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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뉴 엘도라도에서도 즉각 20개의 성들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군량과 무기도 보급했다. 이미 전시상태였기에 모든 것들이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엘도라도의 25개 성들과 뉴 엘도라도의 20개 성들은 방어를 위해 성의 해자를 좀 더 깊고 넓게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만 명의 경기병들에게 석궁을 지급해 적들이 쳐들어 왔을 때 기습공격을 퍼부어 피해를 입히는 작전도 준비했다.
쿠르르르!
굉음과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엄청난 규모의 짐수레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제법 잘 정비된 길을 따라 무장한 병사들이 행군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길은 프리맨 후작이 찬드란트 국왕의 명을 받아서 건설한 넓은 길이었다.
이런 길을 행군 중인 이들은 루나드 공작과 차일 후작의 병사들이었다. 수도 까브를 출발해 엘도라도로 이동 중이었다.
화려하고 거대한 귀족마차에는 루나드 공작과 리안 공작이 함께 타고 있었다.
“루나드 공작, 기분이 어떻소?”
“묘하게 흥분되오.”
“나도 그렇소. 이번에야말로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를 점령해 각자의 신왕국을 건국합시다.”
“프리맨 후작만 아니었어도 벌써 우리의 왕국을 건국했을 텐데 말이오.”
“어쩌면 이런 시련을 겪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소.”
“하하하, 듣고 보니 그렇구려.”
루나드 공작과 리안 공작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길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엄청나게 길게 이어져 행군 중이었다.
군사훈련을 받은 정규병만 182만에 수도 까브에서 급조해 끌어 모은 어린 신병이 50만이었다. 거기에다가 전투에서 보급물자를 수송할 인력도 수도 까브에 살고 있는 자들을 강제 징집해 80만이나 끌어 모았다. 이렇게 정규병과 보조 인력까지 포함하면 312만이나 되었다.
이들은 얼마 후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로 가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에서 약 하루만 더 가면 각 영지의 초입이었다.
“루나드 공작, 꼭 엘도라도를 점령해주시오.”
“그건 걱정 마시오. 리안 공작이나 뉴 엘도라도를 신속히 점령해주시오.”
“이 전투에 우리의 운명이 걸려 있으니 최선을 다해봅시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 악수라도 하고 헤어집시다.”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그럽시다.”
루나드 공작과 리안 공작은 서로 악수하고는 각자 헤어졌다.
루나드 공작은 정규병 120만에 보급병 40만을 이끌고 엘도라도로 이동했다. 리안 공작은 뉴 엘도라도로 향했는데, 정규병이 100만에 보급병이 52만이었다.
엄청난 대군의 이동이기에 지평선 끝까지 병사들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푸드득!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까마귀 한 마리가 공중으로 날아올라 하늘을 빙빙 돌았다. 눈이 붉게 물들어 있어 보통 예사 까마귀가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쨌든 까마귀는 대군의 움직임을 하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다가 엘도라도를 향해서 빠르게 날아가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노르툼 성.
뉴 엘도라도의 초입에 축성되어 있는 성이다.
노르툼이라는 언덕에 축성되어 있었는데 3만 명의 병사가 주둔할 수 있는 규모였다. 도개교 앞에는 전투마법사 열 명과 신기전 세 대를 배치했다. 이백 미터 앞에는 참호를 길게 파고는 이백 명의 크로스보우병들이 대기해 있었다. 적들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이곳은 노르툼 성의 2차 방어선이고, 1차 방어선은 이곳에서 백 미터 앞이었다.
굵은 통나무를 이단으로 쌓아서 못을 박아 고정시켰다.
통나무 벽 때문에 훌륭한 은폐물이 되었기에 궁병 백 명과 크로스보우병 백 명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런 통나무 벽이 5미터 간격으로 두 개가 설치되어 있었다.
병사들은 통나무 벽 아래에 땅을 파고 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흙길을 만들어두었다. 여기에서 방어를 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즉시 2차 방어선 쪽으로 후퇴를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쿵쿵쿵!
땅이 울리면서 저 멀리에서 리안 공작군의 선봉대 10만이 행군해왔다. 메마른 땅이라서 그런지 흙먼지가 많이 일어났다.
리안 공작군의 선봉대가 공략해야 할 노르툼 성은 약간 경사진 언덕이기에 기병들을 출전시키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보병들로 하여금 먼저 전투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선봉대장 세인트 남작은 언덕 위에 제법 웅장한 모습으로 축성되어 있는 노르툼 성을 바라보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반드시 점령해야 할 성이군. 보병 3천을 내보내라.”
“예, 알겠습니다. 보병들을 출전시켜라.”
처처척!
긴 사각방패를 손에 든 방패병 삼백이 앞에 서고, 그 뒤를 활을 든 궁병들이 배치되었다.
그들의 양쪽에는 전투용 도끼와 각종 검과 창을 든 보병들이 대형을 이루었다.
고참 보병들은 팔에 원형손방패를 착용하고 있었다. 날아오는 화살 정도는 충분하게 막을 수 있는 방어구였다.
“보병들은 진군하라.”
둥둥둥!
진군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대형을 이루고 있는 보병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와아아아!”
보병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노르툼 성으로 향하는 길에 통나무 벽이 세워져 있는 곳에 배치된 병사들을 보병들도 보았다.
“공격하라, 공격!”
시시싯!
파공음과 함께 궁병들의 활에서 화살이 일제히 쏘아졌다.
석궁을 들고 있는 크로스보우병들도 이미 퀘럴을 장착해 공격명령만 기다리고 있었기에 즉시 퀘럴을 발사했다.
투투퉁!
