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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와아아아!”
베일레 백작군 진영에서는 병사들이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베일레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포로들을 포박하고 그들의 무기를 전부 회수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수만 명의 병사들이 달려 나가 리안 공작군을 한꺼번에 포로로 삼고, 무기를 회수했다.
이렇게 전쟁은 뉴 엘도라도 영지의 승리로 끝이 났다.
포로를 확인해보니 정규병 52만에 보급병 34만으로 모두 86만 명이 나 되었다.
처척!
준이 땅으로 내려서자 베일레 백작이 달려와 안아 주었다.
“수고했다, 아들아.”
“아버지, 제가 좀 더 일찍 올 걸 그랬습니다.”
“아니다. 이렇게 와준 것만으로도 되었다.”
“아버지, 이제 전쟁이 끝이 났으니 신속히 전열을 정비해 영지를 안정시켜야겠습니다.”
“그건 내가 하면 된다. 넌 새로운 왕국을 개국하는 것에 신경 쓰거라.”
“그렇다면 여긴 아버지께 맡겨도 되겠군요.”
“그래. 포로들은 네가 처리한 것처럼 하면 되니까 걱정말거라.”
“그럼 아버지가 영지를 안정시키는 동안 전 개국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장하다 아들아.”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베일레 백작에게서 물러났다.
스스스슷!
준은 그렇게 텔레포트 마법으로 사라져 버렸다.
엘도라도 영지의 프리맨 영주성.
스스스슷!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준이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왔다. 준은 가장 보고 싶었던 글리아나를 보기 위해 침실로 향했다.
복도를 걸어오던 벨리 집사가 준과 마주하고는 깜짝 놀랐다.
“여, 영주님.”
“벨리 집사, 오랜만이야.”
“영주님, 건강해 보이시니 저의 마음도 기쁩니다.”
“고마워. 대연회실에서 긴급회의를 열 테니 즉시 마법통신으로 귀족들을 모이게 해줘.”
“예, 영주님.”
벨리 집사는 마법사에게로 달려갔다. 잠시 사라지는 벨리 집사를 바라보던 준은 글리아나의 침실로 향했다.
글리아나는 침대 맡에 등을 기대어 책을 읽고 있었다.
똑똑.
노크 소리에 이어 준이 침실로 들어섰다.
“준, 걱정했는데 전투는 어떻게 되었어요?”
“응, 우리가 승리했어.”
“그럼 뉴 엘도라도의 아버님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방금 그곳에서 적들을 처리하고 돌아오는 길이야.”
“벌써요?”
“그래. 전쟁은 우리가 승리했어. 이젠 바렌 왕국을 정리해 개국하는 일만 남았어.”
“아, 드디어 준의 왕국이 개국하는 건가요?”
“그래, 글리아나.”
“그럼 회의를 해야겠어요.”
“안 그래도 벨리 집사에게 귀족들을 소집하라 일렀어.”
“잘했어요. 그럼 우리 대연회실로 가요.”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글리아나를 부축해 같이 천천히 복도를 걸어 대연회실로 향했다.
얼마 후, 대연회실에는 엘도라도의 모든 귀족들이 참석했다.
상석에 앉은 준은 그들을 바라보다가 말문을 열었다.
“오늘 긴급회의를 주제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반란군들을 전부 처리했으니 이젠 개국하는 절차만 남았소.”
“허억, 영주님. 그게 정말이십니까?”
헌트가 깜짝 놀라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준을 쳐다보았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렇다. 뉴 엘도라도의 리안 공작군까지 전부 처리했으니 그렇게 알도록.”
“으음, 영주님. 저는 지금도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귀족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헌트의 말에 동감을 표시했다.
“믿어지지 않는 게 당연하겠지만 나의 말이니 믿어라. 내가 직접 리안 공작군을 처리했으니 말이야.”
“아, 그렇다면 영주님을 믿겠습니다.”
엘도라도의 귀족들은 이미 준이 혼자서 루나드 공작군을 물리쳤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뉴 엘도라도의 리안 공작군도 물리 쳤다는 걸 믿었다.
“에드손 행정관.”
“예, 영주님.”
“에드손 행정관은 개국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맡아서 처리하도록.”
“예, 영주님.”
“헌트와 하그리.”
“예, 영주님.”
“너희들은 각각 20만의 병력을 차출해 한 달간 집중적인 훈련을 시키도록.”
“20만을 말입니까?”
“그렇다. 엘도라도 왕국의 개국이 선포되면 엘도라도 영지 인근부터 수색해 유민들을 끌어 모은다.”
“예, 알겠습니다.”
