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87화 (87/249)

#87

자이앤트(6)

뭔 개소리야?

일순 정적이 흘렀다.

와하하하하하하하하-

"참견쟁이 스고르가 잘못 끼어들었나보네. 크하하하."

"뭔 아이언이야? 아이언은. 으흐흐흐."

서로 앞다투어 스고르를 향해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스피어 사냥단.

자이앤트가 어디 보통 마수인가?

자신들 사냥단 중에서도 일부러 실버 등급 이상의 자원자만 데리고 왔지 않나.

그런데 아이언 등급의 마수 사냥꾼이 여기를 왜 와.

총알받이가 필요한 것이면 몰라도.

"진짜야. 그래서 내일 우리 사냥단에서 맨앞에 세워서 실력을 좀 볼까해서."

"...뭐야? 진짜야?"

"야. 저 녀석 진짠가본데?"

짐꾼처럼 생긴 녀석인데...

모두가 수군거렸다.

"자자. 조용 조용. 네 녀석들 어차피 아이언 등급 따위 신경쓰고 싶지 않을 것 아냐? 내가 우리 조에 데리고 갈게."

스고르의 말에 마수 사냥꾼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어떤 이는 환호를 어떤 이는 놀라서 입을 쩍 벌렸으니.

괜히 귀찮은 짐을 떠맡을 수는 없잖은가.

아이언 등급이 어떻게 온 지는 몰라도 분명히 죽을 건데.

"자~ 알릴 건 다 끝났으니 다들 준비하고 내일부터 시작이니."

스고르가 더 이상 용무는 끝났다며 체스에게 대충 짐을 풀라며 얘기했다.

순간.

체스의 머릿속에 뭔가 어떤 장면이 그려졌다.

그의 머릿속을 덮친 장면.

많은 수의 자이앤트들이 마수 사냥꾼들을 학살하는 모습이었다.

"헉. 어...?"

갑자기 걸음을 멈춘 체스.

"뭐냐? 갑자기 왜 멈추냐? 저쪽에서 하라니까."

그의 등을 스고르가 떠밀었다.

하지만 옴싹달싹하지 않는 체스의 몸.

"쟤 뭐하냐? 으흐흐흐."

"힘 빠졌냐?"

스고르의 모습을 본 다른 마수 사냥꾼들이 뭐하는 거냐며 그를 마구 비웃었다.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스고르의 얼굴.

명색이 사파이어 등급인 자신이 아닌가.

그런 자신이 아이언 등급의 녀석 하나 밀지 못한단 말인가?

시작하기도 전에 뜬금없이 이런 수치라니.

"이익... 뭐하냐? 빨리 가라."

그 때 체스의 옆에 있던 고양이도 캬악하는 소리와 함께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체스의 입에서 살짝 흘러나온 목소리.

"오...온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체스.

영문 모를 불안감을 스물스물 피어오르게 하는 소리였다.

정신 나간 녀석이...었나.

혼자 중얼중얼거리는 게 영 감이 좋지 않은 녀석이다.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더라니.

"뭐... 뭐냐. 이 새...끼."

순간 밖에서부터 들려오는 비명.

그리고 병장기와 무언가 딱딱한 것들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안쪽까지 마구 들려왔다.

****

황급히 밖으로 나간 스고르.

그리고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 뭐...뭐야...?"

자이앤트의 습격이었다.

수는 약 100여 구.

많은 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거기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마수 사냥꾼들은 어이없게 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철저하게 비무장인 녀석들만 노렸다.

그렇기에 무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마수 사냥꾼들은 자이앤트의 날카로운 턱이며 집게발에 연이어 목숨을 잃는 중이었다.

"이익..."

스고르가 단창을 빼어 들었다.

그리고 빼어든 단창을 힘껏 앞으로 던지며 나머지 하나의 단창을 더 빼어들어 앞으로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끼에에에엑-

그가 던진 단창은 막 한 명의 마수 사냥꾼을 덮치려던 자이앤트의 머리를 사정없이 꿰뚫어 버렸다.

공기를 찢어버릴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뒤이어 꽂힌 단창에 의해 그 마수의 머리는 마치 수박이 터지듯 퍼석 박살이 났다.

