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101화 (101/249)

#101

루비온 왕국(1)

한창 대륙 곳곳에서 마수가 들끓을 무렵.

이 대륙 전체를 지배하는 루비온 왕국의 왕궁.

이 곳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그래서 지금 전 지역에 걸쳐서 마수가 들끓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지금 병력도 다 파견하고 마수 사냥꾼 협회에도 좀더 빨리 움직여달라고 요청은 해뒀습니다만... 그리고 심지어 은퇴한 마수 사냥꾼들에게까지 손을 벌리긴 합니다만... 실질적으로 손이 많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젠장. 그래서 원인은 파악을 했나? 왜 이렇게 마수들이 갑자기 마구 쏟아지는 것인지 알아보라고 했지 않나?"

"그게... 저희가 알아보려 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게 마수 아닙니까... 게다가... 그 마수도감을 썼던 자의 제자가 어딘가에 있다고는 했는데 그의 행방을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백방으로 수소문은 하고 있습니다만..."

"어휴... 내가 너희를 믿고 뭘 하냐? 도대체가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네. 아예 우리 다 죽고 찾아라. 어?"

대신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왕이 버럭 화를 냈다.

이런 녀석들을 데리고 뭘 하라는 것이냐 참...

대대로 이 대륙을 다스려 온 루비온 왕국.

현재 루비온 왕국은 도리안 왕의 통치 하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왕이 된 이래 제일 곤경에 처해 있는 도리안 왕이었다.

들려오는 소식은 매번 똑같다.

이번에는 어느 마을이 사라졌다거나 또 어디가 공격을 받고 있다는 등 뒷목을 잡게 하는 소식들 밖에 없었다.

정말 보고가 올라올 때마다 이제는 심장이 덜컹거린다.

수명이 도대체 얼마나 줄어든 건지.

마수들의 침공이 들려올 때마다 병사들을 보내긴 한다.

하지만 그게 또 한계가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그래서 마수 사냥꾼 협회에 아쉬운 소리는 한다만은...

아무튼 골치가 아프다.

이대로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말이지.

후...

왕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저...전하!!!"

누군가 복장이 다 헝클어진 채 헐레벌떡 뛰어왔다.

"크...큰일입니다!!!"

"...?"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지금 마수들을 어떻게 처리할까가 가장 다급한 일이거늘.

"뭐? 만약에 큰일이 아니면 넌 바로 백수가 될 줄 알아라. 그래서 뭔데?"

"마...마수 무리가..."

그제야 숨을 고른 신하가 입을 열었다.

타아악-!

"헛소리하지 마라. 마수가 무슨 여기까지 온단 말이냐!"

왕이 자신의 의자를 손바닥으로 퍼억 치며 일어섰다.

마수가 이 곳 수도에까지 온다고?

"저 헛소리를 지껄이는 녀석을 당장 잡아라!!!"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한데 이제는 머리가 홱 돌아버린 신하까지...

노기가 가득 찬 왕의 모습이었다.

"지...진짜입니다. 바...밖에..."

왕의 격노에 말까지 더듬으며 입을 여는 신하.

콰아아아아아앙-!!!

순간 격렬한 폭발음이 울리며 일순 왕궁 자체가 흔들거렸다.

"뭐...뭐냐!"

그 길로 왕을 비롯한 신하들은 헐레벌떡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얼른 걸음을 내달렸다.

****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

"저...저게 도대체 무어란 말이냐?"

왕이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왕궁의 넓은 광장.

그 곳에는 마수들과 병사들이 잔뜩 뒤엉켜 있었다.

이미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그 곳.

아니지.

일방적인 학살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서겅-

촤악~

병사들이 창이며 칼이며 무기를 든 채 방어를 하려 했지만 그들의 실력으로는 당연히 무리.

피가 여기저기 촥 뿌려졌다.

"크으으윽..."

"전하! 전하! 위험합니다! 얼른 물러나십시오!"