“바렌 왕국령에 속한 모든 영지를 돌면서 영지민들과 유민, 노예들까지 전부 엘도라도로 끌고 와라.”
“예, 영주님.”
“지금 있는 출입국관리소를 확대 개편해 유입된 영지민과 유민, 노예들을 엘도라도에 적응시키도록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임시 숙소와 거주지도 확대해야 할 것이니 각 귀족들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예, 영주님.”
준의 일방적인 지시였지만 귀족들은 아무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긴급회의는 금방 끝이 나 버렸다. 귀족들은 각자 맡은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귀족들은 한동안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이들의 일처리 때문인지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는 빠르게 안정이 되어갔다.
시간은 어느새 한 달이 흘러 엘도라도 왕국의 개국선포일이 되었다. 베일레 백작을 비롯해 뉴 엘도라도의 귀족들도 대거 참석했다. 모든 귀족들이 모인 가운데 준은 엘도라도 왕국의 개국선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스윽!
준은 개국선언문을 펼치고는 외쳤다.
“나 프리맨은 여러분들과 함께 엘도라도 왕국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새 출발을 하고자 이 앞에 섰노라. 그렇기에 나 프리맨은 이 시간 이후로 모든 이에게 고하는 바이다. 엘도라도 왕국은 대륙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오늘부터 엘도라도 영지를 왕국으로 선포하노라.”
“와아아아!”
짝짝짝짝!
함성소리와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로써 엘도라도 영지가 정식으로 엘도라도 왕국으로 개국되었다. 초대 건국왕은 준이 되었으며, 왕비는 글리아나가 되었다. 양부 베일레 백작은 상왕이 되었다.
엘도라도 왕국의 수도는 이곳 엘도라도가 되었으며, 상왕 베일레는 뉴 엘도라도에 있는 영주성이 상왕의 궁이 되었다. 상왕궁에는 내부수리가 한창이었으며, 열 배로 확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엘도라도 왕국의 귀족들은 절대 사병을 둘 수 없었다. 다만 뉴 엘도라도에 있는 상왕 베일레는 상왕궁을 호위한다는 명분으로 만 명의 호위병을 둘 수 있게 되었다.
뉴 엘도라도의 상왕궁과 반경 10킬로미터는 엘도라도 왕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단 하나의 영지가 되었다. 바로 상왕직할령이 된 것이다.
엘도라도 왕국이 개국하면서 축제가 열흘간 열리게 되었다. 엘도라도 영지민들은 이제 엘도라도 왕국민이 되었기에 환호했다. 앞으로 바렌 왕국령을 완전하게 장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준에 대항할 세력은 바렌 왕국에는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금과 왕국민이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에 많았기에 앞으로 세력을 넓히면 되는 일이었다.
엘도라도 왕국은 귀족들에게 영지가 내려지지는 않고, 작위만 인정하기에 국왕이 왕국을 전부 다스리게 되었다. 바로 왕이 직접 왕국을 다스리는 중앙집권식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다만 왕국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귀족들을 각 지역에 임명해 2년마다 자리를 바꾸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병권은 철저하게 분리해 두었기에 귀족들이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이렇게 엘도라도 왕국은 병권과 행정력이 철저하게 분리가 되었다.
엘도라도 왕국이 개국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글리아나가 출산해 준의 아들이 태어났다. 엘프인 엄마의 피를 절반이나 받고 태어나서인지 인물이 뛰어났다. 거기에다가 준의 피도 절반이나 이어 받았기에 머리까지 총명했다. 일종의 하프 엘프인 셈인데 아들의 귀는 엘프의 뾰족한 귀가 아닌 사람의 귀였다. 수명이 인간보다 훨씬 길기에 삼백 년은 무난하게 살 것으로 보였다.
준의 풀 네임은 카라 베일레 폰 프리맨이었다.
글리아나가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이 왕자였기에 이름을 준이 직접 지어 주었다. 카라 베일레 폰 프리맨 글리아나 엘도라도 아담이라 명명했다.
풀 네임에 프리맨과 글리아나를 집어넣은 것은 부모의 이름을 잊지 말라는 뜻이었고, 엘도라도는 왕국의 이름이었다. 풀 네임이 길었지만 그냥 편하게 아담 왕자라 불리게 되었다.
이렇게 엘도라도 왕국이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헌트와 하그리도 각각 20만의 병력을 이끌고 지금은 엘도라도 왕국령이 되었지만 옛 바렌 왕국령을 돌면서 유민들과 왕국민들을 끌어 모아 수도 엘도라도로 보내었다. 출입국관리소에서는 이들의 신분패를 교부하고, 적응기간을 거쳐 새로운 엘도라도 왕국민으로 태어나게 했다.