그 사이 체스도 대검을 뽑아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학살.

조금 전까지 머릿속에 보이던 장면에서 이어진 장면이었다.

"...말도 안돼..."

-정신차려라!

헬캣이 체스의 어깨로 폴짝 뛰어올랐다.

"이게 다 무슨..."

순간.

퍽-

헬캣이 살짝 아주 살짝 체스의 뺨을 후려쳤다.

우당탕탕-

"악! 왜 때려요!"

-앞에 봐라. 이 녀석아!

어느 새 마수 사냥꾼 하나를 잡은 자이앤트 한 마리가 4개의 다리를 이용해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다다다다다다다다-

"히에에에엑!!!"

-검을 들어라!

헬캣의 단호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체스의 머리를 울렸다.

아.

순간 그를 덮쳐오는 자이앤트의 집게.

이대로라면 순식간에 자신의 목이 잘려나갈 판이다.

체스는 칼을 쥔 채 얼른 데구르르 굴렀다.

서걱-

집게가 아슬아슬하게 체스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후두두둑-

바람에 날려 흩날리는 머리카락.

"이런 샹!"

체스는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며 얼른 살짝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비스듬한 자세 그대로 클링어를 날리는 체스.

그가 날린 클링어는 허공을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가 싶더니 꽂히는 대신 자이앤트의 목부분을 화악 휘감았다.

자신에게 무언가 감긴 것을 깨달은 자이앤트가 자신의 4개의 다리를 이용해 재빨리 몸을 틀었다.

"어어어???"

순간 휘익 끌려가는 체스.

뭔가 많이 겪어본 듯한 장면이었다.

바로 그때.

다시 체스의 머릿속으로 어떤 장면이 촤악 펼쳐졌다.

빨려 들어가던 자신의 몸이 자이앤트의 집게발에 의해 그대로 갈려 반으로 갈라지는...

'허억!'

절로 식은땀이 흐르는 장면이었다.

순간.

방금 자신의 머릿속에 보였던 그 자이앤트의 집게발이 슬쩍 움직임을 시작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럴수가!!!'

하지만 이미 그 뒤의 장면을 체스는 알고 있지 않는가.

빨려가던 자세 그대로 체스는 검을 힘껏 그어댔다.

까아아아앙-!

격렬한 격돌음이 터져 나오고 체스는 그 반동을 이용해 공중에서 몸을 트는가 싶더니 그대로 자이앤트의 몸 부분에 겨우 착지했다.

"옳지! 왔구나~!!!"

팔뚝에 빠른 속도로 검을 찔러가는 체스.

자이앤트의 뒤통수를 향해 강력한 찌르기 한 방을 선보이는 그였다.

하지만.

까앙-!

체스가 힘껏 내지른 검은 자이앤트의 각질에 아주 조그만 흔적만 남긴 채 맥없이 튕겨져 나갔다.

그렇지만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는 결코 한 번에 자신의 공격이 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강력한 찌르기 한 방을 시도하는 체스.

그의 두꺼운 팔에서 힘줄이 빠악 솟아 올랐다.

으랴아아아아압-!!!

그의 검이 정확하게 방금 공격했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찔러 들어가고.

빠각-

각질에 아주 미약하지만 균열이 생겨났다.

끼에에에에엑-

자이앤트가 갑자기 고개를 획 젖히더니 자신의 몸을 마구 튕기기 시작했다.

자신의 각질 어느 부분에 상처가 생긴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대로라면 위험하다는 본능에 마구 날뛰는 마수.

"윽. 갑자기 왜 이렇게 날뛰냐!"

우와아아아아악-

체스가 몸에 균형도 제대로 못 잡지 못한 채 퉁퉁 고무공마냥 튕겨질 때.

헬캣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빠르게 달려왔다.

체스의 몸을 자신의 발로 누른 채 다른 발로 그대로 자이앤트의 몸을 짓눌러 버리는 헬캣.

퍼어어억-

미친듯이 날뛰던 자이앤트의 몸이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멍청한 놈. 그런다고 그게 바로 잡히냐?

한심하다는 듯 체스를 쳐다보는 헬캣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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