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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의 채무 탈출기-49화 (49/249)

#49

라이손 성(2)

참나.

기가 찰 노릇이다.

이것이야말로 선동과 날조다.

자기를 언제 봤다고 이렇게 대뜸 마수라며 매도를 하다니.

그저 엄마를 좀 안 닮았을 뿐인데 마수라니.

하늘에서 우리 엄마가 삿대질한다 이 자식들아!!!

라며 고함을 지르고 싶었지만 일단은 화를 꾹 누르는 체스였다.

"조용히 해라!"

병사가 고함을 치자 그제야 주위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럼 뭐라도 널 증명할 수 있는 것을 보여라!"

증명...?

아. 그렇지.

등록증!!!

체스는 품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주섬주섬 등록증을 찾기 시작했다.

이 일을 시작하며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 등록증이다.

잠시 후 품 안에서 손을 꺼낸 체스의 손에는 조합에서 발행된 등록증이 들려 있었다.

앞면에는 선명하게 아이언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밑부분에는 조합의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자. 여기."

체스에게서 등록증을 받아든 병사가 혹시 위조는 아닌지 등록증을 깨물어도 보고 한참을 요리조리 살폈다.

흠...

이건 진짜군.

"흠.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확실하군. 그런데 뭐하러 여기까지 온 것이지?"

등록증은 확인을 한 병사였지만 질문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병사였다.

그래도 태도는 많이 바꼈다.

확실히 마수 사냥꾼이라는 이름이 주는 영향력이 대단한 덕분이었다.

"뭐하러 오기는. 마수 사냥꾼이 의뢰받고 일하러 오지 뭐 놀러 오겠수?"

"아... 그렇지. 그런데 그 고양이는 당신이 키우는 것이오? 설마..."

병사가 말꼬리를 흐렸다.

오해가 오해의 꼬리를 무는구만.

질문의 의도는 명확했다.

수상하게 보이는 자가 고양이를 안고 있으니 이상하게 보이긴 하겠지.

"이거..."

체스가 무의식 중에 쓰다듬던 손을 멈춘 채 헬캣을 잠시 내려다 보았다.

-이거?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헬캣.

하지만 체스는 무시한 채 다시 병사를 보았다.

"이건 제가 키우는 고양이일 뿐이오. 앵앵이라고 하지. 그렇지? 우쭈쭈."

체스는 헬캣의 턱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긁으며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귀엽기는 하니까.

-...이게 미쳤나??? 감히 어디에 손을 대는 것이냐!!!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나름 체스의 손맛이 나쁘지 않은지 꼬리를 좌우로 탁탁 흔드는 헬캣이었다.

저 모습을 보고도 주인이 아니라 의심할 사람은 없겠지.

"아. 확실히 주인이 맞긴 맞나보군. 들어가도 좋소."

병사의 허락이 떨어졌다.

"거 사람 겉모습만 보고 그리 판단하지 마시오. 쳇."

"그럴 수도 있지. 미안하오."

별일 없이 끝이 난 검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체스만 좀 억울하달까.

그래도 미안한 감은 있는지 병사는 검문이 끝난 체스를 먼저 성으로 들어보내려 했다.

"무슨 소란이냐! 너희는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40대 정도되는 굵직한 목소리의 남자였다.

호통을 치는 남자는 우락부락한 덩치에 괄괄해 보이는 남성이었다.

병사들은 그가 나타나자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었다.

어?

낯이 익은데?

체스의 눈에 그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이게 누구야.

"어...? 설마... 피커 아저씨 아니세요?"

****

체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역시 감이 틀리지 않았다.

설마했던 그 사람이 그 사람일 줄이야.

체스는 이미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는 듯했다.

이름을 부른 것은 단지 확인 차였다.

그는 체스가 몇 년 전 이 곳을 떠날 당시 성문을 지키는 경계 임무를 하던 병사였다.

지금은 꽤나 승진한 듯 보였다.

하긴 벌써 몇 년이나 지났으니.

더군다나 몸집도 크고 일도 잘 하던 피커였다.

"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굳어있는 표정을 약간 푸는 피커.

하지만 경계심을 완전히 누그러뜨리지는 않은 듯 아직 얼굴은 경직되어 있었다.

"누구...지?"

요즘 라이손 성은 한창 시끄러운 상태였다.

벌써 마수들로부터 습격을 당했다는 마을의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그에 따라 각종 범죄자의 유입도 증가한 상태였다.

아직까지 마수들이 직접 라이손 성 이 곳으로 쳐들어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큼 범죄도 많이 증가했기에 경계를 절대 게을리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은 라이손 성의 제일 첫선에서 그런 불손한 의도가 있는 자들을 걸러내는 게 임무 아닌가?

그만큼 어깨가 무겁다는 말이다.

그러니 경계를 이렇게 철저히 할 수 밖에 없지.

그래서 근무를 설 때면 늘 예민한 피커였다.

조심스레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의 정체를 살피는 피커.

어우. 못 생긴 저 사람인가보군.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누구만큼 못 생긴 사람이었다.

'진짜 못 생겼네.'

첫 소감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낯익은 얼굴이다.

어디서 봤더라...

그... 그... 누구더라...

아~~~~

"아!!! 이게 누구야! 체스 아니냐? 그 체스 맞지???"

"맞아요~ 으흐흐. 알아보시네요~ 아저씨~ 잘 지내셨어요?"

둘은 손을 맞잡고 깡총깡총 뛰었다.

몇 년 만에 만난 그들이었다.

체스가 라이손 성에 사는 동안 그들은 아주 친한 사이였다.

몇 년 만에 만나는 둘이라 피커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 떠올라 있었다.

"아이쿠~ 이 놈. 덩치가 그 때보다 더 좋아져서 몰라봤잖냐~"

"에헤헤. 아저씨는 그때보다 주름이 더 생기셨네요~"

"야. 나이가 이제 40을 넘었다. 주름이 없는 게 이상하지 않겠냐? 그나저나 어쩐 일이냐? 여기까지? 빚은 다 갚았고?"

그들은 길을 가로막은 채 그간 못다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니 뭐하는 거야?"

"거 앞에 좀 빨리 합시다!"

"...미친 거 아냐?"

"관리자면 다냐?!!!"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아니 서로 인사를 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이렇게 이야기할 거면 그냥 어디든 가서 이야기를 나누라고.

자기네 집도 아니고 말이야.

아차차-

"그래. 어디서 묵을 거냐?"

"제이 여관으로 가려고요."

"그럼 내가 마치고 그리로 갈 테니 거기서 보자꾸나~"

피커는 자기 할 말만 마친 후 재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뒤에서 출입허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차고도 넘치기 때문이었다.

"그럼 좀 있다가 봐요~"

"그래. 그래. 빨리 가~"

체스는 손을 흔드는 피커에게 꾸벅 인사를 한 후 성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품을 안겨있던 헬캣은 어느 새 체스의 어깨로 올라탄 지 오래였다.

"...뭐하시는 거에요?"

체스가 소곤소곤 앵앵이에게 물었다.

-사람이 너무 많다. 내 털이 더러워진단 말이다.

돌아오는 건 단답.

더 이상의 질문은 사양한다는 듯 헬캣은 그 자세 그대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쩝."

나참...

어이가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더 이상 따지지 않은 체스는 성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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