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60화 (60/249)

#60

승급심사(5)

더! 더! 더!

그의 대검이 푸욱 꽂혔다 뽑혔다를 반복하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을 하는 중이었다.

푹- 푹- 푹-

체스의 얼굴에 도르도라의 피가 촤악 튀었다.

하지만 피가 튀기건 말건 닦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는 지금 잡은 절호의 찬스를 놓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저 무아지경에 빠진 채 대검을 휘두르는 체스.

"이익! 도망을 가던가! 쓰러지던가!"

그리고 그걸 한심하다는 투로 쳐다보는 헬캣이었다.

-저 무식한 놈. 저렇게 공격하는 저 놈도 참 대단하네 대단해.

혀를 끌끌 차는 헬캣.

저 놈이니까 통하는 공격이지 다른 놈이었다면 절대 통하지 않을 공격을 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도와줄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 헬캣은 그저 엎드린 채 심사장 안을 쳐다볼 뿐이었다.

****

한편 여전히 도르도라에게 매달려 있는 체스.

그는 눈에 보인 틈새를 공략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등에 붙은 날파리 같은 인간을 가만히 놔둘 정도로 너그러운 도르도라가 아니지.

크와아아아아아-!!!

심사장이 떠내려갈 기세로 괴성을 지르며 더욱 발버둥치는 도르도라.

그리고는 육중한 육체를 이용하여 발을 굴리며 쿵쾅쿵쾅 여기저기 뛰어 다녔다.

이이익...

검을 꽂은 채 버티기에 급급한 체스.

더 이상의 대검을 이용한 공격은 할 수 없었다.

'이 미친 놈은 왜 이렇게 방방 뛰는 거야!'

그 찰나.

뚝-

갑자기 도르도라의 움직임이 멈췄다.

지나치게 고요해진 심사장 안.

관중들조차 숨을 죽인 채 심사장 안을 쳐다볼 뿐이었다.

'어? 주...죽은 건가? 이렇게 끝인가.'

어리둥절한 표정의 체스.

순간 체스의 머릿속에는 온갖 상상이 가득 찼다.

혼자서 B급을 잡은 아이언 등급의 마수 사냥꾼.

그는 수많은 마수 사냥꾼들의 인파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연이어 쏟아지는 사람들의 축하를 즐기며 한 손에는 실버 등급의 패를 들고 있는 자신이었다.

다른 한쪽 팔에는 말해 무엇하나.

당연히 최고의 미녀가 안겨 있겠지.

'캬~ 멋지구만.'

그의 머릿속이 즐거운 상상으로 도배된 그 때.

움직임을 멈췄던 도르도라가 다시 움직임을 시작했다.

'제...젠장. 아니잖아.'

제길.

하긴 이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지.

체스는 대검을 다시 뽑아내려고 팔에 힘을 잔뜩 불어넣었다.

그의 울퉁불퉁한 팔에 힘줄이 쫘악 돋는 그 순간 꾸물꾸물 몸을 동그랗게 말기 시작하는 도르도라.

마치 하나의 커다란 공을 만드는 듯하다.

머리부터 바닥으로 밀고 들어간 도르도라는 어느 새 하나의 완벽한 공이 되어 있었다.

"어? 어? 어...?"

아무런 대처 방안 없이 매달려만 있던 체스가 심히 당황하기 시작했다.

도르도라를 처음 상대해 본 그였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뽑던 검을 멈춘 채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상태인 체스.

그 사이 도르도라가 움직인다.

천천히 심사장 안을 구르기 시작하더니 점차 속도를 붙이는 도르도라.

그 사이 도르도라는 점점 움직임에 속도를 더하고 있었다.

느리게 느리게 조금 느리게 빠르게 점점 빠르게.

그리고 변화는 순식간이었다.

일순간에 맹렬한 속도로 회전을 하기 시작하는 도르도라.

물론 미처 내려가지 못한 체스의 몸도 함께.

"우와아악!!!"

인간은 당연히 버티기조차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하물며 대검을 빼내지도 못한 체스가 아닌가.

