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69화 (26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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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루나드 공작, 무슨 일인데 이렇게 야심한 시각에 밀실에서 보자는 것이오?”

“으음, 리안 공작. 우리의 야심찬 계획이 어긋나 버렸소.”

“뭐요?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의 병사들이 준비되는 동안 엘도라도를 괴롭혀줄 세력들의 침공이 실패했다는 말이오.”

“그, 그럴 리가!”

“리안 공작, 나도 믿어지지 않았는데 사실이오.”

“으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오.”

“정보길드의 말로는 엘도라도의 초입에 있는 샌디 성에서 각 왕국의 연합군들이 집결해 대대적인 전투를 했는데, 그만 그 전투에서 연합군들이 패했다는구려.”

“루나드 공작, 엘도라도의 25개 성들 가운데 겨우 하나를 함락시키지 못하고 패했다는 말이오?”

“그렇소. 어떻게 전투를 했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의문이오.”

“으음, 이러면 우리의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 아니오?”

“그렇소. 원래는 올해 말까지 강제징집을 해서라도 병사들을 더 끌어 모으려고 했는데, 이젠 더 기다릴 수 없게 되었소.”

“루나드 공작, 우린 지금 180만 명의 병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것으로 승리할 수 있겠소?”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만 더는 기다릴 수 없게 되었소.”

“으음, 하긴 엘도라도의 프리맨 후작이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오.”

“그렇소. 우리가 선제공격을 시작해야 그나마 유리하오. 일단 며칠 내로 출병하는 것으로 합시다.”

“좋소. 그럼 처음의 계획대로 나와 루나드 공작이 각각 반반씩 병력을 나누어 진군하도록 합시다.”

“좋소, 리안 공작. 그런데 누가 엘도라도를 공격할 것이오?”

“그건 당일에 결정하도록 합시다. 한쪽은 뉴 엘도라도를, 나머지는 엘도라도를 치는 것으로 말이오.”

“그게 공평할 것 같소. 그리고 이왕 진군하는 것 주변의 영지민들과 유민, 노예들을 동원하여 보급병으로 활용합시다.”

“그거 좋은 생각이오. 그런 곳에 우리의 귀중한 병사를 이용할 수 없으니 말이오.”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씨익 웃었다.

엘도라도 프리맨 후작의 영주성.

글리아나는 침대에 기댄 채 책을 읽고 있었다. 음유시인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마법의 오르골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침실의 문이 열리면서 준이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다.

“글리아나, 이것 좀 먹어봐.”

“그게 뭐예요?”

“응, 이건 쿨몬이라는 과일이야.”

“처음 보는 과일이네요?”

“새로 나온 과일인데 새콤달콤한 게 입에 맞을 거야.”

“맛있어요?”

“그럼, 내가 먹어봤는데 맛있었어.”

준은 글리아나 앞에 앉으면서 쟁반을 내밀었다.

글리아나는 책을 한쪽에 내려놓고는 티스푼을 들었다.

겉은 푸르스름하고, 타원형으로 생긴 것으로, 크기는 성인남자 주먹의 절반 정도였다.

준은 과일칼로 쿨몬이라는 과일을 절반으로 잘랐다. 쿨몬의 속은 노란색이며 검은색 작은 씨가 중심부에 박혀 있었다.

“이거 어떻게 먹는 거예요?”

“껍질을 깎아서 먹어도 되지만 이렇게 티스푼으로 파먹는 게 더 좋아.”

“아, 그래서 티스푼이 있었던 거구나.”

글리아나는 쿨몬을 손에 들고 티스푼으로 파먹어보았다.

맛은 정말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게 입맛을 당겼다.

“아, 너무 맛있어요.”

“그렇지? 글리아나가 좋아할 줄 알았어.”

글리아나는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데, 이 쿨몬이라는 과일은 입맛에 맞았는지 무려 세 개나 먹었다.

“아… 아기가 발로 차요.”

“정말? 어디?”