주위의 근위병들과 기사들이 달려 왔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곳까지는 쳐들어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왕의 시선은 하늘로 향해 있었다.

마수 부대를 우르르 끌고 온 자.

그리고 마수의 머리 위에 꼿꼿이 서있는 자.

그 자는 바로 예전 체스의 눈앞에 나타났던 S급 마수 어글리불이었다.

"마수가 왜 이 곳까지 나타난단 말이냐!"

"호호호~ 제가 어디 못 올 곳을 왔습니까?"

헉-!!!

"마...마수가 말을 하다니!"

"말을 하는 마수가 있었단 말인가???"

마수가 말을 한다라...

금시초문이었다.

왕궁에 있는 모든 자들은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입을 떡 벌렸다.

"제가 온 게 신기한 게 아니라 말을 하는 게 신기한 것이군요? 오호호호~"

"그...그렇다...!"

탁-

가볍게 땅으로 착지하는 어글리불.

여전히 보라색 일색의 연미복 차림인 그였다.

"인간들은 참 신기하죠? 저희들을 마수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자기네들만 지성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너...너희들이 마수지 그럼 도대체 무어란 말이냐!"

왕의 옆에 서있던 대신 하나가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쳤다.

순간.

팅-

어글리불이 손을 들어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

퍽-

고함을 외쳤던 대신의 머리가 순식간에 터져 나갔다.

"아이참~ 너무나도 시끄러우셔서 그만 참지 못했네요. 오호호호."

히이이익-

그가 보여준 방금 공격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모든 사람들의 눈에 보인 건 머리가 사라진 채 무너지는 대신의 몸.

모두에게서 경악이 터져 나왔다.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하는 왕궁의 모든 사람들.

"아차~ 오늘 온 이유를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설명을 드려야겠죠?"

"그...그렇지... 말을 해줘야 알지..."

주눅이 잔뜩 든 왕이 모기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세요? 오호호~ 죽이지 않아요~"

어글리불이 웃으며 이야기를 했지만 모여있는 이들 중 아무도 웃는 이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을 하는 사내는 둘째치고 마수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이 절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저 마수들이 지금이야 저렇게 순하디 순한 양처럼 있지만 그것도 순전히 저 남자 덕분.

혹여나 날뛰기라도 하면 이 곳 왕궁이 초토화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 사달이 났는데 그 녀석은 도대체 어딜 간 거야???'

왕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있으면 이렇게까지 수세로 몰리진 않을 건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안 보인다더니 딱 그 짝이 아닌가.

'아오씨...'

그 사이 어글리불이 입을 열었다.

왕으로부터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너무나 지루한 표정이었다.

"제가 말해도 될까요?"

"ㅇ...어... 그래..."

"원하는 게 좀 있습니다만 그걸 지금부터 좀 가져갈까 합니다. 오호호호~"

원하는 것이라.

이 곳에서 가져갈 게 무에 있단 말인가.

"혹시... 재화를 원하는가? 아니면..."

"재화요?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

어글리불은 돌아온 왕의 대답이 진부한 듯 허리를 반으로 접은 채 웃음을 마구 터뜨렸다.

"아이고~ 왕이라는 작자가 이렇게나 아무 것도 모르다니. 오호호호호호호호."

"...무...무어라?"

왕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한낱 마수에게 이딴 무시나 당하다니.

"화내지 마세요~ 오호호호. 정말 재미있어서 웃은 거니까~"

"이익..."

지금이라도 마음 만큼은 벌써 어글리불을 100번이고 더 두들겨 팬 왕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음일 뿐 행동으로는 옮길 엄두조차 못 내는 왕이었다.

"제가 원하는 건 말이죠?"

어글리불이 자신이 온 목적을 이야기하려는 순간.

"전하!!!!!!!!!!!!!!!!!!!!!!"

저 멀리서 헐레벌떡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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