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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268화 (26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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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둥둥둥둥!

아케비안 공작군은 후퇴의 북소리를 듣고는 즉시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케비안 공작군이 후퇴를 시작하자 타네시아 새끼들은 페르난데스 후작군과 핸리 백작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핸리 백작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에 후퇴를 명령했다.

“후퇴하라, 후퇴!”

핸리 백작군도 후퇴를 시작하자, 페르난데스 후작군도 어쩔 수 없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수만 마리의 타네시아 새끼들이 죽었지만 아직도 12만 마리가 남아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샌디 성 성벽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던 병사들은 입 안이 마른지 침을 꿀꺽 삼켰다.

“우우… 저 괴물은 뭐지?”

“메리사나라는 벌레와 비슷하게 생겼는데요?”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저렇게 큰 메리사나 봤어?”

“듣고 보니 그건 그렇습니다.”

“그래도 신기한 건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네?”

“그러게 말입니다.”

샌디 성에 있는 병사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아케비안 공작군을 시작으로 핸리 백작군과 페르난데스 후작군까지 전부 후퇴한다고 난리였다.

이런 상황을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후방에서 느긋하게 지켜보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미르비아 왕국의 롱바야 후작과 그의 아들 레오였다.

“흐흐흐… 아들아, 잘 보았느냐?”

“예, 아버님. 역시 이번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사 때문에 전투가 실패로 끝났습니다.”

“무려 백만 대군에 가까운 대병력이 겨우 마법사 한 명에 의해 전투가 좌지우지된다니 믿어지지 않는구나.”

“아버님, 이렇게 되면 엘도라도 영지의 원정은 실패로 끝이 나는 겁니까?”

“으음, 아쉽지만 그렇게 될 것 같다. 문제는 앞으로 엘도라도 영지가 앙심을 품고 우리 왕국으로 쳐들어온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설마,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모르는 소리. 프리맨 후작이 곧 수도 까브에 있는 반란군들을 제거한다면 다음이 어디이겠느냐?”

“설마 우리 미르비아 왕국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다. 내부가 정리되면 바렌 왕국과 가장 가까운 왕국이 우리 미르비아 왕국이니까 말이다.”

“그럼 돌아가는 대로 준비를 해두어야겠습니다.”

“그래. 이미 전투는 패했다. 보면 알겠지만 삼분의 일 정도만 남았으니 회군할 마음을 먹거라.”

“아버님,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침공이 끝나는 겁니까?”

“이것이 현실이다. 백만으로도 이길 수 없었던 적을 겨우 35만에서 40만 정도의 병력으로 이길 수 있다고 보느냐?”

“…….”

“모든 게 다 끝장나버렸다. 우리가 왕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미래를 생각한다면 재산을 은밀하게 처분해 숨겨두어야 한다.”

“예?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난 프리맨 후작이 진정으로 무섭구나.”

“프리맨 후작이 말입니까?”

“그렇다. 그는 머지않아 바렌 왕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국을 개국할 것이다. 우리 미르비아 왕국을 쳐들어온다면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때에는 우리 가문도 끝장이겠지. 미래를 생각한다면 서둘러서 준비를 해둬야만 멸문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님께서는 지금 십 년 후까지를 내다보고 계시는 것입니까?”

“그렇다. 가문의 명맥을 유지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롱바야 후작과 아들 레오와의 대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군은 30만에서 겨우 14만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르완 왕국의 페르난데스 후작군은 25만에서 이제 11만이,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군은 20만에서 겨우 8만 명이 남았다.

이들의 수를 전부 포함해도 겨우 33만에 그쳤다.

그러나 미르비아 왕국의 롱바야 후작은 영악하게도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서 7만 4천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열을 정비하라!”

“서둘러라, 어서!”

각 왕국군들이 전열을 정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타네시아 새끼들이 추격해오지는 않았다.

준은 공중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타네시아여. 새끼들을 불러들여 쉬어라.”

-예, 주인님.

츠츠츠츠.

타네시아 새끼들은 어미의 호출에 날갯짓을 하면서 날아왔다. 그러고는 타네시아의 배에 붙어 있는 알주머니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타네시아 어미는 연기로 변하더니 오각형 미스릴 소재 펜던트 속으로 스르르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준은 허리에 묶어놓았던 마법주머니 속으로 그것을 집어넣고는 샌디 성 광장으로 내려섰다.

“후작 각하.”

“찰슨 성주, 병사들을 동원해 신속하게 전장을 정리하라.”

“예, 알겠습니다.”

샌디 성 밖에는 엄청난 수의 각 왕국군들이 쓰러져 있었으며, 타네시아 새끼의 사체도 엄청났다.

샌디 성에서 이렇게 뒤처리를 할 때, 왕국연합군은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모두들 침통한 얼굴이었다.

가장 작위가 높은 아케비안 공작이 말문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우리가 큰 패배를 당했소. 신속히 전열을 정비해 다시 공격하느냐 아니면 회군을 하여야 하느냐를 결정할 때가 온 것 같소.”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회군이라니요?”

