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15화 (115/249)

#115

귀환(11)

'이 녀석. 확실히 뭔가가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뭔가 밝혀지지가 않으니.

헬캣은 스고르 쪽을 슬쩍 보았다.

옷이 갈기갈기 찢겨진 채 여전히 널부러진 채인 스고르.

충격이 큰 탓인가 아직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는 않은 듯했다.

다시 고개를 돌리는 헬캣.

응?

...저거.

헬캣이 스고르에게 빠른 속도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가 주시하는 것은 스고르의 어깨에 있는 어떤 문양.

-이런... 찾았다!

후닥닥 스고르에게 달려가는 헬캣.

다음 행동은...

갑자기 그는 연이어 스고르의 뺨따귀를 때려가며 정신을 잃은 스고르를 깨워댔다.

죽지만 않을 정도의 강도로.

빠악- 빠악-

하지만 그때 정신을 잃은 스고르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가 마수 사냥꾼이라는 직업을 가지기 훨씬 이전의 달콤한 꿈을.

****

"이 녀석!"

찰싹찰싹-

대여섯 살 정도 남자아이의 볼기짝을 사정없이 내리치는 남성.

스고르와 쏙 뺴닮은 남성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앙. 잘못했어요~ 아아아아."

"내가 어? 몇 번이나 말했냐? 왜 자꾸 남에 집에 가서 반찬이 어떻네 밥이 어떻네 청소는 여기가 잘못 됐네 참견을 하고 다니는 거야?"

...참견은 천성이었나보다.

저리 어린 나이에도 온갖 대소사에 다 참견을 하고 다닌 걸 보니.

"그거야 악! 눈에 보이니까 악! 그렇죠!"

"이게 그래도 말대꾸만 따박따박하고 어?!!!"

찰싹찰싹-

으아아아아앙-

"아유~ 여보. 애 잡겠어요~"

"시끄러! 이 녀석은 더 혼나야 해! 어디 남 부끄럽게 어?"

그렇게 방 안에는 스고르의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릴 적의 꿈이라길래 행복한 기억인 줄 알았건만...

모두가 그런 것 만은 아닌가보다.

그리고 다시 현실.

헬캣은 여전히 스고르의 뺨을 퍽퍽 때리는 중이었다.

-이 놈 봐라? 안 깨어나는데? 너무 살살 때리는 건가?

헬캣이 잠시 자신의 앞발을 쳐다보았다.

이상하네.

살살 때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조금만 강도를 더 올려볼까?

퍽- 퍽-

한 대씩 한 대씩 맞을 때마다 오히려 움찔거리는 건 스고르의 일행들.

"어우. 어우. 어우."

"...잔인해..."

하지만 헬캣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겨우 멈춘 건 스고르의 볼이 부풀 대로 부풀어올라 거의 찐빵 수준이 되었을 때.

그때야 비로소 스고르가 깨어났다.

헉- 허억-

후욱후욱-

숨을 몰아쉬는 스고르.

너무나 선명한 꿈이었다.

몽롱한 가운데 손을 들어 볼을 확인하는 그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윽-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통증을 다스릴 틈도 없이 한 번 더 놀라고 마는 스고르.

아픔 정도는 순식간에 삼켜버릴 정도로 더 놀라버린 그였다.

"헉. 뭐야."

자신의 눈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헬캣.

"뭐...뭐냐?"

-아나~ 이 놈 이거. 어지간히 안 일어나네. 그게 그리도 충격이 심했냐? 몇 대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거냐? 도대체.

"이...이거 네가 그런 것이냐? 안 끼어든다고 말했지 않나..."

-이번엔 다른 거야. 그리고 그건 네가 졌어 자식아.

...다른 거...?

스고르의 눈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거. 네 어깨에 있는 거. 내가 그 흔적을 얼마나 찾아 헤맨 줄 아냐?

"어...깨?"

