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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74화 (27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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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성주의 집무실에는 병사들에게 지급될 골드화와 실버화도 상당했는데, 수십만 골드는 되어 보였다.

일개 성 하나에서 이렇게 많은 돈이 나왔기에 깜짝 놀랐다. 이것만 보아도 엘도라도가 얼마나 돈이 많은지 알 수 있었다.

하나같이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 광장에 쌓이는 것을 바라보던 루나드 공작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주위에 있는 병사들도 엄청난 전리품에 눈이 커졌다. 병사들의 눈빛도 욕망으로 번쩍였다.

엘도라도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집무실에서 서류를 뒤적이던 준은 이미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전시 중이라서 그런지 결재할 서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레드 드래곤 마르시아였다.

마르시아는 글리아나에게 용언으로 맹약을 했기에 앞으로 천 년간은 엘도라도를 비밀리에 수호하는 수호룡이 되었다.

지금은 엘도라도 영주성에서 거주하는 6서클 마스터 마법사 마르시아라 알려져 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마르시아는 준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언제까지 영주성에서 가만히 지켜만 볼 거지?”

“그게 무슨 말이야?”

“적들이 이미 엘도라도에 쳐들어왔다는데 가만히 지켜만 볼 거야?”

“나에게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대로 두고 보는 거야.”

“그럼 의도적으로 이렇게 가만히 지켜만 본다는 거야?”

“그래. 놈들이 아무리 설쳐대도 나에겐 안 돼.”

“하긴, 얼마 전에 각 왕국군이 쳐들어왔을 때에도 약간의 도움만으로 물리쳤는데 그들을 그대로 두고 본다는 게 이상하긴 했어.”

“내가 혼자서 적들을 다 처리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영지민들은 자꾸만 나에게 의지하게 돼.”

“그건 그렇겠어.”

“그렇기에 난 되도록이면 나서지 않는 선에서 영지병들이 적들을 막아내는 걸 원해. 그게 여의치 않으면 내가 나서게 되겠지만 말이야.”

“으음, 비록 이번에 영지병들의 피해가 제법 크겠지만 그것으로 왕국을 개국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겠는데?”

“잘 보았어, 마르시아. 결국 이번 적들의 침공으로 인해서 그들을 모두 제거하고 그 원동력으로 왕국을 개국할 생각이야.”

“으음… 하긴, 이미 바렌 왕국의 왕족이 모두 죽었으니 새 왕국이 건국되는 게 훨씬 바람직하겠어.”

“왕국을 개국하는 것으로 모든 일이 끝난 건 아니야. 내 정적들도 건국 후 다 처리해버릴 거야.”

“정적이라니?”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켈로 왕국을 멸망시키고 새로운 리안 왕국을 건국한 가르든 국왕과 그의 제자들, 그리고 오크왕국의 오크왕 쿠퍼, 모르칸 제국의 아놀드 대공까지 모두 처리해야 돼. 그런 후 가장 중요한 것도 찾아야겠지.”

“중요한 것이라면… 혹시?

“그래. 신의 아티팩트를 찾는 일이지.”

“으음, 그것까지 구상해놓다니 넌 정말 두려운 인간이야.”

“후후후, 난 이번에 인간을 넘어 신이 되어 보겠어.”

“과연 신들이 가만히 지켜볼까?”

“흥! 신들은 인간 세상에는 간섭하지 않아.”

“맞아. 그러나 이 대륙에 큰 위기가 발생하면 현신하지.”

“마도시대를 말하는 거야?”

“마도시대의 마법사들이 왜 멸망했을까?”

“후후후, 난 그들과는 달라.”

“글쎄, 그건 두고 봐야 아는 거고.”

“흥! 날 화나게 하려고 온 거야?”

“아니, 그냥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궁금해서 왔던 거야.”

마르시아가 집무실을 나가버리자 준은 창가로 걸어가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후후후, 아직까지는 내 계획대로 잘 되어가고 있어.”

뉴 엘도라도의 나이아 성.

평지에 축성된 성으로 6만의 병력이 주둔할 수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성이었다. 리안 공작군의 선봉대에게 패하여 후퇴한 노르툼 성의 7천 명의 패잔병들은 이곳 나이아 성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한편 노르툼 성을 점령한 리안 공작은 세인트 남작의 선봉대에게 무려 20만의 병력을 지원해 주었다. 안 그래도 노르툼 성의 전투로 인해서 약 3만 명의 피해를 입어 7만여 명만이 남아 있었는데 큰 힘이 되었다.

