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76화 (27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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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베리얼 성주, 적들이 행군해 오느라 많이 지쳤겠지?”

“예, 영주님. 척후병들의 보고로는 반나절 정도를 행군해 왔다고 합니다.”

“나도 보고는 받았네. 그러니까 적 보병들이 많이 지쳤을 게야. 지금이 공격하면 우리에게 아주 유리할 거야. 안 그런가?”

“그건 그렇습니다.”

한편, 리안 공작군의 선두는 보덴 성과 6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도달해 행군을 멈추었다. 이들이 대형을 이루고는 있었지만 완벽하고 튼튼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을 각 천인대장들이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도 병사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둥둥둥둥!

보덴 성, 성루에 있는 대형 북에서 북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공격명령만 기다리고 있던 베일레 백작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공격명령이 전격적으로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공격하라, 공격!”

중장기병들의 만인대장이 허리에 메어 놓았던 검을 뽑아들고는 앞으로 내밀면서 달려 나갔다. 그의 좌, 우에 도열해 있던 중장기병들이 일제히 튀어 나갔다.

두두두두!

묵직한 말발굽 소리가 일어나는 게 그것을 바라보던 리안 공작군의 보병들은 입안이 마른지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 탓인지 심장도 훨씬 빠르게 뛰었다.

세인트 남작은 뉴 엘도라도의 중장기병들이 몰려오는 걸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자신이 먼저 중장기병들을 출전시키려고 마음먹었는데 한발 늦고 말았다.

“제기랄, 놈들이 한 발 먼저 빨랐군.”

세인트 남작은 신경질적으로 칼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가 직접 공격명령을 내렸기에 중장기병들이 달려 나갔다.

두두두두!

역시나 중장기병들의 기세는 대단했다.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말에게까지 갑옷을 착용시켰기에 무력이 가장 뛰어난 병력이라 할 수 있었다. 보병들은 기병들이나 중장기병들에게는 천적이었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겁을 집어먹을 정도였다.

어쨌든 양측의 중장기병들이 앞으로 달려 나가 충돌했다.

채채챙, 파팍!

베일레 백작의 중장기병과 리안 공작의 중장기병들이 서로 뒤섞여 치열하게 싸웠다. 중장기병들은 마나를 느끼고 검에 마나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만 임명될 수 있었다. 즉, 소드 익스퍼트의 초급에 이르러야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중장기병들은 대부분의 일과를 검술수련에 임하기에 자연적으로 검술실력이 뛰어났다.

“으아악!”

양측이 서로 칼을 휘두르면서 공격했기에 중장기병들이 목이 잘리면서 말에서 떨어졌지만 생각보다는 죽는 수가 적었다.

베일레 백작은 중장기병들로 적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려고 했는데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으음,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 버렸군. 이젠 총공격뿐인가?”

“영주님, 아직 총공격은 너무 이른 게 아닙니까?”

“아니야, 적들이 지쳐 있을 때 공격하는 게 최선이야.”

“알겠습니다, 영주님.”

베일레 백작은 지휘봉을 들어 보병을 가리킨 후에 다시 앞으로 내뻗었다. 제일보병대 만인대장인 켄자르가 크게 외쳤다.

“진격하라, 진격!”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면서 제일보병대가 리안 공작군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제일보병대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각 보병대도 진격을 시작했다. 총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리안 공작군의 선두에 있던 세인트 남작은 얼굴을 찡그렸다.

“이…이런 젠장. 하필 이때에 총공격이라니… 진격하라!”

세인트 남작도 어쩔 수 없이 보병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와아아아!”

리안 공작의 보병들도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왔다. 양측의 가운데에서 치열하게 싸우던 중장기병들은 어쩔 수 없이 말머리를 돌려 빠져나갔다. 엄청난 수의 보병들이 서로 달려와 뒤섞이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채채챙, 파팟!

“크악!”

수십만의 보병들이 서로 뒤섞여 싸우다 보니 누가 적인지 분간이 잘 안갈 정도로 혼전이었다.

“신기전을 발사하라!”

보병들의 뒤에 배치되어 있던 30대의 신기전에서 삼천 발의 화살이 날아갔다.

퍼퍼퍼퍼퍽!

“커억!”

“아악!”

리안 공작의 보병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 양측의 보병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기에 뒤쪽에서 대기해 있던 병사들이 느닷없는 기습공격에 이렇게 피해를 크게 입었다.

“공성탑을 출전시켜라.”

“공성탑 출전!”

리안 공작의 황소 50마리가 끄는 공성탑 30대가 뒤쪽에서 이동을 시작해 앞으로 나섰다. 공성탑으로 보덴 성을 함락시키려는 게 아니었다. 일단 공성탑에 탑승하고 있는 병사들이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공격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공성탑에 탑승하고 있던 궁병들이 작은 홈을 통해서 화살을 발사했다. 양측의 보병들은 한창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지만 뒤쪽에는 대기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 방심하다가 날아온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베일레 백작군이 밀리는 듯한 인상을 받자 이번에는 200명으로 이루어진 전투마법사 부대가 공격마법을 캐스팅해 공격을 퍼부었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볼!”

하급의 공격마법이라도 200명의 전투마법사가 펼치는 마법은 장관을 연출했다.

콰콰쾅!

“크으윽.”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면서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엄청난 대군이 서로 부딪쳤기에 혼전이었다. 아무리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수가 너무 많아서 양측의 싸움이 끝이 나지 않았다.

해가 지면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서로 물러나면서 잠시 휴전에 들어갔다. 베일레 백작군과 리안 공작군의 피해는 각각 10만 명이 넘었다.