스고르가 헬캣이 말한 자신의 어깨를 힐끗 보았다.

문이 반쯤 열린 문양.

이걸 안...단 말인가?

"이...이걸 아나?"

-왜 몰라? 내가 그걸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이걸 찾아다녔다고?"

스고르의 어깨에 그려진 문양.

저것은 '오픈도어' 라는 집단의 표식이었다.

지금 환수계는 지금까지 환수계가 생겨난 이래 제일 혼란한 시기였다.

그 주범은 하르무.

그의 목표는 인간계와 환수계의 연결.

그는 자신의 세력을 더욱 결집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주인들 중 몇몇이 대립각을 세우고는 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

자이앤트 같은 인간계로 넘어오는 환수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환수계에서만 그것을 진행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그것은 인간계에서도 호응이 되어야만 하는 일.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인간계에서의 집단.

또한 그들은 인간계에서 하르무의 지시를 받는 집단.

그들이 바로 지금 스고르의 어깨에 그려진 것과 같은 문양을 사용하는 오픈도어라는 조직이었다.

본거지가 어디에 있는지 몇 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단지 헬캣이 지금까지 알아낸 것은 랭커들도 포함되어 있고 마수 사냥단도 꽤나 들어가있다는 정도려나.

더군다나 워낙 점조직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은밀히 움직이는 탓에 이들의 꼬리를 찾는 것조차도 어려웠다.

그런데 여기 이 자리에서 그것도 이 하찮은 녀석.

스고르의 어깨에서 그걸 발견하게 될 줄이야.

횡재지 횡재야.

****

-그래서 네 녀석들 조직은 어디에 누가 몇 명이나 있지?

"...자...잘 몰라. 네가 어떻게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잘 몰라."

-야. 거짓말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지. 네 어깨에 그게 떡 하니 그려져 있는데 네가 모르는 게 말이 되냐?

"지...진짜야. 정말 몰라."

스고르가 말하는 건 모두 진실이었다.

자신은 단지 지령만 받을 뿐.

그리고 거기에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

스고르가 오픈도어에 가입한 건 우연찮은 기회였다.

뭐 어릴 때부터 길러온 참견질 덕분이려나.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자신은 아직 정식 입단이 허락되지 않은 준회원이었으니.

물론 이 사실을 아는 자들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사냥단 중에서도.

그렇기에 진실을 말한 것 뿐인데 지금 눈앞에 있는 마수는 절대 믿어주려 하지 않는다.

-그래? 하긴 오픈도어 그 녀석들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헬캣이 이해는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신뢰는 가지 않지만 정말로 아는 것도 딱히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어글리불의 멱살이라도 잡아서 물어볼 걸 그랬다.

그때 워낙 경황이 없었던 탓에 알아보지 못한 게 실수라면 실수겠지.

아니다. 아니야.

그 녀석은 따로 움직이는 것 같으니 모를 거야.

헬캣이 고개를 다시 절레절레 내저었다.

아!

그럼 알아낼 수 있는 건 또 하나가 있지.

-그럼 적어도 이건 알겠지.

"...뭐...?"

-네 녀석에게 지령을 내리는 녀석. 그 녀석은 누구지?

"그...자...말입니까?"

-그래. 분명히 있을 것 아냐. 지령을 받아야 너도 움직일 것 아니냐?

"그...그렇긴 하지만."

그 자를 떠올리자 스고르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자...

확-

-빨리 말 안 해? 너 지금 대충 보니 겁 먹은 것 같은데 지금 나한테 죽을래 아니면 거기에 걸려서 죽을래?

스고르의 얼굴에 갈등이 서렸다.

까딱 잘못하면 부귀영화를 누리기도 전에 여기서 생을 마감하게 생겼다.

좀 잘 살아보겠다고 들어가려 한 오픈도어건만 거기서도 애매하고 여기에서는 더 애매한 입장이 되어 버렸다.

"그... 그 자는..."

스고르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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