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82화 (28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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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아놀드는 미처 도법을 펼칠 수도 없을 정도로 피하기에 급급했다.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피했지만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우우욱.”

풀 플레이트 아머의 가슴 부분에 손도장이 두 개나 찍혔다. 얼마나 위력적인지 움푹 들어가 있었다. 내상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위력에 아놀드도 순간 당황할 정도였다.

“이런 놀라운 무공을 견식할 줄은 몰랐는데?”

“흥! 곧 죽을 놈이 말이 많구나.”

준은 한 손을 가슴 위로 치켜들면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신기하게도 공중에 다섯 개의 검이 형성되었다. 준이 마력에 의지력을 불어넣어 검을 형상화한 것이다. 빛의 검이었기에 환상적이었다.

광장 주변에 있던 왕성수비대원들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놀라운 모습에 눈이 커졌다.

줄에 매달린 마리오네트 인형을 조종하듯 준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다섯 개의 빛의 검을 조종했다.

“허엇, 이기어검술?”

아놀드는 깜짝 놀라면서 뒤로 물러났다.

대륙 삼대검술의 하나인 번개의 검술이 현란하게 펼쳐졌다.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현란했다.

슈슈슉, 파파팟!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아놀드였지만, 준이 형성한 검은 단순한 검이 아니었다. 하나하나에 막대한 내공이 스며들어 있어 검강이나 마찬가지인 그런 검이었다.

아놀드는 감히 맞서지 못하고 물러났다.

“폭뢰신권!”

피하기만 하던 아놀드는 드디어 자부하는 권강을 날렸다.

우르르릉!

천둥과 비슷한 소리가 일어나면서 스파크를 튀기는 거대한 주먹이 형상화되어 준에게 주욱 날아왔다.

다섯 개의 검들 중에서 하나의 검이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아놀드가 펼친 폭뢰신권에 부딪쳤다.

쾅!

폭음과 함께 광장의 바닥 5미터 정도가 움푹 파이면서 흙먼지가 일어났다. 반경 30미터 이내에는 충격파에 의해 광장 바닥에 깔려 있는 돌에 금이 쩌억 가버렸다.

준은 상체를 약간 흔들었을 뿐이지만 아놀드는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났다. 바닥에는 그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아놀드는 한 번도 준이 자신보다 무공의 경지가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적어도 한 단계 정도는 높은 것 같았다.

‘놈이 반지의 권능까지 흡수한 걸까?’

생각해보니 빼앗긴 반지의 권능까지 흡수한 모양이었다.

슈슈슈슉!

나머지 네 개의 검들이 현란한 모습을 보이면서 아놀드에게로 날아왔다. 그는 즉시 도를 등에 다시 꽂아 넣고는 기마자세를 취한 채 양손을 주욱 앞으로 내뻗으면서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구나. 구벽신권!”

콰르르릉!

굉음이 일어나면서 초록색의 거대한 주먹이 형성되어 주욱 준을 향해 날아갔다. 내공이 응축된 무시무시한 권강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시간차 공격을 하려는지 초록색의 거대한 주먹이 하나씩 생성되어 연속으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첫 번째 주먹보다는 두 번째 주먹이, 두 번째보다는 세 번째 주먹이 더욱 빠르게 날아갔다.

어쨌든 아놀드의 손에서 펼쳐진 구벽신권은 모두 아홉 개의 거대한 주먹이 되어 준을 향해 날아갔다.

네 개의 검들 중 하나가 먼저 구벽신권의 앞을 가로막았다.

쾅!

폭음이 일어나면서 검과 거대한 주먹이 같이 소멸되었다. 나머지 주먹들도 검들과 충돌을 일으켰다.

준이 형성한 검보다 아놀드가 펼친 거대한 주먹이 더 많았다.

준은 얼굴을 찡그리며 한 발을 들어 단순하게 그냥 내딛었다. 그러자 엄청난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공간이 충격을 받아 출렁거렸다.

퍼펑!

날아오던 거대한 주먹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아놀드는 눈이 커졌다.

“이, 이럴 수가!”

쿵!

칠보파천의 두 번째 걸음이 내디뎌졌다.

퍼퍼퍼펑!

무엇인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일어났다. 광장의 바닥이 충격파에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또한 아놀드가 착용하고 있는 풀 플레이트 아머의 대방어마법진이 깨어졌다.

쩌쩌쩍!

아놀드의 풀 플레이트 아머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공포라는 걸 모르던 아놀드도 이때만큼은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후후후, 내 두 번째 걸음까지 견디다니 대단해. 하지만 그뿐,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씨익 웃으면서 준이 드디어 세 번째 걸음을 내딛었다.

