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허리케인-262화 (26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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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권  건국

파지직!

“커억!”

“아악! 이, 이게?”

전투마법사들은 예측하지 못한 기습적인 준의 전격계 공격마법에 격중되어 땅으로 추락했다. 3서클에서 4서클 정도의 전투마법사들이 9서클 마스터에 오른 준을 당해낼 순 없었다. 처음부터 이들이 준에게 대항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블레이즈!”

츠츠츠.

준의 외침에 공중에 거대한 회전하는 마법의 칼날이 다섯 개나 형성되었다. 그의 손짓에 고속으로 회전하는 마법의 칼날이 롱바야 후작의 병사들에게 빠르게 날아갔다.

콰콰콰콰!

“마법의 칼날이 날아온다.”

“허엇. 피해!”

5미터나 되는 초대형 칼날이 회전하면서 날아왔기에 그걸 본 병사들은 공포에 질렸다. 시각적으로 엄청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격마법이었다.

가가각!

“으아악!”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일부 병사들은 다리나 팔이 잘려 그곳에서 분수같이 피를 내뿜었다.

“와아아아!”

이것을 샌디 성에서 지켜본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롱바야 후작 진영은 이미 혼란에 빠져 난리였다.

하늘에서는 준 혼자서 다이너마이트 다발을 떨어뜨려 병사들을 죽였으며, 공격마법도 병행했기에 그 피해는 엄청났다. 아무리 천인대장들이 병사들을 통솔하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파이어 애로우!”

준의 시동어에 공중에 백여 발의 마법의 불화살이 형성되었고, 그의 손짓에 따라 그것들이 일제히 날아갔다.

퍼퍼퍼퍽!

“사, 살려줘. 아악!”

롱바야 후작의 병사들은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천인대장들이 막아 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오히려 천인대장들은 공중에서 떨어뜨린 다이너마이트 다발이 폭발해 몸이 부웅 튀어 올라 내동댕이쳐졌다. 워낙 위력적인 폭발력이라 그 충격에 병사들과 천인대장들이 쓰러졌다.

하늘 높은 곳에서 공격하는 것이라 막을 방도가 없었다.

롱바야 후작의 병사들은 일만 명 정도가 준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나머지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달아나버렸다.

“전열을 정비하라.”

“서둘러라, 서둘러.”

천인대장들의 다그침에 병사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전열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던 롱바야 후작의 병사들로, 반나절이 지나서야 다시 한곳으로 모여들 수 있었다.

롱바야 후작은 병사들이 집결하는 모습을 보고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부관의 보고로는 3만이 넘던 병사들이 이젠 겨우 1만 4천의 병사들만 남았다는 것이다.

며칠 전 엘도라도 영지로 행군해 올 때만 해도 사기가 드높은 5만의 병사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이은 패배로 인해 병사들의 수와 사기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원래 이 정도라면 돌아가야 하지만 아들 레오가 지원병을 이끌고 이곳으로 오고 있으니 그것을 한 가닥 희망으로 삼고 다시 이렇게 전열을 정비한 것이었다.

쿠르르르.

지평선 끝에서 요란한 소리와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롱바야 후작과 병사들은 깜짝 놀라면서 당황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사에게 심하게 당한 것이 불과 반나절 전이었다. 이제 병사들이 겨우 진정하고 전열을 정비한 상황인데 또다시 전투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니 겁부터 났다.

잔뜩 긴장한 채 전투태세를 갖추고 대기했는데 뜻밖에 말을 탄 전령이 다가왔다.

가죽갑옷의 문장을 보니 롱바야 후작의 문장이었다. 또한 부관은 전령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어디에서 오는 전령이냐?”

“예, 레오 자작님의 전령입니다.”

“그래? 레오 님은 잘 계시느냐?”

“예, 그렇습니다. 제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온 것입니다.”

“우리는 엘도라도 놈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전하라.”

“여기에 모인 병사들이 전부입니까?”

“그렇다. 연이은 패배로 이렇게 되었다.”

“알겠습니다. 레오 자작님께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럼.”

