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79화 (27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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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리안 왕국의 왕성.

가르든 국왕은 자신의 제자들 중에서 세 명의 제자들을 은밀하게 불러 모았다.

어둠의 마법을 사용하는 7서클 마스터의 대제자 스톡과 넷째 제자인 소드 마스터 레드 데빌, 막내 제자인 칼리였다. 둘째 브라이언과 셋째 메데인은 가르든 국왕의 명을 받고 어디론가 떠나 있었다.

벽에 붙은 횃불이 이글거리면서 타오르고 있었지만 대전은 약간 어두운 편이었다. 황금과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웅장한 의자에는 가르든 국왕이 앉아 있었으며, 그의 전면 대리석 바닥에는 세 명의 제자들이 방석을 깔고 앉아 있었다.

“왕이시여, 저희를 부르셨습니까?”

“그렇다, 나의 제자들이여.”

스톡과 레드 데빌, 칼리는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참았다.

다시 가르든 국왕의 말이 이어졌다.

“너희에게 한 가지 명을 내리겠다.

“예, 왕이시여.”

대제자 스톡이 대답하자 가르든 국왕이 말했다.

“너희는 즉시 엘도라도 왕국으로 가서 프리맨 왕을 죽여라.”

“왕의 친위대원들이 많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도 잘 알고 있다. 해서 두 가지의 선물을 준비했다.”

“그게 무엇입니까?”

“첫 번째, 이동마법진으로 바로 엘도라도 왕국의 왕성 광장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게 정말 가능한 일입니까?”

“그렇다. 정보길드의 협조를 얻어 엘도라도 왕국의 왕성 광장의 좌표를 알아냈다.”

“아, 그렇다면 프리맨 왕을 제거하기 더욱 유리해졌습니다.”

“그렇다. 너희 셋만으로는 왕의 친위대원들에게 가로막혀 프리맨 왕을 구경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래서 왕의 친위대원들을 상대할 자들을 따로 준비했다. 바로 백 명의 암흑기사들이다.”

“암흑기사를 지원해주신다면 성공 확률이 아주 높아집니다.”

“그럴 것이다. 암흑기사가 왕의 친위대원들을 상대하는 동안에 너희는 프리맨 왕을 죽여라.”

“예, 왕이시여.”

“만약 너희가 위기에 닥친다면 즉시 그곳을 벗어날 수 있도록 마법스크롤도 하나씩 주마.”

“감사합니다, 왕이시여.”

“지금 바로 이동해 쳐들어가면 아마 프리맨 왕도 당황할 것이다. 사실상 너희를 막기는 역부족일 거야.”

“저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소톡의 대답에 레드 데빌과 칼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암흑기사들은 앞으로 나오너라.”

“예, 왕이시여.”

한쪽에 대기하고 있던 암흑기사 백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가르든 국왕은 제자들에게 마법스크롤을 하나씩 건넸다. 그러고는 기이한 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몇 분 동안 이어진 주문이 끝나자 대전 바닥의 둥근 원에 각종 도형과 룬문자가 새겨진 마법진이 스르르 나타났다.

“이동마법진이니 모두 올라서라.”

“예, 왕이시여.”

스톡이 대답하면서 먼저 이동마법진 위에 자리를 잡았고, 레드 데빌과 칼리가 그 뒤를 따라 섰다. 마지막으로 암흑기사들이 자리를 잡았다.

우우우웅.

공명음이 이동마법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엄청난 마력이 이동마법진에서 내뿜어지더니 순간 빛이 번쩍였다.

스스스스.

빛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크크크, 암흑기사와 나의 제자들이 갔으니 이번에는 프리맨 왕을 죽일 수 있을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불안한지 그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엘도라도 왕국의 왕성.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엘도라도 영지의 영주성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엘도라도 왕국이 개국했기에 영주성이 임시로 왕성이 된 것이다.

왕국의 규모에 걸맞도록 갖추기 위하여 임시 왕성에서 뉴 엘도라도가 있는 북쪽으로 20킬로미터 떨어진 베리아 평원에 대대적인 신도시를 한창 조성 중이었다.

루나드 공작군과 리안 공작군을 물리치고 포로로 잡은 노예들을 신도시 조성에 대대적으로 투입해 공사를 시작했다.