세인트 남작의 선봉대는 사기가 충만해진 상태에서 노르툼 성을 출발해 나이아 성으로 향했다. 리안 공작은 특별히 세인트 남작에게 성을 함락시키는데 유리하도록 공성탑을 대거 지원했다. 안 그래도 세인트 남작의 선봉대는 공성탑이 겨우 다섯 대 있었는데, 이번에 지원받은 공성탑이 20개나 되었다.

지평선 끝에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더니 검은 점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 점들은 점점 커졌는데 자세히 보니 무장한 병사들이었다. 이들은 노르툼 성을 출발해 이동해온 세인트 남작의 선봉대였다. 무려 27만의 대군이기에 나이아 성의 성루에서 내려다보던 병사들은 긴장했다. 나이성의 병력은 겨우 6만에 불과한데 반해 적들은 네 배반이 나 되는 대군이었다.

세인트 남작은 이미 노르툼 성을 함락시킨 경험이 있었기에 중장기병들이나 기병들은 거의 필요성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가장 효과적인 게 파성추 공격이고, 그다음이 공성탑이었다. 잠시 나이아 성을 바라보던 세인트 남작은 부관에게 공격명령을 하달했다.

“부관, 공성탑을 내보내면서 동시에 파성추도 출격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공성탑과 파성추는 출격하라.”

둥둥둥둥!

진격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25대의 공성탑이 일제히 성벽으로 이동을 시작했고, 파성추도 성문을 향해 달렸다. 적 선봉대의 파상적인 공격에 나이아 성의 병사들도 약간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투석기와 발리스타로 공격하라.”

“화살과 석궁을 발사하라, 발사!”

슈슈슈슝!

나이아 성에서도 가만히 앉아 당하지는 않겠다는 듯 모든 공격수단을 동원해 접근해오는 적들을 공격했다. 하늘에는 온통 화살과 퀘럴로 가득했다.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덩이와 발리스타에서 발사된 대형 퀘럴까지 엄청난 공격이었다.

제법 튼튼하게 만들어진 적의 공성탑과 파성추는 막강한 공격에도 아직까지는 잘 버티면서 성벽으로 접근했다.

“공격하라, 공격.”

시시시싯!

공성탑에 나 있는 틈으로 화살이 발사되었다.

“아아악!”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이 화살을 맞고는 성벽 아래로 떨어졌다. 적의 파성추는 하나가 아니라 무려 세 개나 되었다. 파성추는 시간차 공격으로 계속 튼튼한 성문을 들이받았다.

성문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던 나이아 성의 병사들이 기름을 가져와 부었다.

촤아아악!

파성추의 지붕에 철판이 부착되어 있었기에 파성추 대원들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큰 착각이었다. 기름을 부었기에 파성추에는 기름투성이였는데, 그곳에 불화살이 날아들자 파성추도 순간 불길에 휩싸이면서 타기 시작했다.

“으아악!”

“살려줘, 아악!”

기름에 불이 붙으면서 그 불길이 파성추 대원들에게도 옮겨 붙었고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그나마 파성추가 하나가 아닌 세 개나 되었기에 나머지 두 개의 파성추는 계속 성문을 들이받았다. 성벽 위에서는 또다시 기름을 준비해 부으려고 했는데, 근처에 있던 공성탑에서 이를 발견하고는 즉시 화살을 퍼부었다.

퍼퍼퍽!

“아악!”

기름을 부으려던 병사가 오히려 뒤로 넘어지자 기름을 전부 쏟아버렸다. 그때, 적에게서 불화살이 날아들어 불이 크게 일어나 버렸다.

“허억, 불이야.”

“이런 젠장. 어서 불을 꺼라.”

전투상황을 지켜보던 세인트 남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부관에게 말했다.

“좋아, 아주 좋아. 즉시 보병들을 출전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보병들은 즉시 돌격하라.”

둥둥둥둥!

북소리가 크게 울리자 대기하고 있던 보병들이 일제히 앞으로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보병들은 함성소리를 크게 내지르면서 성벽을 향해 달렸다. 엄청난 수의 보병들이 몰려오자 성벽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던 병사들은 겁을 집어 먹었다.

