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76화 (76/249)

#76

심사 후(6)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이 기괴한 웃음소리에 더욱 못생겨졌다.

'이 녀석. 도대체 사고방식이 어떻게 된 녀석이지? 남다르게 돌아인가보네.'

헬캣의 솔직한 생각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자신의 사고 안에 갇혀있는 체스.

달리 생각해 보면 헬캣의 말인즉슨 자신이 마지막에 상대했던 녀석도 그러하다는 말이 아닌가.

그런 굉장한 녀석을 지금 상대했단 말이야?

체스의 얼굴에 우쭐해하는 기색이 역력히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표정 하나 따위 바로 읽어내는 헬캣이지.

-에라이. 인간아 인간아. 설마 너네들 힘으로 그걸 잡았다고 생각하는 거냐?

"네? 그게 무슨 말...?"

-난입한 녀석 말이다. 그걸 네 녀석들 힘 만으로 잡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거. 저희가 잡았잖아요. 보셨잖아요. 우리가 S급 마수를 아니지 환수를 잡은 거라구요."

-그래. 착각은 너희의 자유니 마음껏 생각해라.

아닌가?

저 말투로 봐서는 뭔가가 있는데.

아니다 아니다.

그래도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럼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말을 들어보면 제 상단이 억지로 열렸다는 것 같은데 그럼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 조금은 이해를 했군. 완전히 머리가 나쁘진 않구만. 일단 인위적으로라도 안 새어나오게 해야지.

"그렇죠. 저도 살아야죠. 매번 저런 S급 마수가 오고 그러면 힘들어서 못 살죠. 당연히."

-나도 네가 죽는 건 원하지 않으니. 내가 그걸 손대지 못하는 이상은 막아두기라도 해야지. 그 분의 의도를 알기도 전에 네가 죽겠다. 이대로라면.

"...절 걱정해주시는 거 맞죠?"

체스의 말에 헬캣이 어이없다는 눈빛을 한 채 체스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이 인간은 가끔 착각하는 것이 있다.

자신이 얼마나 인간을 별로라 생각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인간은 그다지 나쁜 녀석은 아닌 것 같지만 솔직히 인간들이 어디 환수들에게 좋은 일을 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던가?

지금도 봐라.

지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하필 인간에게 그걸 넘겨서 이런 사달을 만드는 건지.

도대체 그 분은 무슨 생각으로 이걸 이렇게 하신 걸까?

역시 주인들은 하나같이 꼴통이다 꼴통.

참...

갑갑하다 갑갑해.

-방법은 내가 좀 생각해 보지. 뭔가가 있겠지. 네 녀석의 그 마구 새어나오는 걸 좀 막아야겠어.

"호오~ 뭔지는 모르겠지만 막을 수는 있는 것인가 보네요?"

-내 능력 밖일 수도 있다. 모든 건 법칙에 따라 흘러가는 법이지만 넌 지금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라.

대화는 끝났다.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눈을 감아 버리는 헬캣.

체스는 더욱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헬캣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갈 의지가 없어 보였다.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고구마를 만 개는 먹은 느낌이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궁금함만 더 깊어졌다.

그래도 언젠가는 뭐 다 알게 되겠지.

'에라... 잠이나 자야지.'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홱 끌어올린 체스는 몸을 돌린 채 그대로 잠을 청했다.

피곤했는지 그대로 곯아 떨어져버리는 체스.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드르렁~ 드르렁~ 퓨우우우~

체스가 코를 고는 소리를 들으며 헬캣은 슬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그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헬캣.

'너도 조졌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너도 이제 관여자가 되어 버렸군.'

깊게 가라앉은 헬캣의 눈동자.

그로부터 꽤나 오랜 시간 동안 헬캣은 말없이 체스를 바라보았다.

****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체스는 의뢰소로 향했다.

몸도 아프지 않으니 승급 심사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의 품 안에는 헬캣이 안겨 있었다.

"그... 방법도 알아본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왜 지금 저에게 안겨 있는 것이죠?"

-걱정말아라. 어차피 내가 알아서 알아볼 것이니. 네가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지금 알아보러 가시지."

-귀찮냐? 안고 가기?

"아. 아니에요."

체스는 내심 속을 들킨 듯 흠칫거리며 점점 처지는 헬캣의 몸을 다시 끌어올렸다.

하지만 어째 점점 팔이 처지는 느낌이다.

그다지 더운 날씨도 아닌데 알게 모르게 등줄기에서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것만 같았다.

'뭘 먹길래 이렇게 무거운 거야. 도대체.'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헬캣이다.

앵앵이가 아닌가.

하지만 지금 체스에게 느껴지는 그 무게감은 조그마한 작고 귀엽고 앙증맞은 고양이가 절대 아니었다.

지금도 봐라.

팔이 저릿저릿하지 않은가.

마치 무슨 마수의 강한 공격을 계속 버티는 듯한 그런 느낌 아닌 느낌.

"저..."

-뭐냐?

"...왜 이렇게 무거운 거에요? 그냥 걸어도 되지 않아요? 어제도 뭐 별로 한 것도 없으시잖아요."

-...너 내가 원래 이 정도의 덩치라고 생각하냐?

"엥?"

그게 무슨 소린지...

체스가 화들짝 놀랐다.

원래 처음 봤을 때부터 늘 이런 모습의 헬캣이 아니었던가.

심지어 마수도감에 실린 헬캣의 그림도 대충 이런 고양이의 모습이었던 걸로 기억을 하고 있는 체스다.

아니다.

조금 달랐나?

조금 더 컸었나?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그 뭐냐... 전 이게 본 모습인 줄 알았는데요."

-짜식. 너 정말 일방향 생각만 하는구만. 순진하네 순진해. 내가 모습이 이래서 그렇지 원래 덩치는 보자... 너 따위는 내 뒷다리 정도나 되려나.

"아..."

그래도 영~ 못 믿겠다는 눈치다.

체스의 눈에는 의심이 가득 찼다.

본 적이 없으니 의심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팔이 저리는 걸로 봐서는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의 말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체스였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 새 그들은 의뢰소 앞에 도착했다.

폴짝-

헬캣은 그제야 체스의 팔에서 뛰어 내려왔다.

실은 그냥 자신의 발로 와도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괜히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게 싫었다.

자신이 인간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체스에게 자신을 안고 오라고 한 것이었다.

체스의 저 덩치와 얼굴을 보고 함부로 다가올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도 그건 헬캣의 생각이고 체스는 또 다르겠지.

지금 체스의 말처럼 말이다.

"후... 진작에 좀... 아우. 팔이야."

체스가 팔이 저리다는 듯 자신의 팔 부분을 주물거렸다.

-열어라.

"...네..."

'내가 참는다. 이씨.'

체스는 더럽지만 참는다는 얼굴로 의뢰소의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에 손을 가져갔다.

"잠시만요."

누군가 체스를 멈춰세웠다.

누구는 아니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니까.

둘다 깔끔하게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검은 색 복장을 갖춘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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