베리아 평원의 중심에서 사방 40킬로미터가 평지였기에 왕궁과 신도시를 조성하기에는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스스스슷!

왕성 광장 구석진 곳의 공간이 갑자기 이지러지면서 스톡과 그 일행이 이동해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스톡은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손바닥을 펼쳤다.

파라라락!

그러자 눈이 붉게 물든 꿀벌 십여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서 공중으로 날아올라 사방으로 흩어졌다.

스톡은 등 뒤에 서 있는 사제들과 암흑기사들에게 말했다.

“페밀리어들이 프리맨을 찾을 것이다. 모두 긴장해라. 가자!”

성안으로 신속하게 달려 나갔지만 곳곳에 무장한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기에 그들의 이목을 결코 피할 수는 없었다.

“자객이다!”

땡땡땡땡!

비상종이 요란하게 울렸기에 사방에서 무장한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왕성수비대원들이었다.

“저기 있다! 잡아라!”

“와아아아!”

왕성수비대원들은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 나갔다.

스톡이 외쳤다.

“암흑기사 열 명은 저들을 막아라!”

“예, 알겠습니다.”

왕성 안으로 들어가려던 암흑기사들 중에서 열 명이 그곳에 남아 달려오는 왕성수비대원들을 맞이했다.

스르릉!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검집에서 롱소드가 뽑혔다.

슈가각!

“크악!”

“아아악!”

암흑기사가 휘두른 칼에 베인 왕성수비대원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그러자 암흑기사들은 소드 익스퍼트 초급에 이른 기사에게 각종 마법적인 약물을 투입하여 암흑기사로 만들었다. 이들은 특수한 마법약물에 의해 몸이 검게 변했는데, 괴력과 재생력이 생겨났다.

이 때문에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을 가진 기사와 겨루어도 비슷한 실력이었지만 괴력과 재생력이 뛰어나기에 암흑기사가 더 체력적으로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또한 어둠의 마나를 몸속에 흡수한 상황이기에 마법저항력까지 뛰어났다. 다시 말해 3서클의 공격마법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성안으로 들어간 스톡 일행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복도에 다다르자 기사 50명이 우르르 달려왔다.

“자객들이다! 막아라!”

“이, 이런 젠장. 암흑기사들은 저들을 공격해!”

스톡의 명령에 암흑기사들이 앞으로 달려 나가 왕성기사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채채챙, 파팟!

왕성기사들의 검술 실력이 뛰어나 암흑기사와 싸우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마나를 검에 불어넣을 수 있는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스톡은 꿀벌 페밀리어를 따라 미로같이 복잡한 복도를 우왕좌왕하지 않고 잘도 이동했다. 암흑기사 50명만 그곳에 남아 왕성기사들을 상대하고, 나머지 40명은 여전히 스톡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왕성이 소란스러워지자 침대에 누워 있던 글리아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담 왕자가 있는 룸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아무것도 모른 채 아담 왕자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마르시아 님, 마르시아 님!”

글리아나가 나직이 외쳤을 뿐인데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백색의 로브를 입은 마르시아가 이동해왔다.

“무슨 일로 날 불렀나?”

“자객이 왕성으로 쳐들어왔어요. 아담 왕자와 저를 마법사의 탑으로 이동시켜주세요.”

“마법사의 탑으로 말이냐?”

“네. 어서요.”

“신변의 안전이 우선이니… 좋아, 그렇게 하지.”

글리아나는 준에게 가디언을 선물 받았는데, 바로 마도시대의 골렘인 골렘 블러드였다. 드래곤과 맞서 싸워도 무력에서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했다. 그런데도 글리아나는 아담 왕자의 신변이 걱정되어 아예 안전한 장소로 피하려는 것이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는 아담 왕자를 가슴에 안더니 마르시아 옆에 섰다. 그러자 마르시아가 그녀의 팔을 붙잡고 외쳤다.

“텔레포트!”

스스스슷!

마르시아와 글리아나, 아담 왕자는 순간 침실에서 사라져 이동해버렸다.

