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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81화 (28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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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콰쾅!

폭음이 일어나면서 벽 일부가 와르르 무너졌다.

치이이이.

강력한 독 기운이 포함되어 있었는지 벽의 파편에서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레드 데빌은 스톡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어온 사형제간이기에 눈빛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레드 데빌이 먼저 검을 휘두르면서 준을 공격했다.

스톡은 즉시 마법을 캐스팅하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레드 데빌의 검술공격에 준은 전혀 피하지 않고 모든 공격을 받아주었다.

카카캉!

쇳소리가 일어나면서 불꽃이 튀었다.

강력한 준의 보호막을 뚫을 수 없었기에 그는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했다.

우우우웅!

검날에서 눈부신 붉은 광채가 일어나면서 검신 전체를 뒤덮었다.

“흥, 제법이군.”

스윽.

준은 양손가락을 약간 움켜쥐는 듯하더니 가슴 앞으로 양손을 들어올렸다.

츠츠츠츠.

스파크가 일어나는 주먹 정도 크기의 둥근 공이 열 개나 형성되었다.

처음 보는 것에 레드 데빌은 긴장했다.

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열개의 스파크를 머금은 공이 레드 데빌을 향해 날아갔다.

레드 데빌은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라면 이런 것쯤은 단칼에 두 동강 내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아주 잘못된 대응이었다.

쾅!

폭음이 일어나면서 스파크를 머금은 공이 폭발해버렸다. 폭발력이 엄청나 레드 데빌과 뒤에서 기회를 보고 있던 스톡까지 튕겨져 벽을 뚫고 복도에 떨어졌다.

“크으… 이게?”

“우욱, 도대체 무슨 마법이었지?”

뱀파이어 부타비크와 누메이는 남아 있던 암흑기사들을 모두 제거해버렸다. 이제 적은 레드 데빌과 스톡만 남았는데 이들도 준에게 부상을 입어 곧 제압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복도 저쪽에서 암흑기사들이 우르르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척 보기에도 이백 명은 되어 보였다.

이들은 리안 왕국의 가르든 국왕이 직접 이곳으로 이동해온 것이다. 암흑기사들과 제자들을 보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아서 직접 암흑기사 오백 명을 이끌고 말이다.

왕성의 광장에는 암흑기사들과 왕성수비대원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가르든 국왕과 암흑기사 중 일부인 이백 명 정도만 복도로 들어 온 것이다.

준은 복도 저쪽에 서 있는 가르든 국왕과 마주보고 섰다.

준은 화가 치밀었다. 자신의 왕성에 적들이 이렇게 활보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스윽.

가르든 국왕이 손짓하자 암흑기사들이 일제히 준을 향해 달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롱소드가 들려 있었다.

“아이스 애로우!”

준의 시동어에 공중에 수십 개의 얼음의 화살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손짓에 얼음의 화살이 일제히 복도를 가로질러 적들에게 날아갔다.

가르든 국왕은 겨우 2서클에 불과한 공격마법을 보고는 피식거렸다. 저런 정도로는 3서클의 공격마법을 견딜 수 있는 암흑기사들에게는 무용지물의 공격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암흑기사들은 얼음의 화살을 무시하고 달려왔다.

퍼퍼퍼퍽!

얼음의 화살이 암흑기사들에게 격중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암흑기사들이 한꺼번에 얼음인간이 되어버렸고, 살랑살랑 흔드는 준의 손짓에 박살이 나 흩어졌다.

“이, 이게!”

가르든 국왕은 믿을 수 없었는지 눈이 커졌다.

겨우 2서클의 빙계 마법에 암흑기사가 박살나버린 것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준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그가 펼친 아이스 애로우는 단순한 마법이 아니었다. 그 속에는 눈과 얼음의 기운을 가진 빌헤임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기에 암흑기사들이 견디지 못한 게 당연했다. 신의 아티팩트의 놀라운 기운의 일부분이었다.

“어떻게 아이스 애로우에 이런 위력이 있는 거지?”

가르든 국왕은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준에게 물었다. 그러나 준은 그것에 대답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상대는 적이다.

“후후후, 이제야 네가 누군지 알겠군. 예전에도 나에게 한 번 호되게 당했는데 아직도 그걸 못 잊어서 이렇게 방문하셨나?”

“으으, 이놈! 죽여 버리겠다!”

“다크 블레이즈!”

츠츠츠.

칙칙한 검은빛의 마법칼날이 두 개 생성되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준에게 날아왔다. 그러나 준이 허공을 움켜쥐는 듯한 동작을 펼치자 잘 날아오던 마법칼날이 와그작 우그러지면서 소멸되어버렸다.

“이이, 죽어라! 데스 스웜!”

죽음의 독충 떼가 공중에서 생성되더니 준을 향해 날아왔다.

“흥! 다 태워버리겠다!”

준은 강력한 마력을 일으켜 그 속에 바나리르의 불의기운을 불어넣어 펼쳤다. 엄청난 순간적인 고열에 죽음의 독충 떼는 그대로 타더니 결국 가루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준의 경이로운 능력에 가르든 국왕은 경악했다. 예전에도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느낀 것이다.

가르든 국왕은 처음으로 준에 대한 지독한 공포를 느꼈다. 드래곤과 싸우더라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쪽에서 이를 지켜보던 스톡과 레드 데빌도 공포를 느껴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단지 스톡과 레드 데빌을 손으로 가리킨 것뿐이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으아악!”

마치 당근을 고속으로 채칼로 썰어낸 듯하게 스톡과 레드 데빌의 몸이 수천 조각으로 분리되었다. 준이 벤뵤르그의 권능으로 펼친 수법이었다.