크로스보우병들은 적 보병들의 하체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아무래도 방패를 치켜들어 날아오는 화살을 막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예측한 대로 달려오던 적 보병들이 방패를 치켜들어 화살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낮게 날아오는 퀘럴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퍼퍼퍽!
“아악! 내 다리!”
“퀘럴이다! 조심해!”
수백 명의 보병들이 쓰러졌지만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접근해왔다.
“후퇴하라, 후퇴!”
적 보병들이 가까이 접근했기에 2차 방어선에 있던 궁병들과 크로스보우병들은 파놓은 통로를 따라 후퇴하기 시작했다.
뒤쪽에 있는 궁병들과 크로스보우병들은 계속 적 보병들을 향해 화살과 퀘럴을 발사해 공격했다.
“커억!”
“아아악!”
적 보병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고 있었지만 가까이 접근하는 보병들이 훨씬 많았다.
40미터 정도 앞에까지 접근한 상태이기에 궁병들과 크로스보우병들은 뒤돌아 후퇴했다.
적 보병들은 노르툼 성의 병사들을 죽이려고 했지만 한발 앞서 후퇴해버리니 죽이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2차 방어선은 형식적으로 구축해 놓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굳이 희생을 내면서까지 지킬 필요가 없어 즉시 후퇴를 명령한 것이었다.
노르툼 성의 병사들이 생각보다 손쉽게 후퇴해버리자 당혹스러웠다.
“놈들이 후퇴한다! 추격하라!”
“와아아!”
적 보병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2차 방어선에 도착했지만 2차 방어선에 있던 궁병들과 크로스보우병들은 모두 1차 방어선으로 후퇴한 이후였다.
대기하고 있던 궁병들과 크로스보우병들은 화살과 퀘럴을 발사했다. 또한 전투마법사 열 명도 각자 공격마법을 날렸다.
“매직 미사일!”
빛의 매직 미사일 25발이 적 보병들에게 날아가 격중되었다.
퍼퍼퍽!
“으아악!”
“블레이즈!”
거대한 회전하는 마법의 칼날이 생성되어 날아갔다.
눈치가 빠른 고참 보병들은 즉시 몸을 날려 땅에 엎드렸지만 신병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몸이 두 동강나 버렸다.
“크아악!”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면서 신병들 몇 명이 쓰러졌다.
전투경험이 풍부한 고참 보병들은 2차 방어선에 설치되어 있는 통나무 벽에 몸을 은신하면서 무리하게 진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신병들은 무조건적으로 돌격했다.
“멍청한 놈, 죽으려고 돌격해?!”
“크아악!”
역시나 고참 보병의 예상대로 신병은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일부 고참 보병들은 이렇게 영악하게 몸을 사렸지만 대부분은 무조건적으로 돌격했다.
“신기전을 발사하라!”
“신기전 발사!”
슈슈슈슉!
파공음이 일어나면서 신기전에서 한꺼번에 백 발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기관 장치로 발사되는 것이기에 궁병들보다 위력이 약 세 배 정도였다.
퍼퍼퍽!
“커억!”
“아아악!”
“케에엑!”
화살이 빠르고 집중적으로 날아왔으므로 보병들이 피하기 까다로웠기에 피해가 컸다.
신기전의 도움으로 적 보병들의 수를 급격하게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사이 신기전에 사용되는 화살이 다 떨어졌다.
“신기전을 성으로 이동시켜라!”
“서둘러라, 어서!”
백인대장의 다그침에 신기전을 관리하는 병사들은 즉시 말들을 이끌고 왔다.
신기전은 적들에게 빼앗기면 안 되는 신무기이기에 즉시 말 등에 설치된 고리에 걸어 이동시켰다.
쿠르르르.
마차의 바퀴 두 개가 설치되어 있어서 신기전은 말만 있으면 이동시키기 편리했다.
세 대의 신기전은 우선적으로 도개교가 내려와 있었기에 즉시 성안으로 이동되었다.
크로스보우병들은 즉시 길게 삼 열로 서더니 일 열부터 퀘럴을 발사했다.
퍼퍼퍽!
“크악!”
“으아악!”
퀘럴을 발사한 크로스보우병 일 열이 즉시 앉으면서 다시 퀘럴을 장착하는 동안에 이 열에 있던 자들이 퀘럴을 발사했다.
이런 식으로 삼 열에 서 있던 크로스보우병들이 작전대로 퀘럴을 발사하자 적 보병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이러다 다 죽겠다. 우리도 활을 쏴라!”
“저들을 죽여야 한다. 쏴라!”
시시싯!
적 보병들 중 궁병들도 섞여 있었기에 그들이 쏜 화살에 노르툼 성의 병사들이 맞고 쓰러졌다.
채채챙!
파팟!
적 보병들이 어느새 접근해 서로 치열한 근접전이 일어났다.
적 보병들은 분노에 차 있었기에 눈에서는 살기가 흘렀다.
슈가각.
“아악!”
삼천 명이나 되던 보병들이 많이 쓰러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천사백 명 정도가 살아남아 있었기에 적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궁병들과 크로스보우병들뿐이다. 죽여라!”
“다 죽여라!”
“안 되겠다! 성으로 후퇴하라!”
“후퇴하라!”
노르툼 성의 병사들은 역부족을 느끼고는 성으로 후퇴했다.
적 보병들은 추격하고 싶었지만 성벽 위에서 궁병들과 크로스보우병들이 공격을 퍼부었기에 더 이상 접근은 어려웠다.
“이런 젠장!”
“다 죽일 수 있었는데 아깝다.”
적 보병들은 분통을 터뜨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이들이 1차와 2차 방어선을 점령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