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89화 (89/249)

#89

자이앤트(8)

그 이후로 자이앤트의 습격은 없었다.

오히려 문을 잠근 듯 자신들의 둥지에서 빠져 나오지 않은 채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질 않는 자이앤트였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자이앤트의 둥지를 치기로 한 날.

목표는 자이앤트 여왕의 멸절이었다.

둥지를 노려보고 있는 마수 사냥꾼들의 수는 꽤나 줄어들어 있었다.

약 150여 명 정도.

지난 번의 습격으로 인해 약 1/4의 인원을 잃어버린 그들이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록 마수 사냥꾼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지원을 위해 보낸 왕국군도 도착하여 그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그만큼 왕국에서도 이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대신 다이아 등급 정도의 실력자는 더 이상 없었다.

심슨에게 있어 굳이 아쉬운 점을 뽑으라면 아마 그것이겠지.

"준비는 다 되었겠지?"

심슨의 말에 준비에 대한 확인을 하는 깃발이 올라갔다.

그러자 각각의 둥지의 입구 앞쪽에 배치된 마수 사냥꾼들에게서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깃발이 올라왔다.

"음. 좋아. 그럼 가볼까?"

심슨이 무기를 든 자신의 팔을 힘껏 치켜들었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힘껏 달려가는 인원들.

와아아아아아아-!!!!!!

그들은 자이앤트의 둥지로 있는 힘껏 발을 놀리며 달려갔다.

****

[여왕님. 그들이 오고 있습니다.]

[좋아. 날 만족시키는 그 맛을 가져와라. 아직 한참 부족하다.]

자이앤트 여왕의 배 부분은 훨씬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이제 육안으로도 여왕이 밴 새끼의 심장 박동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지금 자이앤트 여왕은 심한 갈증을 느끼는 중이었다.

한번 질 좋은 먹이를 섭취했더니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번 불시의 습격으로 약 50여 구의 질 좋은 먹이를 섭취한 여왕이었다.

자이앤트 여왕은 만사 제쳐두고 그것부터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하지만 부족하다.

몹시 부족해.

더욱 질 좋은 양분을 흡수해야 더욱 훌륭한 새끼가 태어나지 않겠는가?

바로 주인이 될 자격을 가진 아이 말이다.

[이번에 들어오는 자들은 모두 어느 정도지?]

[지난번보다는 훨씬 많은 숫자입니다.]

[좋아. 모두 죽여서 가지고 와라. 내 친히 한입 한입 꼭꼭 씹어먹어주마.]

[네. 알겠습니다.]

자이앤트 여왕의 말을 들은 자이앤트 한 마리가 4개의 발을 움직여 여왕의 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여왕은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두근두근-

여왕의 배 안에서 자라고 있는 새끼의 심장 고동 소리가 분명하게 전해진다.

커다란 여왕의 배에서부터 느껴지는 진동은 여왕의 몸 전체에 느껴졌다.

[무럭무럭 자라라. 이번에도 모두 잡아서 꼭 너에게 먹여주마. 내 새끼.]

여왕은 사랑스러움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자신의 배를 집게로 연신 쓰다듬었다.

****

체스는 심슨의 진영에 섞여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힘껏 고함을 지르며 체스를 비롯한 마수 사냥꾼들은 입을 쩍 벌린 어두운 둥지로 들어왔다.

입구는 성인 남자 3명 정도가 지나갈 정도.

다행히 입구는 텅 비어 있었다.

약 70명의 마수 사냥꾼들이 모두 둥지 안으로 들어왔다.

"잠깐."

심슨이 손을 들어 올렸다.

이상한데...?

분명히 있어야 할 저항이 없는 탓이었다.

게다가 이 위화감.

뭔가가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자신의 기감을 넓히는 심슨.

자이앤트들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심산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집중하는 사이.

체스의 머릿속에 갑자기 어떤 장면이 촤악 펼쳐졌다.

자신들이 들어온 입구가 막히고 자이앤트들이 뿜어내는 산이 자신들을 덮쳐 이 곳에 있는 마수 사냥꾼들이 모두 녹아내리는 장면이었다.

