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66화 (266/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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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가가각!

“아아악!”

아무리 방어가 잘되어 있어도 전투마법사들에게는 취약했다.

그만큼 전투에서는 전투마법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공성탑에서 사다리가 펼쳐지면서 샌디 성 성벽 위에 설치되었다. 무장한 병사들이 우르르 건너가더니 성벽 위에 있는 엘도라도 영지병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서로의 무기가 부딪치면서 불꽃이 튀었다.

“적들이 넘어왔다! 죽여라!”

“적들을 막아라!”

평상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엘도라도 영지병들은 전투실력이 뛰어났다. 샌디 성벽으로 건너온 적들이 점점 뒤로 밀렸다. 전투력에서 엘도라도 영지병들이 앞서기 때문이다.

적들이 칼에 베이면서 성벽에서 추락했다.

성벽 위와 성벽 아래에는 온통 혼전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샌디 성에 주둔하고 있는 엘도라도 영지병들의 우세였다.

핸리 백작군과 페르난데스 후작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었지만 계속 밀어붙이고 있었다.

스스스슷!

샌디 성의 공중의 한 곳이 이지러지면서 준이 텔레포트 마법으로 순간이동해왔다.

“으음, 내가 조금 늦었구나.”

공중에서 내려다보니 샌디 성의 싸움은 치열했다. 핸리 백작군과 페르난데스 후작군이 계속 샌디 성으로 병사들을 밀어붙이는 상황이었다. 이 정도로는 샌디 성을 함락시킬 수 없었다.

슈슈슈슝!

신기전 15대에서 일제히 불화살이 발사되었다. 그렇게 공중을 온통 뒤덮은 불화살이 적들에게 떨어져 내렸다.

퍼퍼퍼퍽!

“아아악!”

신기전이 일제히 발사될 때마다 적이 수백씩 쓰러졌다. 신병기라서 그런지 제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가만히 두어도 샌디 성이 승리하겠지만 피해를 줄이고자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스윽!

아공간 속에서 다이너마이트 열 개 묶음 다발을 백 개나 꺼내더니 마력으로 한꺼번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그것들을 일제히 떨어뜨렸다.

콰콰콰쾅!

폭음과 함께 수백 미터 반경이 폭발력에 휘말렸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적 병사들은 엄청난 폭음에 경악했다. 삼천 명이 넘는 병사들이 준이 떨어뜨린 다이너마이트 다발에 쓰러졌다. 적 병사들의 사기를 단번에 떨어뜨린 공격이었다.

공중에 있는 준이 투명화 마법을 펼치고 있었기에 일반 병사들은 볼 수가 없었지만 전투마법사들은 그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한 방 더 먹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준은 이전에 만들어 놓았던 폭탄을 하나 꺼냈다. 다이너마이트를 만들고 남은 재료를 한곳에 섞어 만든 초대형 폭탄이었다.

심지가 빠르게 타들어가자 그것을 잠시 바라보던 준은 적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 떨어뜨렸다.

“어엇, 저게 뭐지?”

“이상한 게 떨어진다! 피해!”

“이런 젠장!”

쿠콰콰쾅!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수천 명의 병사들이 쓰러졌다.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 났을 정도니 그 폭발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난 병사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수백 명의 병사들이 뒤돌아 도망치고 있었기에 지휘관들도 통제하지 못했다. 군중심리란 참으로 묘해서 잘 싸우고 있던 병사들까지 동료의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뒤따라 도망쳤다. 그렇게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핸리 백작군과 페르난데스 후작군이 후퇴하게 되었다.

후미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케비안 공작군은 전혀 피해가 없었기에 안도했다.

롱바야 후작과 아들 레오도 얼굴이 굳어져 있었지만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아들아, 보았느냐?”

“예, 아버님.”

“만약 우리가 선봉에 섰다면 어찌 되었겠느냐?”

“으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렵습니다.”

“페르난데스 후작의 아들 딕슨과 핸리 백작의 아들 핸리 창도 겁도 없이 설친 게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분명하게 느꼈을 것이다.”

“아버님의 조언이 없었다면 저도 참패를 당했을 것입니다.”

“조금 전에도 보았지만 그 마법사가 아니었더라도 샌디 성은 함락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예, 아버님. 제가 생각하기에도 저항이 엄청났기에 그럴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들아, 난 두렵기만 하구나.”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엘도라도에는 저 샌디 성 같은 성이 무려 24개나 더 있다는데 그 성들을 어떻게 함락시켜야 할지 모르겠구나.”

“아버님, 이럴 바에야 영지로 돌아가는 건 어떻습니까?”

“그건 안 된다. 피해만 입고 돌아가면 우린 중앙정치 무대에서 밀려날 것이다.”

“으음, 처음부터 침공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결정 난 상황이기에 돌이킬 수는 없다.”

“계속 이렇게 뒤에서 엎드려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조금 부끄러운 행동이지만 이것이 최선이다. 각 왕국의 지원병들이 몰려와 그들이 대패하여 왕국으로 돌아갈 때 우리도 돌아가야만 명분이 선다.”

“아버님, 그때까지 버티기가 쉬울 것 같지 않습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게 최선이니 어쩔 수 없다.”

샌디 성의 첫 전투는 이렇게 핸리 백작군과 페르난데스 후작군의 막대한 피해로 끝이 났다.

핸리 창과 딕슨은 이제야 롱바야 후작이 뒤로 빠진 이유를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핸리 창이 딕슨의 천막으로 찾아왔다. 중앙에 자리한 의자에 앉아 있는 딕슨은 전투의 패배로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핸리 창이 자신의 천막으로 찾아왔기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대접했다.

