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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의 채무 탈출기-39화 (39/249)

#39

출발(3)

잠깐.

그런데...

한켠으로는 이상한 것도 있었다.

마수들이 왜?

보통 이렇게까지 인간의 마을을 습격하는 것은 거의 없는 일인데 습격을 한다.

그리고 인간을 학살한다?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드문 일이었다.

왜 그런고 하니.

이 세계에는 수많은 마수들이 존재했다.

물론 생태며 모든 것은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도 마수에 대한 연구는 늘 활성화된 상태였다.

마정석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그들의 주식은 무엇인지.

심지어 번식은 어떻게 하는지.

하지만 아무리 연구를 해도 속 시원히 밝혀지는 것은 없다.

마수들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그저 해변가의 모래알 수준.

단지 사람들이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이 세계에는 마수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그 위의 아버지가 살 때에도 늘 존재하던 게 마수였으니.

체스가 잠시 딴 생각에 잠겨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꺄아아아아아아악-!!!

마을의 제일 끝자락에 있는 곳에서 여성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던 것인가!'

이미 모두 죽었다 생각했다.

"젠장!"

스겅-

체스가 재빨리 검을 뽑아들고 비명소리가 들린 곳으로 힘껏 달려갔다.

가는 곳마다 시체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것이 절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런 거지발싸개 같은 것들이!!!"

****

그들은 충실히 본능을 이행하는 중이었다.

지극히 충실히.

죽여라!

학살하라!

끊임없이 그들의 머리를 떠도는 것은 단 두 마디.

그들은 이미 주어진 본능에 따라 벌써 꽤나 많은 인간들을 학살한 상태이다.

가는 족족 자신들의 시야에 걸리는 인간들은 이미 저승의 문턱에 입을 맞춘 지 오래.

지금 보이는 마수들은 단지 자신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살육에 대한 본능을 이행할 생각 밖에는 없는 듯 보였다.

본래 이들 무리는 어디론가 이동 중인 한 무더기 부대급의 규모였다.

그러던 중 무리에서 이탈하게 된 몇 마리의 마수들이 있었다.

이탈된 마수들이 바로 지금 이들.

그들은 우연히 인간들의 부락과 조우하게 되었고 그 다음은 뭐...

역시나 머릿속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인 그들이었다.

그 결과 벌어진 일이 바로 이 꼴이지.

퍽- 퍽- 퍽-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둔탁하게 생긴 손을 여자에게 내리꽂으며 울음소리를 내는 너댓 마리의 마수들.

아까 비명을 지른 사람이 바로 누워있는 저 여자인 듯했다.

땅바닥에 철퍼덕 엎드려있는 여자는 마수가 칠 때마다 움찔움찔거렸지만 필경...

이미 짓이겨진 몸하며 척추 부분의 허연 뼈가 훤히 드러난 게 체스가 도착을 하긴 했지만 이미 늦은 듯 보였다.

체수의 눈이 크게 치켜떠지며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

저 모습.

마수의 생김새는 체스에게 있어 꽤나 익숙한 것들이다.

저 돼지 머리하며 저 손.

분명히 그것이었지.

저것들이라면 악취가 날 법도 하다.

체스도 이미 여러 번 경험을 해본 마수였다.

역시나 자신의 감이 맞았다.

피 냄새에 섞였다고는 해도 저 특유의 냄새는 절대 지워질 수가 없으니.

체스의 기억 속에 저것들은 E급 마수인 피기라는 것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E급 마수라도 마수는 마수.

어디까지나 자신은 마수 사냥꾼이기에 이렇게 상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고작 약초나 캐고 농사를 짓는 여기의 주민들이 막을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말이다.

피기라 불리우는 저 마수들은 손이 둥근 망치처럼 생긴 마수들이었다.

사람 키보다 조금 더 큰 저것들은 저 손이 좀 위협적이다.

특히나 이들의 특징은 그 어떤 마수들보다 식탐이 강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끔 먹이를 섭취하기 위해 인간들의 마을로 내려왔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수들치고는 매우 온순한 성질의 마수이기도 하고 내려와도 금방 쫓겨나거나 하는데 도대체 왜 여기를 일부러 습격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역시나 좀 꺼림칙한 게 있다.

무리로 다니는 마수들인데 왜 저 정도밖에 없지?

