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65화 (265/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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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돌진해오던 로타스 왕국의 헨리 백작군이 행군을 멈추며 벌판의 한쪽에 진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서둘러!”

“그거, 이쪽으로 옮겨라.”

천인대장들의 다그침에 공성부대원들은 서둘러서 군막을 설치했다.

이곳은 샌디 성에서 불과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벌판이었다.

주위에는 다른 왕국군들이 도착해 진영이 구축되어 있었다.

다른 왕국군과는 다르게 핸리 창은 이곳까지 오면서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았기에 그대로 5만의 선발부대가 남아 있었다.

잠시 병사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바라보던 핸리 창은 부관과 함께 연합군 천막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모두 모여 있었는데, 천막 안으로 핸리 창이 들어오자 모두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모두 모여 계셨군요?”

“아, 어서 오시오, 핸리 창.”

핸리 창을 반갑게 맞이한 자는 르완 왕국의 딕슨 자작이었다.

“작전회의 중이십니까?”

“그렇소. 이제 모두 모였으니 오늘밤에라도 저 샌디 성을 공략하는 게 좋겠습니다.”

핸리 창이 주위를 살펴보자 미르비아 왕국의 롱바야 후작과 그의 아들인 레오도 참석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들은 발언을 하지 않고 듣고만 있다는 것이다. 원래의 성격이라면 제일 먼저 나서서 회의를 주도해야 하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이 핸리 창으로서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누가 오늘밤 선봉에 서길 원하십니까?”

딕슨 자작은 말을 하면서도 롱바야 후작을 쳐다보면서 그를 의식했다. 아무래도 여기에서는 가장 작위가 높으니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롱바야 후작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 미르비아 왕국군은 피해가 극심하니 여기서 대기하겠소. 아무래도 당장 전투에 임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소.”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분, 의견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잠시 주위를 살펴보던 핸리 창이 말했다.

“선뜻 나서는 분이 없으시니 우리 로타스 왕국군이 선봉으로 나서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우리 르완 왕국군이 그 뒤를 맡겠습니다. 오이란트 왕국군은 후미를 맡아주시고, 롱바야 후작님께서는 이곳에서 대기해주십시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미르비아 왕국의 롱바야 후작의 병사들과 레오의 지원병을 합하면 7만 4천 명,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군의 선봉대를 맡고 있는 렉스는 9만 명, 르완 왕국의 페르난데스 후작군을 맡고 있는 딕슨 자작은 9만 명, 마지막으로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군을 이끌고 있는 핸리 창은 5만의 병력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연합군 천막에서 회의를 마치고 롱바야 후작과 레오가 자신들의 진영으로 말을 타고 이동했다.

“레오야, 보았느냐?”

“예, 아버님.”

“멍청하게도 로타스 왕국의 핸리 창은 5만으로 선봉을 자처하면서 나섰지만 큰 낭패를 당할 것이니 잘 지켜보아라.”

“예, 저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마법사가 두렵습니다.”

“그래 맞다. 그자가 없더라도 저 샌디 성은 워낙 견고하기에 함락시키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나서는 건 바보짓이야.”

“예,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우리는 뒤에서 후퇴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며칠 지나지 않아 각 왕국의 지원병들이 대거 몰려들 것이다. 그때까지는 이렇게 엎드려 있는 게 좋아.”

“예, 저도 명심하고 있습니다.”

“오늘 전투를 보면 좀 더 내 말에 확신이 들 것이다.”

레오는 롱바야 후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롱바야 후작은 공에 눈이 어두워서 적이 얼마나 강한지 느끼지 못하는 그들을 떠올리고는 속으로 비웃었다.

뿌우우우!

고동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진군하라!”

“보병 앞으로!”

방패병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보병들이 각각 무기를 들고 샌디 성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대형의 후미에는 공성무기가 설치된 거대한 바퀴가 움직이고 있었는데, 십여 마리의 황소가 끌었다. 이들은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군으로. 말을 타고 직접 지휘를 하고 있는 핸리 창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샌디 성의 성루와 성벽 위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배치되어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샌디 성의 2백 미터 앞까지 도달한 핸리 백작군은 그곳에서 대기했다.

공성무기가 앞으로 나서더니 공격을 퍼부었다.

슈슈슈슝!

투석기에서 발사된 돌덩이는 아쉽게도 사정거리에 미치지 못했기에 샌디 성의 해자에서 20미터 떨어진 지점에 떨어졌다. 조금 더 전진 배치되어야만 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때, 샌디 성에서도 마주 대응하기 위해 20대의 투석기에서 일제히 돌덩이가 발사되었다. 허공에 긴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간 돌덩이는 핸리 백작군 진영에 떨어졌다.

콰직!

“크악!”

그들의 투석기는 사정거리에 미치지 못하는데 비해 샌디 성에서 발사된 것은 대형을 이루고 있는 곳에 정확히 떨어졌다.

확실하게 샌디 성의 투석기가 사정거리가 더 길었다.

“이, 이런 젠장.”

“놈들의 투석기의 사정거리가 더 긴 것 같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보병들을 진군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보병들은 진격하라, 진격!”

“와아아아!”

보병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샌디 성을 향해 달려 나갔다.