엘도라도 왕국이 개국한 지 8개월이 지난 어느 날, 준은 샤이나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아들과 딸을 데리고 왕궁으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글리아나도 많이 놀랐지만 이미 자신은 준의 왕비가 되었고, 아들 아담이 공식적인 정통 후계자로 인정을 받았기에 안심하고 샤이나와 아이들을 받아들였다.
준은 샤이나와 쌍둥이를 각각 제 2왕비와 왕자, 공주로 인정했지만 앞으로 있을 권력의 암투에 대비하기 위해 이들을 뉴 엘도라도의 상왕궁에서 살아가게 조치했다.
가끔 준이 찾아왔지만 상왕 베일레도 외로웠기에 샤이나와 쌍둥이를 환영했다. 상왕 베일레는 정치에서 이미 손을 놓았고, 검술수련과 쌍둥이의 재롱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이렇게 됨으로써 샤이나와 쌍둥이는 뉴 엘도라도의 상왕궁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준은 샤이나와 쌍둥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 볼 수 있었기에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건 샤이나도 마찬가지였다. 권력의 암투에 신경 쓰기보다는 이곳 뉴 엘도라도의 상왕궁에서 안정된 생활이 더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엘도라도 왕국은 모든 면에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모르칸 제국의 남부 그라비스 백작령.
이곳은 모르칸 제국의 남부 국경에 있는 루오 남작령에서 북으로 70킬로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아놀드 대공이 이끄는 400만 대군은 처음에만 하더라도 파죽지세로 진군하여 우디 숲까지 일부 진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 오크왕 쿠퍼의 오크전사들에 의해 뒤로 밀려났다.
루오 남작령에서 모르칸 제국군과 오크왕국의 오크전사들이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끝없는 소모전을 벌이다가 두 달 전부터는 모르칸 제국군이 연속적으로 패하면서 후퇴했다.
그것이 모르칸 제국군이 남부 국경에서 북으로 70킬로미터에 있는 그라비스 백작령까지 밀리게 된 이유였다.
오크왕국은 드라비아 왕국이 멸망하면서 노예가 된 사람들을 농사에 투입하여 그들로 하여금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었다.
오크들은 식량만 풍족하다면 새끼를 많이 낳을 수 있다. 성장도 아주 빨라서 몇 달 지나지 않아 전사로 거듭난다.
식량이 풍족해진 오크 암컷들은 새끼를 한 번에 열두 마리씩 낳았다. 일 년에 네 번까지 새끼를 낳을 수 있었기에 암컷 한 마리 당 일 년에 48마리가 태어나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르칸 제국군은 아니었다. 일단 한 번 피해를 입으면 보충이 잘 되지 않았다. 400만을 자랑하는 모르칸 제국군이 이제는 겨우 절반인 200만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이기에 오크전사들에게 계속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모르칸 제국의 황제마저 전쟁을 중지하고 싶었지만 오크왕국의 쿠퍼왕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크들은 계속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었기에 어떻게 하던지 간에 수를 줄여야 하는 필요성이 있었다. 그에 좋은 방법이 전쟁을 하는 것인데,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이 모르칸 제국군이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군막 안에서 지도를 바라보는 아놀드 대공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각 전선의 상황은 좋지 않았고, 원수인 프리맨 후작이라는 자는 반란군을 토벌하고는 왕국을 개국했다고 정보길드에서 전해왔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곳에 처박혀 오크들이나 상대한단 말인가?”
오크와의 끝없는 소모전으로 그도 지쳐버렸다.
가끔씩 화가 치밀 때면 직접 전투에 참가해서 오크들을 마음껏 베어버리곤 했다. 오크들은 녹색 피를 주르륵 흘리면서 죽었기에 기분이 더러웠다. 그래도 실전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끔씩 검술을 펼쳐줘야만 했다.
그가 한 번씩 전투에 나서면 오크전사들이 수천 마리씩 죽어 나갔다. 롱소드에 오러 블레이드를 펼치면서 전장을 휘저으면 오크들은 공포에 벌벌 떨었다. 그러나 혼자서 수없이 많은 오크전사들을 전부 상대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검술 실력이 뛰어나고 오러 블레이드를 펼쳐도 오크전사는 넘쳐났다.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은 아놀드는 사색에 젖어 들었다.
“조만간 마법사를 동원해 엘도라도 왕국에 다녀와야겠어. 그놈을 죽이고 반지를 다시 찾을 거야.”
그의 눈빛은 살기로 번뜩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