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75 / 0284 ----------------------------------------------
제10권 건국
콰두두두!
중장기병 만 명의 말발굽 소리만으로도 엘도라도 영지병들은 움찔거렸다. 이번의 전면전에는 준도 참석해 직접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스윽!
준이 수신호를 보내자 선두에 서 있던 방패병들이 일제히 앉았다. 방패병들의 뒤에 서 있었던 전투마법사들이 캐스팅을 완료하고 일제히 공격마법을 퍼부었다.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퍼퍼퍼퍽!
“크악!”
“아아악!”
아무리 중장기병들이라고 해도 전투마법사들이 펼친 공격마법에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파이어 월!”
화르르르!
“으왁, 뜨거워.”
“살려줘, 아악!”
불길이 이글거리는 불의 벽이 전방에 생성되자 중장기병들은 옆으로 쓰러졌다.
전장을 바라보던 루나드 공작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부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즉시 공성탑을 내보내고, 보병들을 출전시켜라.”
“예, 각하. 공성탑과 보병들을 출전시켜라.”
거대한 공성탑이 엘도라도 영지병들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모두 20개였다. 각종 무기를 손에 든 보병들도 돌격해왔다.
그것을 본 준은 피식거리더니 외쳤다.
“놈들에게 우리의 무서움을 보여주어라. 신기전을 발사하라!”
“신기전 발사!”
슈슈슈슈슝!
백 대의 신기전에서 일제히 화살이 발사되었다. 엄청난 수의 화살이 공중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더니 달려오는 적 보병들에게 떨어졌다.
“크아악!”
“아악!”
여기저기에서 비명을 지르면서 적 보병들이 쓰러졌다. 엄청난 화살공격에 루나드 공작은 눈이 커지고, 입을 쩌억 벌렸다.
“저, 저게 뭐냐?”
“각하, 저도 처음 보는 신무기입니다.”
대형의 중간에 있던 신병들이 일제히 쇠막대기를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외쳤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애로우!”
“윈드 커터!”
만 개나 되는 아티팩트에서 일제히 공격마법이 발사되었다. 엄청난 수의 매직 미사일이 가장 먼저 적들에게 날아갔고, 그 뒤를 마법의 불화살이 뒤따랐다. 또한 가장 뒤에는 바람의 칼날마법이 적 보병들에게 시간차 공격으로 날아갔다.
퍼퍼퍼퍼퍽!
“으아악!”
“커억!”
“크아악!”
적 보병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우수수 고꾸라졌다. 고목에서 낙엽이 떨어지듯 엄청난 병사들이 공격마법에 쓰러진 것이다.
시시시싯!
양측의 궁병들과 크로스보우병들이 화살과 퀘럴을 발사했다.
퍼퍼퍼퍽!
“으악!”
“크으윽.”
양측의 많은 보병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워낙 양측의 병사들이 많았기에 죽은 병사들은 십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
채채챙, 파팍!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양측의 병사들이 결국 서로 뒤섞이면서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플라이!”
부우웅.
준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루나드 공작의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근처까지 와서는 품속에서 그동안 잘 사용하지 않았던 부메랑을 꺼내 들었다. 개량한 부메랑으로 금속몸체에 다섯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후후후, 이것을 받아보거라.”
부메랑에 내공을 불어 넣고는 적들을 향해 날렸다.
끼아아아아!
귀청을 찢어발기는 살인적인 고음이 일어나면서 적진을 한 바퀴 선회했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불구하고 적 보병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려졌다. 준이 날린 부메랑의 살인음파에 내장이 터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위력이 강했던지 기사들도 코와 귀, 입에서 각각 피를 내뿜으면서 고꾸라졌다.
처척!
선회하여 돌아온 부메랑을 받아든 준은 다시 적들에게 부메랑을 날렸다.
끼아아아아!
이번에도 살인음파가 적들에게 퍼져 나갔기에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저자다. 공격하라.”
