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14화 (114/249)

#114

귀환(10)

이 곳에 있는 모두가 어떤 생각을 하던 말을 하던 헬캣의 행동은 계속되었다.

-보자. 너무 강하게 하면 정말 둘 중에 하나는 죽을 거니까 나머지 녀석들이 못 끼어들게 할 정도로만 하지. 전투불능 정도만 되면 될 거야 아마. 그럼 시~~작.

혼자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하던 헬캣이 뒤로 물러났다.

이 공간에서 타인에 의한 간섭은 더 이상 불가하다.

아무렴. 자신이 만들었는데. 훗.

헬캣의 얼굴에 뿌듯함이 서렸다.

그리고 당사자들.

비록 자신의 일행들이 끼어들지는 못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한 스고르.

뱀눈 마냥 가늘어진 그의 눈에서 웃음기가 맴돌았다.

"다시 시작해 볼까?"

하지만 체스에게 그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중단. 중단. 그리고 상단.

둘의 조화를 이끌어 낸다.

무작정 아랫배에 힘을 주라는 건 아닌 것 같고...

'아이씨. 영 모르겠네.'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헬캣에게 다시 도움을 구하는 체스의 간절한 눈빛.

'쯧쯧.'

헬캣이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생각을 하라는 건가?

그때.

"무시라... 이거 참."

스고르가 자신의 몸에 기운을 둘럿다.

그도 사파이어 등급.

중단의 사용이 가능한 마수 사냥꾼이었다.

타앗-

힘차게 바닥을 차고 뛰쳐나간 스고르.

그가 발을 디딘 자리는 그의 족적가 깊게 패인 채 남아 있었다.

****

이미 체스의 머릿속에는 스고르의 다음 행동이 그려진 상태였다.

따지고 보면 거의 사기적인 스킬이지.

행동을 읽는다는 것.

그 사이 스고르의 단창이 힘껏 체스를 찔러왔다.

하지만 이미 체스의 몸은 다음의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슈왁-

체스의 어깨를 노리던 스고르의 단창이 부질없이 허공만 찔러간다.

그 틈에 노출된 스고르의 상체.

'빈틈!'

누가 봐도 확실한 빈틈이었다.

체스가 대검을 한 바퀴 팽그르르 돌리더니 검날을 이용해 그대로 베어 들어갔다.

힘이 꽤나 실렸는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하지만 단순히 힘 만으로 치고 들어오는 거야 뭐.

여유로운 웃음을 머금은 스고르가 중단을 열었다.

그러자 몸에 돌던 기운이 아랫배를 중심으로 뭉치는가 싶더니 급격히 빠른 속도로 온몸을 회전하기 시작했다.

순간 갑자기 늘어나는 듯한 스고르의 몸.

헙-

체스가 놀란 숨을 들이켰다.

눈앞에서 갑자기 스고르가 사라져버렸다.

휘이잉-

베어가던 대검은 목표물을 잃은 채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사이 스고르는 어느 새 그의 뒤를 점하고 있었다.

뻐어어억-

발로 체스의 등을 냅다 차버린 스고르.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다.

튕겨져나가는 체스의 몸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는 스고르.

아까 장면의 반복이다.

이번에는 단창을 이용해 공격하는 게 좀 다를 뿐.

급소를 치고 들어오는 공격은 막아내고 있지만 살짝씩 베여가는 상처들은 막을 수가 없었다.

체스의 머릿속에 다음 장면이 그려지기는 한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과 현실의 일은 거의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완벽하게 대응을 하는 것은 지금의 체스에게는 아주 불가능한 일.

완벽히 수세에 몰린 체스였다.

이대로라면 확실한 필패.

하지만 두들겨 맞는 와중에도 체스는 중단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애를 썼다.

'생각을. 생각을 하자.'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빛을 발한다고 했던가?

체스의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시작되었다.

투둑- 투둑-

쌀알 정도의 크기의 중단에서부터 시작된 미세한 변화.

