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71화 (27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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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짐과 동시에 흙먼지가 자욱했다. 메마른 땅을 수천 기의 말들이 달렸으니 당연히 이렇게 흙먼지가 이는 것이다.

경기병들의 뒤쪽에는 무장한 보병들이 열을 맞추고 행군 중이었다.

보병들의 뒤에는 500대의 짐마차가 이동 중이며, 병사들의 군량을 비롯해 각종 무기가 실려 있었다.

짐수레의 행렬 뒤에는 중장기병 2만이 말을 타고 천천히 이동 중이었다.

중장기병들의 뒤에는 가죽갑옷도 입지 않은 자들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선봉대의 보급을 위해 수도 까브에서 강제 징집된 자들이었다.

강제 징집된 자들의 일부인 여자들은 소가 끄는 짐수레에 올라타고 있었으며, 짐수레 한쪽에는 각종 공성무기가 분해되어 함께 실려 있었다.

이들은 루나드 공작군의 선봉대로 모두 20만이다.

콰콰콰콰!

거친 물소리가 들렸다.

전방에는 그라딘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수심이 5미터에 강 너비가 55미터 정도 되었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는 다리가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다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라딘 강 너머에서 6백 미터 떨어진 지점에는 그라딘 성이 축성되어 있었다.

수도 까브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엘도라도 영지로 들어갈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성이었다.

그라딘 성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이 그라딘 강 너머에 대형을 이루고 있었다.

루나드 공작군의 선봉대는 당황했다.

다리도 없는 상황이라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부교를 가설이라도 해야 강을 건널 수 있는데, 엘도라도 영지의 그라딘 성 보병 만 명 정도가 강 건너에 횡대로 길게 대형을 이루고 있으니 함부로 도강하기도 어려웠다.

선봉대장인 엘비슨은 곧 뒤따라올 본진을 떠올리고는 조금도 지체할 수 없었다.

“부관, 즉시 부교를 만들어라.”

“예, 대장님. 부교를 만들어라!”

만인대장 세 명이 직접 나서더니 병사들을 지휘해 주위에 있는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퍽퍽!

와지끈!

“위험하다! 즉시 뒤로 물러서라!”

“넘어간다!”

3만 명의 병사들이 도끼로 벌목을 하자 주위에 많이 있던 나무들이 왕창 사라졌다.

부교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성되었지만 강 건너에 엘도라도 영지의 그라딘 성 병사들이 버티고 서 있었기에 가설하지는 못했다.

루나드 공작의 선봉대 중에서 보병들이 강가로 접근하자 그라딘 성 병사들 중에서 궁병들이 활을 들어 겨누었다.

“쏴라, 쏴!”

시시시싯!

파공음을 일으키면서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 적 보병들에게 떨어졌다.

퍼퍼퍽!

“커억!”

“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적 보병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라딘 성의 크로스보우병들도 석궁에 퀘럴을 장착하고 겨누더니 발사했다.

쉐에에엑!

섬뜩한 파공음이 일어나면서 날아간 퀘럴에 적 보병들은 당황했다.

퍼퍼퍽!

“크악!”

“케에엑!”

중간에 강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활이나 석궁의 사정거리로 본다면 아주 가까운 거리라 빗나가는 게 거의 없었다.

수백 명이 제대로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지자 적들은 강가에서 물러났다.

선봉대장 엘비슨은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부관이 한마디 했다.

“대장님, 우리도 투석기로 놈들을 공격해야 합니다.”

“투석기로?”

“그렇습니다. 엘도라도 놈들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 이상 도강하긴 어렵습니다. 이럴 바에야 우리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병사들의 사기 면에서도 좋습니다.”

“으음, 하긴 투석기라면 충분히 사정거리에 있으니 가능하겠어. 당장 놈들을 공격해.”

“예, 알겠습니다.”

쿠르르르.

투석기 다섯 대가 자리를 잡더니 돌덩이를 올려놓고는 발사했다.

슈아앙!

포물선을 그리면서 돌덩이가 그라딘 성의 병사들이 대형을 이루고 있는 곳에 떨어졌다.

와지끈.

“크악!”

“아아악.”

투석기가 효과를 보자 이번에는 적들의 공성탑이 스르르 앞으로 나서더니 궁병들이 화살을 쏘았다.

시시시싯!

파공음이 일어나면서 화살이 그라딘 강 너머에 있는 그라딘 성 병사들에게 떨어졌다.

“커억!”

“으아악!”

제대로 방어를 못하고 엘도라도 영지의 그라딘 성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지자 천인대장들이 당황했다.

“이, 이런.”

“방패로 화살을 막아라!”

그라딘 성의 병사들이 겨우 만여 명인 것에 비해 적들은 투석기와 공성탑으로 유리한 상황이 되었다. 그렇기에 전열을 정비한 궁병들과 크로스보우병들로 구성된 2만여 명의 적이 강변으로 몰려와 공격을 퍼부었다.

시시시싯!

파공음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수의 화살과 퀘럴이 날아와 그라딘 성 병사들에게 격중되었다.

“크악!”

“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그라딘 성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공격이 잘 먹혀들자 적 궁병들이 더 많이 강변으로 몰려와 집중적인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라딘 성 병사들이 더욱 방어하기 힘들어졌다.

