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64화 (26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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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다가닥 다가닥.

경기병들이 열을 맞추면서 행군을 시작했다.

그들의 뒤쪽으로도 무장한 보병들이 뒤따랐으며, 각종 짐마차와 짐수레가 길게 이어졌다.

이들은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군으로 무려 5만이나 되었다.

핸리 백작은 20만의 지원병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기에 이번 선발대에는 핸리 백작의 아들인 26살의 핸리 창이 선발대 대장을 맡게 되었다.

파격적 인사였지만 그만큼 핸리 백작이 아들의 실력을 믿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인 핸리 백작에게서 어려서부터 혹독한 검술훈련을 받았기에 핸리 창도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실력자였다.

이미 7년 전에 왕립 아카데미에서 주최한 검술부분 대회에서 당당하게 우승을 했기에 기사의 작위를 수여 받았었다. 또한 3년 전에는 남작의 작위를 국왕으로부터 하사 받아 20대에서는 가장 영향력이 큰 젊은 귀족이 되었다.

실력만으로 20대에 작위를 수여받는 일은 무척 어려웠기에 핸리 백작의 영향력이 꽤 은밀하게 작용했다.

어쨌든 핸리 창은 아버지 핸리 백작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지원을 지금도 계속 받고 있었다.

5만이나 되는 병력이 행군으로 빠져나가는 건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한편 막힌 골목길에서 병사들이 행군하는 걸 몰래 지켜보는 자가 있었다. 여행자 로브를 입은 그자는 뒤돌아 품속에서 마법통신구를 꺼내었다.

마법주문을 중얼거리자 마법통신구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스스슷!

마법통신구에서 중년인의 상체가 나타났다.

여행자 로브를 입은 자는 그 중년인에게 말을 시작했다.

“길드장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지 말해봐.”

“예, 다름이 아니라 핸리 백작군이 방금 엘도라도를 향해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뭐야? 그게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5만 명이나 되고, 선발대장에는 핸리 백작의 아들인 핸리 창이 전격적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으음, 중요한 정보 고마웠다. 특이사항이 또 있느냐?”

“예, 이건 소문이지만 핸리 백작이 지원병을 끌어 모으고 있는데 무려 20만이라 합니다.”

“뭐라? 20만이라니 그게 사실이냐?”

“예, 소문이지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며칠 이내로 20만을 끌어 모아 엘도라도를 침공한다 합니다.”

“알았다. 너는 그곳에 남아서 좀 더 정보를 수집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마법통신이 끝이 나자 그는 품속에 그것을 집어넣고는 골목길을 걸어 나와 길 저쪽으로 사라졌다.

십여 분 만에 준은 정보조직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았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현실로 나타나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으음, 이젠 로타스 왕국에서까지 엘도라도를 침공하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준은 그동안 자신의 능력을 되도록이면 선보이려고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사랑하는 부인들이 있고, 뱃속에는 아이들이 자라고 있었다.

자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멸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미르비아 왕국군에 오이란트 왕국군, 르완 왕국군, 이제는 로타스 왕국군까지 엘도라도를 노리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수도 까브에서는 반란군들의 수괴들인 리안 공작과 루나드 공작이 200만 명의 병력을 끌어 모아 한창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런 총체적인 위기 상황을 맞이한 준은 이제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지 못하면 엘도라도는 공중분해가 될 것 같았다.

“후후후, 그래 오너라. 샌디 성에서 한꺼번에 다 죽여주마.”

준은 이제까지 하던 방식을 바꾸었다.

행군해 오던 병사들을 공격해 피해를 입힌다면 큰 힘을 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들은 겨우 선발대에 불과하고 진정한 지원병들은 뒤에 출발한다는 거였다.

각 선발대와 지원병들을 한꺼번에 끌어 모아놓고 한 번에 처리할 생각이었다.

“이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한 후 수도 까브의 반란군들도 한꺼번에 처리할 것이다.”

준은 즉시 엘도라도 영주성의 지하 실험실로 들어갔다.

적들이 샌디 성으로 집결하려면 아직 시간이 있었기에 그동안 비밀병기를 준비하려는 것이었다.

준은 모처럼 마법서를 꺼내어서는 창조마법에 관련된 마법을 살펴보았다. 적당한 게 없어서 계속 책장을 넘기면서 살펴보다가 마음에 드는 걸 찾아낸 모양인지 동작을 멈추었다.

“그래, 이거야. 이거.”

고개를 끄덕인 준은 그때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마법주머니 속에서 금괴처럼 만들어진 미스릴바 열 개를 꺼내었다.

이것을 테이블 위에 놓인 금속판에 내려놓았다.

츠츠츠츠.

준이 마력을 내뿜자 미스릴바에서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막대한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원래 미스릴은 마법의 금속이라고 할 만큼 마나에 민감한 금속이다.

준의 막대한 마력을 흡수하더니 자체적으로 기이한 빛이 흘러나왔다.

의지력으로 미스릴에 압력을 가하자 스르르 미스릴바가 녹아내리더니 다른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만들려는지 계속 압력을 가하자 오각형으로 변했다.

사람 얼굴에 써도 될 정도로 거대한 오각형 펜던트가 만들어졌다.

스윽, 슥슥!

마법약물로 오각형 펜던트에 마법의 룬문자와 기이한 도형 등을 뒷면까지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준이 마법주문을 중얼거리자 신기하게도 오각형 펜던트에 새겨졌던 것들이 빛을 내면서 순간 사라져 버렸다.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번에는 마법주머니 속에서 주먹만 한 크기의 블루 마나스톤을 하나 꺼내었다.

