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귀환(2)
의사와 함께 들어오는 사내.
심슨이었다.
그도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내가 자네 데리고 오느라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무겁기는 어찌나 무거운지. 으허허. "
"아. 절 데리고 나온 게 당신이군요."
입만 벌린 채 이야기하는 체스.
"맞아.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더라고. 안 데리고 왔으면 거기서 아마 죽었겠지. 그런데 자네가 있던 곳에 마수들이 두 마리 싸우고 있던데. 그... 여왕 말이야. 혹시 아는 게 있나?"
"글쎄요... 저도 기억을 잃었던 터라. 오히려 전 죽은 줄 알고 있었는데..."
"그래...? 흠... 이상하네."
심슨의 눈이 잠시 체스의 머리맡에 있는 고양이를 향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번의 자이앤트 토벌에 너무나 많은 마수 사냥꾼들을 잃어버렸다.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은 살리긴 했으나...
이대로라면 더욱 늘어나기만 하는 마수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그만큼 더 늘어났다.
"그나저나 자네. 아마 퇴원을 하게 되면 정식으로 등록이 되겠지만 잠정적으로 실버 등급으로 인정을 하기로 했네."
"네??? 그게 정말인가요???"
체스가 깜짝 놀란 듯 말을 했다.
인정이라니...
앞에서 마구 날뛴 보람이 이제야 나오는가보다.
"그게 흠. 자네가 처음 둥지에 들어갔을 때 잘 하기도 했고 일단 살아남기도 했으니 말이지. 그리고 내가 보증을 하기로 했지. 예외적으로 말이야."
"보증이요?"
"그렇지. 자네가 싸우는 걸 봤는데 신기하더라고. 그... 자네가 미리 얘기해 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우리도 꽤나 고생을 했겠지. 그건 어떻게 안 거야?"
"아~"
지금 심슨이 이야기하는 건 둥지에서 있던 일을 말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머릿속에 그 장면이 보였다고 해야 하나?
곧이곧대로 이야기하면 믿어주려나?
체스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장 적절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그때.
니야아앙~
체스의 머리맡에 있던 헬캣이 입을 벌려 소리를 냈다.
"아차차. 자네 고양이가 그만 말하라는구만. 자네가 환자인 걸 아는가 보구만. 이거 영특한 녀석이네. 으하하."
니야아앙~
"알았다 알았어. 그때 둥지를 들어갈 때에도 옆에 있는 것 같더니 용케 휘말리지 않고 살아났구만. 여기에서 나오면 나에게 좀 오게. 할 말이 있으니. 그리고 의사 양반. 어느 정도나 걸리겠나? 다 낫는데."
그제야 생각이 난 듯 심슨이 의사를 쳐다보았다.
체스가 묻고 싶던 것이기도 했다.
들어오자마자 의사는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쿡쿡 눌러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뭐야? 심각하나? 아직?"
"그게... 저 이 몸을 좀 연구해 보고 싶어요."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그 말이 왜 나오는 거지?
연구라니.
모두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처음에 실려왔을 때에는 분명히 뼈도 부러져 있고 그랬는데..."
"그런데? 더 안 좋아졌나? 퇴원까지 더 오래 걸리나...?"
자못 심각한 표정을 한 심슨이 물었다.
그러나 오히려 반대의 말이 의사의 입에서부터 흘러 나왔다.
"...아니오. 뼈가 다 붙었습니다. 어느 새. 저... 이 사람... 사람 맞죠? 붕대도 지금 당장 풀어도 되겠는데요?"
의사가 한참 동안 체스의 몸을 살피더니 한 말이었다.
분명히 실려왔을 때에는 확실히 완치까지 적어도 몇 주는 걸릴 줄 알았는데.
이 정도라면 확실히 인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회복력이었다.
복귀한 지 불과 며칠이 채 지나지도 않았지 않은가.
"아~ 그거? 마수 사냥꾼들이란 게 원래 좀 이상한 녀석들이 많아서 말이야. 이 자도 약간 특이한 사람인가 보지. 당장 나도 그런 걸 뭐. 으하하하."
의사가 말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심슨이었다.
랭커들 중에는 이보다 더한 괴물들도 많았다.
특히나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녀석들.
정말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괴물들이었다.
자신도 그렇지만 S급의 마수들 정도와 일대일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알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괴물들이었다.
그러니 체스가 저렇게 빨리 낫는다는 것 정도는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의 심슨이었다.
"그럼 뭐 그대로 두면 되겠네. 퇴원하면 아마 난 협회 쪽에 있을 거야. 그리로 와."
"아. 네."
"아참! 이번에 보상은 없네. 뭐 일당 정도는 협회에서 지불이 되겠지만 그 이상은 이번에는 없어."
"!!!!!!"
체스의 말문이 막혔다.
죽을 고생을 하며 조금이라도 더 보상을 받으려고 다치건 말건 달려들었는데.
"왜요!"
"흠. 그게 말이지. 마수들 사체를 가지고 오기도 전에 둥지가 무너져서 말이야. 그래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지. 그러니 이번에는 아마 전사자들 위주로 보상이 좀더 주어질 것이야. 뭐 좀 봉사했다고 생각하게."
...망했다.
추심조가 올 건데...
갑자기 체스의 몸에서 힘이 쫙 빠졌다.
다 틀렸다.
아직 연체를 한 적은 없는데.
연체가 되면 어떻게 되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씨. 이거 큰일이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하나...'
체스의 얼굴에 염려가 잔뜩 끼일 때.
그의 그런 사정을 모르는 심슨은 체스에게 퇴원하면 자신에게 오라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야.
모두가 나간 것을 확인한 헬캣이 불쑥 체스를 불렀다.
"네..."
힘없이 대답하는 체스.
-너 빚 갚는 것 때문에 그러냐?
"당연하죠... 누구 때문에 빚도 못 까게 생겼는데..."
-하여간 속은 밴댕이 속처럼 좁아 터져서는 아직도 그 얘기냐?
"...전 당장 생존의 문제라구요..."
끌끌끌-
체스를 머리맡에서 내려다보며 혀를 살짝 차던 헬캣.
그가 슬쩍 몸을 일으켰다.
폴짝-
헬캣이 체스의 몸 위로 슬쩍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이내 켁켁거리기 시작하는 헬캣.
"우왁! 지금 뭐하는 거에요? 사람이 못 움직인다고 지금 그 위에서 토하는 거에요??? 저리 가요!"
체스가 아직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비틀어 대며 헬캣을 떨어뜨리려 했다.
하지만 그딴 게 통할 리가 없지.
-가만히 있어봐라.
자신의 꼬리로 체스를 퍽 쳐대는 헬캣.
그러더니 그는 켁켁거리며 뭔가를 툭툭 뱉어냈다.
데구르르-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자이앤트의 환석.
그것도 무려 2개였다.
"뭐...뭐에요?"
그의 몸 위에서 데구르르 흘러 내리는 2개의 환석.
-옛다. 내가 2개 챙겨왔다. 이걸로 우선 빚이나 까라. 나머지는 내가 조금 배를 채우긴 했지만 이 정도면 내가 먹은 걸로도 충분할 거다.
어찌나 앓는 소리를 하는지.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라도 환석 몇 개를 챙겨온 헬캣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들은 체스의 입이 순간 헤벌쭉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