벤뵤르그는 바람의 기운을 가진 신의 아티팩트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천 조각으로 분리된 스톡과 레드 데빌의 몸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고열에 순간 다 타버려 증발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은 불의 기운을 가진 바나리르의 권능이었다. 이것도 신의 아티팩트 중 하나였다.

이 놀라운 수법에 경악한 가르든 국왕은 남아 있는 암흑기사들을 앞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자신은 공포에 질렸기에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준의 손짓 한 번에 암흑기사들은 일제히 고열에 타 증발했다.

준은 다잡은 사냥감이라 생각하고는 느긋하게 가르든 국왕을 뒤쫓았다.

엘도라도 왕성의 광장에서는 암흑기사와 왕성수비대원들 간의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광장에는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암흑기사와 왕성수비대원들이었다.

실력이 뛰어난 암흑기사들이었지만 왕성수비대원들도 거의 기사급에 이른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왕성수비대원들이 대거 몰려와 협공을 하고 있었기에 훨씬 왕성수비대원들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지금도 저쪽에서는 추가적으로 무장한 왕성수비대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스스스스.

광장의 한쪽이 이지러지면서 두 명이 나타났다. 한 명은 갈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였고, 나머지 하나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였다.

풀 플레이트 아머는 황금빛으로 번쩍였다. 가슴에는 대방어마법진까지 새겨져 있어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명품갑옷이었다. 특이하게도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금속으로 된 가면까지 부착되어 있었기에 정체를 알아볼 수는 없었다. 허리에 검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등에도 검을 메고 있었다.

아머를 착용한 자가 로브를 입은 마법사에게 말했다.

“여기가 엘도라도 왕성인가?”

“그렇습니다. 제가 드린 반지를 이용하면 되돌아오실 수 있을 겁니다.”

“알았다. 너는 먼저 돌아가라.”

“예, 그럼.”

갈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자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사라졌다.

혼자 남게 된 아머의 사내는 광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자들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성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때 성안에서 로브를 입은 자가 튕겨져 나오더니 광장 바닥에 데구루루 구르다 멈추었다.

“크으으…….”

입에서 검붉은 피를 한사발이나 쏟았다. 심한 내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성안에서 준이 걸어 나왔다. 그는 피를 내뿜고 있는 가르든 국왕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다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자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마주보고 섰다.

준은 투구에 가면까지 쓰고 있는 자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강력한 기운은 느낄 수 있었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자가 팔을 들었다. 가면을 들어 올리자 정체가 들어났는데, 모르칸 제국의 아놀드 대공이었다.

준은 잠시 아놀드를 쳐다보고는 그제야 이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으음, 누군가 했더니 레어에서 만난 자였군?”

“흐흐흐, 오늘에서야 너를 보게 되는구나. 감히 내 손가락에서 반지를 훔쳐가?”

“후후후, 그 반지는 내가 지금도 요긴하게 쓰고 있어.”

“이, 이놈, 오늘은 절대 그냥 보내주지는 않겠다.”

“그래? 실력을 한번 볼까?”

스멀스멀 아놀드의 몸에서 아지랑이 같은 것이 일어났다. 단지 내공을 일으킨 것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역시 고수였어.’

준은 천왕대심공을 익혔지만 상대도 내공심법을 익힌 고수. 아놀드 역시 준에게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을 경시하지 못했다.

‘흐흐흐, 녀석도 제법 대단하게 보이지만 건곤신공을 익힌 나에겐 안 돼.’

아놀드는 건곤신공의 미허신보를 시전하면서 준에게 순식간에 접근했다. 등에 메고 있었던 검은 언제 뽑아든 것인지 휘두르고 있었다.

파악!

준은 즉시 바닥을 박차고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놀드도 즉시 준을 향해 접근하면서 외쳤다.

“받아라, 건곤탈백도법!”

촤라락, 파파팟!

한번 펼쳐지면 상대방의 혼백까지 베어버린다는 아주 무서운 도법이었다. 아놀드는 이 건곤탈백도법을 펼치기 위해 도를 특별 주문해 등에 메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제대로 피하기가 어려웠기에 준은 즉시 방어마법을 펼쳤다.

“에어 실드!”

압축된 공기로 전방에 공기의 방패를 형성했다.

슈가가각, 푸스스스.

얼마나 아놀드의 건곤탈백도법이 강력했는지 순식간에 압축된 공기의 방패가 몇 조각으로 잘리면서 소멸되어버렸다.

당황할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준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박수를 쳤다.

순간 아놀드는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뭐하는 거지?’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강력한 충격파가 밀려왔다.

“허엇, 이건?”

아놀드는 즉시 도를 휘돌리면서 도막을 펼쳤다.

짜짜짜짝!

충격파와 도가 서로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공중제비를 시전하면서 내려선 아놀드는 준을 노려보았다.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예전에 드래곤 레어에서 자신의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강탈해간 놈이라 훔치는 것은 재주가 있지만 자신의 상대는 아니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직접 겪어보니 자신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고수가 아닌가?

기회를 보던 그는 순간 왼손바닥을 앞으로 내뻗었다.

“혼원벽력장!”

파팡!

얼마나 위력적인 장력인지 파공음이 엄청났다. 더욱 무서운 것은 실체가 흐릿해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준은 순간 기이한 경신법으로 혼원벽력장을 피하면서 아놀드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몸을 틀어서 그 탄력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접근했는데, 마치 금잉어가 엄청난 파도를 넘는다는 경신법과 유사해 보였다.

“금리도천파?”

“천왕십이수!”

파파파팟!

준의 권법이 얼마나 쾌속하고 현란하면서 동시에 위력적인지 파공음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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