전령이 말머리를 돌려 빠르게 돌아갔다.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던 레오의 지원병들은 전령이 도착해 보고하자 그제야 안심하고 행군을 계속해 롱바야 자작의 진영으로 다가왔다.

롱바야 후작의 병사들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레오의 지원병들을 보고는 안도했다. 그런데 롱바야 후작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약간 달랐다. 20만의 지원병을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수가 적고 어딘지 모르게 병사들의 상태가 피곤해 보였다.

롱바야 후작의 곁으로 말을 탄 레오가 달려왔다.

“아버님.”

“아들아, 어서오너라.”

“죄송합니다, 아버님.”

“상황을 보니 이곳으로 오다가 낭패를 당한 모양이구나.”

“그렇습니다. 안개의 언덕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사에게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뭐라? 너도 마법사에게 당한 것이냐?”

“그럼 아버님께서도 마법사에게 당했단 말씀이십니까?”

“으음, 아들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보거라.”

“예, 아버님. 일이 어떻게 된 거냐 하면…….”

레오의 설명을 듣던 롱바야 후작은 경악했다. 20만이나 되던 병사들이 겨우 6만여 명만 남았다는 게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으음, 엘도라도의 프리맨 후작이 대마법사급의 마법사를 영입한 모양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열을 정비하고, 섣불리 샌디 성을 공략해서는 안 되겠다.”

“아버님, 그 말씀은…….”

“두려운 존재인 그 마법사가 있는 이상 우리의 피해가 엄청날 것이다. 그럴 바에야 여기에서 조금 기다렸다가 오이란트 왕국의 아케비안 공작군이나 르완 왕국의 페르난데스 후작군, 로타스 왕국의 핸리 백작군을 기다리는 게 좋겠구나.”

“아버님, 그들에게 선공을 양보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서둘다가는 여기에 남아 있는 병사들마저 죽이겠다.”

“아버님, 그래도 선공을 양보하게 되면 나중에 이권에서 발언권이 약해집니다.”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두고 보아라. 다른 왕국의 병사들 역시 엄청나게 피해를 입을 것이다. 우린 그저 지켜보다가 한 발만 슬쩍 담갔다가 이권을 조금이라도 챙기는 게 이익이다.”

“아버님.”

“아들아,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볼 것이 아니라 조금 멀리 내다보거라. 엘도라도에는 25개의 성이 축성되어 있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겨우 하나에 불과한 샌디 성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이렇게 되었다. 그들이라고 별수 있을 것 같으냐?”

“아버님, 그 말씀은…….”

“너도 샌디 성을 한 번 보면 이 아비의 말을 이해할 것이다. 이제까지 그렇게 성벽이 높고 견고한 성은 처음 보았다. 결코 성을 함락시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아버님, 정말 그 정도였습니까?”

“샌디 성의 해자만 해도 깊고 넓었다. 제대로 성벽에 올라서 보지도 못하고 엄청난 병사들을 잃었다.”

“으음, 아버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고맙다, 아들아. 여기에 진영을 구축하고 주둔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특히 군량 천막과 무기 천막을 고르게 나누어 설치해 두어야 한다.”

“예? 한곳에 모아두면 편리할 텐데요?”

“모르는 소리. 나도 그렇게 했다가 특공대가 야밤에 기습 공격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결코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으음, 알겠습니다.”

“앞으로 며칠간 이곳에서 주둔해야 하니까 경비도 철저하게 세워 적들의 기습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척후병들도 대거 내보내어서 지켜보아야 한다.”

“예, 아버님.”

쿠르르르!

렉스가 이끄는 아케비안 공작군들의 짐마차와 짐수레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이들은 엘도라도의 샌디 성 쪽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처음보다는 확연하게 병사들의 수가 줄어 있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예상치 못한 몬스터의 공격과 병사들의 배식에 독이 들어가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었다. 사기가 높았던 15만의 병사들이 줄어 이젠 10만 명 정도였다.

붕붕붕!

