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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84화 (완결) (28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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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후후후, 이곳에 올 때만 해도 쿠퍼 너를 비롯해 오크들을 멸족시켜버리려고 했었다.”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이젠 아닌 모양이구나.”

“그렇다. 단, 내 요구 조건을 들어준다는 가정하에서 말하는 거야.”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모두 들어주겠다. 말해봐라.”

“오크왕국은 앞으로 천 년간 다른 왕국을 침공하지 마라.”

“뭐? 그게 무슨 말이냐?”

“지금까지 제국의 땅을 점령한 걸 인정해주마. 그러나 오늘이후부터는 절대 제국이나 다른 왕국령을 침공해서는 안 된다.”

“으음, 그럼 제국군들이나 왕국군들이 우리 오크왕국령을 침공하면 어찌하나?”

“침공하는 제국이나 왕국군들은 쿠퍼 네가 알아서 모두 죽여도 된다. 단, 지금 형성된 오크왕국령을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럼 어떤 일이 있어도 앞으로 천 년 동안은 오크왕국령을 넘어가지 말고 그냥 오크왕국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자율로 보장한다는 그런 말이냐?”

“그렇다. 허나 더 이상 너희 오크왕국의 영토나 세력이 커지는 건 내가 반대다. 만약 이를 거역한다면 내가 나서서 오크왕국을 멸망시켜 버리겠다.”

“알았다. 나 오크왕 쿠퍼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그냥 말로만 약속한다고 내가 믿을까?”

“그럼 어떻게 해야 믿을 거냐?”

준은 허리에 묶어 놓았던 마법주머니 속에서 팔찌 하나를 꺼냈다. 미스릴에 루비가 박힌 아름다운 팔찌였다.

“받아라.”

준은 마력으로 쿠퍼에게 팔찌를 날렸다.

쿠퍼는 준이 준 팔찌를 받아 들었다.

“이게 무슨 팔찌냐?”

“너도 짐작은 할 것이다. 그건 너의 마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펼칠 수 없도록 봉인하는 팔찌다.”

“으음, 꼭 이런 것까지 착용해야 날 믿을 수 있나?”

“후후후, 난 확실하게 처리하는 게 좋아. 어쩔 테냐?”

“으음, 알았다.”

철컥!

선택권이 없는 쿠퍼는 봉인의 팔찌를 착용했다.

번쩍!

팔찌에서 순간 기이한 빛이 번쩍이다가 사라졌다.

쿠퍼는 심장에 휘돌고 있는 9개의 마나 고리가 마력의 제약을 받는 것을 느꼈다.

“오크왕 쿠퍼, 눈치는 채고 있겠지만 간단하게 설명해주마. 그 봉인의 팔찌는 너의 마력을 7서클까지만 허용한다. 그 이상의 마법을 펼친다면 마나 고리가 깨질 수도 있다.”

“알고 있다.”

“명심해라. 7서클까지만 허용된다. 그리고 앞으로 천 년간은 오크왕국은 절대로 오늘 형성된 국경을 넘지 못한다. 그걸 어긴다면 난 너희 오크들을 대륙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알았다. 나 오크왕 쿠퍼의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약속한다. 약속한 대로 오늘부터 앞으로 천 년까지만이다.”

“그렇다.”

“그럼 난 이제 돌아가도 되나?”

“잠깐,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으니 멋진 구경을 시켜주마. 앞으로도 잊을 수 없는 그런 구경이 될 거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던 쿠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준은 갑자기 양팔을 옆으로 벌리더니 외쳤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인페르노!”

츠츠츠츠.

준의 입에서 절대마법이 터져 나왔다.

눈이 커진 쿠퍼는 외쳤다.

“안 돼! 이게 무슨 짓이냐!”

“나와의 조약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우르르릉!

갑자기 오크왕성에서 엄청난 규모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쩌쩌쩍!

대지가 갈라지면서 여러 개의 깊은 골짜기가 순식간에 형성되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땅속에서 뜨거운 용암이 분출되어 대지를 뒤덮었다.

오크왕성과 그 부근에서 살고 있는 오크들은 느닷없는 절대마법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었다.

지진이 일어나고 용암이 분출되니 어디로 피해야 할지 모르는 게 어쩌면 당연했다.

수십만 마리의 오크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쿠퍼는 멍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곧 수십만 마리의 오크를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절대마법을 펼쳐 떼죽음에 이르게 한 준의 냉혹한 독심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쿠퍼, 나와의 조약을 명심해라.”

‘으으, 두고 보자. 이 원한은 두고두고 잊지 않겠다!’

쿠퍼는 준에 대한 원한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준이 펼친 인페르노 마법을 거두자 지형지물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스스스스.

준은 텔레포트 마법으로 사라져버렸다.

쿠퍼는 오크왕성이 있던 곳을 한동안 바라보면서 원한을 가슴 깊이 묻었다.

‘두고 보아라. 지금은 내가 힘이 없어서 이렇게 당하지만 천 년 후에는 다를 것이다. 앞으로 천 년 동안 난 금지된 마법을 익힐 것이다. 그때는 이렇게 당하지 않겠지.’

