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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18화 (118/249)

#118

랭커(3)

콰아아아아앙-

격한 굉음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튕겨나가는 쪽은 되레 파락이다.

팔을 허우적대며 빠른 속도로 뒤로 튕겨져 나가는 파락.

뒤로 한없이 밀려간 그는 그대로 뒤편에 있는 돌에 사정없이 처박혔다.

콰앙-

순간 돌이 쩌적 갈라진다.

돌에 금이 갈 정도로 엄청나게 강한 충격이었다.

"커어억..."

답답한 신음소리가 터져나온다.

충격 탓인가 정신도 제대로 못 차리는 파락.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휘이이이이익-

다수의 뭔가가 바람을 타고 쇄도한다.

퍼억- 퍼억-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그것들은 멈출 생각을 않고 그대로 파락에게 달려들었다.

연이어 날아온 그것들은 보드라운 육체를 파고 들며 뼈를 부수고 돌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페릴턴의 등에 꽂혀 있던 무기들 중 일부였다.

"크아아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다이아 등급을 달고 랭커가 된 이래 이렇게 수치스러운 자세를 취해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 그 전에 이런 고통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짧은 순간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단연코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파락은 딱 꼬치에 꿰인 닭 마냥 바위에 딱 꽂혀 있다.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진 그의 몸.

걸레짝이 따로 없을 정도다.

그의 팔에 박힌 건 2자루의 검.

그의 다리에 박힌 건 2자루의 창.

그렇게 단 4자루의 무기 만으로 파락을 무장해제시킨 그였다.

"이...이... 뭐냐 이..."

용을 쓰고는 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몸에 박힌 무기는 빠져나올 생각을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는.'

기운을 돌리면 된다.

저 녀석이 다음 공격을 이어가기 전에 얼른 자세를 잡아야지.

애초에 이 정도에 당할 자신이 아니지 않은가.

그는 중단에 남아있는 기운을 상단으로 그리고 하단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순간.

헙-

커헉-

갑자기 피를 마구 토하는 파락.

그는 그렇게 한참 동안 피를 토했다.

어어어억...

그 이유는 바로 이것.

기운을 끌어올리려 한 순간 갑자기 3단이 뒤엉켜버렸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단들 사이의 연결이 아예 끊겨 버렸다.

마치 무언가로 막아버린 듯 단절되어버린 그의 기운.

"...가만. 막혔...다...?'

파락이 자신의 팔다리에 박힌 것들을 쳐다 보았다.

거기서 나오는 심상찮은 기운들.

...원인은 이...것들 때문인가?

그의 눈 끝이 파르르 떨렸다.

"자~ 이제 끝을 냅시다."

덤덤한 목소리.

페릴턴이 파락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다가오는 페릴턴을 바라보는 파락.

히이이이이익-

갑자기 파락의 눈이 몹시도 겁을 먹은 양 깊은 두려움에 빠져 들었다.

그가 바라보는 페릴턴의 모습.

특히 그의 눈.

"너...너... 눈이 그게..."

페릴턴의 눈은 시뻘건 흉광이 번득이고 있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눈.

저건...

그래. 저건 마수의 눈이다.

마수.

"서...설마 마수냐...? 마... 마수란 말이냐?!!!"

파락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저렇게 모든 행동이 사람 같은 마수는...

멈칫-

페릴턴이 느릿느릿 걸어오던 걸음을 잠시 멈췄다.

"아. 하아... 하긴 좀 달아오르긴 했었지."

그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손을 뗀 페릴턴의 눈.

그 눈은 어느 새 원래의 눈으로 돌아와 있었다.

"저...정말 마수냐?"

"마수라니. 인간이오."

그...그래.

당연히 인간이겠지.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다 보니 온갖 해괴망측한 생각이 다 드는구나.

하지만 저 눈.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광폭해 보이는 시뻘건 눈이다.

마치 마수 같은.

"그... 그렇다면 그 눈은. 도...도대체 무슨 사술을 쓴 것이냐?"

"사술이라뇨. 그런 건 모릅니다. 단지 당신 실력이 낮은 것일 뿐."