갑자기 요란한 날갯짓 소리가 들리면서 저편에서 먹구름 같은 것이 빠르게 밀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병사들은 잔뜩 긴장했다.

마법사 마샬은 그곳을 쳐다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마샬 님, 저게 무엇입니까?”

“으음, 렉스 님. 수만 마리의 말벌 떼가 이곳을 향해 날아오고 있습니다.”

“뭐요? 말벌 떼?”

“저와 전투마법사들이 말벌 떼를 공격하고 있을 때 병사들도 방어준비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알겠소. 최대한 말벌 떼를 막아주시오.”

“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마법사 마샬이 전투마법사 30명을 이끌고 후미로 이동했다.

둥둥둥둥!

다급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자 아케비안 공작군은 즉시 방어준비에 들어갔다.

“파이어 볼!”

“파이어 애로우!”

“매직 미사일!”

전투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마법을 펼쳤다.

슈슈슈슝!

말벌 떼를 향해 화염계 공격마법이 퍼부어졌다.

퍼퍽, 화르르.

몸에 불이 붙은 말벌 떼는 땅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워낙 수가 많아서인지 표시도 잘 나지 않을 정도였다.

마법사 마샬은 좀 더 강력한 마법을 펼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말벌 떼를 죽이려고 이런 마법까지 펼쳐야 하다니 젠장, 플레어 스톰!”

콰콰콰콰!

마법사 마샬은 마력소모가 큰 서클이 높은 화염계 공격마법을 펼쳤다.

불기둥이 회오리처럼 휘돌면서 공중으로 세력을 넓혀가며 말벌 떼를 공격했다. 워낙 강력한 마법이라 제법 효과가 컸다.

이번 공격으로 말벌 떼의 절반 정도가 타죽으면서 땅으로 추락했다.

“와아아아!”

아케비안 공작군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도 잠시 다시 긴장된 눈으로 전투를 지켜보았다.

화가 난 말벌 떼가 일제히 마법사 마샬과 전투마법사를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전투마법사들은 재빨리 한곳으로 모이더니 마력을 끌어 모아 실드 마법을 펼쳤다.

츠츠츠츠.

대규모의 방어막이 이중으로 펼쳐졌다.

퍼퍼퍽!

말벌들은 방어막에 부딪치면서 우수수 추락했다.

말벌 떼의 공격 정도로는 절대 전투마법사들이 펼친 방어막을 뚫을 수 없었다.

마법사 마샬도 극심한 마력소모가 있었기에 보호막을 펼쳐 방어했다.

말벌 떼는 마법사들을 어쩌지 못하자 공격상대를 바꾸어 병사들 진영으로 날아갔다.

“말벌 떼가 날아온다.”

“불화살을 쏴라!”

궁병들은 즉시 불을 붙인 불화살을 말벌 떼를 향해 쏘았다.

시시싯!

천여 발의 불화살이 일제히 발사되어 말벌 떼를 공격했다.

퍼퍼퍽, 화르르.

말벌들은 몸에 불이 붙으면서 우수수 추락했다. 말벌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수백 마리씩 작은 무리로 나뉘더니 병사들을 공격했다.

“크악!”

“아아악!”

아케비안 공작군은 말벌의 침에 공격을 받아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성인 남자 손바닥의 삼분의 일 정도 크기를 가진 말벌은 독침도 상당히 컸다.

말벌 떼의 독침은 병사들에게는 아주 큰 위협이 되었다. 실제로 공격을 받은 병사는 독침 한 방에 쓰러져 죽었다. 말벌들의 독침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 수 있었다.

병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말벌들에게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각자 무기를 휘둘러 말벌들을 베거나 아님 박살을 냈다.

그래도 공중을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공격하는 말벌들을 맞추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그나마 보병들보다는 기사들이 잘 싸웠다. 기사들은 평소 검술훈련을 많이 하기에 날아다니는 말벌 정도는 손쉽게 베어 버릴 수 있었다.

좀처럼 줄지 않을 것 같던 말벌 떼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가 적어갔고 결국은 아케비안 공작군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전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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