단단해보이되 실체가 느껴지지 않던 중단.

그 껍질이 사라락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한 번 깨지기 시작한 중단의 껍질은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을 속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제방이 무너지듯 일거에 무너지는 것들.

게다가 체스의 상단은 이미 열려진 상태가 아닌가.

껍질이 깨어진 중단이 갈 곳을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슈릉-

한 줄기 새어나온 중단의 기운은 그대로 상단을 향해 치고 달렸다.

그리고 자연스레 하나로 뒤엉키기 시작하는 두 단의 기운.

그 두 기운은 잠시 엎치락뒤차락하는가 싶더니...

순간 체스의 몸 안쪽에서부터 아주 다른 기운이 터져나왔다.

콰과과과과과과-!!!!!!

그리고 그 기운은 순식간에 스고르를 덮쳐갔다.

"억!!!"

황급히 자신의 팔을 들어 그 기운을 막아내는 스고르.

옷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간다.

"제...제기랄... 이게 뭐야..."

하지만 기운이 너무 강하다.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티던 그가 결국에는 힘이 다 했는지 그대로 튕겨져 나가더니 결계에 처박히자마자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

꿈틀-

엎드린 채 둘을 지켜보던 헬캣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확실히 느껴지는 변화가 있었다.

-에휴. 저 둔한 것. 이제야 깨달았나보네. 그래도 좀 하긴 하네. 말을 하니 알아듣기는 하는구만.

체스의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

중단이 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체스의 몸에서부터 퍼져나오는 저 기운.

저것은 단지 중단이 깨어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이미 상단은 열려있는 상태.

그 말인즉슨 두 단이 하나가 되어간다는 말이다.

중단과 상단 사이에는 하나의 연결 통로가 만들어져 가고.

그 변화는 체스를 보는 것 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기색 만으로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으니까.

즐겁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헬캣.

갑자기 헬캣의 표정이 싹 바꼈다.

-얼레?

가만히 엎드린 채 체스의 변화를 지켜보던 헬캣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저 기운.

아니 기운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저 기운에서부터 풍겨지는 냄새.

너무나도 익숙한 냄새다.

한때 자신과 깊은 연을 맺고 있던 녀석.

저건 그 녀석의 기운과 몹시도 흡사한 냄새가 아닌가?

갑자기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그 자.

한때 그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헬캣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 여기에서 그 냄새가 풍기는 것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저 녀석. 정체가 뭐야?

팟-

잠시 넋이 나가있던 헬캣이 그대로 체스에게 달려들었다.

****

-너... 뭐냐?

"에? 에? 에???"

핼켓의 앞발에 깔린 채 영문도 모를 표정을 짓는 체스.

갑자기 헬캣이 왜 이러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는 그였다.

-너 $!#@과 어떤 관계냐?

"...네? 뭐라구요? 누구요?"

-$!#@ 말이다. 네가 도대체 어떻게 지금 그 녀석의 냄새를 풍기는 것이지? 아.

갑작스레 시작된 헬캣의 추궁이다.

게다가 그의 말 가운데 섞여 있는 따라할 수조차 없는 저 이상한 단어.

"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우선 숨부터 좀..."

-아. 그렇군. 진명이라서 알아들을 수가 없는 건가. 그럼... 네 녀석 다시 한 번 과거를 말해봐라.

발을 떼며 체스에게 다짜고짜 질문을 던지는 헬캣.

갑자기 과거는 왜...?

이유를 물어볼랬지만 머리를 들이댄 헬캣의 표정은 매우 진지해 보였다.

"...엄마는 빚만 갚다가 돌아가셨고... 아빠란 작자는 나에게 빚만 안기고 떠나갔죠. 친척은 없어요."

체스가 자신의 불우한 가정사를 줄줄이 읊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워 그 자와의 접점을 찾으려는 헬캣.

...그런데... 없는데?

그 이야기 가운데 어디에도 자신이 원하는 답은 나오질 않았다.

-아닌데... 이상하네.

헬캣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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