쿵!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의 비밀의 장소에서 딱 한 번 시전된 적이 있는 칠보파천의 세 번째 걸음이 또다시 재현되었다.

우르릉, 쩌쩍!

갑자기 대기가 강력한 기운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스파크가 일어났다.

퍼퍼퍼펑, 와지끈!

갑자기 가죽 북 터지는 듯한 소리가 일어나면서 물건이 박살나는 소리도 함께 일어났다. 마도시대의 지베르 골렘들도 제대로 버티지 못한 칠보파천의 세 번째 걸음이었다.

인간의 육체를 가진 아놀드는 이번 공격을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는 입에서 분수 같은 피를 내뿜으면서 훨훨 십 미터를 날아가 내동댕이쳐졌다.

“크어억…….”

한쪽에 주저앉아 있던 가르든 국왕도 극심한 내상을 입고는 분수 같은 피를 내뿜으며 날아가 떨어졌다.

“커억!”

이번의 공격으로 사실상 싸움은 끝이 나버렸다.

내상을 입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길 수 없었던 준인데, 지금 극심한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는 싸우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아놀드가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우욱, 이건 무슨 무공이지?”

“내가 창안한 무공인데, 칠보파천이라고 한다.”

“칠보파천? 겨우 세 걸음에 내가 당했단 말인가?”

“후후후, ‘겨우’라니? 드래곤도 세 걸음에 항복한 무공이다.”

울컥!

욕지기를 참고 있었던 아놀드는 다시 입에서 검붉은 피를 내뿜었다. 그 속에는 내장부스러기도 섞여 있었다.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것으로, 수년은 요양해야 할 정도의 중상이었다.

스윽.

준은 오른손을 들어 내뻗었다.

쩌쩌쩡!

냉기를 머금은 기운이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가자 얼마나 강력한지 공기 중에 분포되어 있는 수분이 순간 얼어버렸다. 공중에 고드름처럼 길게 얼면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눈이 커진 아놀드는 피하고 싶었지만 이미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퍼억!

준이 펼친 눈과 얼음의 기운을 가진 빌헤임의 권능을 담은 공격이 아놀드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공중에 수분이 얼어붙으면서 뒤를 이어 지나갔다. 마치 얼음의 창이 아놀드를 꼬치구이를 하듯 그렇게 꿰어버린 것이다. 아놀드의 풀 플레이트 아머에도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다.

“끄으으으…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단 말인가?”

쩌쩡!

아놀드는 급속냉동인간이 되어버렸다.

가르든 국왕이 어둠의 마력을 이용하여 공중에 얼어 있는 얼음을 부수면서 동시에 아놀드를 끌어당겼다.

“갈!”

마력을 담은 준의 외침에 가르든 국왕은 입에서 검붉은 피를 내뿜으면서 뒤로 훨훨 날아가 떨어졌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선지 아놀드를 콰악 끌어안고 같이 날아가 떨어졌다.

“끄으으…….”

가르든 국왕은 안 그래도 준에게 연속적인 공격을 받아 내상이 심한 상태였는데 또 이렇게 치명적인 공격을 받았다. 사실 이 정도라면 기절해야 정상인데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가르든 국왕은 준과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 가르든 국왕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가르든 국왕은 고통스러워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계속 알 수 없는 말로 주문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우우웅!

갑자기 가르든 국왕이 있는 자리에서 대기가 요동쳤다.

그제야 준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았다.

“젠장, 단번에 죽였어야 했는데…….”

츠츠츠츠.

준의 오른손에 녹색의 원반이 생성되었다.

가르든 국왕의 앞에 입을 벌린 거대한 해골이 나타났다. 그는 냉동인간이 된 아놀드를 끌어안고는 해골의 입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다급해진 준은 오른손에 생성한 녹색 원반을 집어던졌다.

파라라락!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날아간 녹색 원반은 해골의 입속에 거의 다 들어간 가르든 국왕의 오른팔 중 이두박근이 있는 곳을 잘라버렸다.

슈각!

“아아악! 내팔!”

가르든 국왕은 자신의 잘린 오른팔을 집어 들고 싶었지만 준이 화살 같이 빠르게 쏘아져 날아오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해골의 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츠파파팟!

해골의 입이 닫히면서 그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준은 너무나 아쉬워했다.

가르든 국왕은 8서클에 오른 흑마법사라 앞으로도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준에게는 상대가 안 되었지만 다른 자들에게는 여전히 두려운 자였다.

