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04화 (104/249)

#104

루비온 왕국(4)

허공에 떠있던 어글리불이 그대로 몇 장의 카드를 날렸다.

쌔액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카드.

몇 장의 카드는 왕과 데프트를 동시에 노리고 있었다.

"제법 힘은 쓰는 놈인가 보구만."

카드가 날아오는 궤적과 속도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다.

왕궁에 혼자 쳐들어 와도 될 정도의 녀석이었다.

"좋아. 인정."

그 사이 이미 지척에 도달한 카드.

데프트는 자신의 팔을 힘껏 뒤로 젖히더니 검을 그대로 허공으로 홱 날려버렸다.

부메랑 마냥 횅횅 날아가는 검.

그리고는 짧은 다리를 움직여 재빠르게 움직이는 데프트.

그가 향하는 곳은 왕이 있는 곳이었다.

"야. 왜! 저리 가!"

날아오는 카드보다 달려오는 데프트가 더 무서운 왕이었다.

저 녀석이 자신에게 온다는 건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왕의 외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데프트는 그대로 껑충 도약을 했다.

하이아아압-

순간

푹-

왕을 노리던 카드가 데프트가 들고 있는 방패에 깊숙이 박혀버렸다.

이이이잉-

방패에 느껴지는 진동이 팔에까지 전해질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카드에는 엄청난 힘이 실린 듯 데프트의 방패에 박힌 카드는 끄트머리만 살짝 남아 있었다.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몸 전부를 이용해 그 충격을 받아내는 데프트.

"말 좀 하고 들어와라 자식아!"

식겁한 왕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쳇.

살려줘도 저 난리네.

입을 삐죽거리는 데프트였다.

남은 실컷 고생해서 막아주는구만 지금 어?

그리고 그 사이 데프트가 던진 검은 공중에서 반원을 그리고 있었다.

날아오는 카드를 정확하게 반으로 갈라버리는 그의 검.

횅횅 날아가던 검은 어글리불이 날린 모든 카드를 반으로 가르며 데프트의 손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거 참. 대단하네요. 역시 쉽지는 않다는 말이군요. 오호홍."

"그래? 그럼 더 어렵게 만들어 줄게. 크흐흐."

말이 끝나자마자 데프트가 발을 통통 굴렀다.

다시 시작된 그의 발굴림이었다.

뭘 하려는 거지?

설마 자신에게도?

에이~ 그건 무리지.

어글리불이 허리를 살짝 굽혀 그를 자세히 살폈다.

끼요오오오옷-!!!

그 때 괴상한 소리와 함께 데프트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의 모습에 이마를 탁 짚는 왕.

공격을 하는 건 데프트인데 왜 이렇게도 바라보기만 하는 자신의 볼이 다 화끈거리는지 원.

그 사이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데프트는 공중을 날아오르고 있었다.

몸을 돌돌 만 채로 팽그르르 돌아가며.

마치 허공을 나는 팽이...?

그런데 날아오는 기세가 꽤 사납다.

아까 마수를 잡던 때보다 훨씬 더 빨라진 듯했다.

게다가 가볍게 치고 피하기에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다.

순식간에 자신의 몸을 향해 날아오는 데프트.

이크.

공중으로 올라간 그대로 몸을 말아서 날아오는 데프트였다.

깜짝 놀란 어글리불이 겨우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팽그르르 돌던 데프트는 몸을 멈추지 않았다.

원을 크게 그리며 회전한 그의 몸은 중력조차 거스른 채 어글리불의 뒤편에서부터 그를 향해 치고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앞에 카드를 잔뜩 펼치는 어글리불.

그리고 자신의 손을 휘저어 카드를 데프트에게 마구 날렸다.

슈와아악-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카드들.

속도 대 힘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따당- 따당-

데프트의 갑옷에 닿자마자 맹렬히 회전하는 속도에 그대로 후두둑 지상으로 떨어지는 카드들이었다.

어글르불은 다시 한 번 카드를 던지려했으나 이미 지척까지 다가온 데프트였다.

이익-

겨우 몸을 틀어 가까스로 데프트를 피해내는 어글리불.

'이...이런 게 통한단 말이야???'

어글리불이 혼비백산했다.

보던 것과는 다르게 직접 겪어보니 이거.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뭐...뭡니까? 그 난잡한 기술은?"

가까스로 피한 채 진땀을 흘리는 어글리불.

그 사이 데프트는 한 번의 공격을 시도 후 지상으로 무사히 착지를 한 상태였다.

"어우. 어지러워."

그는 너무 지나치게 회전을 한 탓에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있었다.

데프트 고유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돌 때는 좋은데 착지를 하면 그 후유증이 어찌나 큰지...

특히나 방금은 힘을 과도하게 써서 그런지 속이 다 메슥거린다.

저...저...

"데프트 저 녀석. 제 몸도 못 가누면서 왜 저런 기술을 쓰는 거야? 도대체..."

"전하. 그래도 데프트 만한 사람도 없습니다. 좀 저렇게 보여서 그렇지."

"그렇긴 하지... 그래서 더 큰일이지. 에휴. 낯 부끄러울 정도다 진짜."

왕과 그 옆에 있던 신하는 서로 쑥덕쑥덕거리며 데프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누가 뭐가 이야기하건 데프트는 여전히 어글리불을 노려보고 있었다.

적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집중력만큼은 최고인 데프트였다.

합-!

갑자기 다리를 착 모으는 데프트.

자기 나름의 자세를 잡기 위한 기합이었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내주마!"

데프트의 종아리 근육이 불룩 솟아났다.

그가 발을 디디고 있는 땅이 움푹 패이고 몸 전체를 휘감는 강렬한 기운.

그오오오오오-

데프트의 몸에서 싸아 열기가 피어 올랐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어글리불.

'아이씨. 짜증나.'

그래도 여기에서 본 모습을 드러낼 정도의 예정은 없으니.

오호호호호호호홍-

애써 웃음을 터뜨리는 어글리불이었다.

"진정하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 굳이 여기서 힘을 더 뺄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다음에는 좀더 즐겁게 한번 해보죠~"

어글리불은 그대로 떠나려는 듯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순간.

"비겁한 놈! 어딜 가려고!"

데프트가 자신의 검을 그대로 힘껏 날렸다.

휘잉- 휘잉- 휘잉-

빠른 속도로 어글리불을 향해 날아가는 그의 검.

그러나 그보다는 어글리불의 행동이 훨씬 빨랐다.

허리를 펴는 순간 그는 순식간에 샤샥 사라졌다.

서걱-

데프트의 검이 그대로 허공을 헛되이 돌아오는 사이.

그가 사라진 허공에서는 살짝 잘려나간 조그만 보라색 천 조각이 나풀거리며 떨어졌다.

그 조각은 땅에 닿자마자 치익 연기를 내며 타들어 가고 마수가 다녀간 흔적만 성 여기저기에 남아 있었다.

"아쉽네. 잡았어야 되는데."

아쉬운 표정의 데프트였다.

이대로 조금만 더 싸우면 자신이 왕국의 위협을 바로 제거할 것만 같았는데.

"야!!!!!!"

아악. 귀 따가워.

귀로 들려오는 왕의 따가운 목소리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드는 데프트였다.

"따라와!"

왕은 자신이 할 말만 하고는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저 말인즉슨.

"아. 상을 내리려고 하시는 거구만. 또 내 힘을이용해 왕국을 지켜냈네. 역시 난 정말. 크으."

안에 들어가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그저 싱글벙글대며 왕을 따라가는 데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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