슈슈슈슝!
화살과 석궁에서 발사된 퀘럴 수십 개가 준에게 날아왔다.
티티팅!
준이 펼쳐 놓았던 보호막에 화살과 퀘럴이 튕겨져 버렸다. 이런 허접한 공격으로는 절대 그에게 부상을 입힐 수 없었다. 적들이 너무 많았기에 준은 부메랑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해 대규모 공격마법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스윽!
부메랑을 마법주머니 속에 일단 집어넣고는 공중 높은 곳으로 떠올랐다. 그러고는 주문을 중얼거리면서 양팔을 펼쳤다.
“마나여, 나의 의지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인페르노!”
9서클의 절대마법이 준에게서 펼쳐졌다.
쩌쩌쩌쩍!
갑자기 루나드 공작진 영에 지진이 일어나면서 땅이 쩌억 갈라졌다. 수천 명의 병사들이 휘청거리면서 갈라진 땅속으로 추락했다.
“아아악!”
“살려줘, 아악!”
절대마법인 인페르노가 무서운 점은 지진이 아니었다. 갈라진 땅에서 용암이 분출되어 사방에 있는 루나드 공작군을 덮쳤다.
“크악!”
“아아악!”
“용암이다. 살려줘!”
수십만의 루나드 공작군이 허무하게 지진과 용암에 의해 몰살당했다. 몰살당한 자들 중에는 루나드 공작도 포함되어 있었다. 수뇌부가 있는 곳에 절대마법인 인페르노가 펼쳐졌기에 죽음을 피할 순 없었다. 너무나 엄청난 절대마법에 루나드 공작군은 공황상태에 빠져 버렸다. 엘도라도 영지병들과 싸우던 루나드 공작군의 보병들도 순간 공격을 중지할 정도였다.
루나드 공작군은 준의 절대마법 한 방에 절반의 병력을 잃어 버렸기에 더 이상의 전투는 무의미해졌다.
준은 공중에 뜬 상태에서 마력을 불어 넣어 외쳤다.
“나 프리맨 후작이 너희들에게 명한다. 항복하라, 거부하는 자는 오직 죽음뿐이다.”
준의 외침에 루나드 공작군은 공포에 질려 몸을 덜덜 떨더니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땅에 떨어뜨렸다. 일부의 병사들이 저항을 해보았지만 곧 기사들에 의해 진압되었다.
준이 직접 나서면서 순식간에 전투는 엘도라도의 승리로 끝이 났다. 수십만의 포로들을 처리하느라 엘도라도 영지병들은 한동안 숨 가쁘게 움직였다.
뉴 엘도라도 영지의 보덴 성.
10만 명의 병력이 주둔할 수 있는 성으로 평지에 축성되었다. 이 보덴 성을 지나 6킬로미터를 이동하면 뉴 엘도라도의 영주성이 나온다. 지리적으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기에 전략적으로 축성된 보덴 성이었다.
이 성의 베리얼 성주는 리안 공작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걱정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뉴 엘도라도 영지의 영주인 베일레 백작이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이곳에 어제 도착했다.
뉴 엘도라도 영주성과 적에게 함락당한 노르툼 성과 나이아 성을 제외하고, 17개의 성에 최소한의 병력인 5천 명을 남겨두고는 나머지는 전부 끌어 모아 보덴 성으로 직접 이끌고 왔다. 신병이 약 40만이나 되었지만 어쨌든 현재 보덴 성 밖에 주둔하고 있는 베일레 백작군은 전부 115만이나 되었다.
보덴 성의 성루에 서서 저 멀리 진군해오고 있는 적들을 망원경으로 살펴보던 베일레 백작은 얼굴이 굳어 있었다.
“베리얼 성주.”
“예, 영주님.”
“오늘 전면전을 치를 것인데 병사들의 사기는 어떤가?”
“지금 병사들의 사기는 높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점심까지 고기가 포함된 푸짐한 식사를 배식했습니다.”
