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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스스슷!
샹들리에의 수정으로 변신해 있던 누메이가 드디어 모습을 나타냈다.
암흑기사가 다가오면서 누메이에게 검을 휘둘렀다. 제법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그는 몸을 고무처럼 자유롭게 휘면서 공격을 피했다. 그러고는 암흑기사가 주춤하는 사이에 접근하더니 몸을 칭칭 감으면서 암흑기사의 목을 뜯어버렸다. 누메이는 엄청난 괴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암흑기사는 비명도 못 지르고 피를 분수같이 흘리면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의 엄청난 무력에 암흑기사들은 당황했다.
이때, 한쪽에 있던 뱀파이어 부타비크가 암흑기사 사이로 순간이동하더니 허리에 꽂아두었던 단검으로 두 암흑기사의 목을 베어버렸다.
슈가각!
톡, 데구르르.
암흑기사는 누메이와 뱀파이어 부타비크의 상대가 아니었다.
부타비크는 누메이가 암흑기사의 목을 베어 죽이는 것을 보고는 그게 약점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장점인 순간이동으로 암흑기사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뒤에서 잠시 지켜만 보던 칼리가 드디어 롱소드를 뽑아 들고는 부타비크를 공격했다.
휘휘휙, 파팟!
칼리는 바람소리가 일어날 정도로 날카롭고 검을 휘둘렀다.
부타비크는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공격기회를 노렸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칼리도 이젠 거의 소드 마스터에 근접해 있었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부타비크는 붉게 물든 눈으로 칼리를 노려보았다.
번쩍!
부타비크처럼 뱀파이어 일족의 황족인 벤트루족만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인 피의 안구 공격이었다.
피의 안구를 펼치게 되면 상대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현혹되어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일단 그렇게만 되면 자신의 의지로 죽이거나 완전히 조종할 수 있게 되는 아주 무서운 능력이었다.
“크으으…….”
칼리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정신이 갑자기 흐릿해지면서 현혹되어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쉬이잇!
공간을 가로질러 접근한 부타비크는 긴 손톱으로 칼리의 목을 내리그었다.
채챙!
그러나 목이 잘려야 정상인데 어찌 된 건지 쇳소리가 터졌다. 암흑의 마나를 몸속에 보유하고 있으며 흑마법으로 단련된 칼리이기에 순간적인 의지로 정신을 차렸고, 부타비크의 손톱 공격을 막았던 것이다.
부타비크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동시에 칼리의 복부를 강하게 차버렸다.
퍼억!
“우욱…….”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면서 칼리는 연신 뒷걸음질 치다가 멈추었다.
“이게 무슨 수법이지?”
“나의 피의 안구 수법에서 벗어나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피의 안구? 그, 그럼 넌 뱀파이어?”
“호오? 내 정체까지 알아버리다니 대단한걸.”
“수천 년 전에 멸종해버린 뱀파이어가 어떻게 여길…….”
“그건 알 필요 없고 넌 죽어주기만 하면 된다!”
파악!
바닥을 박차고 쏘아진 화살처럼 칼리에게 접근한 부타비크는 동체시력으로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손톱 공격을 퍼부었다.
채채챙, 파팟!
“크윽…….”
수십 번의 손톱 공격을 어렵게 막아냈지만 전부를 막아내지는 못하고 그만 뺨에 손톱자국이 세 개나 생겨났다.
따끔거리는 상처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피를 손가락에 묻혀 입에 넣고 빨던 칼리는 얼굴이 씰룩이더니 롱소드를 광폭하게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일정한 형식이 없는 것 같은 공격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는 않았다.
부타비크는 경시하지 못하고 뒤로 스르르 물러나면서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퍼억!
누메이의 강력한 발차기에 가슴을 얻어맞고 날아간 암흑기사는 칼리의 등에 부딪치면서 같이 옆으로 넘어졌다.
“크아악!”
“우욱.”
순간 허점이 들어난 칼리에게 접근한 부타비크는 축구공을 차듯 강력한 발차기를 날렸다.
눈이 커진 칼리는 즉시 맞는 곳에 어둠의 마나를 불어넣은 팔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했다.
빠악!
“크으으.”
칼리의 몸은 붕 떠올라 저쪽에 처박혀버렸다.
부타비크는 칼리의 머리에 강력한 발차기를 한 방 먹여 끝장내버리려고 순간이동을 했다. 완벽한 기회였다. 그러나 아직은 칼리가 죽을 때가 아닌 모양이었다.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서 있던 소드 마스터 레드 데빌이 바스타드 소드를 사선으로 휘둘렀다.
슈가각!
얼마나 검이 빠른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부타비크는 몸이 두 동강 나게 생겼기에 어쩔 수없이 바닥을 박차고 뒤로 훌쩍 물러섰다.
레드 데빌은 부타비크에게 접근하더니 현란한 검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검술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예사 검술이 아니었는데, 거기다 검이 얼마나 빠른지 부타비크는 피하기 바빴다.
“검술이 이렇게 빠르다니. 넌 분명 소드 마스터구나.”
부타비크의 말대로 레드 데빌은 칼리의 검술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암흑기사들은 누메이의 공격에 하나 둘씩 쓰러져 이제는 겨우 4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도 곧 쓰러질 것으로 보였다.
위기를 느낀 스톡은 자신이 이제는 나서야 할 때임을 알았다.
스윽!
그는 마법지팡이를 앞으로 내밀면서 주문을 중얼거렸다.
츠츠츠츠.