한편, 비상 종소리가 울릴 때 준은 뉴 엘도라도의 상왕궁에 있었다. 제2왕비인 샤이나와 쌍둥이인 꼬레아 왕자와 비너스 공주의 재롱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를 알 리 없는 스톡 일행은 준을 암살하려고 이렇게 전격적으로 왕성으로 기습공격해온 것이다.

엘도라도에 있는 왕성에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준이 혹시라도 왕성에 적들이 쳐들어올 것에 대비해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의 비밀의 장소에서 거둔 가디언들을 숨겨둔 것이다.

국왕집무실의 천장에는 아름답고 눈부신 대형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샹들리에의 눈부신 불빛 때문에 금속 부분에 새겨진 그림은 잘 모르고 있었다.

크기가 손가락 두 개 정도였기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붉은색 관 그림의 가운데에 박쥐 형상이 새겨져 있는 특이한 그림이었다. 하녀들도 긴 먼지 털이로 가끔 먼지를 터는 게 전부였기에 특이한 그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당연했다. 하녀들이 청소하러 나타나면 그 특이한 그림이 일시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특이한 그림의 진정한 정체는 뱀파이어 일족의 진정한 황족이라는 벤투르족의 부타비크의 휴식처인 관이었다. 준이 특별히 마법을 이용해 만들어준 휴식처였다. 부타비크는 마도시대의 현자 크라이오튼의 비밀의 장소에서 가디언으로 삼았던 그 뱀파이어였다.

국왕집무실에는 부타비크만 있는 게 아니었다.

준은 이 가디언을 고무줄 괴물이라 부르곤 했는데, 무엇이든지 변신이 가능한 누메이였다.

누메이는 샹들리에의 주렁주렁 매달린 수백 개의 수정 중 하나로 변신해 있었다.

국왕집무실 앞에는 대방어마법진이 새겨진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국왕친위대 소속의 기사 열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이들은 모두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검술 실력을 가진 진짜 실력자들이었다.

복도 끝에서 스톡 일행이 뛰어왔다.

스톡이 한손을 앞으로 내뻗자 암흑기사들이 달려 나갔다.

열 명의 국왕친위대 기사를 상대로 암흑기사 이십 명이 공격을 감행했다.

콰앙!

국왕집무실의 문이 박살나면서 암흑기사가 뛰어 들어왔다. 살펴보았지만 프리맨 국왕은 보이지 않았다.

“허엇, 없다?”

스스스슷.

그때 뭉쳐진 검은 연기가 천장에서 바닥으로 뚝 떨어지면서 그 모습을 바꾸었다. 검은 옷에 겉은 검고 속은 붉은색의 망토를 걸치고 있는 얼굴이 창백한 미남이었다.

암흑기사는 예측 못한 자가 나타나자 그를 쳐다보았다.

후우웅.

뱀파이어 부타비크가 어느새 암흑기사의 앞으로 순간이동하더니 한 뼘 정도 돋아나 있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암흑기사의 목을 긋고 지나쳤다. 단순히 그것뿐이었는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슈가각!

“끄으으…….”

암흑기사는 자신의 목을 손으로 움켜쥐면서 흘러나오는 피를 막았다. 목이 절반 넘게 잘렸기에 덜렁거렸지만 신기하게도 죽지는 않았다. 어둠의 마법에 각종 흑마법으로 탄생된 암흑기사기 때문이다.

“호오~ 신기하게도 안 죽네?”

츠츠츠츠.

목이 절반 넘게 잘렸던 암흑기사의 상처가 스르르 아물어버렸다. 화가 난 암흑기사는 신경질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순간이동으로 피하는 부타비크에게는 헛 칼질에 불과했다. 옷깃이나 망토조차 건들이지 못했다.

암흑기사 한 명이 공중으로 도약하면서 검을 사선으로 내리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천장에 매달려 있는 수정에서 칼날이 주욱 튀어나오면서 암흑기사의 목을 단번에 베어버렸다.

톡, 데구르르.

암흑기사는 머리가 잘려 피를 내뿜으면서 부르르 떨다가 잠잠해졌다. 허무하게 죽어버린 것이다.

몸에 극심한 상처를 입더라도 재생력이 뛰어나기에 금방 상처가 아물었지만 목이 잘리면 죽는다. 그것이 암흑기사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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