“핸리 창, 이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

“롱바야 후작은 이미 이리 될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런 걸 알고 있었다면 조금만 조언을 해주었어도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롱바야 후작이 조언을 했더라도 우리가 믿지 않았을 겁니다.”

딕슨의 말에 핸리 창은 할 말이 없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핸리 창은 이미 공에 눈이 어두워 그 사실을 묵살했을 것이다.

“앞으로의 대책을 세워봅시다.”

“딕슨 님, 제 생각으로는 샌디 성의 방어력이 높았습니다. 섣불리 공격하다가는 피해만 늘어날 것 같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오. 좋은 방법이 없겠소?”

“전투를 해보니 샌디 성의 해자가 깊고 넓어서 보병들의 공격은 무리가 많았습니다. 공성탑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핸리 창, 잘 보았소.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시다면 무리하게 공격하기보다는 공성탑을 대거 투입해 공격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협력하는 게 좋을 것 같소.”

“롱바야 후작군과 아케비안 공작군의 피해는 전무한 상태이니 그들에게 이번에 공성탑을 만드는 데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좋겠소. 그들도 우리의 눈치를 볼 테니 적극 협력해 줄 것이오.”

“며칠만 이곳에서 버티면 지원병들이 올 테니 그때까지는 너무 무리한 공격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 핸리 창은 나와 같은 생각이구려. 당장 렉스 경과 레오 경에게 연락해 공성탑 제작에 협조해달라고 해보겠소.”

“예, 감사합니다.”

딕슨이 렉스와 레오에게 공성탑 제작을 부탁했다. 렉스와 레오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이번 전투에서 공성탑이 큰 활약을 한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병사들을 동원하면 공성탑 정도야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었다.

롱바야 후작은 영악하게도 핸리 창과 딕슨에게 군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군량을 일부 지원 받았다. 이들은 군량 정도야 큰 어려움이 없기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

롱바야 후작은 어떻게 하면 오래 버틸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딕슨의 부탁을 받고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병사들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각종 무기를 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니 병력의 손실이 없을 것이다. 또한 각종 무기를 제작해 보급하니 나름대로 명분도 있었다.

“그래, 이 방법이야.”

롱바야 후작과 레오는 이때부터 공성무기 제작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핸리 창과 딕슨도 큰 불만이 없었다.

롱바야 후작이 공성무기를 제작해 보급해주니 자신들은 그걸 가지고 싸우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다만 약간의 군량을 지원하면서 공성무기를 보급 받았기에 훨씬 남는 거래였다.

롱바야 후작도 주위에 널린 게 나무기에 병사들을 동원해 공성 사다리나 각종 공성무기를 제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첫날의 대규모 전투 이후 전투는 소규모로 변했다.

준은 소규모 전투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샌디 성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이 알아서 잘 막았기 때문이다.

준은 각 왕국의 지원병들이 모여들길 기다리고 있었다.

적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박살을 내버린다면 분명 수도 까브의 반란군들은 엘도라도로 쳐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으음, 문제는 이들이 아니라 수도 까브의 반란군들이다. 무려 200만의 대군이니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준은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전쟁에서 진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엘도라도 영지에 백만이 대기해 있고, 뉴 엘도라도에서도 역시 백만의 병력이 준비되어 있었다. 반란군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병력이었다.

지금도 엘도라도와 뉴 엘도라도에서는 지속적으로 병사를 모집하고 훈련 중이었다. 시일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병력을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적들은 공성탑을 이용해 소규모 전투를 해왔기에 양측은 큰 피해가 없었다. 그래도 적들은 하루에 수천 명씩 죽어 나갔지만, 샌디 성의 엘도라도 영지병들은 그에 비해서 수백 명의 피해에 그쳤다.

짹짹!

산새 두 마리가 지저귀면서 하늘을 가로질러 저편으로 날아갔다. 각 왕국의 선발대가 모여 있는 연합 진영에서는 빵과 스프가 배식되고 있었다. 지난 보름간 한 차례의 큰 전투를 제외하고는 큰 전투 없이 소규모 전투만으로 흘러갔다.

연합 진영에서는 보름간 전투를 치르면서 요령도 생겼고, 어떻게 하면 전투가 효율적인지 알 수 있었다. 나름대로 피해는 있었지만 좋은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지평선 끝에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면서 대군이 다가왔다. 중앙에는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군 30만이었고, 좌측에는 르완 왕국의 페르난데스 후작군 25만이, 우측에는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군 20만이 각각 접근해왔다.

이들은 어제 오후에 샌디 성으로 접근하면서 마주치게 되었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서로 대형을 이루면서 이동해왔다. 연합 진영에서는 전령을 보내 이들을 환영했다.

샌디 성에서 900미터 정도 떨어진 평지에 각 왕국군들은 진영을 갖추기 시작했다. 빠르게 행군해 왔기에 병사들은 피로에 찌들어 있었다. 일단 오늘 오후까지는 병사들을 충분히 쉬게 한 후 밤부터 본격적인 샌디 성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각 선발대는 지원병들이 왔기에 사기가 높아졌다.

75만의 지원병과 선발대를 합하면 약 백만 대군이었다. 이 정도라면 샌디 성 정도는 손쉽게 함락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가장 큰 변수인 작용할 준을 넣지 않았다.

준은 굳이 영지병들이 없더라도 혼자서 이들을 충분하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혼자서 이루기보다는 서로 노력해서 이루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전투에 약간씩 참여해 힘을 보여준 것이다.

이미 준은 신의 아티팩트 네 개를 보유해 기운을 흡수 중이기에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 신의 초입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렇기에 백만 대군도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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