보통은 수십여 마리가 한꺼번에 다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마수들인가.

체스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더 둘러 보았다.

"저것들 밖에 없는 건 확실한 것 같은데."

뭐 일단은 눈앞에 것들을 처리하면서 찾아봐야 하나.

이것들.

사람들 외에 다른 농작물 같은 것들은 손도 대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런 걸로 봐서는 식량을 탈취하기 위해 여기까지 내려온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죽어있는 사람들을 봐라.

저 망치 같은 것에 두들겨 맞아서 그런지 온 몸에는 멍이 들어있고 함몰된 부분도 보였다.

상처부위도 마구 잡아 뜯겨진 게 그냥 눈에 보이는 족족 사람들을 죽인 게 틀림없었다.

"이것들이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털썩-

그 와중에 피기 한 마리가 죽어있는 사람의 시체를 들어서 확인을 하는 듯한 행동을 하더니 땅에 패대기쳤다.

눈도 제대로 감지도 못한 모습의 시체였다.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듯 즐거운 울음소리를 내는 피기들.

꾸우을-

꾸으우을-

그렇게 몇 번을 더 놀던 그들은 더 이상 미동도 느껴지지 않자 흥미를 잃어버린 듯 시체를 획 던져버렸다.

그리고 다음 목표를 찾기라도 하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피기들.

그들의 눈은 광기에 얼룩진 붉은 빛에 휩싸여 번들거리고 있었다.

으득-

체스가 이를 꽈드득 깨물었다.

꾸우우-

귀가 쫑긋거린다.

그 소리를 들은 듯 한 마리가 검을 멘 체스를 발견했다.

꾸익꾸익- 꾸이이이익-

자신의 동료들에게 또다른 장난감을 발견한 것을 알리는 듯 기쁨에 찬 울음소리였다.

그 소리에 자연스레 나머지 피기들도 반응을 하고.

그들은 망치 같은 손을 빙글빙글 돌리며 체스에게로 몸을 돌렸다.

****

체스는 칼을 다시 한번 세게 쥐었다.

더 이상 다른 마을에 피해를 입히게 놔둘 수는 없다.

몇 마리 되지 않는 피기들이지만 일반인들이 막기에는 당연히 벅찰 수 밖에 없는 마수들이다.

그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피기들을 다 죽여버릴 심산이었다.

당연히.

주제를 알아야지.

하등한 마수들 주제에 감히 인간을 습격해???

스릉-

후웁-

검을 쥔 그가 잠시 호흡을 골랐다.

그리고 이내 몸을 날리는 체스.

피기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 먼저 움직인 체스였다.

샤악- 스아악-

빠르다.

피기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이다.

허공에 뭔가 빛이 번쩍이더니 그 큰 대검이 스걱 스걱 움직였다.

촤악 피를 뿜어내며 마수들의 몸이 사선으로 갈려나갔다.

그의 검은 거침이 없었다.

마수들의 사정 따위.

죗값을 톡톡히 치르게 해줘야 한다.

체스는 살육당한 사람들이 떠오르는 듯 모든 분노를 담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 따위 마수들이야!

슈와아악-

허공을 가르는 그의 검.

순식간에 피기가 잘려 나간다.

팔이 잘려 나가고.

다리가 잘려 나가고.

마지막으로 목이 떨어져 나간다.

후두둑- 후두두둑-

육덕진 피기의 몸이 사지가 분산된 채 철퍼덕 바닥에 떨어진다.

쏟아지는 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체스는 몇 번의 검으로 순식간에 피기들을 갈아버렸다.

간혹 반사신경이 뛰어난 피기가 손을 들어 체스의 검을 막기는 했지만 그게 한계이다.

체스의 검은 자신의 검을 막아내는 피기의 손마저 가법게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

눈가에 두려움이 잔뜩 떠올라 있다.

체스의 기세.

순식간에 자신들의 동료들을 도륙한 그가 너무 무서웠다.

자신도 모르게 주춤주춤 뒷걸음을 치는 피그.

꾸에에에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가 난다.

살고 싶어하는 목소리이지만.

이미 늦었다.

푸욱-

체스의 검이 피기의 머리를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그렇게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가 되고.

더이상 부락에 있던 피기 중 살아남은 피기는 보이지 않았다.

검에 묻은 피를 촤락 털어버리는 체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피기들을 내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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