스스스.

쿠퍼도 우디 숲에 있는 동굴로 이동했다.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오크왕국의 발생지이기 때문이다. 그 동굴 속에는 쿠퍼가 숨겨놓은 마법서가 보관되어 있었다.

다음 날, 쿠퍼는 준과의 조약대로 오크전사들이 더 이상 진격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오크왕국은 모르칸 제국과 휴전에 합의하고 이미 점령한 땅까지를 오크왕국령으로 했다.

모르칸 제국에서도 그 정도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었기에 휴전 협상은 하루 만에 확정되었다.

그렇게 마케리안 대륙은 표면적이지만, 평화가 찾아왔다.

가르든 국왕의 비밀의 석실.

리안 왕국의 왕성에서 불과 32킬로미터 떨어진 야산의 암벽에 비밀리에 만들어진 석실이었다.

가르든 국왕은 포션으로 내상 일부를 치료하고, 어둠의 마력을 흡수해 이질적인 기운이 몸속에 침투한 것과 대치를 이루었다. 그 영향으로 더 이상 몸이 악화는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오랫동안 요양해야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리안 왕국을 제자 브라이언 공작과 메데인 공작에게 맡겼다.

암흑 동굴도 있었지만 그곳에서 부상을 치료한다면 제자들이 역심을 품고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안전을 위해 마법통신구로 제자인 브라이언 공작과 메데인 공작에게 각각 통보해 명을 내렸었다.

손해 볼 것이 없었던 두 공작은 환영했다.

처음에는 브라이언 공작과 메데인 공작이 서로 잘 협력하여 안정적으로 리안 왕국을 다스렸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두 세력이 커지면서 밑의 귀족들이 서로 이간질을 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브라이언 공작과 메데인 공작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내전으로 치달았다. 서로의 세력이 비슷했기에 내전은 장기전이 되었다.

가르든 국왕은 나서고 싶었지만 부상 때문에 나설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 순식간에 흘러버렸다.

이제는 왕국의 일에 대해 크게 실망하여 신경을 끈 상태였다.

최근 가르든 국왕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따로 있었다. 몇 년 전에 냉동인간이 된 아놀드였다.

“흐흐흐, 다크나이트만 완성된다면 난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다.”

냉동 인간이 된 아놀드는 현재 완전히 죽은 게 아닌 가사상태였다. 그것을 불사의 흑마법으로 되살리려는 것이다.

조건이 까다롭고 들어가는 약물이 많기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일단 성공만 한다면 엄청난 힘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전격적으로 시도하려는 것이었다.

스윽.

가르든 국왕은 마력을 이용하여 아놀드를 들어 올려 돌 침상에 내려놓았다.

아놀드가 착용하고 있는 풀 플레이트 아머부터 조심스럽게 벗겨내기로 했는데, 빙계마법으로 얼어 있었기에 벗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마법으로 칼날을 형성해 조금씩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잘라 벗기는 것이었다.

비록 대방어마법진이 깨졌다고는 하지만 강도가 높고 명품인 최상급의 풀 플레이트 아머였기에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아놀드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잘라 하나씩 벗겨냈다. 워낙 정밀한 작업이라서 그런지 아놀들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완전히 벗겨내는 것에만 일 년 이상이 걸렸다.

결국 가르든 국왕은 아놀드의 풀 플레이트 아머를 완전히 벗겨내는 데 성공했다.

완전히 드러난 아놀드의 육체는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훌륭했다. 잘 발달된 근육과 신경,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으하하하, 정말 멋진 육체야. 널 완벽한 다크나이트로 만들어주마.”

한쪽에는 돌을 깎아서 만든 석관이 놓여 있었다.

가르든 국왕은 마력으로 아놀드의 육체를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둥둥 떠오른 아놀드는 서서히 움직이면서 결국 석관 속에 놓였다.

가르든 국왕은 왼손을 들어 한쪽에 있는 검은 솥을 마력으로 공중에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것이 천천히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와 석관 위에서 멈추었다.

주르륵.

석관 속으로 검은빛의 액체가 가득 채워졌다. 얼마나 조심스럽게 부었는지 한 방울도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석관의 뚜껑을 마력을 이용하여 잘 닫았다. 관 뚜껑에는 각종 도형과 마법의 룬문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츠츠츠츠.

가르든 국왕이 자신의 어둠의 마력을 내뿜었다.

그것은 관 뚜껑에 새겨진 마법진에 전부 흡수되었다.

번쩍!

석관에서 기이한 빛이 순간 번쩍이다가 사라졌다.

“흐흐흐, 이제 지켜보는 일만 남았구나. 어서 빨리 그날이 되어 나의 충실한 종이 되어라, 나의 다크나이트여. 으핫핫핫!”

가르든 국왕은 혼자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한참 동안 그렇게 크게 웃어젖혔다.

엘도라도 왕국의 왕성.

준은 오늘도 변함없이 지하 연무장에서 명상에 들었다.