마법지팡이에서 녹색의 뭉쳐진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순간 뱀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것이 눈으로는 따라 잡을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누메이에게 날아갔다. 아니, 뱀의 몸체가 주욱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기습적인 공격이었기에 누메이는 공격받은 어깨 부분이 안으로 쏘옥 들어가 버렸다. 몸이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하기에 이런 현상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 녹색 뱀이 미세한 차이로 누메이의 어깨 부분을 스치고 지나갔다.
단지 그것뿐이었지만 스톡은 피식 웃었다.
치이이이.
누메이는 스친 어깨 부분에서 이상을 발견했다. 독에 중독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말랑말랑 어깨부분이 순간 딱딱해지고 있었다.
슈가각!
누메이는 바로 마비가 되고 있는 자신의 어깨의 일부를 칼로 변신시킨 팔로 베어버렸다. 그러자 바닥에 떨어진 어깨 일부는 순간 연기를 피워 올리며 녹았다. 정말 지독한 독이었다.
그래도 그는 변신이 가능한 마법의 생명체이기에 잘린 어깨의 일부가 다시 스르르 복구되었다. 정말 불가사의했다.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에 스톡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호오? 정말 신기하군. 시간만 있었다면 연구해보고 싶을 정도야. 하지만 나에겐 시간이 없구나.”
그가 다시 마법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자 뱀이 누메이를 공격했다. 이에 누메이는 스치기만 해도 마비가 될 정도로 강력한 독을 보유한 뱀임을 알았기에 바닥을 박차고 뒤로 물러섰다.
치열한 싸움으로 인해 국왕집무실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스스스스.
공간이 일렁거리면서 갈색 로브를 입은 자가 순간이동해왔다.
강력한 독을 보유한 연기의 녹색 뱀이 방향을 바꾸어 그를 공격했다. 너무나 빠른 공격이기에 피하지 못할 것 같았다. 스톡도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푸스스스.
녹색 뱀이 그자의 몸 앞에서 갑자기 머리부터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몸통까지 소멸되어버렸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기운으로 보호를 받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스윽!
그는 머리에 눌러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드러난 그의 정체는 놀랍게도 준이었다.
“허엇, 프리맨 왕?”
스톡의 눈이 커졌다.
부타비크를 공격하고 있던 레드 데빌은 방향을 바꾸어 바스타드 소드를 준에게 휘둘렀다. 오러 블레이드는 아니었지만 강력한 기운을 검날에 불어넣은 검술이었다.
준은 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피하지 않았다.
레드 데빌은 이번 공격으로 준에게 부상이라도 입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준이 한 손을 들어 내리쳐진 검을 손으로 가볍게 움켜쥐어버린 것이다.
“허억, 이, 이게?”
“저, 저럴 수가!”
레드 데빌은 자신의 검을 너무나 태연하게 손으로 잡아버린 것에 놀랐고, 스톡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했다.
쩌쩌쩡!
바스타드 소드는 준의 힘에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갔다. 레드 데빌은 검날에 마나를 불어넣고 있었기에 곧 바스타드 소드는 모래처럼 와르르 박살나버렸다.
준이 단순하게 팔을 들어 레드 데빌에게 손바닥을 보여준 것뿐이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퍼억!
“크아아악!”
내공을 담은 강력한 장력에 가슴을 격중당한 레드 데빌은 입에서 피를 내뿜으면서 뒤로 훨훨 날아가 벽을 뚫고 쓰러졌다.
“사제!”
스톡이 레드 데빌을 불렀다.
그때 스톡과 십 미터나 떨어져 있던 준이 뺨을 때리는 듯한 동작을 펼치자 스톡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웅 떠오르면서 옆으로 날아가 벽과 충돌했다.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크으으…….”
벽의 일부가 박살날 정도였으니 엄청난 충격이었다.
스톡은 마법사라 이 정도의 충격이라면 즉사했을 강력한 공격이지만 다행히 보호막이 펼쳐졌기에 그나마 대부분의 충격이 흡수되어 무사할 수 있었다.
“크아아악!”
갑자기 옆에서 비명이 들렸다. 부타비크가 칼리의 목을 베어버렸던 것이다. 칼리의 머리는 한쪽 구석으로 굴러갔고, 머리를 잃어버린 칼리의 몸은 그대로 고꾸라졌다.
순간적인 허점을 발견했는지 벽을 뚫고 나갔던 레드 데빌이 쓰러져 있는 국왕친위대의 롱소드를 집어 들고는 몸을 날려 준을 찔렀다. 이번의 기습공격에는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했다. 나름대로는 완벽한 기습공격이었다. 그러나 상대가 준이라는 게 불행이었다.
레드 데빌의 롱소드는 준의 보호막조차 뚫지를 못했다.
“이, 이게……!”
레드 데빌은 믿지 못하겠는지 두 눈이 커졌다.
준은 레드 데빌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바나리르의 불의 기운 일부를 내뿜었다.
치이이이!
레드 데빌은 폐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지독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악!”
몸을 떨던 레드 데빌은 순간 준에게 드롭킥을 날려 겨우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자신의 어깨를 살펴보니 준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리고 지독한 화상으로 피부가 녹아 진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상처였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이 일었다.
“다크 스피어!”
스톡의 전방에 검은빛의 창이 형성되었다.
스윽.
스톡의 손짓에 의해 검은빛의 창이 준에게 빠르게 날아왔다.
살랑살랑.
준은 파리를 쫓듯 그렇게 손바닥을 흔들었을 뿐인데 검은빛의 창은 방향을 바꾸어 벽에 격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