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롤로그
딸랑딸랑~
문이 열리며 조그만 종이 딸랑 맑은 소리를 낸다.
들려오는 종소리에 자신들의 차례가 왔음을 알아차린 햇살이 재빨리 방 안으로 미어 들어온다.
하지만 응당 방 안으로 들어왔어야 할 햇살은 문을 열고 나가는 한 남자에게 거부를 당했다.
방 안을 엿보러 안간힘을 쓰는 햇살들이었지만 그를 뚫고 들어가기에는 너무 틈이 좁았다.
어쩔 수 없다며 그의 어깨에 슬그머니 내려앉는 햇살.
그의 울끈불끈한 구리빛 피부가 햇살에 적셔지며 마음껏 건강미를 뽐냈다.
"휘유~ 멋들어진 날씨네~"
내리쬐는 햇살에 살짝 눈살을 찌푸린 남자.
그는 후웁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
그리고 씨익 미소를 띤 채 거리로 나갔다.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히고.
"이제 봄이 왔나봐?"
봄날의 햇살이 따스히 내리쬐는 어느 날.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여자가 중얼거렸다.
문을 바라보던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책상으로 옮겨진다.
<차용증>
책상 위에는 한 장의 서류가 놓여져 있다.
아까 사내의 것인 듯 보였다.
힐끗 서류를 본 그녀는 별 생각 없이 서류를 집어 서랍에 쑤셔넣더니 자신의 책상을 둘러 보았다.
좌로 봐도 우로 봐도 온통 서류.
책상의 모든 부분은 이미 서류가 점령한지 오래다.
심지어 그녀의 의자 옆에도 산 만큼 쌓여 있는 서류 뭉치들.
한숨이 푹 밀려온다.
오늘도 야근인가.
에휴...
아니지.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다.
그녀는 펜을 쥐었다.
다른 일이 밀려오기 전 하나라도 일을 끝내야 한다.
그녀는 어느 새 예의 남자에 관한 것은 까맣게 잊어버린 듯했다.
그리고 서류에 고개를 파묻은 그녀는 빠른 속도로 펜을 놀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