"그...그럴 리 없다! 사람이라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눈이 아니냐! 게다가 고작 네 나이에 어떻게 이 모든 게 가능하단 말이냐아아!!!"

자신의 패배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함을 내지르는 파락.

"글쎄... 가능하니 지금 이렇게 된 것 아니겠습니까? 눈앞에 보이는데도 못 믿으십니까? 그 생각이 당신을 옭아맨 것입니다."

어느 새 파락의 앞까지 다가간 페릴턴이 검을 쥔 손을 위로 치켜들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의 손에서 자신의 죽음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졌다.

마구 고함을 질러대는 파락.

죽음을 직감한 자의 몸부림이었다.

"아...아니! 잠깐만. 뭘 원하나! 다 주겠다. 명예도 부도 원한다면 내가 다 주겠다. 아니 혹시 뭔가가 필요하다면 내가 그 놈을 죽여서라도 구해주겠다! 아니! 제발...!!!"

쯧...

추하구나.

역시 인간이란.

페릴턴의 눈가에 경멸이 서린다.

그리고는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가볍게 검을 내리긋는다.

스겅-

단 일검이었다.

그대로 베어진 파락의 목이 데구르르 구른다.

아직도 자신의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뜬 두 눈.

하지만 페릴턴은 축 늘어진 그의 모습을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다음 행동을 취했다.

팔을 슬쩍 움직이자 가볍게 빠져 나오는 돌에 박힌 무기들.

철컥-

공중에 떠있던 그의 무기들이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모든 무기들이 제자리에 안착했을 때.

그가 빙글 몸을 돌렸다.

돌아서는그의 눈가.

광폭하게 날뛰던 눈이 예의 눈으로 돌아왔다.

전혀 감정이 섞이지 않은 눈빛으로.

****

그가 갈무리를 할 때 즈음.

두 명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 11위~ 이 경치 좋은 곳에 아주 멋들어진 그림을 그려놨구만?"

"휘유~ 아주 그냥 두 토막을 내버렸네. 내버렸어. 상위 랭커도 별거 아니네."

"크크크크. 네 녀석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돼."

"야~ 나도 확 마. 이리 차고 저리 하고 하면 그까짓 거 금방이거든?"

"까고 있네. 으흐흐흐흐흐흐."

수다를 떨며 다가오는 둘.

둘은 페릴턴과 꽤나 가까운 사이인 듯 보였다.

허나.

다가온 자들을 확인한 후 자기 할 일만 하는 페릴턴.

"에잉. 인간미라고는 참."

말은 그렇게 하는 남자였지만 그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휘파람을 불어대며 시체 쪽으로 설렁설렁 걸어가는 그 남자.

그는 이내 주위에 널린 나뭇가지를 하나 줍는가싶더니 시체를 툭툭 건드리며 이리저리 뒤적이기 시작했다.

팔다리가 뻥 뚫려버린 시체.

그리고 저만치 덩그라니 떨어진 머리통 하나.

"어우~ 피 냄새. 아주 작살을 냈네 냈어. 내일도 또 시끄러워지겠네."

"거봐. 잘 한다니까. 내가 그랬잖아. 아무런 도움 없이도 이길 거라고. 내놔."

"쳇. 그러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네."

이내 시체에 흥미를 잃어버린 남자에게 다른 한 명이 손바닥을 불쑥 내밀었다.

연신 투덜거리며 주머니에서 얼마의 돈을 꺼낸 그.

"옛다. 먹고 떨어져라. 자식아."

"에헤헤헤. 오늘은 엘레나의 엉덩이나 좀 두들겨 볼까 그럼? 으흐흐흐흐."

바지춤을 주섬주섬거리며 음흉한 웃음을 짓는 남자.

"야. 기 빨린다. 거 작작 좀 해라."

"뭘~ 근데 쟤 가는데?"

그 말에 고개를 드는 남자.

"아이씨. 같이 좀 가자. 팀워크라고는 개뿔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는."

둘은 페릴턴의 뒤를 얼른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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