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의 채무 탈출기-27화 (27/249)

#27

디아고스트(6)

일반적으로 디아고스트는 A급 마수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성체가 된 이 디아고스트는 A급은 무슨.

지금 이 녀석은 S급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체스를 데리고 온 것은 주효했다.

저 디아고스트 녀석.

눈알이 뒤집어진 걸 봐라.

시뻘겋게 달아오는 저 눈알을 봤을 때 지금 저 녀석은 도발이 먹힐 대로 먹힌 상태였다.

좋아.

이제 진정한 사냥을 해볼까.

도발이 제대로 먹힌 것을 보며 나머지 일행들은 공격을 시작했다.

디오스 일행은 재빨리 디아고스트의 주위를 둘러싼 채 빠르게 이동했다.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란도.

란도는 마수의 사각지대로 들어가 미끄러지듯 바닥을 쓸며 빠른 속도로 마수의 아래턱을 베었다.

마수는 워낙 체스에게 집중을 했던 탓일까 미처 그 움직임까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스걱-

란도의 공격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는 마수.

촤악-

그의 검이 마수를 쓸고 지나가며 그 피가 땅바닥에 뿌려졌다.

처음으로 받은 피해였다.

하지만 상처가 얕은 탓에 그다지 큰 타격은 없어보였다.

그 사이 이어지는 마일드의 공격.

그는 뒤에서 야금야금 원거리 무기를 날려 마수의 시야를 빼앗아 갔다.

크와아아아악-!!!

분노에 찬 디아고스트의 고함소리.

잔망스러운 공격에 심히 짜증이 치밀어 오른 소리다.

체스 쪽을 힐끗 보니 꼬리에 두들겨 맞은 후로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듯 보였다.

더 이상 체스에게서 관심을 끈 마수는 나머지 4명에게로 치고 들어갔다.

하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을 마수 사냥꾼이 아니다.

디아고스트의 돌진보다 디오스 일행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시야의 좌우에서 치고 들어오는 디오스와 겔리온.

감히 건방지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2명의 인간을 본 마수는 발톱을 앞세운 채 힘껏 앞발을 내질렀다.

"겔리온!"

디오스가 고함을 쳤다.

겔리온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디오스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향을 바꾸어 나가는 겔리온.

그 다음은 뭐 충분히 알 것이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자연스러운 그들의 합격술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단지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 공격의 기선을 잡기 위해 움직인 겔리온이 정면에서 디아고스트의 공격을 막아갔다.

디아고스트의 시선이 겔리온에게 집중이 되어간다.

그 사이 디오스는 자신의 몸을 날렵하게 움직이며 마수의 몸을 타고 올라가며 가볍게 검을 그어댔다.

절대 사정을 봐주는 것 따위는 없는 손속이다.

앞다리.

뒷다리.

몸통.

겔리온과 마수가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사이 디오스의 공격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이미 알고 있지만 거기에까지 손을 쓸 수가 없다.

달라붙은 날파리를 떼어내기에는 정면에 있는 인간 놈이 너무나 끈질기다.

아까의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놈이었다.

그렇게 마수의 육체에 디오스가 남긴 검의 흔적이 하나씩 늘어갔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했던가.

아주 조금씩이지만 디아고스트의 공격이 느려지고 있었다.

덕분에 선명한 생명의 빛을 뽐내던 숲은 마수가 흩뿌리는 피에 의해 조금씩 붉게 물들어갔다.

크와아아아앙-!!!

분노에 가득 찬 마수의 함성이 숲 전체를 울렸다.

그 사이 또 원거리에서 디아고스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공격을 하는 마일드.

결국 인내가 한계에 달한 디아고스트다.

상처가 생기건 말건 디아고스트는 그대로 마일드에게 뿔을 세운 채 돌격을 했다.

"왜 내 쪽을 보는 거야. 이게 마지막인데. 젠장맞을."

마일드는 품 속에 지니고 있던 폭탄 몇 개를 바닥에 재빨리 깔았다.

그리고 돌진해 오는 마수를 향해 냅다 몸을 던졌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그는 자신의 일행들을 믿고 있으니.

아니 믿을 수 밖에 없으니.

촤아악-

바닥에 슬라이딩을 하듯 미끄러지는 마일드.

그 와중에도 자신이 쥐고 있던 칼로 배 부근을 주욱 긋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 돌아온 것은 마수의 뒷발길질.

상처를 내어줬더니 그것도 선물이라고 이렇게 보답을 해주는 녀석이다.

하긴 선물을 줬으니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아야지.

마일드는 그것을 거절할 정도의 재간은 가지지 못했다.

그대로 뒷발에 채여 사정없이 저편에 처박혀 버리는 마일드다.

퍼어억-!!!

"야! 마일드!!!!!!"

****

디오스가 고함을 꽥 질렀다.

"...어우. 안 죽었다~ 죽을 뻔했네."

바닥을 사정없이 뒹굴던 마일드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우지끈-

'아야야...'

몸의 뼈 몇 군데는 나간 듯했다.

그는 저기 겔리온만큼 무식하게 몸으로 싸우는 타입은 아니니까.

퍼퍼펑-

그 사이 깔아놓은 폭탄이 연이어 터져 나간다.

역시나 위력은 뭐...

그래도 재수 좋게도 마일드가 상처를 낸 부분에 파편이라도 튄 듯 방울방울 떨어지던 상처 부분의  출혈은 조금씩 그 양이 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디아고스트도 A급의 마수.

괜히 A급의 등급이 매겨진 게 아니다 이 말이다.

마수는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방향만 바꾼 채 다시 목표물을 향해 돌진했다.

슈왁-

어느 틈에 거리를 좁힌 마수의 공격이 바로 이어진다.

채찍처럼 휘어져 날아오는 긴 꼬리.

일행들은 어느 방향에서 날아올 지 모르는 꼬리를 피하기 위해 사정거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무작정 휘둘러지는 앞발이 문제.

쉬아아아악- 쉬아아아악-

그렇지만 그 공격은 또다시 허공을 갈랐다.

그 틈을 타 디오스가 쏜 바인더가 마수의 어깨 부근에 꽂혔다.

그는 일행들이 죽어 나자빠지기 전에 결착을 지을 셈이었다.

원숭이가 나무에 올라탄 것마냥 재빨리 움직인 그는 마수의 몸에 매달린 채 재빨리 머리 쪽으로 이동을 했다.

또다시 자신의 몸에 인간 하나가 매달린 것을 알아챈 디아고스트.

슈오오오-

뿔이 다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격을 하려는 찰나.

서걱- 서걱-

마수의 뿔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머금어져 있던 빛이 단 두 검으로 빛을 잃고 허공에 흩날려간다.

디오스의 짓이었다.

붙어있어야 할 곳을 잃어버린 디아고스트의 뿔은 중력을 이길 수는 없는 듯 속절없이 땅에 투웅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뿔이 떨어지는 것을 본 디아고스트는 일순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뿔이...!

마수는 성체가 되었음을 나타내는 자신의 긍지이자 강함의 상징인 뿔이 한낱 인간의 손에 의해 잘려나간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디아고스트의 움직임이 멈춰진 사이.

갑자기 목덜미가 불에 지진 듯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개 같은 거!!! 뒤져버려랏!!!"

광기 어린 디오스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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