 스스럼이 없어졌다.

지애앤트 둥지에서 같은 곳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동일한 마수와 싸운 전우라는 인식 때문일까 제법 친분을 쌓은 그들이었다.

"얼굴 보기가 너무 힘든 거 아냐?"

"바빠요."

툭 내뱉는 체스의 대답.

"크크크. 살갑지 않은 듯 살가운 게 네 매력이지."

"참나. 날 얼마나 안다고. 여하튼 왜요? 이제 의뢰나 좀 할까 했는데."

바로 그때.

"체스~~~~~~~~"

순간 체스의 온몸이 경직됐다.

주위를 마구 밀치며 다가오는 한 명의 여성.

마리안느였다.

그녀는 오자마자 체스가 너무나도 반가운 듯 자신의 품에 안더니 그를 꼬옥 껴안은 채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그저 종이인형처럼 팔랑팔랑이는 경직된 체스의 몸.

"저...누님. 보는 눈도 많은데 이건 좀."

"뭐 어때? 내가 동생을 이뻐해서 그런 건데. 안 그래?"

두꺼운 팔뚝으로 체스를 감은 채 마구 흔드는 와중에서 마리안느가 아벤 등을 돌아보며 으르렁거렸다.

"아... 어. 예예. 그렇죠. 예예."

땀을 뻘뻘 흘리며 그녀에게 대답하는 아벤.

따지고 보면 그들 중 실질적으로 목소리가 제일 높은 사람은 마리안느가 아닌가.

괜히 이기자고 달려들었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그때 마침 마리안느가 애용이를 발견했다.

"어머~~~~ 애용아."

순간 체스를 내팽겨치고 애용이를 껴안아 볼을 마구 비벼대는 마리안느.

"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구슬픈 헬캣의 울음소리가 높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때 체스는 봐버리고 말았다.

촉촉히 젖은 헬캣의 눈동자를.

하지만 냉정하게 고개를 돌리는 체스.

"그래서 본론이 뭐에요?"

자신은 빠져나왔으니 됐다.

얼른 그 틈을 타 아벤에게 질문을 던지는 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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