준은 글리아나의 배에 귀를 가져가 뱃속에 있는 아기의 움직임을 느껴보려고 했다.

글리아나는 준의 머리카락을 쓸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정말 아기가 발로 차는구나.”

“그렇죠? 호호. 빨리 아기를 보고 싶어요.”

“그래도 아직은 일러, 두 달은 더 있어야 돼.”

“응, 우리 아기가 어떻게 생겼을까요?”

“걱정 마, 글리아나. 잘생긴 아들이니까 말이야.”

“정말 아들일까요?”

“내가 누구야? 뱃속의 아기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아참, 내가 그걸 잊고 있었어요. 준, 마법으로 아기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글리아나의 간절한 눈빛에 약해진 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보여줄 테니 마음을 진정시켜.”

“아, 알았어요.”

글리아나가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자 준은 그녀의 배에 손을 붙이고는 마력을 불어 넣으면서 중얼거렸다.

“마나여, 나의 의지로써 말하노니 이루어지게 하소서. 매직 스캔!”

츠츠츠츠.

침실의 천장에 영상이 나타났다. 글리아나의 뱃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태아의 모습이었다. 탯줄이 연결된 아기는 경이로웠다.

“아, 저게 아기예요?”

“그래. 우리 아기의 모습이야.”

“너무 예뻐요.”

“보면 알겠지만, 건강해.”

“그러네요, 호호.”

“글리아나, 아기가 빨리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

글리아나는 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글리아나, 아기가 놀라면 안 되니까 그만할게.”

“예, 알았어요.”

준이 글리아나의 배에 붙였던 손바닥을 떼고는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준, 나 피곤해요.”

“그럴 거야. 걱정 말고 자.”

“응, 나중에 봐요.”

글리아나는 스르르 눈이 감기더니 곧 잠에 빠졌다.

잠시 잠자는 글리아나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준은 쟁반을 한쪽에 치우고는 조용하게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

비록 전시 상태에 들어가 있지만 평온한 나날이었다.

“샤이나의 얼굴이나 한번 보러 가는 게 좋겠군.”

스스스스.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텔레포트 마법으로 준이 이동해왔는데 샤이나를 놀라게 해주려고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크르르르.

샤이나의 침실에는 헬이 바닥에 턱을 괸 채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창조마법으로 탄생한 놈이라서 그런지 마나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샤이나는 임신 중이라 샤이나 스파는 직원들에게 맡겨놓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준이 선물한 오르골을 틀어놓고 책을 읽으면서.

헬은 샤이나의 곁에 머물면서 그녀를 지켜주는 경호견이라 할 수 있었다. 헬은 검은 털을 가진 황소만 한 거대한 개로 특이하게도 코에 코뿔소처럼 뿔이 돋아나 있었다. 또한 두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무시무시했다.

“헬, 왜 그래?”

크르르르!

샤이나의 물음에도 여전히 헬은 으르릉거렸다.

샤이나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헬은 분명히 침입자의 기운을 감지한 것이다.

그제야 준은 씨익 웃으면서 모습을 보였다.

“헬, 조용히 해!”

준의 외침에 헬이 조용해졌다. 침입자가 준이라는 걸 알게 된 헬은 바닥에 턱을 괸 채 엎드렸다.

“헬, 이리 와!”

키잉!

헬은 개처럼 소리를 내면서 준 곁으로 다가왔다. 준이 헬의 머리를 비비더니 쓰다듬었다. 헬은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감으면서 가만히 있었다.

“샤이나, 책 읽고 있어?”

“예, 난 헬이 왜 그러나 했어요.”

“속이 매슥거리지는 않아?”

“예, 한동안 고생했지만 이젠 그렇지는 않아요.”

“그거 다행이군? 샤이나 맛있는 것 줄까?”

“맛있는 거? 뭐예요?”

샤이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준은 마법주머니 속에서 글리아나에게 주었던 쿨몬을 꺼냈다.

샤이나는 처음 보는 것에 호기심이 일었다.

“처음 보는 거네요?”

