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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의 채무 탈출기-59화 (59/249)

#59

승급심사(4)

분명히 막을 줄 알았다.

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하던 체스였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오판.

으어어어어어-!!!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공격이었다.

뒤편으로 사정없이 날아가는 체스.

그래도 그 와중에 경험치가 좀 쌓였다고 날려가는 와중에도 클링어를 날렸다.

하지만 클링어가 날아가는 속도보다 몸이 튕겨져 나가는 속도가 훨씬 빠른 건 함정.

티잉-

목표를 잃고 힘 없이 공중에서 풀려버리는 클링어.

그것을 좇는 체스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아...좆됐다...'

그를 기다리는 건 마수를 막기 위해 두꺼운 벽.

체스는 빠른 속도로 심사장의 벽에 부딪혔다.

콰앙-

벽에 부딪히는 순간 쩌저적 갈라지는 벽.

커헙-

아이씨...

몸을 살짝 일으키니 척추 부근에 통증이 느껴진다.

어디 부러진 건 아닌가 싶어 팔다리를 만져보니 딱히 이상은 없었다.

"...다행이네. 뼈는 안 부러져서..."

그나마 안심하는 체스였다.

충격에 비해 딱히 피해는 없어 다행이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 나가 떨어지면 심사가 날아가버리는 건 당연한 것 .

'...그렇지. B급 마수였지. 젠장.'

체스는 바닥에 길게 널부러져 있는 클링어을 다시 왼손의 장치로 돌렸다.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다.

일단 공격 패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으니 이제는 거기에 맞춰 움직이면 된다.

그 사이 도르도라는 앞발로 땅을 몇 번 긁더니 다시 한 번 머리로 듣이받을 준비를 했다.

움직이는 체스를 발견한 탓이었다.

푸릉-

발로 몇 번 땅을 긁던 도르도라가 다시 움직인다.

마수의 근육이 불끈불끈 솟아난 허벅지가 화살 같이 쏘아져 나간다.

목표는 체스가 등을 맞대고 서있는 벽.

덩치가 커서 그런지 작은 동산 하나가 통째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다시!'

체스는 두 눈을 부릅떴다.

그는 거칠게 달려오는 도르도라에게 시선을 고정한 상태였다.

거리가 점점 좁아진다.

세 걸음.

두 걸음.

"지금!"

푸슉-

체스가 왼손의 장치를 발사했다.

이번에는 정면.

그가 노린 곳은 미간의 위쪽.

정확히는 도르도라의 이마였다.

그리고 역시나.

티잉-

박히기는 무슨.

시원하게 튕겨나는 체스의 클링어였다.

그 사이 도르도라가 자신의 머리를 냅다 벽에다 박았다.

쿵 하는 소리가 온 심사장을 울리며 관중석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안쪽 벽까지 흔들거렸다.

****

쿠웅-

벽이 일순 흔들렸다.

벌떡-

일어난 것은 아벤.

"야!!! 죽은 거 아냐?"

꽥 고함을 지르는 아벤.

그도 그럴 것이 좀전까지 벽에 딱 붙어있던 체스가 안 보였다.

설마...

내심 불안함을 느낀 아벤이었다.

하지만 아벤이 굳이 그런 염려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체스는 도르도라의 배 밑으로 파고 들어 마수의 공격을 피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당연히 다른 마수 사냥꾼들의 눈에 포착되었다.

"호오. 저 놈 보게. 저 덩치에 제법 날렵하기까지하네?"

그들이 감탄을 할 때.

관중석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잘한다!"

"그래! 그렇게 해야지!"

"빨리 좀 잡아봐~"

환호 반 야유 반이 섞인 응원이었다.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하는 체스를 본 관중들의 반응이었다.

젠장.

누가 그걸 모르냐?

나도 빨리 잡고 싶다고!

마음 속으로 쉴 새 없이 투덜거리는 체스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이제 겨우 전반이지 않은가.

체스는 한숨을 돌릴 새도 없이 연신 발을 움직였다.

이미 아까의 충격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흥분 상태라 그런 것이겠지.

타타탁-

그 사이 벽을 타고 오른다.

그리고 체스는 공중으로 힘껏 날아오르며 다시 한 번 클링어를 날렸다.

이번에는 저기 약해보이는 귀 부분을 노리는 체스였다.

푸슉-

드디어 허공을 가른 클링어가 그대로 도르도라의 귀에 박혔다.

'됐다!'

체스는 재빨리 클링어의 회수 버튼을 눌렀다.

순간 슈욱 도르도라에게로 빨려가는 체스.

미리 박아놓은 화살 탓에 체스는 그대로 도르도라의 등에 올라탔다.

푸욱-

체스의 발에 도르도라의 등껍질에 나있던 잔가시가 그대로 박혔다.

그다지 길지 않은 가시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수의 기준에서의 판단.

"이런... 니기미..."

그의 발을 내려다 보니 이미 피범벅이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지.

이게 어떻게 얻은 찬스인데...

체스는 발의 통증은 이미 잊어버린 듯 온 몸에 잔뜩 힘을 준 채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티고 또 버텼다.

그의 팔에 힘줄이 불끈 솟아나는가 싶더니 그의 이마에도 힘줄이 빡 솟아올랐다.

쿠와아아아앙-

갑자기 도르도라가 괴성을 지르며 몸을 힘껏 흔들기 시작했다.

등에 꽂혀 있는 인간을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인식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몸을 흔들며 심사장을 여기저기 날뛰기 시작하는 도르도라.

하지만 그 정도에 떨어질 생각이었다면 체스도 이런 짓을 하지 않았겠지.

몸을 수십 번도 넘게 흔들었지만 등껍질 사이에 붙어있는 날파리 같은 것은 아직도 여전히 떨어지지 않은 채였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등이 간지러워 긁고 싶은데 양 손을 힘껏 뻗어 보아도 손이 닿지 않는 부위.

지금 도르도라가 딱 그 짝이었다.

그래도 체스는 발이 아픈 건 둘째치고 최선을 다 하는 중이었다.

비록 죽을 맛이이긴 했지만 드디어 찬스를 잡지 않았는가.

애써 만든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하지만...

'힘이 장난이 아닌데???'

마치 날뛰는 황소에 올라탄 듯한 체스였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는 와중에도 클링어에 연결된 끈을 짧게 잡아 떨어지지 않게끔 몸의 균형을 유지했다.

도르도라는 여전히 몸을 미친듯이 흔들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조금씩 속도가 줄어드는 듯하다.

아마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해 지나치게 힘을 준 탓이겠지.

유일하게 먹힌 유효타를 쓸데없이 날리지 않기 위해 애써 버티던 체스의 두 팔에 쥐가 올라오려던 찰나 가려져 있던 등껍질 사이의 선홍빛 살이 체스의 눈에 보였다.

'그럼 그렇지! 이거다!'

푸우우욱-

재빨리 자신의 대검을 등껍질의 갈라진 부분에 힘껏 밀어넣는 체스.

꾸에에에에에엑-!!!

아픔을 괴성으로 소화하는 도르도라다.

아까까지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게 꽤나 아픔을 느끼는 듯했다.

그렇게 심사장을 가득 채우는 도르도라의 고통 섞인 울음소리.

그렇다한들 그 소리에 멈춰줄 체스가 아니지.

그의 눈동자가 뒤룩뒤룩 구르며 뭔가를 노리는 듯 홍채가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빈틈을 찾아라!

그리고 그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육각형의 형태를 한 각질 사이로 선홍빛의 약하디 약해 보이는 틈새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A+++ 육질이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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