베일레 백작은 보덴 성의 성루에 서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행군해온 적들이 많이 지친 상황일 텐데도 불구하고 전력 차이는 거의 없어 보였다. 이런 식이라면 내일의 전투에는 오늘보다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으음, 걱정이구나. 적들이 결코 만만치 않아.”

전투마법사 에밀리가 베일레 백작에게 다가왔다.

“백작님, 프리맨 후작님께서 마법통신을 원하십니다.”

“프리맨이 말이오?”

“그렇습니다. 연결할까요?”

“에밀리 경, 당장 연결해 주시오.”

“예, 백작님.”

에밀리가 베일레 백작에게 마법통신구를 내밀었다.

마법통신구에 준의 상체가 나타났다.

“아들아.”

“아버지, 거기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리안 공작군의 전력이 결코 만만치 않구나.”

“아버지, 기뻐해주십시오. 루나드 공작군을 물리쳤습니다.”

“뭐라? 그게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아버지.”

“하하하하, 장하구나. 정말 장해.”

“루나드 공작은 전투 중에 죽었고, 적병들을 포로로 잡았는데 정규병이 42만에 보급병이 29만 명이나 됩니다.”

“그럼 모두 71만의 포로를 잡았다는 말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아버지.”

“포로들이 너무 많아서 한꺼번에 처리하기도 벅차겠구나.”

“일단 포로들을 오브 평원에서 분류 중에 있습니다.”

“으음, 이곳도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얼마나 걸리겠느냐?”

“급한 것을 처리해야 하니 내일 오후에 가겠습니다.”

“텔레포트 마법으로 바로 이동해 올 거냐?”

“예, 보덴 성으로 바로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알았다. 그때까지 내가 최대한으로 막아보겠다.”

“그럼 일이 밀렸으니 그만 통신을 끊겠습니다.”

“알았다, 아들아.”

준과 마법통신을 끝내자 베일레 백작은 갑자기 얼굴이 환해졌다. 아들 준이 루나드 공작군을 직접 처리했으니 내일 오후에 이곳으로 이동해 온다면 전투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9서클 마스터에 오른 마법실력을 가진 준이기에 적수가 될 만한 자는 없었다. 드래곤과의 싸움에서도 이겼다는 걸 베일레 백작은 잘 알고 있었다.

“하하하하, 아들이 내일 오후에 이곳에 오면 전쟁은 끝이다.”

“축하드립니다, 백작님.”

“고맙소, 에밀리 경.”

“주군께서 오신다면 전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오늘밤은 푹 자고 일어나도 되겠구려.”

“저도 주군의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쉽습니다.”

“나도 그렇소. 프리맨은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아들이오. 드래곤도 이기지 못하는데 누가 감히 맞설 수 있겠소.”

“주군께서 정말 드래곤을 이기셨습니까?”

“하하하, 이건 비밀인데 내가 흥분해 말해 버렸구려. 사실이니 믿으시오.”

전투마법사 에밀리는 궁금했지만 베일레 백작에게 더 이상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보덴 성의 밤은 깊어져만 갔다.

엘도라도 영지의 오브 평원.

곳곳에 거대한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루나드 공작을 죽이고 약 71만 명이나 되는 엄청난 포로를 사로잡았다. 포로의 수가 너무 많았기에 바로 처리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에 준은 직접 결계로 포로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조치해 두었다.

결계 주위에는 무장한 엘도라도 영지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워낙 넓은 지역이라서 많은 병사들이 배치되었다.

포로가 된 루나드 공작군은 전부 무장해제를 당하고 땅에 모여 앉아 있었다. 수괴라 할 수 있는 루나드 공작과 지휘부가 몰살당했기에 어찌 보면 이들은 피해자라 할 수도 있었다.

준은 어차피 왕국이 개국하면 왕국민이라는 생각에 죽이지는 않기로 했다. 다만 한시적으로 노예로 삼아 노역에 동원하려고 마음먹었다.

땅땅따땅.

임시로 마련된 대장간에는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번에 포로가 된 노예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쇠사슬 발찌를 대량으로 만들고 있었다.

치이이이.

달군 쇠를 차가운 물속에 담그자 김이 피어올랐다. 쇠사슬 발찌를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는 않았지만 포로들 전부에게 채워야 하기에 쇠가 많이 들어갔다. 준은 그것을 충당하기 위하여 적들의 무기 중에서 낡거나 이가 빠진 검들을 녹여서 만들도록 지시했다.

행정사들이 긴급하게 대거 동원되어 포로들을 조사한 후 분야별로 분류하고 있었다.

노예들은 쇠사슬 발찌가 발목에 채워지고, 분야별로 분류된 포로들은 엘도라도 영지의 노예가 되었다. 이들 노예들은 분류에 따라 엘도라도 영지의 광산이나 각종 공사현장에 투입될 것이다. 일부는 천일염전과 조선소에도 투입될 예정이었다. 노예들은 앞으로 2년간 일한 후 면천되어 평민이 될 것이다.

행정사들은 수많은 포로들을 분류하느라 피곤했다. 밤이 깊었지만 미룰 수 없는 일이었기에 계속 포로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이때 양팔을 허리 뒤로 묶인 포로 한 명이 행정사 앞으로 끌려왔다. 무장한 병사 열 명이 한 명의 포로를 끌고 왔기에 어쩔 수 없이 끌려올 수밖에 없었다.

행정사는 포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너의 이름이 뭐냐?”

“…….”

빠악!

“크윽.”

방망이를 들고 있는 근육질의 병사가 포로의 등에 그것을 세게 내리쳤기에 포로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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