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자이앤트(2)
자이앤트.
이 녀석들은 진짜 위험한 녀석들이다.
가만히 놔두면 무한정으로 번식을 하는 녀석들이다.
특히 여왕 녀석.
몹시도 탐욕스러운 녀석이지.
S급의 환수임에도 불구하고 그 탐욕스러움이란 주인들도 고개를 절래절래 내젓곤 하는 녀석이다.
하지만 인간계에 그 녀석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인데.
어떻게 넘어온 것이지?
헬캣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말 안 하세요? 목 빠지겠는데요."
-조심해라. 자이앤트 무리를 도대체 몇 명이나 가서 처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 녀석들에게 조심해야 할 건 그 턱과 꽁무니에서 나오는 독극물이다.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많이 커졌다면 글쎄다...
"그래요? 그렇게나 힘든가? 안 한다고 할 걸 그랬나?"
괜시리 후회가 되는 체스였다.
하지만...
안 하기에는 이래저래 많은 게 얽혀있지 않은가.
게다가 함께 가지 않는다면 그들이 언제 돌아올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마냥 기다리는 것은 또 할 수 없는 노릇이고.
-게다가 그 녀석 엄청 위험한 녀석이지. 보통 환수계에서도 그 녀석은 위험도 만으로 치면 SS급 이상으로 특별 관리 대상이야.
"그런 위험한 마수 아니 환수가 왜 인간계에 넘어온 것이죠? 지금까지 인간계에 그 옛날에 한 번 넘어온 적이 있다는 얘기를 딱 한 번 들어봤는데. 전 책에서만 봤구요."
-글쎄... 보통은 주인들이 그런 녀석이 관리를 하는데 나도 그 녀석이 어떻게 넘어온 것인지는 모르겠군.
그러고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자이앤트라면 북서쪽에 걸쳐 존재하는 마수 무리.
그들은 그 특유의 먹성 때문에서라도 주인들의 철저한 통제하에 있지 않은가.
아마 반 년만 그들을 관리를 하지 않고 풀어둔다면 예상이지만 환수계에서 아마 낮은 등급의 마수들은 종 자체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이 어떻게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 이 곳 인간계까지 넘어올 수 있었던 것인지 헬캣은 의아했다.
아. 그렇다면.
혹시...?
그때 체스가 다시 말을 걸었다.
"주인이라뇨? 환수계에 주인도 있나요?"
-아. 그건 잊어버려도 된다. 별거 아니다. 그냥 흘려들어라.
"뭐 가보면 알겠죠. 저도 이번의 여기에 많은 게 걸려 있어서 어떻게든 해야 해요. 그... 마정석도."
-아~ 이거 쪼잔한 놈이네 진짜. 엔간히 이야기해라. 알았다 알았어. 내 어떻게 해서든 네 것은 챙겨줄 테니. 어휴. 내 밥은 내가 해결해야지 이건 뭐 눈치밥만 먹게 생겼네.
"그러면 먹지를 말던가요~"
진지한 이야기를 좀 할래도 또 걸고 넘어지네.
이 녀석은 지금 자이앤트가 넘어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가.
아마 체스 이 녀석을 자이앤트 여왕이 본다면 눈이 헤까닥 뒤집어져서 덤빌 것 같은데.
그러니 더더욱 조심하라고 말을 해줬더니...
헬캣이 혀를 끌끌 찼다.
-잠이나 자라. 이 자식아. 어휴. 내가 너랑 이렇게 말을 해서 뭐하냐? 네 말마따나 가보면 알겠지. 그리고 저기 인간들 눈치를 채는 것 같다. 안 걸리게 조심해라. 네가 여기에 날 데리고 온 그 자체조차도 이상하게 여길 테니까.
그리고는 헬캣은 입을 닫아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체스는 생각에 빠졌다.
'흐음. 자이앤트라. 그리고 주인이라.'
헬캣이 모든 걸 가르쳐주지 않아서인지 많은 것이 궁금했다.