그는 가까스로 대검에 매달려 있었다.

"우와아아아악!!! 어지러워!!!"

그 마수는 미친듯이 속도를 내며 눈앞의 모든 것을 짓이겨버리겠다는 듯 마구 회전을 시작했다.

체스는 매달려 있고 싶어도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윽!"

쑤욱-

지나치게 격해진 움직임에 그제야 빠져나오는 그의 대검.

한 손으로 겨우 도르도라의 육체 어딘가를 잡은 체스는 몸이 튕겨나가지 않게 팔에 잔뜩 힘을 주고 버텼다.

하지만 뭐 제대로 몸을 가누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지.

체급이 아예 다르니 말이다.

그대로 튕겨져 나가버리는 체스의 몸.

팅- 티잉-

그렇게 체스가 튕겨져나가건 말건 도르도라는 여전히 맹렬한 속도로 심사장 안을 구르는 중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악!!!"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가던 체스는 튕겨져 나간 속도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꽂혔다.

쿠왕-

체스 정도의 덩치가 그대로 떨어지자 바닥에 꽂히는 소리도 남달랐다.

심사장 전체에 울리는 소리에 피어오르는 흙먼지.

그 소리의 당사자인 체스는 바닥에 꼴사납게 엎어져 있었다.

'크읍. 갈비뼈가 나간 것 같은데.'

겨우 몸을 일으킨 체스.

왼쪽 갈비뼈 쪽에서 꽤 큰 통증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가뜩이나 이미 한 번 부딪혀 본 적이 있잖은가.

움직일 때마다 약해지기는 커녕 더욱 강렬해지는 통증.

하지만 머뭇거리고 있을 틈 따위는 없다.

저 몸이 언제 덮쳐올 지 모르니.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도르도라는 여전히 몸을 맹렬히 회전시키고 있었다.

"어우... 장난이 아니네. 저건 저것대로 미친 놈이네. 디아고스트와는 또다른 느낌이네... 저걸 어떻게 잡아야 하나..."

슈르륵-

한참을 혼자 맹렬히 회전하던 도르도라가 잠시 멈춰섰다.

지금쯤이면 곤죽이 되어도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끝난 건 없었다.

비스듬히 서있는 체스가 시야에 들어온 도르도라.

체스의 위치를 재차 확인한 도르도라는 몸을 다시 둥글게 말았다.

그리고는 제자리에서 거리를 재는가 싶더니 이내 무서운 기세로 체스에게 맹렬히 돌진했다.

'와... 이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지...?'

갈비뼈의 통증은 둘째치고 대처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체스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가뜩이나 못난 얼굴이 더욱 험상궂어지는 순간이었다.

"어우씨..."

****

"생각보다 훨씬 잘 싸우는데?"

아벤의 솔직한 평가였다.

"저 녀석 등급이 뭐라고 했지?"

가만히 지켜보던 기스가 아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의 기스였지만 체스의 움직임이 마음에 드는 듯 그의 눈가에는 이채가 떠올라 있었다.

"아이언이라던데?"

"흠...아이언 등급이라... 대단하네. 이거 정말 되겠는데?"

"그러게 말이야. 저 정도 신체 능력이면 말이지."

"다음 의뢰에 한 번 데리고 가보고 싶은데."

그들이 이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지 체스는 한창 바빠 보였다.

그들이 보고 있는 장면은 체스가 클링어를 날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도르도라의 움직임이 빠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전혀 뒤지지 않는 속도를 보이는 체스의 모습에 아벤이 가끔 탄성을 내질렀다.

아벤은 심사장에서의 현 상황에 완전 푹 빠진 듯 상체를 앞으로 완전 쭉 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도르도라가 몸을 말고 회전을 시작하자 사정없이 내동댕이쳐지는 체스.

낙하의 충격이 심한 듯 쉬이 일어나지 못하는 체스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저 녀석. 도르도라를 처음으로 상대하나본데?"

아벤이 다시 등을 의자에 파묻으며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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