무리하지 않고 하루에 조금씩 신의 아티팩트의 기운을 흡수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자꾸만 이상을 환상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신의 아티팩트 중 마지막 하나인 혼돈의 권능을 가진 히민반가르였다. 무시하려고 해도 욕망이 자꾸만 꿈틀거렸다.

신의 아티팩트 네 개를 이미 소유해 기운을 일부 흡수 중인데 어떻게 마지막 남은 하나에 욕심이 나지 않겠는가?

마치 혼돈의 권능을 가진 히민반가르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이 느껴졌다.

어쨌든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더 이상의 명상은 힘들었다.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난 준은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겉에는 갈색 로브를 걸쳤다. 그러고는 허리에 묶어두었던 마법주머니를 아공간을 열어 그 속에 집어넣었다. 이제 그가 입고 있는 옷과 가죽신, 그리고 갈색 로브가 전부였다.

“후후후, 잠시 다녀오면 되니까 걱정 없어. 텔레포트!”

스스스스!

준은 지하 연무장에서 사라졌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엘도라도 왕국의 해안에서 동쪽으로 5킬로미터 떨어진 하늘이었다. 아무래도 낯선 곳으로 순간이동 하기엔 하늘이 가장 안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슈우웅.

플라이 마법으로 좀 더 높은 하늘로 날아오른 준은 그렇게 한동안 날아갔다.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간 그는 드디어 푸른 바다 한가운데 내려섰다. 그냥 수면에 내려선 것이 아니었다. 그곳은 섬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곳이었다. 그냥 모래가 파도에 의해 옮겨져 퇴적된 모래사장이었다. 망망대해인 곳에 모래사장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사방 50미터 정도 되는 모래사장으로, 타원형이었다. 가운데 부분에는 높이가 30미터 정도 되는 야자수 같은 나무가 덩그러니 하나 솟아 있었다.

모래사장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파도가 크게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 안쪽으로는 파도가 아주 잔잔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되는 그런 모습이었다.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그런 곳인 모양이었다.

준은 잠시 모래사장을 둘러보고는 하늘로 날아올라 저 멀리까지 살펴보았지만 특이점은 없었다.

“으응, 이 기운은?”

처척!

다시 모래사장으로 내려선 준은 뭔가를 느낀 듯 나무쪽으로 다가갔다.

마력을 일으켜 손짓을 하자 나무 근처의 모래가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모래구덩이가 생겨났다. 마력을 이용해 약 2미터 정도의 깊이로 모래를 파헤치자 팔찌 하나가 보였다.

스윽!

그는 마력으로 공중으로 팔찌를 들어 올려 끌어당겼다.

“허억! 이, 이건!”

준은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동안 찾던 하나 남은 신의 아티팩트, 바로 히민반가르(Himinvangar)였다.

혼돈의 기운이 들어 있는 그 히민반가르.

주재료가 미스릴에 가운데 5캐럿 정도 되는 보라색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우우우웅.

준의 몸속에 들어 있는 나머지 네 개의 신의 아티팩트에서 공명음이 일어났다.

피식거리던 준은 모래사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바닥 위에 히민반가르를 올려놓고는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역시 혼돈의 힘은 엄청났다.

이제까지는 불의 기운을 가진 바나리르가 최고였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혼돈의 기운을 가진 히민반가르는 바나리르보다 약 열 배는 더 강력한 기운을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희열로 들뜬 준은 그만 서두르고 말았다. 혼돈의 기운을 몸속으로 조금씩 소량으로 흡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만 그것을 망각하고 만 것이다.

엄청난 혼돈의 기운이 그의 몸속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준은 흡수하는 작업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이미 한발 늦고 말았다.

츠츠츠츠!

엄청난 혼돈의 기운이 한꺼번에 흡수되자 나머지 네 개의 기운들도 폭주했다.

“끄아아아아!”

준은 엄청난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입술을 깨물었기에 피가 흘러내렸다. 정신을 차려보려고 했지만 점점 정신이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아, 안 돼. 천왕대심공을 운용해서라도 폭주를 막아야 돼.”

준은 즉시 천왕대심공을 운용했다. 그러자 폭주하던 기운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제야 그는 약간 안도했다. 그러나 곧 다시 다섯 가지의 기운이 폭주해버렸다.

“아, 안 돼!”

준의 몸에서 순간 엄청난 빛이 번쩍였고, 모래사장은 흩어져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 모래사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준도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는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잔잔하기만 할 뿐이었다.

[완결]

============================ 작품 후기 ============================

*****그동안 허리케인을 사랑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 작품은 원래 환상미디어 출판사에서 부메랑이라는 제목으로 10권 완결된

작품입니다. 저작권을 작가가 회수하게 되어 다시 연재를 한 것입니다.

사실 이 작품의 2부는 마루마야 출판사에서 출판된 프리맨 12권 완결이

더 있습니다만 출판사와 협의가 되지 않아서 연재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읽어보고 싶은 분은 프리맨이라는 작품을 이북으로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어쨌든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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