막대한 마나가 들어 있는 최상급이었다.

꾸욱!

손으로 밀어 넣자 표면이 아직 덜 굳어진 것처럼 손쉽게 블루 마나스톤이 오각형 펜던트에 박혔다.

우우웅!

오각형 펜던트에서 공명음이 일어나더니 순간 기이한 빛이 번쩍이다가 사라졌다.

“후후후, 이제야 완성되었구나. 멋지군!”

준이 주먹만 한 크기의 상자를 꺼내어 뚜껑을 열었다. 상자 속에는 벌레가 하나 들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바퀴벌레와 비슷하게 생겼다.

크기는 성인남자 손바닥 정도로 곤충치고는 큰 편이었다.

아마 바퀴벌레를 백 배 정도 확대하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바퀴벌레와 유사한 종으로 이름은 메리사나라는 곤충이었다.

준이 슬립마법으로 깊은 잠에 빠지도록 해두었는데, 알을 낳는 메리사나 암컷이었다.

메리사나 암컷을 상자에서 꺼내어 한쪽에 놓아두었다.

이번에는 검은색의 발이 달린 솥을 꺼내더니 바닥에 내려놓고는 그 밑에 활짝 핀 꽃 모양의 아티팩트를 놓았다.

꽃 모양의 아티팩트에는 화염계 마법이 걸려 있었다.

화르르르!

꽃 모양의 아티팩트에서 고열을 동반한 불길이 일어났다.

준은 준비해 두었던 각종 마법재료와 시약을 정확한 양으로 덜어서 솥에 집어넣었다.

고열을 동반한 불길이라서 그런지 솥이 금방 뜨거워졌다.

준은 침착하게 준비한 것들을 집어넣었고, 마지막엔 거무죽죽한 액체를 집어넣고는 마무리했다.

부글부글!

솥에 들어 있는 액체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끓기 시작했다.

지켜보고 있던 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지력으로 땀구멍을 통해서 피가 흘러나오도록 했다.

주르륵!

준의 붉은 피가 방울지면서 솥에 똑똑 떨어졌다. 한 모금 정도 되는 양의 피를 넣자 변화가 일어났다.

우우웅!

솥에서 공명음이 일어나면서 끓고 있는 기이한 액체가 출렁 거리면서 빛이 흘러 나왔다.

그때, 양손을 앞으로 내뻗어 솥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동시에 막대기를 솥에 집어넣어 염력으로 휘저었다.

이게 끝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기이한 마법주문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준은 한꺼번에 세 가지 작업을 동시에 수행했다.

츠츠츠츠.

솥에서 황금색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그것이 한쪽에 놓인 메리사나 암컷의 몸으로 스르르 스며들기 시작했다. 미세하던 양이 점점 늘어나면서 빠르게 흡수되었다.

갑자기 메리사나 암컷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하더니 놀랍게도 몸이 커지기 시작했다.

황금색 연기가 자양분이라도 되는지 빠르게 몸이 커진 메리사나 암컷은 7미터의 곤충형 마법생물로 변해 버렸다. 생김새도 몸집이 너무 커져서인지 괴물처럼 보였다.

솥에서 끓고 있던 액체는 모두 증발해 버리고 남아 있지 않았다.

더 이상 솥을 가열할 필요가 없었기에 꽃 모양의 아티팩트의 불길도 중지시켰다.

메리사나 암컷이 7미터의 거대한 마법생물로 변했지만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준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창조한 생물이지만 멋지군.”

준은 마지막 작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주인의 인장을 새기는 작업이었다.

주문을 한참이나 중얼거리더니 메리사나 암컷의 이마를 가리키자 그곳에 오각형 모양의 주인의 인장이 새겨졌다.

“후후후, 이제 모든 공정이 끝이 났구나. 이제 깨우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잠시 메리사나 암컷을 정밀하게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깨어나거라. 나의 종이여.”

파츠츠츠.

준이 마력을 내뿜자 이마에 새겨진 주인의 인장이 번쩍였다.

-크워어어어.

포효를 터뜨리면서 메리사나 암컷이 잠에서 깨어났다.

-부르셨습니까.

“그렇다. 나의 종이여.”

-주인님, 저의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너를 이제부터 타네시아라 부르겠다. 오늘 태어났다는 뜻이지.”

-타네시아라 감사합니다, 주인님.

스윽!

준은 미스릴로 주조된 오각형 펜던트를 내밀었다.

“이것이 앞으로 너의 집이다.”

-마음에 듭니다, 주인님.

“이것에는 마법의 공간이 생성되어 있기에 넓어서 조금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곳에서 알을 낳아라.”

-예, 주인님.

“그만 이곳에 들어가 쉬어라. 필요하면 너를 부르겠다.”

-예, 주인님. 언제든 필요하시면 불러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다.”

스스스스.

타네시아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타네시아는 미스릴 오각형 펜던트에서 준의 명대로 알주머니를 낳을 것이다. 알주머니는 한 번에 10개를 낳을 것인데, 알주머니 하나에는 보통 10만 개의 알이 들어 있으며, 한 시간 만에 부화한다.

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스릴 오각형 펜던트를 마법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다.

어지럽게 늘어놓았던 각종 물건들도 염력을 이용하여 한곳으로 끌어 모으더니 마법주머니 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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