“화살을 쏘아라!”

시시시싯!

샌디 성의 궁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핸리 백작군은 이미 화살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방패병들은 재빨리 서로 긴 사각방패를 붙이면서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보병들도 즉각 방패병들 사이로 몸을 피했다.

공중에서 화살의 비가 떨어져 내렸다.

파파파팍!

다행히 방패병들은 재빨리 방어해 무사할 수 있었다. 보병들도 방패병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전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는 화살을 맞고 고꾸라졌다.

“으아악!”

수백 명의 보병들이 화살을 맞고 쓰러져 신음 중이었다.

“파이어 볼!”

“매직 미사일!”

“파이어 애로우!”

샌디 성의 전투마법사들 이백 명이 성벽 위에서 일제히 공격마법을 영창하더니 마법을 퍼부었다.

콰쾅!

“커억!”

“아악!”

샌디 성의 방어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느낀 핸리 창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

“부관, 공성탑을 내보내라.”

“예, 알겠습니다. 공성탑을 출전시켜라!”

쿠르르르.

굉음을 일으키면서 20미터나 되는 거대한 공성탑 세 대가 샌디 성을 향해 움직였다. 7층으로 되어 있으며, 무장한 병력이 5백 명이나 타고 있었다. 전방에는 화염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마법적인 약물 처리를 한 가죽에 철판을 덧대어 만들었다.

“적의 공성탑이 접근해온다! 발리스타로 공격하라!”

“공격하라, 공격!”

투아앙!

샌디 성에 배치되어 있던 발리스타에서 대형 퀘럴이 발사되어 공성탑으로 날아갔다.

콰앙!

공성탑은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기에 대형 퀘럴이 빗나가지 않고 명중했다. 가죽에 철판을 덧대어 만든 벽을 가볍게 관통하더니 병사 세 명을 꼬치구이로 만들어버렸다. 발리스타에서 발사된 대형 퀘럴에는 화염계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기에 목표물에 명중되면 불길이 치솟도록 되어 있었다.

화르르르.

전방에는 마법으로 처리되어 있지만 내부는 아니었다.

“아아악! 불이 붙었다!”

“불을 꺼라, 어서!”

마법의 불꽃이기에 물로도 쉽게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올랐다.

“놈들에게 신병기의 맛을 보여줘야겠다. 신기전을 발사하라!”

“예, 성주님. 신기전을 발사하라!”

신기전에 장착된 화살에 기름을 묻히고 불을 붙였다.

“발사하라, 발사!”

슈슈슈슈슝!

15대의 신기전에서 일제히 불화살이 발사되었다.

천오백 발의 화살은 공중에 긴 포물선을 그리면서 핸리 백작군에게 떨어졌다.

궁병들이 쏜 화살보다 세 배 정도 더 강력한 위력을 가진 신기전이었다.

퍼퍼퍼퍽!

“커억!”

핸리 백작군은 우수수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한곳에 밀집된 것도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전진에 배치 된 핸리 백작군의 투석기에서도 공격이 시작되었다.

투우웅!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의 돌덩이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가 샌디 성벽에 명중되었다.

콰쾅!

견고하게 축성된 샌디 성의 성벽은 강력한 투석기 공격에도 약간의 돌 부스러기만 떨어질 뿐 피해가 미미했다.

“성벽이 튼튼하군. 계속 공격을 퍼부어라!”

“공격하라! 공격!”

공성탑의 일부에 불이 붙었지만 해자 앞까지 진격했다. 그러나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공성탑이 해자 앞에서 멈추자 그 속에 타고 있던 병사들이 샌디 성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핸리 백작군의 보병들도 해자 앞까지 진격해 공성사다리를 펼쳐 성벽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샌디 성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병사들의 사기도 높았고, 천인대장과 백인대장들의 지휘가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지면서 아직까지는 잘 막아내고 있었다.

핸리 백작군이 제법 피해를 입고 있을 때,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르완 왕국의 페르난데스 후작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진군하라, 진군!”

“와아아아!”

병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면서 물밀듯이 밀려왔다.

딕슨 자작은 공격하는 병사들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샌디 성벽 위에서는 방패병들이 보호해주는 가운데 전투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영창하더니 공격마법을 퍼부었다.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볼!”

샌디 성 성벽에 있던 전투마법사 이백 명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적들이 워낙 밀집되어 있었기에 공격을 퍼붓기엔 좋았다.

페르난데스 후작군 측에서도 전투마법사들이 백 명이나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들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공격마법을 샌디 성으로 퍼부었다.

“매직 미사일!”

“파이어 애로우!”

샌디 성벽 너머로 공격마법이 떨어졌다.

콰쾅!

“크악!”

“아아악!”

엘도라도 영지병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역시 전투마법사들의 공격마법은 무서웠다. 샌디 성의 성벽이 높아서 공략하기 쉽지 않았지만 공격마법은 그 영향을 받지 않았기에 엘도라도 영지병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블레이즈!”

“윈드 커터!”

전투마법사들의 옆에는 거대한 회전하는 칼날이 생성되어 샌디 성을 향해 날아갔다. 또한 바람의 칼날 마법도 펼쳐졌기에 그것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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