특히 투석기와 발리스타, 공성탑까지 공격에 가세하자 그라딘 성의 병사들 대형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더 이상 버티긴 어려웠다.

이제는 공성탑에 대기해 있던 전투마법사들까지 공격마법을 퍼부었다.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위력적인 공격마법이 강의 공중을 가로질러 날아와 그라딘 성 병사들에게 격중되었다.

“으악!”

“케에엑!”

그라딘 성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그들은 하는 수없이 적들의 압도적인 공격에 강변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적들이 강변에서 물러나고 있다! 더욱 공격을 퍼부어라!”

“부교를 가설하라!”

“서둘러라!”

강변 한쪽에 대기해 있던 공병대원들이 신속하게 부교를 강에 펼치면서 가설하기 시작했다.

그라딘 성 병사들은 강변으로 접근하고 싶었지만 워낙 압도적인 공격이 퍼부어지고 있었기에 사실상 접근이 어려워졌다.

“부교가 가설되었다.”

“보병들은 신속하게 도강하라!”

“시간 없다! 서둘러라, 서둘러!”

적 보병들이 폭 3미터의 좁은 부교를 뛰어가면서 빠르게 강을 건넜다.

강을 건넌 보병들은 즉시 부대별로 집합했고, 방패병들이 전방에 방패대형을 이루면서 방어에 들어갔다.

부교가 일단 가설되자 엄청난 적 보병들이 물밀듯이 강을 건넜다.

뿌우우우!

고동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후퇴를 알리는 고동 소리였으며, 그라딘 성의 병사들은 즉시 뒤돌아 그라딘 성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강변을 포기한 것이다.

“후퇴하라, 후퇴!”

“서둘러라!”

천인대장들의 후퇴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신속하게 그라딘 성으로 후퇴했다.

“이때다, 부교를 더 가설하라!”

“서둘러라, 서둘러!”

강변에 부교가 하나 가설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는 많은 병사들이 강을 건널 수 없었기에 나머지 부교들도 함께 가설했다. 이미 몇 개가 준비되어 있었기에 두 번째 부교 가설이 바로 시작되었다.

그리딘 강 너비가 55미터에 불과해서 생각보다 빨리 가설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부교의 너비는 겨우 3미터에 불과했는데, 급하게 만들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보병들이 먼저 부교를 이용해 강을 건넜다. 다행히 그라딘 성 병사들이 후퇴하고 없었기에 안전했다.

5만의 보병들이 일단 강을 건너 강변에 자리를 잡았다.

선봉대장 엘비슨은 본진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부교를 더 만들도록 명령했다.

부관은 두 명의 만인대장들에게 엘비슨 선봉대장의 명령을 전달했고, 그들은 병사들을 독려해 부교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의 부교는 폭이 무려 10미터나 되었기에 기병들이나 짐수레까지도 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선봉대장 엘비슨이 강을 건너자 즉시 병사들은 전열을 정비했다.

“진군하라, 진군!”

“진군!”

둥둥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선봉대가 그라딘 성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엘도라도 프리맨 후작 영주성.

준은 이미 정보길드로부터 마법통신으로 연락을 받았었다.

샌디 성의 경우처럼 그라딘 성으로 직접 가서 루나드 공작군의 선봉대를 박살내버려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준은 운명을 건 한 판 승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좀 더 신중하고 확실한 결과를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스윽, 슥슥.

준은 위기상황인데도 영주성 지하 실험실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불순물을 제거한 철 덩어리를 가지고 쇠막대기를 만 개나 만들었다.

글리아나와 헌트, 하그리는 실험실로 들어와 준이 뭔가를 만드는 걸 지켜보았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쇠막대기를 직접 만드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잘 만들어진 쇠막대기에 이번에는 황금색의 마법약물로 공격마법을 정밀하게 새겨 넣었다.

1서클의 공격마법인 매직 미사일과 파이어 애로우, 윈드 커터마법이었다.

연속으로 500발을 발사할 수 있는데, 마나집적마법진을 새겨 넣었기에 반나절이면 충전되어 재사용이 가능했다.

특별한 마법적인 지식이나 능력이 없더라도 마법의 아티팩트이기에 시동어만 외쳐주면 언제든 발사가 가능했다.

준은 아티팩트에 공격마법진을 다르게 새겨 놓았기에 그걸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파이어 애로우에는 붉은색, 매직 미사일에는 노란색, 윈드 커터에는 파란색 문장을 찍었다.

“글리아나, 내가 왜 이런 걸 만드는지 궁금하지 않아?”

“1서클의 공격마법을 새기는 것 같은데… 이 아티팩트를 어디에 쓰려고요?”

“마법사에게는 별것 아니겠지만 일반 보병들에게는 아주 큰 위력을 보일 수 있는 물건이지.”

“아, 그럼 이것을 전투에 사용하려는 거예요?”

“그래. 간단하게 시동어만 외쳐주면 발사되고, 목표물을 주시만 하면 되거든.”

스윽!

준이 아티팩트를 하나 손에 들고는 실험실 한쪽에 놓인 플레이트 아머 장식품을 겨누면서 외쳤다.

“매직 미사일 다섯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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