그렇다고 물어봐도 속 시원하게 말을 해주는 것도 아니니 답답한 건 체스요 속이 터지는 것 또한 체스였다.
"에라. 가보면 알겠지. 뭐 기껏해야 마수지 뭐."
그는 다시 입을 닫은 채 다시 경계를 서기 시작했다.
****
"야. 마리안느. 자냐?"
"..."
문득 수런스러운 말소리에 잠이 깬 아벤이 옆에 몸을 돌린 채 자고 있는 마리안느에게 말을 걸었다.
마리안느의 저 우락부락하고도 듬직한 등판.
오늘따라 왜 저렇게 저 널찍한 등이 작게만 보이는지...
하지만 그녀로부터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자나보네. 쩝."
"...안 잔다. 자식아."
"오~ 깼냐?"
"...너 같으면 잠이 오겠냐?"
하긴 자신이라도 그런 상황이 되면 좀 충격은 받겠지.
하지만 자신이라면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서 바로 옛 사랑의 흔적을 지우겠지.
그게 바로 자신과 마리안느의 다른 점이 아니겠는가.
그녀도 자신의 그런 점을 좀 배우면 좋으련만 저리도 꽉 막혀서는 원.
"그런데 너 괜찮냐?"
"뭐 임마. 오늘 여기에서 죽고 싶냐?"
"아...아니. 그건 아닌데 좀 걱정이 되어서."
"야. 됐어. 이제 잊을 거야. 일은 일이지."
갑자기 마리안느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거렸다.
"...우냐?"
"...닥쳐. 이 자식아. 그런데 넌 왜 깼냐?"
"아니. 저기 저 체스라는 녀석 고양이를 데리고 왔잖냐? 왠지 저 녀석 고양이랑 대화가 되나봐. 들어봐봐. 신기하지 않냐?"
아벤의 말에 마리안느가 귀를 쫑긋거렸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소리와 체스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새어나온다.
체스가 말을 하자 그가 데려온 고양이가 또 야옹거리며 대답을 한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는 한참을 이어졌다.
"고양이를 아주 사랑하나 보지."
"...어 그래. 그런가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그녀의 말에 아벤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 이 자식. 진짜...
"...잠 깨워서 미안하다."
"알면 됐다. 개소리 그만하고 자라."
아벤은 마리안느의 등을 한 번 더 보았으나 그녀에게서는 더 이상의 미동도 없었다.
그렇게 밤은 깊어져만 가고 그들은 다음의 여정을 위한 휴식을 취해갔다.
****
와구와구-
쩝쩝쩝-
[더 가져와라!!! 양분이 부족하단 말이다!]
미친듯이 무언가를 뜯어먹고 있는 한 마리의 마수가 있다.
딱 봐도 개미처럼 생긴 마수이다.
굳이 개미와 다른 점을 찾으라면 앞다리 쪽에 날카로운 집게가 달려있다는 정도?
그 마수는 바로 지금 인간계에 나와있는 마수 자이앤트 여왕이었다.
마수는 지금 열심히 식사를 하는 중이다.
식사는 마수의 앞에 잔뜩 펼쳐진 고치화가 된 무엇.
고치화가 된 상태에도 꿈틀꿈틀거리는 걸로 봐서는 아직 살아있는 생물인 것 같다.
그녀가 집게가 달린 앞발을 하나 들어 눈앞에 놓여진 고치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입 안으로 곧장 옮겨 자신의 턱으로 반을 베어 물었다.
푸왁-
검붉은 피가 왈칵 뿜어져 나왔다.
순식간에 게눈 감추듯 사라져 버리는 고치 반쪽.
그리고 그녀는 남은 고치마저 입에 털어 넣더니 후루룩 삼켜버렸다.
꿀꺽-
[더 가져와라. 인간들 중에서도 특히나 맛있는 것들이 있단 말이다. 난 그런 걸 먹고 싶다!!!]
그리고 자이앤트 여왕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고치를 또 하나를 집어들며 식사를 계속해서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