“신기전을 발사하라!”

“신기전 발사!”

준이 개발한 다연발 화살무기인 신기전이 발사되었다.

슈슈슈슝!

다섯 대의 신기전에서 무려 오백 발의 화살이 발사되었고, 그것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달려오는 적 보병들에게 떨어졌다.

“크악!”

“아아악!”

궁병들이 쏜 화살보다 훨씬 빠르고 위력적이었다. 신기전의 파상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적 보병들은 계속 접근해왔고 결국 성벽 앞에까지 도달했다. 적 보병들이 성벽에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수백 곳에서 사다리를 통해 올라가고 있었기에 나이아 성의 병사들은 정신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크악!”

“아아악!”

적 보병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사다리에서 떨어졌지만 계속 성벽을 올랐다. 이 와중에도 적의 투석기에서는 연신 돌덩이가 발사되어 나이아 성에 떨어져 피해를 입혔다.

콰쾅, 와지끈!

이때 굉음과 함께 나이아 성의 성문이 파성추의 공격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일부가 깨어졌다. 파성추 한 대가 옆으로 비켜나자 뒤에서 파성추 한 대가 달려와 성문을 받아 버렸다.

콰앙!

그나마 버티고 있던 성문이 완전히 박살나 버렸다. 파성추가 성문을 부수고 성안으로 들어가자 뒤에 대기해 있던 적 보병들이 부서진 성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면서 엄청나게 많은 적 보병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그제야 성문을 향해 나이아 성의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채채챙, 파팍!

성문 주변에는 양측의 병사들이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적 보병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나이아 성의 병사들은 연신 뒤로 밀렸다.

“적들을 막아라, 막아.”

“성문 쪽으로 병사들을 더 보내라. 어서.”

다급해진 나이아 성의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추가적으로 성문 쪽으로 보내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적 보병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나이아 성의 곳곳에 불길이 치솟으면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적들의 불화살 공격에 곳곳에 불이 난 것이다.

세인트 남작은 환해진 얼굴로 부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부관, 즉시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을 출동시켜라.”

“예,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은 출동하라.”

대기해 있던 중장기병들은 공격명령이 떨어지자 즉시 말 옆구리를 차면서 말을 몰았다. 만 명의 중장기병에 삼 만의 기병들이었다. 돌파력이 엄청난 중장기병들이 파죽지세로 달려오자 적 보병들은 성문에서 비켜났다.

콰지직.

“크악!”

“아아악!”

중장기병들의 말에 나이아 성 병사들이 짓밟혀 죽어 나갔다. 무서운 기세로 돌파를 감행한 중장기병들은 나이아 성의 광장으로 들어가 병사들을 공격했다. 중장기병들과 기병들의 영향으로 나이아 성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막아라, 막아.”

지휘관들의 독려에도 적들을 막을 순 없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이아 성은 세인트 남작의 선봉대에게 성이 함락되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죽고, 살아남아 포로가 된 병사들은 겨우 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편, 엘도라도의 포베 성과 네이비스 성은 루나드 공작군에게 동시에 공격을 받고 있었다.

루나드 공작군은 이미 그라딘성을 함락시킨 경험이 있었기에 어떻게 하면 성을 효과적으로 함락시킬 수 있는지 잘 알았다. 공성무기인 투석기와 발리스타로 선제공격을 퍼부으면서 동시에 공성탑을 대거 진격시켜 성을 공격했다. 거기에다가 파성추를 여러 개나 동원하여 번갈아 가면서 성문을 공격했다.

어느 정도 공격의 효과가 나타나면 그때에는 무장한 보병들을 대거 투입했다. 이런 전략 때문에 포베 성과 네이비스 성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결국 루나드 공작군에게 함락되었다.

엘도라도의 25개 성들 중에서 벌써 3개의 성이 함락되자 엘도라도 영지병들은 당황했다. 자칫하면 엘도라도가 적들의 손에 멸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엘도라도 영지병들도 더 이상 성이 함락되는 걸 바라지 않았기에 병사들을 대거 오브 평원에 배치시켰는데 무려 80만이었다.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루나드 공작군은 다시 진군해 오브 평원에 도착했다. 루나드 공작군은 정규병이 100만에 보급병이 40만이나 되었다.

“공격하라, 공격!”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면서 먼저 루나드 공작군의 만 명의 중장기병들이 튀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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