“응, 이건 이번에 개발된 쿨몬이라는 과일인데, 새콤달콤한 게 아주 맛있어.”

“아, 먹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바로 먹어볼 수 있게 해줄게.”

준은 쟁반과 티스푼을 꺼내었다. 그런 다음 쿨몬을 절반으로 잘라 티스푼과 함께 내밀었다.

“껍질을 깎아서 먹어도 되지만 이렇게 티스푼으로 파먹는 것도 맛있어. 먹어봐.”

“속은 노랗네요?”

“맞아. 맛있을 거야. 먹어봐.”

“쩝쩝. 아, 정말 새콤달콤한 게 맛있어요.”

샤이나는 맛있게 잘 먹었다.

준은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샤이나, 임신 중이라 몸이 좀 불편하겠지만 출산 때까지 몸조심해야 돼.”

“안 그래도 몸조심 많이 하고 있어요.”

“육 개월만 참으면 아기를 볼 수 있어.”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태교를 하면서 보내면 금방이야.”

“건강하고 예쁜 아기가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샤이나와 내 아기인데 예쁘고 건강한 아기일 거야.”

준의 말에 샤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샤이나 옆에 앉아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도 까브 외성 밖.

가죽 갑옷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대형을 이루면서 도열해 있었다.

외성 벽 위에는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이 나란히 서서 병사들을 내려다보았다. 리안 공작이 앞으로 나서더니 양팔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서 외쳤다.

“자랑스러운 병사들이여, 반란군의 수괴 프리맨 후작을 무찔러야 한다.”

“와아아아!”

리안 공작의 말에 병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리안 공작은 만족한 듯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를 점령하면 전리품을 너희에게 나누어주겠다.”

“와아아아!”

이번에도 리안 공작의 말에 병사들이 환호했다.

“너희에겐 오직 승리뿐이다. 각 부대별로 진군을 시작하라!”

“진군하라!”

둥둥둥둥!

북소리가 울리자 우측에 있는 부대부터 진군을 시작했다. 엄청난 대군이라서 그런지 줄을 맞추어 진군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리안 공작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뒤에 서 있는 루나드 공작도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 공작, 우리도 갑시다.”

“그럽시다, 루나드 공작.”

동시에 수도 까브의 외성 한쪽에 몸을 숨기고 있던 자가 일어났다. 갈색 로브에 후드를 눌러쓴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살피더니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빈집으로 들어갔다.

수도 까브에는 강제 징집된 자들이 많았기에 이렇게 비어 있는 집들이 많았다. 그런 빈집들 가운데 한 집이었다.

그는 품속에서 마법통신구를 꺼내더니 통신을 시도했다.

스스슷.

마법통신구에 수염을 기른 중년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하르갈인가?”

“예, 길드장님.”

“이렇게 긴급통신을 하다니 수도 까브에 무슨 일이 생겼나?”

“예, 큰일이 일어났습니다. 반란군들이 방금 수도 까브에서 엘도라도로 진군을 시작했습니다.”

“그, 그게 정말이냐?”

“예,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으음, 병사가 얼마나 되어 보이더냐?”

“수가 너무 많아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소문을 듣기로는 병사가 200만이고, 수송에 강제 동원된 수도 까브민들이 100만 정도 된다고 합니다.”

“으음, 이거 큰일이군. 알았다. 너는 수도 까브에 남아서 상황을 좀 더 살펴보고 보고하도록.”

“예, 길드장님.”

마법통신구에서 길드장이라 불린 중년인의 모습이 사라지자 하르갈은 품속에 그것을 집어넣고는 빈집에서 걸어 나와 골목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수도 까브를 비롯해 각 영지와 도시에 심어놓은 정보원들로부터 긴급 보고가 엘도라도 영주성으로 날아왔다.

준은 즉시 엘도라도의 25개 성에 긴급 명령을 내려 적들의 공격에 대비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뉴 엘도라도 영주성에 있는 양부 베일레 백작에게도 이 소식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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