콰직!

가르든 국왕의 잘린 오른팔을 준이 발로 짓밟아버리자 뼈가 부서지면서 찌그러졌다. 그것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이번에는 손가락에 불의 기운을 끌어 모아 내뻗었다.

화르르, 활활!

가르든 국왕의 팔에 불길이 일어나면서 재가 되어 사라졌다.

“후후후, 벤겔미르의 기운에 팔이 잘린 이상 상처를 회복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파괴되거나 죽어가는 것을 소생시키는 기운을 가진 벤겔미르의 권능이지만 반대로 흑마법을 익힌 자들에게는 치명적인 기운으로 작용했다.

가르든 국왕은 어둠의 마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흑마법을 익힌 마법사이기에 죽지는 않겠지만 내상이 심했다. 거기에다 팔이 잘리면서 벤겔미르의 기운이 몸속에 침투했기에 오랜 세월동안 상처를 치료해야만 할 것이다.

스스스스.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가르든 국왕과 냉동인간이 된 아놀드가 튀어나왔다.

파파팟!

천장에 박힌 수정구에서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천장과 벽, 바닥까지 온통 바위로 된 석실이었다.

“끄으으… 내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 젠장.”

내상도 내상이지만 팔이 잘린 곳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우선 팔부터 생성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야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츠츠츠츠.

어둠의 마력을 끌어 모아 잘린 팔에 불어넣었다. 그는 금방 팔이 생성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크아악! 으으…….”

잘린 팔에서 팔은 생성되지도 않고, 오히려 몇 배는 더한 고통만 밀려왔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자 순간 멍한 표정이 되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머리를 흔들던 가르든 국왕은 그제야 몸속에 이질적인 기운을 느꼈다. 자신의 어둠의 마력과는 상극인 기운이었다. 점점 그 기운이 심장을 향해 이동하자 당황한 그는 즉시 어둠의 마력을 끌어올려 접근하는 기운을 가로막았다. 어둠의 마력과 이질적인 기운이 서로 대립하자 그것 자체로도 고통스러웠다.

“크으으… 내상까지 점점 심해지는구나. 큰일이야.”

가르든 국왕은 자신이 보유한 어둠의 마력이 너무 부족해서 이질적인 기운을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석실에 놓인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그 속에서 먼저 초록색 액체가 들어 있는 유리병의 뚜껑을 열어 마셨다.

꿀꺽꿀꺽.

내상과 외상에 아주 뛰어난 최상급의 포션이었다.

츠츠츠츠.

외상은 순식간에 나았지만 내상은 단지 더 이상 악화되지만 않았다. 그래도 느리지만 천천히 내상도 낫고 있었다.

고통이 훨씬 줄어들자 정신을 차린 그는 책상에서 검은 액체가 절반 정도 들어 있는 수정구를 꺼냈다. 그러고는 자리를 잡고 앉아 수정구를 움켜쥔 채 눈을 감았다.

수정구 속에 들어 있던 검은 액체가 그의 손을 타고 조금씩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수정구 속에 들어 있던 검은 액체는 어둠의 마력이었다. 어둠의 마력 한 방울을 생성하려면 죽은 동물의 사채나 죽은 자의 시신 백여 구는 필요했다. 그만큼 얻기 어려운 게 어둠의 마력이었다.

흑마법을 이용하여 어둠의 마력을 이 정도나 모은다고 그는 힘들었다. 켈로 왕국의 귀족들과 병사들을 수십만이나 죽였고, 그때 흑마법을 이용하여 어둠의 마력을 끌어 모아 이 수정구에 저장했었다. 언제든 필요하면 어둠의 마력을 보충하려고 보관해 두었는데, 오늘 이렇게 큰 도움을 받게 되었다.

혹시라도 프리맨 왕이 리안 왕국의 왕성으로 쳐들어올까 봐서 제자들도 모르는 이 석실로 이동해온 것이다.

이 석실은 왕성에서 3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야산의 암벽을 어둠의 마력으로 녹여서 만든 곳이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제자들조차 믿지 않았다. 그래서 은밀하게 이곳에 자신만의 비밀의 석실을 만들어둔 것이다.

가르든 국왕은 어둠의 마력이 충만해지자 그제야 이질적인 기운이 잠복하는 것을 느끼고는 안도했다.

“흐흐흐, 팔 하나를 잃었지만 그래도 그것보다 더 큰 것을 얻었어.”

가르든 국왕은 냉동인간이 되어버린 아놀드를 바라보고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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