“백만에 가까운 대군으로도 겨우 몇 만에 불과한 샌디 성 하나 점령하지 못했소. 이제 삼분의 일에 겨우 미치는 병력으로 그들을 이길 수 있다 보시오?”

“으음, 그래도 이렇게 회군한다면 손해가 너무 큽니다.”

“그건 나도 알고 여러분들도 모두 알고 있소. 하지만 전멸을 당하지 않으려면 회군의 선택뿐이오.”

주먹을 불끈 쥔 페르난데스 후작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아케비안 공작님, 진정 그 방법뿐입니까?”

“나의 생각은 그렇소. 엘도라도 영지에는 샌디 성을 비롯해 24개의 성이 더 축성되어 있다 하오. 앞으로 우리가 그 성들을 모두 함락할 수 있겠소?”

“…….”

“…….”

모두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했다.

“문제는 오늘 본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사와 그의 소환마법진으로 인해 공격해온 괴물들이오. 수십만이나 되는 괴물들 때문에 자칫 잘못했으면 전멸할 뻔했소.”

“으음, 그건 그렇습니다.”

핸리 백작이 아케비안 공작의 말을 두둔하고 나섰다.

모두들 현실을 직시하면 회군해야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었기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준은 샌디 성의 뒷정리가 잘되고 있는 걸 보고는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러고는 도망친 각 왕국의 병사들을 향해 추격에 나섰다. 비록 혼자서 나섰지만 화근이 될 수도 있는 자들을 그냥은 돌려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역시나 준의 예상대로 각 왕국군들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모여 있었다.

절대마법을 펼치기 좋도록 한곳에 모여 있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후후후, 잘되었어. 9서클의 절대마법을 한 방 날려주마.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

츠츠츠츠!

이 절대마법을 펼치면 유효거리에 있는 어떤 종류의 생명체라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절대 권능의 언령 살(殺)이기에 정신력이 강하지 않다면 바로 죽음이다.

드래곤들이 가끔 시전하는 절대마법이었다.

인간 마법사는 9서클에 오른 자가 대륙에는 준 혼자뿐이기에 사실상 아무도 사용할 수 없는 수법이다.

다만 오크왕 쿠퍼는 9서클에 오른 오크마법사이기에 이 파워 워드 킬 마법을 시전할 수 있었다.

같은 9서클의 절대마법이라도 펼치는 자의 실력에 따라 유효거리가 차이가 난다.

준은 신의 초입에 접어든 경지이기에 유효거리가 훨씬 길었다.

푸스스스.

9서클의 절대마법의 영향으로 대지가 심하게 요동치면서 바위가 가루가 되어버렸다. 또한 그 범위 안에 있던 각 왕국의 병사들이 입에서 검붉은 피를 내뿜으면서 뒤로 넘어졌다.

일부 병사들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름대로 정신력이 강하다는 기사들도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 고꾸라졌다.

일부는 죽고, 일부는 죽지 않았지만 극심한 내상을 입었다.

천막 속에서 회의를 하고 있던 귀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욱!”

핸리 백작이 갑자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면서 입에서 피를 내뿜었다. 소드 마스터에 오른 검술 실력을 가진 그였지만 내상을 입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커억!”

“아아악!”

아케비안 공작과 페르난데스 후작을 비롯해 나머지 사람들도 심각한 내상을 입고 쓰러졌다.

40만에 이르는 각 왕국의 병사들이 절대마법 한 방에 엄청난 수가 쓰러졌고, 내상을 입거나 살아남은 자들은 겨우 10만도 안 되었다.

준은 공중에 둥둥 떠서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확실하게 한 방 더 사용하여 적들을 전멸시켜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건 학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중지했다. 이미 살아남은 병사들이라도 전투불능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젠 확실하게 모두들 패잔병이 되었기에 각자 왕국으로 회군할 것이라 생각했다.

슈우웅!

준은 밤하늘을 가로질러 샌디 성으로 날아갔다. 샌디 성에서는 이미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어두운 복도를 갈색 로브를 입은 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천장이나 벽에는 횃불도 하나 없었지만 그의 가슴에서 빛이 흘러나와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가슴 앞에 빛을 내는 수정구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내는 복도의 끝에 걸어가 멈추었다.

그그그긍!

석벽이 갈라지면서 통로가 나타났다.

성큼 안으로 들어서자 다시 석벽이 원상태로 복원되었다.

석실 안에는 이미 한 사람이 들어와 앉아 있었다. 그도 갈색 로브를 입고 후드를 눌러 쓰고 있었다.

이제 들어선 자가 후드를 벗으면서 말했다.

“루나드 공작, 먼저 왔구려.”

“그렇소, 리안 공작.”

이제야 두 사람의 정체가 드러났는데, 바렌 왕국의 루나드 공작과 리안 공작이었다. 이들은 야심한 시각에 남들의 시선을 피해 이렇게 은밀하게 회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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