"이...이런."

갑자기 체스가 미친 듯이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뭐냐?"

"비켜요 비켜!"

주변에서 뭐하는 짓이냐며 떠들어 댔지만 체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신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앞을 마구 헤쳐나가는 체스.

"아~ 왜 밀고 지랄이야?"

"뒤에서 민다고! 어? 어???"

그 사이 체스는 이 무리의 대장인 심슨에게 다가갔다.

심슨은 여전히 기감을 찾는 중이었다.

"이봐요!"

체스가 심슨을 건드렸다.

그러자 옆에서 체스의 손을 덥석 잡았다.

"뭐하냐? 지금 누가 누굴 건드리는 거지? 넌 웬 놈이냐?"

옆의 남자가 심슨을 방해하는 체스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버럭 화를 냈다.

자이앤트의 둥지에 들어온 지금 모두가 지극히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본인도 마수 사냥꾼이라면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지 알 터인데.

웬 천둥벌거숭이 같은 녀석이 와서는 지금 이렇게 심슨을 방해하고 있지 않은가.

"놔봐요. 좀! 지금 이럴 때가 아니란 말이에요!"

자신의 손을 잡은 손을 강하게 뿌리치는 체스.

"뭐지? 넌?"

그제야 심슨이 눈을 떴다.

"앞에 갈라진 양 갈래의 끝에 자이앤트들이 잔뜩 모여 있다. 우리도 부대를 양 갈래로 나눠서 한번에 치고 들어간다."

"잠깐만요.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에요. 곧 입구가 막힐 거에요. 그리고 자이앤트들이 뿜어내는 산이 우리를 덮칠 거에요!!!"

"네가 누군데 어떻게 그걸 알지?"

심슨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얼굴도 처음 보는 듯...아~ 아니구나.

그때 그 라이손 성에서 왔다는 그 녀석인가.

워낙 얼굴이... 말하기 뭐 할 정도로 그래서 인상이 강렬하게 남은 녀석이다.

"말은 나중에 할게요. 일단 제 말을 믿으세요. 얼른요!"

체스가 다급하게 심슨에게 외치는 그때.

순간 입구 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우르르르르르르-

"입구가 무너진다!"

누군가의 외침이었다.

그리고 입구 쪽 천장이 무너진 곳에서 자이앤트 병사가 너댓 마리가 후두둑 떨어졌다.

머리가 몸의 2배 정도 되는 마수들이었다.

자이앤트들 중에서도 A급으로 분류되는 마수들이다.

떨어지자마자 머리를 마수 사냥꾼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돌리는 자이앤트 병사들.

그들은 자신들의 큰 머리로 도망칠 수 있는 입구를 아예 막아버렸다.

"입구가 막혔어!"

"이런 제길. 얼른 뚫어!"

하지만 접근도 쉽지 않다.

접근을 할라손치면 자이앤트 병사들이 자신들의 큰 머리에 달린 집게턱을 이용해 철저히 접근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챠캉- 챠캉-

가까이 다가가면 미친듯이 턱을 위협적으로 움직이는 자이앤트 병사들.

"에잇!!!"

한 마수 사냥꾼이 용기를 내어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용케 자신의 허리를 향해 잔뜩 벌려진 집게턱을 피한 그는 검으로 자이앤트 병사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하지만.

까아아아아앙-!!!

마수의 머리가 부서지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검이 두동강이 났다.

순간.

다른 자이앤트 병사 하나가 집게턱으로 그를 그대로 밀쳐버리는가 싶더니 또다른 자이앤트 병사에 의해 그의 몸이 서걱 썰려나갔다.

"......"

"이런 니기미..."

일순 할 말을 잃은 마수 사냥꾼들.

굳이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x됐다.

그때 체스의 머릿속에 다시 산이 뿌려지는 장면이 그려졌다.

뭔가 아까의 장면이 세분화가 된 듯했다.

"옵니다!!!!!!"

체스가 다시 한번 다급하게 고함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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