“잘했군. 아주 잘했어.”
“영주님, 프리맨 후작님의 엘도라도는 괜찮을까요?”
“오전에 오브 평원에서 140만의 루나드 공작군과 전면전을 치를 예정이라는 소식을 받았는데 아직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치열하게 전투 중인가 보네.”
“엘도라도에도 백만의 병력이 있다곤 하지만 걱정입니다.”
“난 걱정하지 않아. 프리맨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적들과 싸워 이길 거네.”
“으음,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들은 걱정에 얼굴이 굳어졌다.
쿵쿵쿵쿵!
땅이 울릴 정도로 엄청난 대군이 지평선 끝에 나타나더니 보덴 성으로 접근 중이었다. 이들은 리안 공작군으로 정규병 백만에 보급병 52만을 보유한 대군이었다.
선봉대를 맡아 전공을 올린 세인트 남작은 리안 공작의 핵심 지휘관에 임명되었다. 뉴 엘도라도의 노르툼 성과 나이아 성을 잇달아 함락시키고 진군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의 선봉대는 필요 없었다.
선두에서 행군해오던 보병들이 보덴 성이 가까워지면서 대형을 이루면서 속도를 늦추었다. 보덴 성을 중심으로 좌, 우에는 뉴 엘도라도 베일레 백작군이 대형을 이루면서 대기해 있었다.
리안 공작은 노르툼 성과 나이아 성을 점령해 둘러볼 때는 마차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말을 타고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좌측에는 부관이, 우측에는 세인트 남작이 각각 말을 타고 함께 이동 중이었다.
리안 공작은 저 멀리 보덴 성이 보이고, 좌, 우에 대형을 이루고 대기해 있는 병사들을 보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병사들의 수가 엄청났기에 자신의 병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수가 떨어져 보이지 않았다. 보기엔 서로 비슷한 규모의 대군이었던 것이다.
“으음, 뉴 엘도라도에서도 엄청나게 병사를 모집했다고 하더니 정말이었구나.”
부관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세인트 남작은 리안 공작의 중얼거림에 그를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각하, 하지만 저희 병사들보다 무력 면에서는 한참이나 떨어질 것입니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제가 선봉에 나서서 적들을 무찌르겠습니다.”
“하하하, 이번에도 세인트 남작이 선봉에 서고 싶은가?”
“예, 각하. 상황을 보니 뉴 엘도라도에서도 오늘 전면전을 치를 예정인 것 같습니다. 제가 나서서 적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놓겠습니다.”
“음… 좋아. 역시 세인트 남작이야. 이번 전쟁만 잘 마무리 되면 자네에게는 후작의 작위를 내려주겠네.”
“허억,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네. 이번에도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게.”
“예, 각하.”
세인트 남작은 리안 공작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말을 몰아 앞으로 달려 나갔다. 옆에 서 있던 부관이 멀어지는 세인트 남작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리안 공작에게 말했다.
“각하, 너무 급격하게 작위를 올려주시는 게 아닙니까?”
“세인트 남작은 충분히 자격이 있어.”
“그건 그렇습니다만 반발이 클 것입니다.”
“흥, 누가 감히 나에게 반발한다는 말인가?”
“으음, 죄송합니다. 각하.”
“뉴 엘도라도와 전면전을 치른다. 여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우린 끝장이야. 무조건 최선을 다해 적들을 물리쳐야 돼.”
“예, 저도 명심하고 있습니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이니 최선을 다해야 돼.”
“예, 안 그래도 평지이기에 중장기병을 동원한다면 충분히 적의 사기를 꺾어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엘도라도로 간 루나드 공작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루나드 공작님이라면 믿으셔도 될 것입니다.”
“그렇겠지. 백만 대군인데 그리 호락하게 지지는 않을 거야.”
보덴 성의 성루에서 적들이 접근해오고 있는 걸 내려다본 베일레 백작은 혼자 골똘히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